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그들이 나를 버릴 때, 나는 세상을 가졌다: Kapitel 601 – Kapitel 610

665 Kapitel

제601화

유하는 몇 번이나 연달아 전화를 걸고서야 겨우 송윤과 통화가 연결될 수 있었다.송윤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줄곧 침묵을 지키자, 유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송윤 선생님이신가요? 저는 오준서 엄마, 소유하입니다.”[할 말은 다 했어요. 그 외에는 정말 아무것도 모릅니다.]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송윤의 목소리는 몹시 지쳐 있었다.유하는 잠시 멈칫했다.‘이렇게 큰 일이 벌어졌으니, 송윤 선생님도 요 며칠간 얼마나 많은 질문을 받았을까.’‘게다가 오씨 가문이랑 배씨 가문 모두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잖아...’‘선생님을 얼마나 들볶았을지 안 봐도 뻔해. 선생님도 완전히 날벼락이었을 텐데.’유하가 알기로 송윤은 책임감이 강한 교사였다.유하는 속으로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선생님을 추궁하러 온 것도, 다른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선생님, 저는 그저 두 아이가 학교에서 어떤 관계였는지 알고 싶을 뿐입니다. 가능하다면, 그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조금 더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여기까지 말한 유하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덧붙였다.“이런 일이 생길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잖아요. 이 일의 책임을 전부 선생님 한 분에게 지우는 것도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 정직 처리에 대해서도 제가 알아보겠습니다.”송윤은 여전히 침묵을 지켰지만, 전화를 끊지는 않았다.유하 역시 재촉하지 않고 조용히 기다렸다.[준서랑 재윤이는... 겉으로 보기엔 사이가 꽤 좋았습니다.]한참이 지나서야, 전화기 너머로 다시 송윤의 거칠고 피곤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재윤이는 입학 초반에 밥을 잘 못 먹어서 몸이 안 좋아 보였는데, 그때 보건실에 데려간 것도 준서였고, 같이 밥 먹으러 가자고 손을 끌어준 것도 준서였어요... 이후에 가끔 다투긴 했지만, 늘 같이 어울려 다녔습니다.][준서는 좀 제멋대로고, 건드리면 바로 폭발하는 성격이긴 하지만... 본성이 나쁜 아이는 아니에요.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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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2화

[정말로... 깨어날까요?]“반드시 깨어날 겁니다.”유하의 목소리는 단호했다.[깨어나기만 하면 돼요... 깨어나기만 하면...]몇 마디 낮은 중얼거림이 흐른 뒤, 전화기 너머의 송윤이 갑자기 무너졌다.목소리는 점점 더 떨렸고, 울음을 삼키는 기색이 역력했다.[너무 무서웠어요. 재윤이가 바닥에 엎드린 채 피를 흘리고 있는데... 저는 너무 겁나서 손을 댈 수 없었어요...]송윤은 이런 일을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눈앞에서 팔짝팔짝 뛰어다니며 ‘선생님’ ‘선생님’ 하고 부르던 아이였다.그 아이가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쓰러져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그 순간 송윤은 거의 그 자리에서 무너질 뻔했다.집으로 돌아온 뒤로도 며칠 동안 악몽이 이어졌다.밤새 한숨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선생님...”유하는 송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고, 그 갑작스러운 정신적인 붕괴 또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그러나 이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유하는 그저 핸드폰을 든 채 통화를 유지하며, 가끔 짧게 말을 건넸다.자신이 듣고 있다는 것만을 알리며, 송윤이 감정을 쏟아내도록 내버려두었다.한참이 지나서야, 송윤이 훌쩍이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준서 어머님. 제가 감정이 좀... 통제가 안 됐네요. 이런 얘기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괜찮습니다. 선생님께서 많이 지치셨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유하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덧붙였다.“편하게 말씀하세요, 선생님. 그리고 정직 건은... 선생님, 걱정하지 마시고...”[괜찮습니다.]송윤이 쉰 목소리로 말을 끊었다.[이미 사직하기로 했습니다. 다시는 이런 상황을 마주하고 싶지 않습니다. 어쩌면 저는 교사가 체질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이건 너무 극단적인데...’유하는 설득하려 했지만, 송윤이 먼저 말을 이었다.[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나중에, 나중에 재윤이가 깨어나면... 그때 어머님께서 저에게 한 번만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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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3화

