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들이 나를 버릴 때, 나는 세상을 가졌다: Chapter 731 - Chapter 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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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1화

어떻게든 상대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듯, 유하는 더 이상 몸부림치지 않았다.어둠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눈 위로 남자의 희미한 실루엣이 드리워졌다. 좁은 공간 안에 거친 숨결이 퍼지자, 그 열로 유하 주변의 온 공기가 달아오른 듯했다.유하의 심장이 불안하게 뛰었다.지금처럼 분노에 휩싸인 승현이 무슨 짓을 할지...‘아니, 애초에 왜 화를 내는 건데? 화낼 사람은 나라고!’유하가 둘러싼 얇은 이불 속에서 손을 빼내려던 순간,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함이 밀려왔다. 여자의 손이 가로막힌 남자의 팔을 급하게 밀어내려고 버둥거렸지만, 공기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유하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울음이 아니라 숨이 막혀 생리적으로 흐르는 눈물.‘미친놈...!’그제야 남자의 손이 풀렸다.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뜨거운 기운이 유하에게 가까이 다가왔다.그녀는 숨을 제대로 고르지 못한 입술에 덮여드는 기압 같은 무언가...유하는 순간 얼어붙었다가 몸을 비틀어 피하려 했지만, 등 뒤가 벽에 닿아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었다.그리고 헝클어진 옷자락이 정신없이 흔들리고, 허리를 짚어오는 뜨거운 손에 온 신경이 바짝 곤두섰다. 뚝-결국 참았던 눈물이 떨어졌다.승현의 움직임이 순간 멈췄다.잠시 후, 둘 사이가 떨어졌다.귓가엔 거칠게 가라앉은 남자의 숨소리가 남아 있었다.유하의 뺨에 닿은 뜨거운 숨결, 그리고 젖은 얼굴을 따라 내려오던 무언가...그러나 뺨은 여전히 축축했다.눈물은 멈출 기미가 없었다.목이 꽉 막힌 듯 답답해서 유하는 가까스로 목소리를 내었지만,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소리였다.“너... 도대체 왜 이러는 건데?”유하가 밀어냈지만, 승현은 다시 유하를 끌어안으려 했다.유하는 거세게 밀어냈으나, 승현은 개의치 않았다.두 손을 벽에 짚고 유하를 가둔 채 낮게 속삭였다.“내 아내가 되겠다고 한 이상... 평생이야. 너한텐 나를 떠날 권리가 없어.”‘넌 평생 내 소유물이야.’‘내 아내... 떠나면 안 돼! 날 버리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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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2화

승현이 원하는 건, 그저 빼앗는 거였다.상대가 어떤 고통을 겪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사람.그가 보여주는 모든 ‘부드러움’은 결국 상대를 약탈하는 행위 위에 세워진 잔혹한 허상일 뿐이었다.유하는 힘이 풀린 몸으로 승현 품에 기대 있었다. 창밖의 차가운 달빛만 멍하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너... 왜 안 죽어? 왜 안 죽냐고... 왜 안 죽어...”‘죽었으면 좋겠어. 정말... 죽어버렸으면...’지옥에 갇힌 듯한 절망감이 유하의 온몸을 웅크리게 했다.그녀는 머릿속에서 통제할 수 없는 생각이 잇따라 떠오르고, 누군가의 죽음을 바라는 잔혹한 충동이 고개를 들었다.코시오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했던 그때보다... 훨씬 더 강렬한 충동.그제야 유하는 뼛속까지 이해했다.그때 배설아가 했던 말의 의미를.승현이 살아 있는 한, 아무리 발버둥 쳐도 소용없다는 말.이 지옥에서 단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다는 말. 