Semua Bab 그들이 나를 버릴 때, 나는 세상을 가졌다: Bab 61 - Bab 70

100 Bab

제61화

태건의 말이 끝나자마자, 승현의 얼굴은 완전히 싸늘해졌다.남자의 여우 같은 눈매엔 차가운 어둠이 번졌다.그리고 조용히 소성란을 바라보며 말했다.“이젠... 정면으로 부딪치자는 뜻입니까?”소성란은 웃음을 머금은 채, 유하가 조금 전 따라준 따끈한 차를 천천히 들어 한 모금 마시면서 아주 느긋하게 말했다.“먼저 선을 넘은 사람이 그런 말 할 자격 있나? 지금 내가 점잖게 드레스를 벗기지 않는 걸 감사히 여겨.”“그때 자네가 내 허락도 없이 거짓말로 날 속이고, 그 드레스를 ‘딴 여자’에게 입히겠다고 결정했을 때부터, 이 결말은 정해졌던 거야.”“설마... 그 정도 머리로 나를 속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승현은 아무 말 없이 입술을 꾹 다물었다.그리고 갑자기 계속 조용히 있던 유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연우 때문에 이러는 거야? 내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 우린 그냥 친구라고 했잖아. 당신이 괜히 오해해서 이 사단을 만든 거지.”소성란이 바로 한마디 하려고 하는데, 유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목소리는 맑고 차가웠다.“당신이 지금 하는 말, 스스로 믿어?”“친구라는 사람이... 아내 몰래 수십억짜리 웨딩드레스를 맞춰서 그 여자한테 입히고, 무대 위에 세워? 그러면서도 날 향해 ‘왜 이러냐’고 묻는 거야?”유하는 고개를 비스듬히 돌려 차갑게 눈을 내리깔았다.“그리고... 지금 이건 당신이랑 내 사적인 감정이 아니야. 내 스승님과 당신 사이, 사업적인 신뢰 문제야.”“이 자리에서 감정 섞인 소리를 꺼내는 건, 너무 유치하고 구차해. 만약 굳이 ‘사적인 문제’로 따지자면... 당신이 지금 이 상황에서 무슨 자격이 있어?”“이쯤 되면 창피한 줄은 알아야지. 불륜녀한테 수십억 드레스 선물해 놓고, 아내 앞에서 ‘사정 있다’는 식으로 말해?”그런데 승현은 오히려 웃었다.“여보, 그렇게까지 화낼 거야? 내가... 다 설명할 수 있어.”그 말에 유하는 노골적으로 시선을 외면했다.‘진절머리 나. 대체 저 사람, 어디까지 가야 멈출까?’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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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다른 드레스 하나 준비해 뒀어. 곧 도착할 거야.”승현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감정 없이, 끝맺음처럼.‘아무리 달래도... 이건 양보 못 한다는 뜻이네.’하지만 연우 입장에선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그 드레스는 그냥 ‘고급’이 아니었다.Splendid, 그것도 창립자인 소성란이 직접 디자인하고 손수 장미 자수를 놓은 ‘월화로즈’.세상에 단 하나뿐인 ‘상징’이었다.‘이 드레스를 입는 순간, 나는 오승현의 사람이고, 상류 사회가 나를 인정하는 거야.’‘이걸 벗는다는 건, 모든 걸 부정당하는 거라고.’연우는 떨리는 눈빛으로 승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무대 올라가서 말만 하고 나서, 그때... 벗으면 안 돼?”하지만 승현은 그런 타협 따윈 애초부터 없다는 듯 단호하게 잘랐다.“안 돼.”짧은 두 글자.그 말에 연우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하지만 마음속은 끓어오르는 억울함과 분노로 뒤섞이고 있었다.“누가 이런 짓을 한 거야?”승현은 그녀를 한번 바라보곤 무미건조하게 답했다.“처리 끝났어.”딱 잘라 말하는 그 어조는 더는 묻지 말라는 경고였다.‘하긴, 지금 내 입장이 더 이상 물을 수도 없는 위치지.’연우는 입 안을 씹듯이 참아내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지금은 물러나. 하지만 끝난 건 아냐.’‘누가 감히 나한테 이런 수모를 줬는지... 반드시 알아낼 거야.’...