“무슨 일이죠?”전화받자마자, 유하는 짜증을 눌러 담은 채 물었다.가능하다면 정말로 이 사람의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다.왜냐하면, 이 인간과 엮인다는 것 자체가 곧 ‘문제’라는 뜻이었기 때문이다.[어디야, 너.]상대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드러난 불쾌함과... 노골적인 거부감을 알아챈 듯했다.몇 초간의 침묵 뒤, 설아는 차갑게, 다짜고짜 따져 물었다.“무슨 일 있으세요?”유하는 굳이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너 지금 그 태도 뭐야?]설아의 목소리는 더 낮고 냉랭해졌다.[내 목을 그어 놓고 이런 태도야? 우리 모자가 너희 모자 때문에 중상 입고 입원해 있는데, 병원엔 나타나지도 않고 설명도 없이 도망칠 생각이야? 아니면 법원에서 얘기할까?]‘또 법원이야, 입만 열면 법원.’‘중상은 무슨 중상이야?’유하의 속이 들끓었다.‘차라리 목을 제대로 그어 버리지 못한 게 한이다.’물론 그 말은 마음속에서만 씹어 삼켰다.‘배설아, 저 ‘업보 덩어리’ 목이 진짜로 잘렸으면, 지금쯤 나는 학교에서 전화받고 있는 게 아니라, 유리창 너머로 교도관을 사이에 두고 얘기하고 있었겠지.’‘재수도 지지리 없지.’‘제발 정신 나간 인간들은 다 나한테서 멀리 좀 떨어져.’“조금 있다가 병원으로 가겠습니다.”어쨌든 병원에는 가야 했다.유하는 설아의 안위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지만, 재윤을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비록 재윤을 밀친 사람이 준서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어도,증거가 없는 이상, 그리고 이 일이 유하와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는 이상, 피할 수는 없었다.유하가 핑계를 대며 거절하지 않자, 설아의 태도는 조금 누그러졌지만, 말투까지 좋아지지는 않았다.[지금 당장 와.]“지금은 어렵습니다.”유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그럼 고소할 거야!”“말씀드렸잖아요. 조금 있다가 가겠습니다.”‘고소, 고소, 맨날 고소.’‘하고 싶으면 하든가 말든가.’유하 역시 감정이 상했다.차갑게 그 한마디를 남기고, 유하는 ‘툭’ 하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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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4화

마침 유하 역시 교장을 만날 일이 있었다.더 이상 형식적인 인사나 완곡한 말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던 유하는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준서의 휴학 처리 건, 그리고 송윤 교사의 정직 처분을 철회하는 문제였다.교사가 정직 처분을 받는다는 것은 단순히 당장의 직무 정지만을 의미하지 않았다.향후 교직 경력 전반에 치명적인 흠집이 남고, 학교는 물론 학부모와 사회로부터의 신뢰 역시 한순간에 무너진다.사실상 교직 인생이 끝났다고 봐도 무방했다.특히 교직을 삶 그 자체로 여기는 사람에게는 그것이 곧 인생의 붕괴와 다름없었다.송윤은 겉으로는 괜찮다며 담담하게 말했지만, 유하는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도울 수 있다면, 손을 내미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럴 능력도 있었다.‘오승현이랑 배설아, 그 두 인간 때문에... 또 한 사람의 인생이 망가질 수는 없잖아.’그러나 교장의 반응은 난처함 그 자체였다.“소 대표님, 제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도와드리고 싶습니다만... 이게 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교장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유하의 미간이 좁혀지는 것을 보고 조심스럽게 덧붙였다.“오씨 가문에서 공식적으로 불문에 부친다고 말씀해 주신다면야 문제가 없습니다만... 배씨 가문 쪽이 문제라서요.”유하는 교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가 하고 싶은 말을 정확히 이해했다.이 일은 오씨 가문만의 문제가 아니었다.무엇보다도 크게 다친 아이가 배씨 가문의 사람이었다.배씨 가문이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면, 송윤이 책임을 떠안는 구조는 이미 정해진 수순이었다.하지만 그 책임은 애초에 송윤 한 사람에게 돌아갈 몫이 아니었다.재윤이 사고를 당한 장소는 학교였고, 학교 역시 관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그런데도, 학교와 교장은 마치 제삼자처럼 물러나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희생양이 필요하다면,배경도 없고, 보호해 줄 가문도 없는 교사 한 명을 내세우는 것이 가장 간단했다.너무도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오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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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5화