정말 벗어날 방법은 단 하나뿐이었다.유하의 낮은 속삭임을 들은 승현은 여자의 손가락에 약을 바르던 손동작을 멈췄다.차 안엔 따뜻한 노란 조명이 켜져 있었다.승현은 아주 미세하게 웃었다.등 뒤로 떨어지는 빛과 대비된 어두운 눈동자는 묘하게 회색빛으로 가라앉아 있었다.그는 생각했다.결과만 좋다면, 그 과정이 어떻든 상관없다고.잠시 후, 승현은 다시 눈빛이 살아난 듯 반짝였다.유하를 품에 더 가깝게 끌어당기더니, 그 붉게 부은 입술에 세게 입을 맞추고, 장난스럽게 살짝 깨물었다.“여보, 코시오 보러 가고 싶었다며. 왜 나한테 말 안 했어?”유하는 멍한 시선으로 그를 돌아봤다.“네가... 어떻게 알아?”‘내가 그 얘기를 청산 선배에게 했을 때, 둘만 있었고 아무도 근처에 없었는데?’승현이 알 방법이 없었다.“나랑 우리 여보는 통하는 게 있잖아.”승현은 웃으며 대답했다.“죽어.”유하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승현은 개의치 않고 미소를 띠었다. 헝클어진 유하의 옷을 정리해 주고, 단추를 하나하나 채우고, 흩어진 검은 머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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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3화

유하는 참을 수 없을 만큼 승현이 미웠다. 바깥에서 승현이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수록 입에서 더 심한 말을 쏟아냈다.승현을 알기 전, 유하는 누구에게도 이런 식으로 독하게 굴어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유하의 마음 깊은 곳에서 번지는 갈라진 분노와 고통이 멈추지 않을 것 같았다.그 감정이 온몸을 집어삼킬 듯 밀려왔다.코시오가 멍하니 유하를 바라보더니, 옅은 초록빛 눈에 서서히 빛이 돌았다.그리고 마치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웃어버렸다.“진짜 놀랍네. 그럼 나를 풀어줘. 이번엔 내가 판단을 잘못했어. 오승현이 살아 있는걸 몰랐거든...”“알았으면 이렇게 안 했지. 네가 나를 풀어주면, 내가 직접 가서 그놈을 죽여줄게. 그러면 되지 않아?”‘그럴 리가 없지.’유하 표정은 얼음처럼 차가웠다.‘이 사람들 제정신이 아니어도, 나는 아직 정신이 남아 있어.’‘지금은 감정이 좀 정리돼서... 그런 미친 선택은 안 해.’이 문제는 이미 두 집단의 원한을 넘어, 국가적 사안이 되어 있었다.지금은 정부가 코시오를 원하고 있었고... 유하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하지만 코시오를 놓아준다면, 승현의 사망 소식을 듣기도 전에 군사 재판에 넘겨져 총살될 게 뻔했다.그때가 되면 유하가 미워하는 사람들은 모두 멀쩡히 생명을 부지할 것이다.그리고 무엇보다, 군부와 국정원까지 지켜보는 상황에서 유하 혼자 힘으로 코시오를 풀어주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국가 차원의 문제 앞에서 개인적 감정은 전부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사실을, 유하는 잘 알았다.유하 시선이 코시오의 몸 위아래를 훑었다.여러 차례 심하게 다뤄진 티가 났다.피 냄새가 진하게 배어 있고, 얼굴엔 긁힌 자국이 선명했지만, 여전히 기묘하게 아름다웠다.담담한 표정까지 더해져 수갑 찬 죄수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유하는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코시오는 유하의 대답을 기다릴 생각이 없는 듯했다.사슬에 묶인 채 손을 뒤로 하고 호송차 벽에 기대더니, 천장에 달린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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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4화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붉게 부어오른 아랫입술을 꽉 물어뜯으면서 피 냄새가 나는데도... 유하는 전혀 느끼지 못한 듯, 더 세게 깨물었다.그 쏟아지는 통증이 정신을 마구 자극했다.