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은 속으로 짧게 비웃었다.‘내가 알아야 하는 건가?’...배씨 가문 본가를 나온 뒤, 유하는 준서를 데리고 곧장 집으로 돌아갔다.그러나 그곳은 본가도, 오국수의 집도 아니었다.유하와 소성란이 W시에 마련해 둔 집.유하가 귀국 후 가장 오래 머물던 곳이었다.준서는 이 집에 처음 오는 것이기도 했고, 오래 기다리던 엄마와 마침내 함께하게 된 탓인지 밤늦은 시간임에도 유달리 기운이 넘쳤다. 집 안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서랍을 열고, 문을 열고, 가구 뒤편은 물론이고 구석진 틈새까지 몸을 비집고 들어가 들여다보았다.유하가 욕실로 끌고 들어가기 전까지, 준서는 좀처럼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준서에게 혼자 씻으라고 하고, 오늘 밤은 동화책을 읽어 주고 함께 자겠다고 약속한 뒤에야, 유하는 무거운 마음으로 씻을 준비를 했다.유하는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결코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바로 물어볼까? 아니면 에둘러서?’‘에둘러 묻는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그날 밤, 방에는 작은 수면등이 켜져 있었다.유하는 동화책을 손에 들고 천천히 이야기를 읽어 내려갔다. 중간중간 준서가 던지는 질문에 한두 마디씩 대답해 주었지만, 아이는 오히려 더 말똥말똥해졌을 뿐, 졸린 기색은 전혀 없었다.유하는 결국 입을 열었다. 고개를 숙여 책장을 한 장 넘기며 최대한 차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를 유지하려 애썼다.“준서야, 너랑 재윤이는... 사이가 좀...”아이들 사이의 관계부터 천천히 묻고, 조금씩 다가갈 생각이었다.하지만 유하는 예상하지 못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침대에 누워 눈을 깜빡이며 이야기 속 장면에 웃고 반응하던 준서가, 갑자기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유하의 손에 들려 있던 동화책을 거칠게 쳐냈다.책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유하가 당황해 고개를 들었을 때, 준서는 눈을 크게 뜬 채 유하를 노려보고 있었다.준서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고, 날카로운 고함이 터져 나왔다.“엄마, 왜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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