요즘은 하필이면 이런저런 일이 겹쳐 터지는 시기였다.그래서인지 선생님은 모세가 괜히 말을 잘못 꺼냈다가 유하를 불쾌하게 만들까 봐 내내 신경이 쓰이는 눈치였다.“그런 일 아니에요.”유하는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말했다. 마침 선생님이 다가오는 걸 보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몸을 돌려 자리를 뜨려 했다.그때, 뒤에서 모세의 목소리가 불쑥 튀어나왔다.“준서가 그런 짓 할 애는 아니야.”유하는 예상치 못한 말에 놀라 다시 돌아봤다.모세는 선생님이 붙잡고 있던 유하의 손을 홱 뿌리치고 앞으로 몇 걸음 나왔다. 작은 얼굴을 살짝 치켜든 채,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준서는 그런 짓 안 해. 준서는 기분 나쁘면 그냥 바로 손부터 나가. 그런 치사한 짓은 안 한다고!”유하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뭐라고 반응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들어보면 우리 애 편 들어주는 말 같긴 한데...’‘왜 이렇게 묘하게 기분이 이상하지?’‘그래도, 어쨌든 호의는 맞겠지.’유하는 조용히 모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까보다 한결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말했다.“그래도 고마워, 모세.”모세는 그 말에 그대로 굳어버렸다.그리고 다음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오르더니 유하의 손을 세게 쳐내고는 노려보듯 쏘아붙였다.“내 머리 만지지 마!”유하는 아무 말도 못 했다.‘애들 생각이라는 게 참 알다가도 모르겠네.’“준서 어머님, 정말 죄송합니다...”옆에서 얼굴이 새빨개진 모세를 붙잡은 선생님이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괜찮아요. 제가 허락도 안 받고... 모세 머리를 만진 게 잘못이죠.”유하는 난감하게 웃었다.‘이래서 예전에 저 둘이 싸웠구나.’‘말이 험한 것만 문제는 아니고, 둘 다 건드리면 바로 폭발하는 타입이네.’‘그런 애들끼리 부딪치면 안 싸우는 게 이상하지.’유하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리를 뜨려 했다.그런데 또다시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모세가 선생님의 손을 다시 뿌리치고 따라와 유하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불만 가득한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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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6화

유하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후였다.병동에 올라가자 멀리서부터 눈에 띄는 사람이 하나 보였다.서류 가방과 파일을 들고 병실 앞을 서성이고 있는 남자였다.깔끔한 정장 차림의 직장인이었고, 나이로 보아 젊은 축에 들었지만 얼굴에는 어딘가 지친 기색과 세월의 흔적이 엿보였다.가까이 다가가서야, 그가 계속해서 이마의 땀을 닦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유하는 의아해하며 물었다.“왜 안 들어가세요?”그제야 유하는 떠올렸다.설아는 출소한 지 이제 겨우 1년 남짓이었고, 정신 상태도 온전해 보이지 않았지만, 형식적으로는 여전히 배씨 가문의 대표이사였다.비록 핵심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해도 처리해야 할 일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을 터였다.‘PS그룹 직원인가 보네.’‘그런데 왜 문 앞에서 이러고 있지?’“아, 소 대표님. 안녕하세요... 소 대표님 먼저 들어가셔도 됩니다. 저는 급한 일은 아니라서요.”남자는 예의 바르게 인사한 뒤, 병실 문 옆에서 한 발짝 물러섰다.유하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그대로 병실 문을 밀고 들어가려던 순간, 손목이 갑자기 누군가에게 거칠게 붙잡혔다.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유하는 그대로 안쪽으로 끌려 들어갔다.뒤따라 들어오려던 남자는 잠시 멈칫했다.서류를 쥔 손이 미세하게 떨렸고 막 내딛으려던 발도 곧바로 거둬들였다.그는 재빠르게 병실 문을 닫은 뒤,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문밖 벽 쪽 의자에 앉았다.‘지금은 아닌 것 같네.’‘조금 있다가 말하지 뭐.’...병실 안.유하는 팔이 등 뒤로 꺾인 채 벽을 향해 눌린 상태였다. 잠시 멍하니 있다가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를 뒤늦게 깨달았다.유하는 즉시 뒤로 발을 차올렸다.둔탁한 신음이 들렸고, 동시에 팔을 누르고 있던 힘이 더 강해졌다.이빨을 악문 설아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터져 나왔다.“누가 너더러 내 전화 끊어도 된다고 했어?”설아의 전화를, 유하는 그 이후로 단 한 통도 받지 않았다.설아는 이런 취급을 받아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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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7화