‘소유하, 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충격을 받아도 그렇지, 이렇게까지 정신을 놓을 정도는 아니잖아.’‘나는 오승현이나 코시오 같은 부류가 아니고, 그런 식으로 선 넘는 미친놈이 되고 싶지도 않아.’‘그리고... 오승현도 상대하기 힘든 건 맞지만, 배설아 역시 만만치 않지.’‘둘 다 피곤한 인간이지. 무게가 다를 뿐이고... 하지만 그 무게가 이런 식으로 구분되는 건 아니잖아. 피곤한 건 그냥 피곤한 거고.’‘더 이상 깊게 엮이면 안 돼. 아직 완전히 끝난 상태도 아니고, 진정하자. 진정하고...’‘다시 생각해. 분명 다른 방법이 있다. 분명히...’유하는 약점 없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고, ‘막다른 길’이라는 말도 믿지 않았다.어딘가, 반드시, 누구도 다치지 않으면서 승현에게서 벗어날 방법이 있고, 동시에 자신이 지키고 싶은 마음을 배반하지 않을 길이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있어, 분명히 있어!’고개를 숙이자 유하의 시선은 자연스레 양손에 떨어졌다.손가락 끝엔 흰색 타원형 거즈가 감겨 있었다.며칠 전 손톱이 찢어져 임시로 처치한 흔적이었다.방금 전 정신이 극도로 날카로워진 탓에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어 또다시 손톱이 찢어진 듯, 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뒤늦게 찾아온 통증에 정신이 또렷해졌다.유하는 멍하게 손가락을 내려다보았다.‘맞아. 아직 있어. 하나 더... 하나 남았어!’고개가 번개처럼 들렸다.시선이 코시오에게 꽂혔다.‘잊고 있었어. 내가 처음 코시오를 만나려 했을 때 하려던 일... 아직 가능해!’‘이번엔 확실히 오승현에게서 벗어날 수 있어!’‘오승현에게도 약점이 있어!’유하의 시선을 느낀 듯, 코시오는 고개 기울기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천장 조명을 응시하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나한테 볼일 있지.”여전히 확신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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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5화

“내가 어머님께 보낸 그 향수는 전체가 아니라 일부였을 거야. 단독으로 쓰면 몸에 해가 되는 성분도 없고.”“그리고 그날 하연우가 들고 간 ‘선물’은 사실 그 향수가 아니었지. 선물은 하연우 본인이었어.”“하연우 몸에서 비슷한 ‘향기를 부르는 향기’가 나고 있었을 거야. 그것도 단독으로는 문제 없는...”“하지만 어머님은 한동안 내가 드린 그 향수를 쓰고 계셨고, 그 상태에서 하연우에게서 나는 향기가 촉진제가 되어 두 향기가 합쳐졌을 때 비로소 전체가 완성되는 구조였겠지. 그래서 네가 예상한 대로 그날 밤 발작이 온 거고.”오광진이 향수를 모두 회수한 건 아무 의미가 없었다.하연우 자체가 ‘선물’이었다.박영심이 하연우를 보는 그 순간, 선물은 이미 전달된 것이다.그제야 코시오의 시선이 천장에서 내려왔다.초록빛 눈이 낮게 떨어져 유하를 바라봤다.방금까지 흔들림 없던 표정에 미묘하게 웃음이 일었다.그렇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잠시 무언의 대치가 이어지자, 유하가 다시 입을 열었다.“그뿐이 아니야. 내 약혼식 때 나타난 그 검은 장미도 분석했어. 거기 있는 향기 성분은 절대 두 가지가 아니었어.”“그래서 생각했지. 약혼식 날, 네 몸에서도 비슷한 ‘향기를 부르는 향기’가 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그걸로 어머님을 미리 자극했을 거야.”“일정 기간 네 향과 맞닿은 사람에게만 반응하는 방식. 그래야 그렇게 정확하게, 그렇게 일정하게 병을 유발하는 게 가능하지.”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깔끔하게, 예측 가능한 시간에 터질 리 없었다.유하가 이렇게 확신하는 건 이유가 있었다.코시오는 덜렁대는 성격이 아니고, 한 치도 허투루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었다.그렇지 않았다면 해외에서 그렇게 오래 버티지도 않았을 것이다.승현이 ‘죽었다’는 정보가 확실해지기 전까지 단 한 번도 움직이지 않았다.그마저도 여러 번 탐색하고 확인한 끝에야 이 나라로 온 것이다.유하는 생각했다.만약 정보의 착오, 즉 승현의 생사에 대한 오판만 없었더라면, 이번에는 정말로 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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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6화