잠시 후, 새 드레스가 도착했다.연우는 여전히 맘에 들지 않았지만, 아무 말 없이 그것으로 갈아입었다. 분명 고가의 맞춤 드레스였고, 디자인도 훌륭했지만, ‘Splendid’의 ‘월화로즈’와는 애초부터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왜 이렇게 억울하지. 분명 난 잘못한 게 없는데.’거울 앞에 선 연우는 입술을 앙다물고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이내 드레스를 매만지며 승현에게 조용히 다가가 안겼다.“승현아... 오늘 밤엔 나랑 같이 집에 가자. 며칠째 집에도 안 왔잖아. 나도... 준서도, 널 보고 싶어.”잠시 침묵하던 승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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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왜 그래?”소성란은 한참 말이 없는 조카손녀를 슬쩍 바라보며 무심하게 물었다.유하는 정신을 차리고, 이를 꽉 깨물며 결심했다.“고모할머니, 혹시... 아시는 이혼 전문 변호사 있으면 좀 소개해 주실 수 있어요?”소성란은 순간 멈칫했다.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변호사 못 구했어?”“그건 아닌데요... 아무래도 저, 오승현이랑 이혼 소송할 건데 일반 변호사론 역부족일까 봐 걱정돼서요.”“좀 더 유명하고 실력 있는 변호사를 선임하고 싶은데, 제가 직접 섭외하는 건 어렵더라고요...”유하는 대충 핑계를 댔다.‘오승현이 권력에 돈까지 써가며 압박하는 바람에...’‘웬만한 변호사들은 나서지도 못해... 그걸 고모할머니한테 말하면...’유하는 소성란의 성격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소성란은 이런 얘기를 들으면 가만있지 않을 사람이었다. 분명 사람들을 끌고 승현 부모한테 직접 가서 따질 게 뻔했다.그렇게 되면 시어머니 박영심 쪽엔 더는 숨길 수가 없을 것이다. ‘지금은 절대 알아선 안 돼... 어머님이 이혼 소식 알게 되면, 이 결혼 끝내는 게 더 어려워질 거야.’그래서 유하는 끝까지 숨길 작정이었다. 박영심이 알게 되는 건, 이혼이 이미 확정된 이후여야만 했다.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만든 뒤에야, 모든 게 정리되는 거다.다행히도, 소성란은 더 캐묻지 않았다.명문가 집안의 이혼이 얼마나 복잡하고 피곤한 일인지, 실력 있는 변호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소성란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거기에 재산 분할에 양육권 문제까지 걸려 있으니, 변호사는 절대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그래. 나 W시 ‘Splendid’ 지사에 따로 운영하는 전문 변호사팀 있어. 이번 주 안에 말해둘게. 궁금한 거나 필요한 거 생기면 그쪽이랑 바로 얘기해.”소성란은 아주 시원하게 대답했다.유하는 겨우 한 명의 변호사에만 기대고 있었기에, 전문 팀을 만난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변호사팀이라고? 진짜? 이 정도면 이혼 안 할 이유가 없잖아!’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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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전화로 전달되는 상황이 제대로 들리지 않자 유하는 일단 전화를 건 여자를 진정시키려 애썼다.한참을 울던 여자의 감정이 진정되자, 유하가 물었다.“병원... 어디예요?”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시립병원이라는 단어였다.그 순간 유하 머릿속에, 조금 전 병원 정문 앞에서 봤던 구급차와 뒤따라가며 울던 중년 여자의 모습이 번뜩 스쳤다.‘그 아주머니... 주강영 이모잖아. 오승현의 동생 오승환을 돌보는 그 가사도우미...!’유하는 숨을 가다듬고, 재빨리 원이정을 향해 몸을 돌렸다.