만약 유하가 조금이라도 약한 기색을 보였다면, 설아는 유하가 질릴 때까지... 아니 망가질 때까지 물고 늘어졌을 것이다.게다가 유하는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다들 내가 만만해 보이나?’한동안 시선을 맞선 끝에 여전히 한 손으로 벽을 짚은 채 움직이지 않던 설아가 시선을 천천히 돌리더니, 아무 감정도 없는 얼굴로 명령하듯 말했다.“발 아파. 와서 나 좀 부축해서 앉혀.”유하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아래로 내려갔다.아까 밟은 탓인지... 설아는 샌들을 신고 있었고, 발등이 눈에 띄게 부어 있었다.‘꼴 좋네. 사람한테 부탁하면서도 저런 말투라니.’유하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이리 와...”설아의 목소리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유하는 설아를 완전히 무시하고 재윤의 침대 옆으로 가서 앉았다.재윤은 여전히 의식이 없었고, 표정에도 변화는 없었다.방금의 소란이 아이에게 영향을 준 것 같지는 않았다.“소유하!”설아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그 음량에 유하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유하는 고개를 들어 설아를 노려보며 낮고 단단하게 말했다.“아이 여기 있는 거 안 보이세요? 목소리 좀 낮추시죠.”“그리고 배 대표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할 땐 ‘부탁합니다’라는 말부터 하시는 게 맞지 않나요?”‘다들 대체 뭐가 이렇게 잘못된 거야.’‘어릴 때부터 명문가에서 자랐다면서, 기본적인 예의는 어디에 두고 온 거지?’“네가 뭔데, 내가 너한테 부탁해야 해?”설아가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 더 이상 유하를 상대하지 않겠다는 듯, 이를 악물고 벽을 짚은 채 문 쪽으로 비틀거리며 이동했다.그리고 주먹을 쥐고 문을 두드려 밖에 있는 남자를 부르려 했다.그 순간, 설아의 손목이 잡혔다.시선을 돌리자 옆에 선 유하가 설아의 손목을 붙잡은 채, 음울한 얼굴로 내려다보고 있었다.설아의 입가에 비틀린 웃음이 번졌다.‘역시. 재윤이 병실에 있는 한, 소유하는 절대 이 문을 못 치게 하지.’‘이 아들은... 이럴 땐 쓸모가 있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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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8화

‘연고 안 바르면 더 심해질 수도 있잖아.’‘괜히 또 이걸로 트집 잡히면 골치 아파.’유하는 그렇게 생각하며 연고를 계속 발랐다.설아는 형식적으로 한두 번 발을 빼려다 말고, 이내 가만히 멈췄다.대신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눈앞에서 연고를 바르고 있는 유하의 머리 위... 미세하게 돌아가는 정수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그 시선은 차갑기만 한데, 그 안에 묘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섞여 있었다.발등에 번지는 통증은 화끈거렸고, 그 사이로 연고의 서늘한 감각이 천천히 스며들었다.‘소유하라는 사람은... 진짜 이상해.’‘요즘 겪은 바로는, 정말 이상한 인간이야.’‘마음이 약하다고 하기엔 사람을 다치게 할 수도 있고.’‘복수할 땐 망설임도 없고, 기억력도 더럽게 좋아.’‘특히 감정 문제, 그중에서도 결혼 같은 건... 끝낼 때 보면 정말 단호하지.’‘오승현 같은 인간을 저 지경까지 몰아넣을 정도로.’‘그런 놈이 극단적인 방법을 떠올리고, 나한테까지 도움을 청하러 오게 할 정도로.’‘그런데 또 잔인하다고 하기엔... 대부분의 사람들 앞에서는 늘 물처럼 부드럽고.’‘여차하면 손 내밀어 주는 쪽이고...’‘쓸데없이 착해서 문제인 타입이야. 특히 재윤이한테는.’‘강하고, 또 약하고... 완전한 모순 덩어리... 이상한 사람.’“됐습니다. 이틀 정도는 연고 자주 바르시고, 많이 걷지 마세요.”유하는 담담하게 말하며 설아의 발을 내려놓고, 다시 중굽 샌들 위에 얹어 주었다.그리고 덧붙였다.“걸어야 한다면, 샌들보다는 슬리퍼가 낫습니다.”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유하는 연고를 내려두고 손을 씻으러 가려 했다.그때 설아가 고개를 들어, 붕대를 감고 있는 목을 그대로 드러냈다.“소유하. 목도.”“네가 그은 거잖아. 이것도 약 갈아줘.”“잠시만요.”여전히 말투는 거슬렸지만, 아까처럼 노골적인 명령조는 아니었다.제대로 말만 하면 유하는 굳이 손을 떼지 않는 사람이었다.유하는 손을 씻고 돌아와, 설아의 목에 다시 약을 발라 주기 시작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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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9화

