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욕실 안, 물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차가운 물줄기가 철사처럼 연이어 승환의 살짝 굽은 어깨와 등 위로 내리꽂혔다. 승환은 한 손으로 벽을 짚은 채, 고개를 조금 숙이고 서 있었다.찬물이 몸을 덮치고 있었지만, 감각은 둔했다.찬물의 냉기가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승환은 며칠째 계속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머릿속은 매일 납을 들이부은 것처럼 무겁고 둔했다. 잠들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완전히 깨어 있지도 못한 상태. 그 혼탁함을 밀어내기 위해 승환은 계속 찬물에 몸을 노출했다. 최소한 이렇게 하면, 의식이 조금은 또렷해질 수 있었다.하지만 오늘 밤만큼은 아마 다시 불면에 시달리지는 않을 것 같았다.승환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스쳤다.차가운 물에 얼어붙은 듯 굳어 있던 몸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피로에 잠겨 있던 눈이 조금 열리며, 승환은 이제야 현실로 돌아온 사람처럼 손을 더듬어 수도꼭지를 돌렸다.차가운 물이 멎고, 따뜻한 물이 흘러나왔다.수증기가 피어올랐다.하얀 김이 욕실 안을 가득 채우며 승환의 얼굴 윤곽을 흐릿하게 가렸다.물소리는 멈추지 않았다....그 물소리 속에서 유하는 천천히 눈을 떴다.몽롱한 상태로 귀에 들어오는 소리를 빗소리로 착각하며, 한 손으로 둔통이 전해지는 이마를 짚고 작게 중얼거렸다.“비 오나...?”‘집 창문 닫아놨나? 바람 불면 감기 드는데... 잠깐, 아니지.’유하는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닫고, 이마를 짚고 있던 손을 그대로 멈췄다.기억이 한꺼번에 되살아났다.현주를 찾아가 장미 향수 분석을 부탁했고, 생명과학관을 나서다 승환을 만났고, 그리고...유하는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시야에 들어온 건, 지나치게 간결한 인테리어의 방이었다. 이상하게 비즈니스호텔을 연상시키는 공간. 벽면 틈에 숨겨진 간접조명이 은은한 금빛을 흘리고 있었고, 나무 바닥은 지나치게 깔끔했다.유하는 방 안에서 유일하고, 가장 큰 가구인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흰색의 얇은 이불이 유하가 몸을 일으키자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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