“원 비서님,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고모할머니 나오시면 상황 설명 좀 부탁해요. 저는 응급실에 먼저 가볼게요.”유하는 속사포처럼 쉼 없이 말을 쏟아내고 사라졌다.단정한 포니테일 스타일의 헤어스타일에 블랙과 화이트를 매치한 정장 차림의 원이정은 눈빛부터 일 처리까지 야무진 스타일이었다.조금 전 통화 내용도 옆에서 전부 들은 터라, 사태의 심각성을 직감하고 유하의 말에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유하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병원 복도를 내달리기 시작했다.사고를 당한 사람은 남편 오승현의 친동생이자, 유하에겐 시동생인 오승환이었다.구체적인 상황은 모르지만, 주강영이 저렇게 울 정도라면, 보통 일은 아닐 것이다.게다가 ‘수술’이라는 단어까지 나왔다.‘이거 잘못 엮이면 책임소재가 애매해져...’‘나는 이제 곧 이혼할 사람이고.’‘오씨 집안 사람이긴 해도, 법적으로는 거의 남이나 다름없잖아.’유하는 뛰면서도 한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승현에게 전화를 걸었다.몇 초 후, 전화가 연결됐다.유하는 급히 방금 있었던 일과 병원 이름을 설명했다.“지금 시립병원이야. 당신 동생이 쓰러졌대. 수술 얘기까지 나왔으니까, 가능하면...”하지만 유하의 말을 끊은 건 승현이었다.남자의 목소리는 너무나 차가웠다.[승환이가 수술받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인데. 죽으면 연락이나 해. 관짝 정도는 사줄 수 있으니까.]뚝!전화를 끊은 건 오승현이었다.‘지금 뭐라고 한 거야?’‘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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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주강영은 울음을 삼키며, 끊기다가 이어지기를 반복하며 겨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사실... 오씨 댁 식구들 다 아시잖아요... 승환 도련님이 집안 어른들 눈 밖에 난 거... 어릴 때부터 쭉 본가에서 떨어져 지내셨죠. 혼자 살게 하시고, 가사도우미들만 붙여서...”유하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들은 적 있어... 그 애는 어릴 때부터 그냥 내쳐진 거나 마찬가지였지.’“근데 도련님 성격이 좀 예민하셔서요... 집에 사람 많은 거 극도로 싫어하세요. 조금 나이 들고 나선 도우미들 다 내보내시고...”“매주 정해진 날만 집 정리하러 오라고 하셨거든요. 원래 어제가 그날이었는데... 제가 집에 일이 있어서 못 갔어요...”말하다 말고 주강영은 또 눈가를 훔쳤다.“그래서 오늘 저녁에야 간 건데... 문 열고 들어가니까... 도련님이 거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거예요.”“얼굴은... 완전히 핏기 하나 없고, 식은땀으로 옷이 다 젖었고... 저 진짜 심장 멎는 줄 알았어요.”그녀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바지를 쥐며 말을 이었다.“당장 119 부르고 따라왔는데... 전 그냥 도우미잖아요. 보호자 서명 같은 거, 감히 어떻게 해요... 게다가 도련님은 아직 의식도 없고... 오씨 댁 다른 분들 전화는 다 안 받으시고...”‘그래서 나한테까지 온 거구나...’유하는 설명을 들으면서 할 말을 잃었다.주강영은 간신히 눈물 섞인 웃음을 지으며 계속 말했다.“작은 사모님이요... 저한텐 유일하게 ‘그래도 승환 도련님 걱정해주는 분’이셨거든요.”“가끔 직접 저희 집에 찾아와 도련님 상태도 보시고, 저한테 연락처도 주셨잖아요.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라고 하셔서... 근데 진짜 오늘 이런 식으로 전화를 드리게 될 줄은...”그녀는 유하의 손을 꼭 잡으며 고개를 숙였다.“정말 감사합니다, 작은 사모님... 오늘 진짜, 도련님 인생을 구하셨어요. 저는 그냥 일하는 사람인데, 이런 금쪽같은 귀한 도련님이 제 손에서 잘못되기라도 하면... 