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그들이 나를 버릴 때, 나는 세상을 가졌다: Bab 591 - Bab 600

665 Bab

제591화

몽롱한 상태에서, 유하는 마치 수많은 목소리와 장면들이 머릿속을 미친 듯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 파편 같은 기억들 때문에 칼을 쥔 유하의 손이 더욱 심하게 떨렸다.“엄마, 제가 잘못했어요.”“엄마, 말 잘 들을게요.”“엄마, 몸에서 좋은 냄새 나요. 오늘은 뭐 맛있는 거 했어요?”“알겠어요, 엄마.”“엄마가 해 준 매콤한 깐풍기 제일 좋아!”“와!”“...”“유하! 정신 차려, 조심해!”“유하!”마지막 장면에서 소성란이 유하를 내려다보며 보낸 엄숙하고 위엄 있는 시선이 겹쳤다. 날카로운 호통 한 마디가 유하를 차갑고 깊은 어둠 속에서 억지로 끌어냈다.‘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유하의 손에서 칼이 툭 하고 떨어져 나갔다. 떨리는 손으로 설아의 끈적하게 젖은 목을 더듬었다. 정신이 나가 있었던 탓인지,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깊지 않은 상처 하나가 남았을 뿐이었고, 가느다란 피가 천천히 배어 나오고 있었다.상대에게 생명의 위협은 없다는 것을 인지한 순간, 유하는 힘이 빠진 듯 그대로 설아의 몸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팔이 축 늘어졌다.숨이 가빴다. 유하는 크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의식은 아직도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아이의 여린 목소리가 여전히 귓가를 맴돌았다. 웃음소리도, 울음소리도 섞여 있었다. 옹알이하던 시절, 아기 바구니 안에서 통통한 아이가 까르르 웃던 모습,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울음을 터뜨리던 순간... 그 모든 것이 유하의 가슴을 세차게 두드렸다.‘내 아이는... 실수할 수도 있어.’‘좋지 않을 수도,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고.’‘고집도 세고 성질도 나쁘고...’‘그래도 생명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잔인함은 아니야.’‘준서는... 나한테 약속했어.’“아닙니다.”의식이 서서히 하나로 모이며, 유하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극도로 쉰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낮게 울렸다.“당신 말만 듣고 판단하지 않겠어요. 저는 제 아이 입으로 직접 들을 겁니다.”이 순간에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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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2화

설아는 라이터를 꺼냈다.그런데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늘 안정적이고 힘이 실려 있던 손이 이 순간만큼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떨렸다. 한참을 애써서 불을 붙였고, 겨우 한 모금 들이마셨을 뿐인데 곧바로 격렬한 기침이 터져 나왔다. 목이 찢어질 듯 아팠다. 설아는 한 손으로 바닥을 짚고 힘겹게 몸을 일으켜 앉았다.막 불붙은 담배가 입에서 떨어졌다.설아는 한 손으로 바닥을 짚은 채, 다른 한 손으로 욱신거리며 타들어 가는 목을 움켜쥐었다. 거친 기침이 이어졌다. 담배 연기에 질식한 건지, 아니면 목이 너무 아픈 탓인지 알 수 없었다. 설아는 연속되는 기침 끝에 눈가에 눈물까지 맺혔고, 그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려 반짝이는 바닥에 떨어졌다.비상등은 환하게 켜져 있었다.새하얀 타일 위에는 처참할 만큼 망가진 설아의 모습이 고스란히 비쳤다. 심하게 부어오른 얼굴, 붉게 달아오른 눈꼬리, 헝클어진 머리카락, 그리고 목에 선명하게 남은 핏빛 상처. 어느 하나 멀쩡한 곳이 없었다.피가 묻은 손이 천천히 눈을 가렸다.그 순간, 설아의 머릿속에 유하가 떠나기 직전 남겼던 마지막 말이 스쳤다. 설아는 저도 모르게 냉소를 흘렸다.“소유하... 날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거야?”‘소유하 지가 뭔데?!’목소리에는 뼛속까지 스며드는 냉기가 담겨 있었다.바닥을 짚고 있던 설아의 손이 서서히 주먹으로 말려 들어갔다. 핏줄이 도드라졌다.그때, 비상 통로의 문이 갑자기 열렸다.설아는 손을 내리고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었다. 문밖에는 태건이 서 있었다. 남자의 시선은 설아의 목을 향해 있었고, 얼굴에는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의사 부를까요?”“네가 보기에는 부를 필요 없어?”설아는 목에 남은, 피로 얼룩진 칼자국을 가리키며 쉰 목소리로 되물었다....“목에 난 상처 처치는 끝났습니다. 평소 세수나 샤워할 때 물 닿지 않게 조심하시고, 소독 자주 하세요. 얼굴은 얼음팩으로 좀 찜질하시면, 부기는 천천히 가라앉을 겁니다.”설아의 목에 약을 바르고 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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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3화

