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는 문득 떠올렸다. 예전에도 승환을 볼 때면 늘 그랬다. 얼굴이 창백하긴 했지만, 분명 화장을 얹은 것 같은 인위적인 흰빛이었다. 그때는 이유를 몰랐으나, 지금은 안다. 승환이 스스로 만든 가면이었다.그런데 지금은 그 가면을 벗고도 오히려 더 창백했다. 코시오와 닮은 희디흰 얼굴빛이지만, 코시오의 그 불길한 느낌보다는 훨씬 낫다. 그리고 사실... 가면을 벗은 승환의 얼굴은 훨씬 생생했다. 살아 있는 그림 같았다.부모가 모두 뛰어난 외모를 가졌으니 당연했다. 다만 승환이 좀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았다.‘승환아... 웃으면 정말 예쁘겠지.’유하는 어젯밤 승환의 무너진 표정을 떠올렸다. 지금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은 평온한 척하는 고요였지만, 그 뒤에 감춘 흔들림이 보인다. 유하는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으며 조용히 말했다.“더 행복해야 해, 승환아. 웃을 일도 좀 만들고. 물론, 너무 힘들면 울어도 돼. 크게 울어도 괜찮아. 내가 다 듣고 있으니까.”‘네 고통은 내가 들을게. 그러니까 두려워하지 마. 겁내지 마.’‘오승환, 더 마음껏 흔들려도 돼.’유하는 아주 낮게, 감탄처럼 이어서 말했다.“승환아, 바람처럼 살아야지.”‘세상은 넓고, 높고, 아름다워. 자유로운 바람처럼, 푸른 하늘 아래 날갯짓하는 흰 비둘기처럼, 마음껏 질주하고 날아가야 해.’‘좋지 않은 건 다 뒤에 버려두고. 아직 젊고 한창일 때, 남이 만든 감옥에 스스로 갇혀버리면 안 돼. 날 수 있는 능력을 스스로 꺾지 마.’그때 승환의 목소리가 들렸다.“하지만... 저는 누나 곁을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승환은 날아오르기보다, 유하 곁에 맴돌고 싶어 했다. 영원히.“누나도 바람이야. 나 먼저 날아갈지도 모른다?”유하는 승환의 부드러운 머리를 두어 번 토닥이며 웃었다.“더 빨리, 더 높이 날아서 누나를 잡아봐. 원하면.”‘누나를... 잡으라고?’유하의 허벅지에 머리를 얹은 상태로, 굳어 있던 승환의 몸에서 힘이 서서히 빠져나갔다. 마치 흩어지는 구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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