전 정말...”“됐어요, 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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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유하는 주강영에게 몇 마디 더 당부한 뒤, 다시 응급실로 향했다.승환의 상태로 봐선, 수술 후 입원은 피할 수 없어 보였다.‘지금 당장은 깨어날 기력도 없겠지...’유하는 주강영에게 먼저 별장으로 돌아가 승환이 갈아입을 옷이나 세면도구 등을 챙기라고 일러두었다.그사이 유하는 입원 절차를 마무리하기로 했다.약 한 시간 정도가 지나자 수술을 마친 승환이 병실로 옮겨졌다.VIP 병동, 1인실.주강영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담당 의사가 유하를 불러 간단히 설명했다.“환자분은 평소에 식사를 제대로 안 드시는 것 같습니다. 안 먹다가 갑자기 뭔가 자극적인 걸 먹은 모양인데... 이러면 위장 다 버려요. 이번엔 맹장이었지만, 계속 이러면 큰일 납니다.”유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받아들였다.‘이건 이모님한테 꼭 얘기해 둬야겠다. 먹는 것부터 챙기라고.’수납, 처방전, 약 수령까지 각종 절차를 마치고 나니 시간은 이미 저녁이 훌쩍 넘어 있었다.유하는 병상 옆 의자에 조용히 앉았다.흰 시트 위에 누운 승환은 얼굴이 창백했고, 입술에는 핏기 하나 없었다.‘이 얼굴은... 진짜 닮았네.’승환과 승현.두 사람은 확실히 같은 피를 타고난 형제였다.하지만 그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승현의 얼굴은 칼같이 조각된 작품 같았다. 차갑고 날카롭고, 그 눈빛은 웃고 있어도 경계심을 품게 만드는 매서움이 있었다.‘웃는 얼굴도 안심이 안 되는 사람... 그게 오승현이지.’반면 승환은... 그냥 예뻤다.물 흐르듯 부드럽고, 선이 깊고 또렷한 이목구비.하지만 그 아름다움 속에도 어딘가 한구석에 늘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말도 없고, 감정도 잘 드러내지 않고... 어쩌면 저 성격 때문에 더 외면당한 건 아닐까.올해 고작 스무 살도 안 된 어린아이였다.한창 친구들과 웃고 떠들 나이에, 혼자서 수술대에 올라갔지만... 가족 중 아무도 오지 않았다.‘이 집안, 진짜...’유하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이 아이도 안쓰러워.’‘나도 그랬지만, 최소한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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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아직 퇴직 절차가 마무리되려면 며칠 남아 있던 터라, 유하는 다음 날도 평소처럼 출근해 마지막 근무를 이어가고 있었다.아침 회의를 끝낸 직후였다.핸드폰 진동.화면에는 이솔의 이름이 떠 있었다.“받아볼까...”통화를 누르자마자, 이솔 특유의 흥분한 목소리가 쏟아졌다.[야, 유하! 너 이번에 제대로 한방 먹였더라? 하연우 그 인간, 진짜 역대급으로 망신당했어. 연예인도 아니고, 이 정도면 완전 공개 처형 수준!]유하는 어리둥절했다.‘하연우? 내가 뭘 했다고...’고개를 갸웃거리는데, 이솔이 잽싸게 말을 이었다.[카톡 봐봐. 방금 너한테 기사 링크 보냈거든. 지금 난리 났어!]유하는 통화를 유지한 채, 이솔이 보낸 메시지를 눌러봤다.링크를 클릭하자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걸려 있는 뉴스가 뜨며, 그 중심에는 ‘Splendid' 공식 계정에서 발표한 공지문이 있었다.[하연우 씨와 'Splendid'는 어떠한 협업 관계도 아니며, 현재 진행 중인 상업적 분쟁 역시 없습니다. 해당 드레스(‘월화로즈’)는 완성 전 피팅용으로, 조정이 필요한 샘플이었기에 회수된 것입니다.]‘이건 고모할머니가 낸 공식 입장문이잖아.’유하는 깜짝 놀라며 스크롤을 내렸다.‘근데 왜 굳이 이걸... 지금?’댓글창과 SNS 반응들을 읽어나가자, 상황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하연우.