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죠?”전화받자마자, 유하는 짜증을 눌러 담은 채 물었다.가능하다면 정말로 이 사람의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다.왜냐하면, 이 인간과 엮인다는 것 자체가 곧 ‘문제’라는 뜻이었기 때문이다.[어디야, 너.]상대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드러난 불쾌함과... 노골적인 거부감을 알아챈 듯했다.몇 초간의 침묵 뒤, 설아는 차갑게, 다짜고짜 따져 물었다.“무슨 일 있으세요?”유하는 굳이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너 지금 그 태도 뭐야?]설아의 목소리는 더 낮고 냉랭해졌다.[내 목을 그어 놓고 이런 태도야? 우리 모자가 너희 모자 때문에 중상 입고 입원해 있는데, 병원엔 나타나지도 않고 설명도 없이 도망칠 생각이야? 아니면 법원에서 얘기할까?]‘또 법원이야, 입만 열면 법원.’‘중상은 무슨 중상이야?’유하의 속이 들끓었다.‘차라리 목을 제대로 그어 버리지 못한 게 한이다.’물론 그 말은 마음속에서만 씹어 삼켰다.‘배설아, 저 ‘업보 덩어리’ 목이 진짜로 잘렸으면, 지금쯤 나는 학교에서 전화받고 있는 게 아니라, 유리창 너머로 교도관을 사이에 두고 얘기하고 있었겠지.’‘재수도 지지리 없지.’‘제발 정신 나간 인간들은 다 나한테서 멀리 좀 떨어져.’“조금 있다가 병원으로 가겠습니다.”어쨌든 병원에는 가야 했다.유하는 설아의 안위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지만, 재윤을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비록 재윤을 밀친 사람이 준서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어도,증거가 없는 이상, 그리고 이 일이 유하와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는 이상, 피할 수는 없었다.유하가 핑계를 대며 거절하지 않자, 설아의 태도는 조금 누그러졌지만, 말투까지 좋아지지는 않았다.[지금 당장 와.]“지금은 어렵습니다.”유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그럼 고소할 거야!”“말씀드렸잖아요. 조금 있다가 가겠습니다.”‘고소, 고소, 맨날 고소.’‘하고 싶으면 하든가 말든가.’유하 역시 감정이 상했다.차갑게 그 한마디를 남기고, 유하는 ‘툭’ 하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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