‘그 뒤로 검사에서도 아무 이상 없었는데.’‘지금의 코시오는 그때처럼 정신이 나간 상태도 아닌데, 갑자기 왜 그런 말을 꺼낸 거지?’‘이런 상황에서도 장난칠 여유가 있는 인간이었나?’‘아니면... 뭔가를 암시하는 건가?’유하가 생각을 이어가던 순간, 코시오의 초록빛 눈이 가늘게 깜빡이며 유하를 향했다.마치 보라고 하는 듯한, 은밀한 신호처럼.유하의 미간은 더 깊게 구겨졌다.잠시 고민했지만, 굳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지 않았다.차문을 잡은 손가락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그리고 담담하게 말했다.“네 향수, 만능 아니야. 너만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코시오의 입술이 부드럽게 말려 올라갔다.“그럼 기대할게, 자기야.”유하가 차문을 세게 닫았다.차에서 내리자 바로 승현이 눈에 들어왔다.칠흑 같은 밤 속에서 검은 옷이 배경에 섞여 보였지만, 존재감만은 도저히 무시할 수 없었다.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여보.”유하가 발을 떼지 않자, 승현이 느긋하게 다가왔다.손을 뻗어 유하의 손목을 잡으려 했지만, 유하는 몸을 비켜 피했다.“나 돌아갈 거야.”길이 막힌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한 후라서인지, 유하의 표정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승현을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고, 말투도 담담했다.승현에게는 분노마저 낭비라고 느껴졌다.의미 없는 감정 소모는 하고 싶지 않았다.“오승현. 어머님 소식 지금 끊겼어. 이런 상황에서 아직도 나 붙잡고 버틸 생각이야? 어머니는 안 찾고?”“먼저 분명히 말해두는데, 코시오가 제시한 그 개소리 선택지, 거기에 날 끌어들이면 절대 가만있지 않을 거야.”“나를 끌어다 D국 헬기에 태우려 하면, 난 무조건 망칠 거야. 다 같이 끝장나겠지.”말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오승현이 진짜 그걸 택해서 날 강제로 실어 보내려 하면, 난 진짜 끝까지 망쳐버릴 거야.’‘희생에도 선이 있는데. 사람 마음을 가지고 놀면 응당 대가를 치러야지.’승현이 피식 웃었다.유하의 어지럽게 흩날린 머리칼을 손끝으로 정리해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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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7화

“오늘 수색은 여기까지 하고 일단 철수. 다들 수고했어. 내일 다시 이어서 하고, 먼저 내려가서 쉬어.”산 위, 코시오가 머물렀던 집.청산은 지하실에서 끄집어낸 각종 서류 더미와 노트북, 장비들을 빠르게 훑어보고는 일단 철수 지시를 내렸다.이번 수색과 검거 작전은 유하가 추정했던 그대로, 단순히 실종자 수색만이 목적이 아니었다.코시오의 입국 경로가 너무도 비정상적이었고, 국정원 조사에 따르면 얼마 전 국정원 시스템을 공격해 온 해외 신호와도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컸다.따라서 국정원과 군이 올라온 목적은 서로 완전히 달랐다.그들은 코시오가 ‘국내에서 무엇을 했는지’, 그리고 ‘무엇을 하기 위해 왔는지’를 밝히는 것이 우선이었다.노트북과 장비가 발견된 뒤, 가장 먼저 연락받은 사람은 당연히 청산이었다.그래서 한밤중에 산에 올라온 것이다.산 아래에도 인원을 배치해 두었지만, 승현이 얽힌 판이라 청산은 여전히 불안했다.서둘러 간단히 확인만 하고 내일 다시 분석하기로 정한 뒤, 빠른 걸음으로 산에서 내려가기 시작했다.그러다 거의 다 내려왔을 무렵 발걸음이 멈췄다.안경 너머로 보이는 실루엣.낮은 곳에, 매우 익숙한 두 사람의 그림자가 마주 서 있었다.