설아가 낮게 욕설을 내뱉었다.“개자식.”설아는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코끝에 가져가 몇 번이나 냄새를 맡았다. 심호흡하듯 그렇게 잠시 시간을 두자, 겨우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 전화를 받으려고 할 때, 병상 위에서 깊이 잠든 채 깨어날 기미조차 없는 아이가 시야에 들어왔다.설아는 잠시 멈춰 섰다.그리고 낮게 욕설을 흘리듯 중얼거리며 핸드폰을 들고 병실 안쪽에 딸린 작은 발코니로 걸어 나갔다....유리문을 닫은 뒤, 설아는 전화를 받아 스피커폰으로 전환했다.막 묶은 붕대를 손끝으로 만지작거리며, 담배 냄새를 맡아 통증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린 채,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나 목 아파.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마.”[내가 부탁한 일, 어디까지 된 거야?]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승현의 목소리는 느릿느릿했다.“됐으면 된 거지.”설아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쳤다.자신이 이미 승현을 깔끔하게 팔아넘겼다는 사실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어쨌든 목적은 달성됐잖아.’‘방식이 조금 달라졌을 뿐이야. 중요하지도 않고.’승현이 다시 말했다.[나 비서 말로는, 유하가 많이 화났다던데.]‘하, 역시 믿질 못하네.’‘결국 나태건한테 미리 확인했구나.’설아는 속으로 비웃었다.“소유하가 화내는 게 그렇게 이상해?”설아는 짜증을 섞어 말했다.“네가 원한 게 뭐였는데? 소유하가 더 무서워서 겁먹고, 다시는 너 배신 못 하게 만드는 거 아니었어? 그럼 이건 이제 막 시작한 거야. 화내고 분노하는 건 당연하지. 어쨌든 난 네가 말한 대로 거의 했어.”설아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태연하게 거짓말을 늘어놓았다.[거의?]승현의 목소리가 미묘하게 차가워졌다.“크게 다르진 않아.”이미 유하 때문에 속이 뒤집힌 상태였는데, 승현의 이 한마디에 설아도 결국 폭발했다.“오승현, 똑바로 알아둬. 우린 협력 관계야. 나한테 명령하지 마. 이래라저래라 하지도 말고.”[누나.]설아의 분노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승현의 목소리는 느릿했지만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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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4화

