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색과 검은색이 뒤섞인 서재 안에서, 의사들이 분주히 오가며 하얀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다.승환은 제자리에서 굳어 버린 채, 유하의 흰 셔츠 왼쪽 어깨에 번져가는 피만 바라보고 있었다.붉게, 더 붉게.그 선명한 피가 승환의 눈으로 스며든 듯, 시야 전체를 물들이고 있었다.바다처럼, 파도처럼 밀려 들어와 초록빛 동공을 덮어 삼키고, 피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머릿속 생각도 엉망이 되었다.승환은 자신이 어떻게 유하를 안아 방까지 데려왔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했다.정신이 돌아온 것은 왼쪽 어깨를 찢는 듯한 통증이 밀려온 뒤였다.확실한 총상, 진하게 번지는 피의 냄새가 손에 들고 있던 총의 화약 냄새를 완전히 압도했다.아팠다.견딜 수 없을 만큼 아팠다.그런데도 이상하게, 그 고통이 몰아닥치는 그 순간, 승환의 흐려진 머리는 잠시 맑아졌고, 가슴을 짓누르는 무거운 돌덩이가 조금은 치워진 듯했다.비로소 숨을 들이쉴 수 있었다.아주 조금은 가벼워진 느낌이었다.그러나 곧이어 통증은 폭발적으로 깊어졌다.‘너무 아파. 누나도, 나 때문에 이렇게 아팠겠지.’‘나 때문이야. 내가 코시오의 말대로 했으니까...’‘그 사람들 말을 들었으니까... 내가 누나를 다치게 했어.’‘내가 왜 안 죽고 있지. 나 때문에...’어깨의 총상이 분명했는데, 승환은 가슴이 찢겨나가는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심장이 산산이 부서져 멈춘 듯했고, 두 손으로 꽉 쥐어도 뛰는 감각이 없었다.머릿속은 온통 어두웠다.아득한 상태에서 유하가 보이는 것 같았다.유하의 목소리도 들린 것 같았다.승환도 무언가를 오래, 많이 털어낸 것 같았다.하지만... 이상했다.그런 말들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승환이 원했던 말은 따로 있었다.승환은 가슴을 붙잡은 채, 도저히 버티지 못할 것 같은 숨을 내쉬었다.마치 잠꼬대 같았다.“누나... 저는 이제 어떻게 해요?”‘죽어버리면 안 아플까? 혹시...’검은 진흙 같은 것이 깊은 곳에서부터 떠오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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