한 명은 유하,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승현.두 사람은 가까이 서서 무언가 이야기하고 있었다.승현의 손끝이 유하의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는 모습까지 보였다.그렇게 아주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청산은 오래도록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문득, 스치는 달빛 아래 유하의 입술이 붉게 부어 있고, 말라붙은 핏자국이 보였다.청산의 시선은 천천히 아래로 흘러내렸다.옷, 걸음걸이, 자세.그러다 결국 하얀 붕대가 감긴 손가락에서 피가 다시 스며 나오는 것을 보았다.그 순간, 걸음을 더 내딛으려던 발이 굳어버렸다.청산은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달빛이 닿지 않는 나무 그늘에, 얼굴이 보이지 않게 조용히 서 있었다.유하가 차로 돌아간 후에도, 잠시 더 서 있었다.그리고 아주 천천히, 그림자 속으로 다시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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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8화

어떻게 됐든, 승환은 약속대로 자료를 확보했다.왜 중간중간 표시를 남기고 USB를 숨겼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흔적을 남길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는 건 최소한 생존해 있다는 뜻이었다.유하는 더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차문이 아주 조용히 흔들렸다.유하의 심장이 세게 움찔했다. 생각할 여유도 없이 USB를 재빨리 감춰 넣고, 몸을 뒤로 물렸다.‘누구지? 청산 선배?’...차문이 열렸다.누군가가 들어왔다.발소리는 최대한 억누른 듯했고, 실루엣이 어둠 속에서 천천히 다가왔다.유하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차 내부는 보통의 캠핑카보다 더 넓은데, 지금 이 순간엔 숨을 쉴 공간조차 없는 것처럼 답답했다.그 실루엣이 다가오는 만큼, 유하의 숨도 멎어 갔다.그러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깨어 있었네?”청산의 목소리.유하는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쉬며 몸을 기울여 청산에게 다가가려다가, 입술이 찌릿하게 아파 급히 멈췄다.‘맞다. 오승현 그 미친놈...’“어떻게 깼어? 내가 문 여는 소리가 컸나?”청산은 부드러운 말투로 속삭이듯 말하며 침상 옆에 앉았다.그리고 손을 뻗어 불을 켜려고 스위치를 찾았다.유하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얼른 몸을 조금 가까이 붙이고, 달빛에 얼굴이 밝게 보이는 것을 피하며 옷자락을 붙잡았다.목소리는 거칠고 불안하게 떨렸다.“불... 켜지 마.”청산의 손이 멈췄다.잠시 정적.그리고 부드럽게 내려왔다.“목이 왜 이렇게 쉬었어?”“아까... 비 맞아서. 감기... 걸린 것 같아...”말할수록 심장은 더 불안하게 쿵쿵 뛰었다.죄책감이 목에 걸려 미끄러지지도 않았다.그럼에도 말해야 했다.“저기... 마스크 좀 줄 수 있어? 선배한테 감기 옮기면 안 되니까...”말끝에 기침도 두 번 얹었다.“그랬구나.”청산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신경을 못 썼네. 기다려. 약이 어디 있었지...”청산은 어둠 속에서 조심스럽게 의약품 가방을 찾아냈다.유하가 불 켜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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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9화