병원에서 그대로 떠나버린 유하는 설아가 마음속 장부에 또 하나의 목록을 적어 넣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사실 알았다고 해도, 유하는 별로 상관하지 않았을 것이다.유하와 설아의 악연은 이미 깊게 얽혀 있었다.원한이 하나 더 쌓이든, 하나쯤 빠지든, 큰 차이는 없었다.말 그대로 ‘빚이 많으면 겁날 것도 없다’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었다.게다가 지금 유하에게는, 그보다 훨씬 더 골치 아프고 마음을 짓누르는 일이 있었다.병원에서의 격한 감정에 휩쓸려 나온 뒤, 유하는 그대로 배씨 가문 본가로 차를 몰았다.하지만 막상 대문 앞에 다다르자, 유하는 발걸음을 멈췄다.머릿속으로는 이미 결론을 내렸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여기까지 와 보니 준서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유하는 두려웠다.준서가 정말로 이 일에 연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밤이 내려앉은 가운데, 차는 배씨 가문 본가에서 조금 떨어진 숲길 옆에 멈춰 있었다.주변에는 가로등 몇 개만이 희미하게 길을 밝히고 있었다.유하는 차 안에 한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다.그러다 결국 문을 열고, 배씨 가문 본가의 대문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그래... 이미 마음먹었잖아.’‘준서 얘기를 직접 듣겠다고.’...“사진이 진짜 많네요.”“아저씨랑 제 엄마는... 오래전부터 아셨어요?”거실에서 준서는 소파에 앉아 청산의 핸드폰을 두 손으로 붙잡고 있었다.화면 속에는 사진들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유하의 대학 시절 사진들이었다.청산과 함께 찍은 사진도 있었고, 유하 혼자 찍힌 사진도 있었다.모두 청산이 클라우드에 차곡차곡 보관해 둔 것들이었다.준서를 조금이라도 진정시키고 싶었던 청산이 핸드폰을 내민 것이었고, 효과는 분명했다.적어도 준서는 더 이상 소란을 피우지 않고 있었다.“그럼. 너희 엄마랑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알던 사이야.”청산은 준서 옆에 앉아 함께 사진을 넘겨보며, 추억에 잠긴 눈빛으로 웃었다.“네 엄마는 어릴 때부터 참 밝은 기운이 넘쳤지... 지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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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5화

갑자기 무언가가 떠오른 듯, 준서는 청산의 핸드폰을 움켜쥔 채 화면을 전환해 카메라를 나갔다. 그리고 너무도 익숙한 번호를 아무 생각 없이 눌러 입력하며 엄마에게 전화를 걸려 했다.그 모습을 보고 다가오던 청산이 눈치채고 얼굴빛이 미묘하게 변했다. 급히 핸드폰을 빼앗으려 손을 뻗었지만, 이미 한 박자 늦었다.번호 입력이 끝나자 화면에는 연락처 하나가 뜨는 대신, 같은 번호로 저장된 수많은 메모와 기록들이 연달아 나타났다.준서는 그대로 굳어 섰다.‘내가 번호를 잘못 눌렀나?’다시 한번 입력하려는 순간, 핸드폰이 손에서 사라졌다.“준서.”청산이 손을 뻗어 준서를 붙잡으려 했다.하지만 준서는 즉각 몸을 피했다. 작은 얼굴에는 충격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아직 울음을 터뜨리기도 전이었는데, 그때 거실로 집사가 들어와 보고했다.“회장님, 소유하 대표님께서 오셨습니다. 아이를 데리러 오셨다고 합니다.”“엄마!”어른들이 뭐라 말할 틈도 없이, 준서는 그대로 거실 밖을 향해 달려 나갔다.“천천히!”뒤늦게 어른들이 외치며 따라붙었다....유하는 집으로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중앙 길을 따라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던 중, 아직 반도 오지 않았는데 멀리서 준서의 기운 넘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리고 곧 이미 꽤 자란 아이의 몸이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유하는 반사적으로 두 팔을 벌려 그 아이를 받아 안았다.“윽!”하지만 유하는 점점 힘이 붙은 준서의 돌진력을 과소평가했고, 동시에 자신의 균형 감각도 과신했다. 그대로 뒤로 넘어질 뻔했다.“조심해!”뒤따라오던 청산이 깜짝 놀라 걸음을 재촉했다. 한 손으로는 준서의 뒤 옷깃을 붙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유하의 손목을 낚아채듯 잡아당겼다. 그렇게 준서와 유하를 함께 끌어안았다.“괜찮아?”아이를 먼저 놓고, 청산은 곧바로 유하를 확인하려 손을 뻗었다.그 손은 곧바로 ‘탁’ 하고 세게 쳐내졌다.시선을 내리자, 준서가 청산을 노려보며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우리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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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6화