해외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제법 이름 있는 인물이자, 펜실베니아대 경영학 박사, 귀국 후엔 MB그룹 산하 FK테크의 대표 자리에 ‘낙하산’처럼 앉은 인물.‘하씨 재벌 가문의 외동딸’이라는 타이틀까지 더해져, 어젯밤 고급 파티에서 ‘Splendid'의 맞춤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영상이 공개되자, SNS와 커뮤니티에서 그녀는 순식간에 핫한 셀럽으로 떠올랐다.[드레스도 창립자 소성란이 직접 만든 거라며?][음악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 집안도 어마어마하고... 진짜 만렙 캐릭터 등장했다.][...]연우를 찬양하는 댓글들로 온라인은 들끓었다.하지만, 그 열기는 오래가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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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세계 최고 수준의 대기업인 MB그룹이 직접 입장을 내고, 전설적인 천재 대표이사 오승현이 자신의 계정으로 그 공지를 리트윗한 순간, 실시간 검색어는 말 그대로 폭발 상태였다.하연우에 대한 비난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그 빈자리를 채운 건 온갖 환호와 로맨틱한 추측들이었다.[하연우 씨 진짜 너무 예쁘잖아... 오승현 대표도 엄청 잘생겼다던데, 갓 창립한 자회사 대표 하나 때문에 대기업이 이 정도로 나선다고?][위에 사람 말 맞음. 나 업계 사람인데 둘이 어릴 때부터 알아. 완전히 찐... 청춘극임. 재벌의 청춘드라마.][대박... 대기업 천재 대표님과 고귀한 재벌가 외동딸... 심지어 소꿉친구? 완전 드라마 실사판 아냐?][이쯤 되면 그냥 결혼 발표만 남은 거 아님?][나 지금 이 커플에 진심으로 입덕함. 제발 사귀어줘라...][현실판 ... 진짜 미쳤다.][...]유하는 조용히 핸드폰을 내려다보다가, 손가락으로 화면을 꾹 눌러 실검 페이지를 닫았다.‘역시 이럴 줄 알았어.’‘오승현이 하연우한테 저 정도로 손을 써주는 거면... 단순한 관계는 아니겠지.’승현이 굳이 묵혀두던 SNS 계정을 움직일 정도로, 연우를 감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유하는 승현의 마음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한참을 침묵하던 이솔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유하야. 너... 괜찮아?]사실 이솔은 유하가 하연우가 망신당하는 걸 보고, 조금이나마 속이 풀릴 줄 알았다.그런데, 그 뒤에 이런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오승현이 직접 나서다니... 제정신이냐, 진짜?’‘그냥 이혼만 해줘도 고맙지, 지금 뭐 하는 거야!’하지만 유하의 대답은 예상과 달랐다.“괜찮아.”그 말과 함께, 유하의 입가에 희미한 웃음이 떠올랐다.“이제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 뭘 하든, 누굴 감싸든... 나랑 상관없잖아.”그 말투는 담담했고, 놀랄 만큼 차분했다.이솔은 그 말이 진심이라는 걸 단박에 알 수 있었다.‘그래... 우리 유하는 언제나 그렇지.’‘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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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유하는 발신자 번호를 확인한 후 바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신호음이 몇 번 울리지도 않고 곧장 연결됐다.[형수님.]낮고, 거칠고, 힘없는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응. 몸은 좀 어때요?”승환은 성격이 까칠하고 말도 없는 편이었지만, 유하와는 그럭저럭 괜찮은 관계를 유지해왔다.‘그래도 아직 어리잖아... 