“큰 문제는 없습니다.”검진을 마치고 나오자, 의사는 유하에게 몇 가지 기본적인 생활 습관을 다시 확인하며 말했다.전반적으로는 경미한 아급성 피로 상태 정도 외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진단이었다.다만 업무 스트레스를 너무 받지 말 것, 밤을 새우지 말 것, 화를 너무 참지 말 것.화를 내더라도 속으로 쌓아 두지 말라는 어쩌면 가장 지키기 어려운 조언들이 덧붙었다.그 외에는 모두 사소한 문제들이라 일상에서 조금만 주의하면 된다고 했다.유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을 마음속에 새겼다.그리고 곧바로 재윤의 오늘 상태도 다시 물었다.의사의 답은 여전히 같았다.약물 치료를 유지하며 며칠 더 경과를 지켜본 뒤, 호전이 없으면 수술 여부를 판단하자는 것이었다.의사실을 나와서야 유하는 그제야 조용히 뒤를 따라오고 있던 사람을 돌아보았다.검사 결과지가 한 아름 들린 채 묵묵히 서 있는 태건이었다.유하는 미간을 꾹 눌렀다.의사의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스트레스 줄이세요. 화 너무 쌓아 두지 마세요.’가능한 한 마음을 가라앉힌 뒤, 유하는 직설적으로 물었다.“나 비서가 나 따라다닌 거야?”아침에 준서 학교에 갔을 때부터였다.몇 번이나 시선을 느꼈다.병원에 들어오고 나서야 그 감각이 사라졌고, 그 직후 여기서 태건을 마주쳤다.오승현의 전적을 떠올리면 의심하지 않는 게 더 이상했다.“따라다녔다고요?”태건은 그 말에 오히려 미간을 찌푸리더니, 예상 밖으로 단정적으로 말했다.“만약 제가 혹은 오씨 가문에서 사람을 붙였더라면 대표님께서 알아차리실 일은 없습니다.”“어디에서 그런 느낌을 받으셨습니까?”유하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속이 묘하게 막혔다.‘그럼 승현 쪽은 아니라는 거네.’유하는 태건이 이런 문제로 거짓말을 할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무엇보다 오승현이라면, 추적을 들켰을 때조차 ‘맞다, 우리가 했다’라고 태연하게 인정할 인간이었다.예전에도 그랬다.숨길 줄 아는 성격이 아니었다.곰곰이 떠올려 보니, 이런 식의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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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0화

태건은 잠시 침묵했다.“됐어.”태건이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느끼자, 유하도 더 캐묻지 않았다.“너희 보스한테 전해.”“아이들을 이용해서 다치게 한 일, 그건... 나랑 끝까지 가는 거야.”‘이 계산은 언젠가 반드시 갚아야.’유하는 그 말을 남기고 태건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왜 진작 말 안 했어!”병실 문을 열기도 전에, 안쪽에서 터져 나오는 고함이 복도를 울렸다.유하는 잠시 멈췄다가 문을 밀고 들어갔다.병실 안에서는 설아가 서류 한 묶음을 손에 쥔 채, 문빈을 향해 날 선 목소리로 퍼붓고 있었다.문빈은 고개를 숙인 채 연신 ‘네 네’ 하며 받아넘기고 있었다.문빈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었다.지금 이 타이밍에 무슨 업무 보고인가?설아가 이렇게 날이 서 있을 때, 정면으로 부딪치는 건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하지만 거래처 쪽에서 계속 연락이 들어오고 있었고, 서류에는 대표의 서명이 반드시 필요했다.더는 미룰 수가 없었다.‘오늘 병원에 안 왔으면 진짜 좋았을 텐데...’‘내 인생 왜 이렇게 힘들지.’‘그래도... 월급이랑 보너스는 확실하잖아.’계좌로 들어오는 숫자를 떠올리자, 문빈은 자신을 다잡았다.허리도 조금은 펴졌다.‘그래, 잘 버티자.’‘대답하지 말고, 반박하지 말고, 그냥 맞장구만 치면 돼.’‘불 다 꺼지고 퇴근할 때까지 기다리는 거야.’‘이제 한두 번도 아니잖아.’문빈이 너무도 익숙하게 이 상황을 감내하는 모습을 보며, 유하는 왜 이 젊은 비서가 이렇게까지 피곤하고 늙어 보이는지 단번에 이해했다.‘주 비서도 참... 상사 잘못 만났다.’‘이건 거의 일상이겠지.’‘하지만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야.’유하는 아무것도 못 본 사람처럼,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병상 옆으로 걸어갔다.접이식 의자를 끌어당겨 앉은 뒤,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두드리기 시작했다.순간, 병실 안의 공기가 뚝 끊긴 듯 조용해졌다.유하는 메시지를 마저 보내고 나서야 고개를 들었다.차분한 시선으로 설아를 보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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