“네.”사실 남진은 이미 한참 전에 그 자리에 와 있었다.멀리서부터 유하와 청산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제법 가까운 거리에서 앞에 서 있는 아이에게 간간이 말을 건네고 있었다. 주위 시선은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한 태도였다.이상하게도 그 장면은 남진에게 설명하기 힘든 감각을 불러일으켰다.마치... 한 가족 같다는 착각.그 탓에 남진은 괜히 발걸음을 멈춘 채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그러다 이쪽을 돌아본 유하와 시선이 마주치고서야, 뒤늦게 정신을 차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애초에 남진은 유하를 붙잡을 생각도 없었다.남의 집 아이를 사정이 있다고 한들 자기 집에 붙들어 두는 행동이 썩 좋지 않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 상황에서는 더 말릴 이유도 없었다.다만, 유하 옆에 서 있는 청산을 힐끗 바라본 남진은 결국 한마디를 덧붙이고 말았다.“들어와서 잠깐 앉았다 갈래요? 차라도 한잔하시고요.”“고맙지만 다음에요.”유하는 예의 바르게 대답했을 뿐, 거실 안으로는 발도 들이지 않았다. 이곳에 준서가 두고 간 물건이 있는지 묻지도 않았다. 아이의 손을 잡은 채 그대로 현관을 향해 큰 걸음으로 걸어 나갔다.유하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준서에게 꼭 물어보고 확인할 말이 있었다.조금 뒤처져 걷던 청산은 무심한 시선으로, 어딘가 아쉬움이 남은 듯한 남진의 얼굴을 한번 훑어보더니 별다른 의미 없이 눈썹만 가볍게 치켜올렸다. 그리고는 단숨에 따라붙어 함께 자리를 떠났다....유하 일행이 떠나자 배씨 가문 본가는 다시 적막에 잠겼다.지붕이 들썩일 만큼 울려 퍼지던 시끄러운 울음소리도, 이곳저곳을 망가뜨리던 요란한 소리도 더는 들리지 않았다.마치 스위치를 끈 듯 한순간에 고요가 내려앉았다.밤기운이 내려앉은 정원에서 남진은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멀어지는 유하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한참을 그렇게 멍하니 서 있다가 그제야 몸을 돌려 거실 안으로 들어섰다.남진은 고개를 조금 들어, 이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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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7화

[쓸모없는 인간, 애 하나 제대로 못 보고 뭐가 되겠다고! 어릴 때부터 늘 이 모양이야. 맨날 내 발목이나 잡고...]예상대로였다.남진은 한바탕 욕을 먹고 있었다.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남진이 느끼기엔 오늘 밤 설아의 기분은 유난히도 나쁜 것 같았다. 설아는 남진을 붙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어린 시절의 자잘한 일들, 이미 몇 번이나 반복해 들은 이야기들까지 다시 끄집어내더니, 끝내는 준서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일로 화살을 돌렸다.설아는 밤새도록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남진은 병원 쪽 상황이 어떤지 물을 수도 없었다. 설아의 분노 어린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였고, 그 와중에 전화를 끊는 것도 차마 할 수 없었다....한편, 유하 쪽에는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고, 청산은 더 이상 방해하지 않기 위해 일찍 자리를 떴다. 헤어진 뒤에는 픽업 온 차에 올라탔고, 이동 중에 연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청산은 연우가 왜 전화를 했는지 대략 짐작하고 있었다. 그는 별다른 망설임 없이 전화받았다.[임 대표님, 미리 축하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좋은 소식이 곧 들릴 것 같아서요.]수화기 너머로 연우의 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지금 당장 좋은 일이 생겨버리면, 하 대표님은 제가 마음을 바꿀까 봐 걱정되시지 않겠습니까?”청산은 연우의 의도를 에둘러 말하지 않고 곧장 찔렀다.그 순간, 연우 쪽에서는 잠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청산의 직설이 아주 뜻밖은 아니었지만, 연우는 솔직히 말해 두려웠다. 그리고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유하와 청산의 관계가 이 정도로 가까워질 줄은 정말로 예상하지 못했다.‘임청산이 소유하의 아들 준서까지 돌보고 있다고?’‘이러다간 소유하가 진짜로 임청산 옆자리를 차지하겠네.’‘만약 소유하가 끼어들어서 판을 흐리면,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되는 거지?’‘적어도 승현이 돌아오기 전까지 내가 어렵게 끌고 온 이 프로젝트를 지키려면 지금 필요한 개발팀을 임청산의 이름으로 묶어 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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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8화