누가 옆에서 챙겨줘야 하는데.’[그럭저럭요.]목소리는 여전히 쉬어 있었고, 숨소리는 조금 떨렸다.[형수님... 고마워요. 어제 형수님 아니었으면... 전 아마 죽었을 거예요. 형수님이 또 한 번 절 살려주셨네요.]유하는 가슴 깊이 한숨을 삼켰다.‘또... 얘는 또 이렇게 말하네. 왜 이렇게 사람 마음을 찢어놓는 거야...’“도련님... 제발, 자기를 아프게 하는 것 좀 그만해요.”유하는 말끝을 맺지 못하고 잠시 말을 고였다. 원래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아무리 애쓰고 발버둥 쳐도, 널 사랑하지 않는 가족은 결국 달라지지 않아.’‘그러니까 스스로를 그렇게 망가뜨리지 마.’하지만 그 말은 차마 꺼내지지 않았다.‘이런 건... 남이 해줄 수 있는 말이 아니야.’‘결국 본인이 부딪치고, 깨지고, 스스로 깨달아야 해.’‘나도 그랬으니까.’결국 유하는 입술을 눌러가며, 무척 무력한 말만 내뱉었다.“앞으로는 자기 자신을 좀 더 챙겨요. 밥도 잘 먹고, 건강도 신경 쓰고...”말이 끝나기도 전, 승환의 목소리가 유하의 말을 끊었다.[형수님, 갑자기 왜 이런 말씀 하세요?]그 말에 유하는 피식, 작게 웃었다.‘역시 눈치 빠르긴 해.’‘늘 조용하지만, 안 듣는 척하면서 다 알아듣고, 다 느끼는 아이니까.’유하는 더 이상 감출 필요도 느끼지 않았다. 무엇보다 승환은 오씨 가문에서도 따로 존재하는 사람이었고, 그 누구보다 입 무거운 사람이었다.“도련님... 나... 형이랑 이혼해요. 앞으로 오씨 가문이랑은 아무 관계 없어요. 그러니까... 도련님도 스스로 잘 챙겨야 해요. 혹시 무슨 일 있으면... 형한테 연락하고...”유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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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자기 나이가 열아홉 살인 건 또 기가 막히게 잘 아네?’‘내 친자식 양육권도 포기하려는 판에, 시동생이 뭐?’‘재산 분할로 형수를 따라오겠다고?’‘너 지금 오씨 가문 아들이고, 나는 아직 오씨 가문의 며느리야.’‘우린... 족보상으로도 세대가 다르다고, 알지?’유하는 도무지 어디서부터 뭐라고 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말문이 턱 막혀버렸다.‘이건 그냥 정신이 혼미한 수준인데...’그러다 문득, 어젯밤 태건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승환이에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말.‘다른 것은 몰라도, 정신 쪽으로 조금 위험한 건 확실하네.’‘진짜, 역시 오승현 친동생답다...’‘오씨 가문 이 형제... 하나같이 상식은 안중에도 없어.’‘내가 감당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니야.’유하는 겨우 진정을 하고, 어떻게 말을 꺼낼지 머릿속으로 정리하려던 순간, 전화기 너머에서 거칠고 가쁜 기침 소리가 확 터져 나왔다.숨을 들이쉴 틈도 없이 이어지는 격한 기침 소리에 유하는 본능적으로 몸이 굳었다.“도련님? 괜찮아요? 무슨 일이에요?”[괜찮아요.]승환의 목소리는 한층 더 쇠약했다.[그냥... 목이 말라서 물 좀 마시려 했는데, 갑자기 수술 부위가 너무 아파서...]말을 끝맺기도 전에, 다시 격한 기침 소리.숨을 헐떡이고, 기침에 숨이 섞여 괴로움이 그대로 느껴졌다.유하는 당장이라도 병원으로 달려가야 할 것 같았다.“도련님, 얼른 간호사나 의사 불러요. 그냥 참고 있지 말고.”[네, 알겠어요.]조용히 대답하더니, 이내 아주 약한 목소리로 말했다.[근데 형수님... 혹시 저... 오늘 밤에 형수님 저한테 와주실 수 있어요? 병원에 혼자 있으니까... 너무 외로워서요.]유하는 잠깐 망설였다.‘이거, 간 보고 있는 거 아냐? 일부러 이 타이밍에...’하지만 다시 들려오는 기침 소리에, 결국 마음이 약해졌다.“알겠어요. 퇴근하고 들를게요.”[정말요? 고마워요, 형수님. 역시 형수님이 최고예요.]“그렇게 부르지 말고...”유하는 반사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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