봉쇄된 산악지대를 벗어나자, 유하는 여기가 이미 교외였다는 걸 알았다.조금만 더 나가면 아예 다른 시·군 경계였다.오전엔 비가 약간 내렸다.유하는 차창을 살짝 내리고, 마스크를 쓴 채 뒤쪽에 서 있는 청산을 향해 조용히 손을 흔들었다.임무를 인계받을 인원들이 도착하기 전까지는 청산이 며칠 더 산에 남아 정리해야 했다.함께 내려갈 수 없는 게 당연했다.흩날리는 가는 빗줄기. 눅진한 습기.멀리 보이는 곳에서 청산은 하얀 우산을 들고 서 있었다.빗속에서도 늘 그렇듯, 부드러운 표정으로 유하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청산의 모습을 보는 유하의 눈매에 긴장이 풀리고 살짝 부드러워졌다.그러다 청산의 사선 뒤쪽에서 우산도 쓰지 않고 빗속에 그대로 서서 유하를 바라보고 있는 승현을 발견하자, 방금까지 올라갔던 입꼬리가 서서히 내려앉았다.표정에서 온기가 바로 빠져나갔다.창문을 닫은 뒤, 유하는 바로 청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조심해. 빨리 와.]곧바로 답장이 왔다.[응.]이어지는 메시지.[요 며칠 비가 계속 올 거야. 감기 걸렸으면 심해지지 않게 조심해. 최대한 빨리 내려갈게.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말하고.]핸드폰을 쥔 유하의 손가락이 가볍게 떨렸다.감기라 말한 건 단지 거짓말이었는데, 청산은 너무 그대로 믿고 있었다.청산이 자신에게 더 신경 쓸수록 유하 마음 안쪽에서 죄책감이 더 크게 다가왔다.유하는 마스크를 가만히 손끝으로 만지며 한숨 섞인 숨을 내쉬었다.‘기회 봐서 말해야겠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몰라도, 청산 선배한테 거짓말한 건 진짜 너무 불편하다...’가만히 멍하니 앉아 있다가 유하는 다시 핸드폰을 열고 승환과의 메시지창을 위로 스크롤 했다.전부 유하가 보낸 메시지뿐이었다.단 한 번도 답장이 온 적이 없었다.산을 샅샅이 뒤져도 발자국 하나 없었으니, 승환은 이미 그곳을 벗어났을 가능성이 컸다.‘그럼... 승환이는 어디로 간 거지?’USB를 숨기고, 두 사람만 알아볼 수 있는 표시까지 남긴 사람이 결박된 상태였을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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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0화

청산이 분명 시간을 맞춰놓은 듯했다.유하가 돌아올 때쯤일 거라 계산해, 미리 밥을 준비해 상까지 다 차려놓았다.음식이 담긴 그릇에서는 아직 따끈한 김이 모락모락 올랐다.유하의 가슴도 같이 뜨거워졌다. 다시 한번 인사를 하고, 더 사양하지 않고 손을 씻은 뒤 식탁에 앉았다.마스크를 벗으려다가 문득 입술이 떠올라 동작이 살짝 굳었다.얼른 눈을 들어 거실을 둘러봤지만, 사람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차동석은 이미 조용히 나간 모양이었다.그제야 작은 숨을 내쉬고, 마스크를 벗었다.따끔거리는 입술을 피해 조심스레 국을 한 숟갈 떠 입에 댔다.구수한 향이 코끝을 채우고, 뜨거운 국물이 목을 타고 내려갔다.비로 축축해진 공기가 몸을 식혀놓았는데, 국물이 몸 안에서부터 온기를 채워 넣었다.등줄기까지 따뜻해지는 느낌에, 유하는 긴 숨을 내쉬었다.식사를 마치고, 유하는 곧장 샤워했다.구조된 뒤 쉬던 차량은 넓고 설비도 좋았지만, 그래도 집만큼 편하진 않았다.손가락이 욱신거려도 참아가며 넓은 욕실에서 뜨거운 물로 피로를 씻어냈다.땀과 비, 산속에서 밴 냄새를 다 씻어낸 뒤, 뽀송하게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입술엔 치료용 립밤을 바르고 다시 마스크를 썼다.유하는 욕실에서 나오자, 차동석이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유하의 갈라진 손톱과 상처에 다시 약을 바르고, 붕대를 다시 매주었다.모든 걸 깨끗이 정리한 뒤에야 유하는 준서가 낮잠 자는 방으로 향했다....장난감이 가득한 방 안.준서는 두 팔과 두 다리를 시원하게 벌린 채, 얇은 이불 위에서 푹 자고 있었다.옷자락이 말려 올라가 동그란 배가 살짝 드러났다.유하는 절로 웃음이 났다.폭신한 슬리퍼를 끌고 다가가 걷힌 옷자락을 내려 아이의 말랑한 배를 덮었다.그리고 침대 가장자리에서 옆으로 기대 누워, 편안히 잠든 얼굴을 한참 바라보았다.유하의 마음도 서서히 가라앉았다.가볍게, 고요하게.‘얼마만이지. 이렇게 고요한 시간이... 대체 얼마 만이야.’며칠 동안 제대로 잠들지 못했는데, 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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