청산은 속으로 짧게 비웃었다.‘내가 알아야 하는 건가?’...배씨 가문 본가를 나온 뒤, 유하는 준서를 데리고 곧장 집으로 돌아갔다.그러나 그곳은 본가도, 오국수의 집도 아니었다.유하와 소성란이 W시에 마련해 둔 집.유하가 귀국 후 가장 오래 머물던 곳이었다.준서는 이 집에 처음 오는 것이기도 했고, 오래 기다리던 엄마와 마침내 함께하게 된 탓인지 밤늦은 시간임에도 유달리 기운이 넘쳤다. 집 안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서랍을 열고, 문을 열고, 가구 뒤편은 물론이고 구석진 틈새까지 몸을 비집고 들어가 들여다보았다.유하가 욕실로 끌고 들어가기 전까지, 준서는 좀처럼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준서에게 혼자 씻으라고 하고, 오늘 밤은 동화책을 읽어 주고 함께 자겠다고 약속한 뒤에야, 유하는 무거운 마음으로 씻을 준비를 했다.유하는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결코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바로 물어볼까? 아니면 에둘러서?’‘에둘러 묻는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그날 밤, 방에는 작은 수면등이 켜져 있었다.유하는 동화책을 손에 들고 천천히 이야기를 읽어 내려갔다. 중간중간 준서가 던지는 질문에 한두 마디씩 대답해 주었지만, 아이는 오히려 더 말똥말똥해졌을 뿐, 졸린 기색은 전혀 없었다.유하는 결국 입을 열었다. 고개를 숙여 책장을 한 장 넘기며 최대한 차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를 유지하려 애썼다.“준서야, 너랑 재윤이는... 사이가 좀...”아이들 사이의 관계부터 천천히 묻고, 조금씩 다가갈 생각이었다.하지만 유하는 예상하지 못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침대에 누워 눈을 깜빡이며 이야기 속 장면에 웃고 반응하던 준서가, 갑자기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유하의 손에 들려 있던 동화책을 거칠게 쳐냈다.책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유하가 당황해 고개를 들었을 때, 준서는 눈을 크게 뜬 채 유하를 노려보고 있었다.준서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고, 날카로운 고함이 터져 나왔다.“엄마, 왜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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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9화

엄마 다리를 베개 삼아 지쳐 쓰러지듯 잠든 아들을 내려다보며, 유하는 이불을 끌어당겨 준서의 몸 위로 조심스럽게 덮어주었다. 잠든 아들을 바라보는 얼굴에도 여전히 불안한 기색이 지워지지 않았다.유하는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댄 채, 한쪽 손등으로 눈을 가리고 소리 없이 길게 숨을 내쉬었다.‘이게 다 무슨 일이야.’사건이 너무도 갑작스럽고, 아이에게 준 충격이 지나치게 컸던 탓인지, 준서가 말해 준 내용은 군데군데 끊어져 있었고 전후 상황이 뒤섞여 있었다. 유하는 그 파편 같은 말들을 하나하나 이어 붙여 대강의 상황을 그려 보았지만, 그럼에도 쉽게 믿기 어려웠다.‘정말 그 말 그대로일까?’‘재윤이는 스스로 뛰어내린 건가, 아니면 발을 헛디뎌서 떨어진 건가.’어느 쪽이든 확정할 수 없었다.그리고 유하는 더 이상 준서에게 묻지 못했다. 아이가 다시 충격을 받게 될까 봐... 그게 두려웠다.재윤의 상황이 어떤 것이었든 간에 그 모든 것은 준서에게 너무 지나친 충격이었다.아무리 성인이라 해도 눈앞에서 그런 장면을 목격했다면 버텨 내기 힘들었을 것이다.유하는 눈을 가린 손에 서서히 힘을 주었다.설령 이게 사실이라고 해도, 밖에 나가서 말한다고 한들 누가 믿어 주겠는가?증거도 없는 이야기였다.유하는 병원을 떠나기 전 태건과 이미 확인을 마쳤다.사고가 난 층에는 CCTV가 없었다. 계단에 설치된 카메라에 찍힌 것은, 준서와 재윤이 서로 쫓고 쫓기듯 뛰어 올라가는 모습뿐이었다. 장난을 치며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 이후로 화면에는 재윤이 추락했다는 결과만 남아 있었다.실제 상황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때 위층에 있었던 준서와 재윤 둘뿐이었다.그중 한 명은 충격으로 기억이 뒤엉켜 있었고, 설령 말해도 믿어 줄 사람이 없을뿐더러 설명 자체가 쉽지 않았다.나머지 한 명은 아직 의식을 되찾지 못한 상태였다.그리고,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만약 재윤이 실족한 게 아니라 정말로 첫 번째 가능성이라면, 그때가 진짜 문제였다. 설령 재윤이 깨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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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0화

유하는 오래 자지 못하고 금방 잠에서 깼다.준서가 보채는 소리에 깬 것이었다.유하는 쏟아지는 졸음을 억지로 눌러 참고, 먼저 준서의 상태부터 살폈다. 다행히 아이는 크게 불안해 보이지 않았다. 유하는 전날 밤과 관련된 이야기는 꺼내지 않은 채, 그저 아들과 나란히 세면대 앞에 서서 씻고 이를 닦았다.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차려 준 뒤, 유하는 비서 나연에게 전화를 걸어 이쪽으로 와 달라고 했다.유하는 오늘 준서의 학교에 다녀와야 했다.당분간 준서를 학교에 보낼 수는 없었다. 우선은 휴학 절차를 밟고, 동시에 학교 쪽 상황도 직접 확인할 생각이었다. 태건이나 오씨 가문의 말은 이제 믿을 수 없었기 때문에 유하는 자신의 방식으로 실제 상황을 다시 확인하고 싶었다. 다만, 그 과정에 준서를 데리고 갈 수는 없었다.“준서야, 엄마 오늘 밖에 나갔다 와야 해. 좀 늦게 올 것 같아. 나연 누나가 집에 와서 같이 있어 주면 어떨까?”아침을 먹으며 유하는 조심스럽게 상의하듯 말했다.“왜요? 어디 가시는데요? 저도 같이 가면 안 돼요?”겨우 엄마를 다시 만나, 같은 집에서 함께 지내게 되었는데, 준서는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오늘은 좀 어려워. 엄마가 꼭 해야 할 일이 있어.”유하는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집에서 얌전히 놀아. 하고 싶은 거 다 해도 돼. 엄마가 다녀올 때 선물도 사 올게.”준서는 잠시 망설였다. 엄마의 표정이 단호한 걸 보고서야,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약속이에요. 지난번에도 선물 사 온다고 하시고 안 사 오셨어요.”유하는 머쓱하게 웃었다.다행히 집에는 각종 게임기와 장난감이 충분히 준비돼 있었다. 유하는 그것들을 전부 꺼내 준서가 마음껏 놀 수 있게 해 주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다시 떠올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도착한 나연에게도 몇 가지를 당부했다. 그러고는 즉석에서 급여 인상을 약속했고, 곧바로 꽤 큰 보너스 금액을 이체했다.나연은 핸드폰 화면에 찍힌 숫자를 힐끗 보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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