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 그거 괜찮네.”평소에는 각자 바쁘다 보니 좀처럼 길게 이야기를 나눌 일이 없었는데, 이날은 오랜만에 만난 터라 장진철 교수와 승현은 자연스럽게 말을 주고받았다. 병원 건물 아래에 도착하자 장진철 교수는 곁에 선 젊은이를 힐끗 보며 말했다.“그래서, 포기할 생각은 없는 거지?”“네.”승현은 미소를 지은 채,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할아버지, 유하 없으면 제가 못 살아요.”“말도 안 되는 소리.”장진철 교수는 눈을 흘겼다.“사람은 누구나 혼자서도 잘 살아.”“저는 아마 안 될 것 같아요.”승현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농담처럼 덧붙였다.“유하가 옆에 없으면 밤에 잠이 안 와요. 잠 못 자는 건 정말 큰 일이거든요.”그 말을 하는 사이, 검은색 차 한 대가 앞에 멈춰 섰다.장진철 교수를 태우러 온 차였다.두 사람은 그대로 서 있었다. 장진철 교수는 잠시 승현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미간을 조금 좁혔다.잠시 뒤, 승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할아버지, 혹시 우리 할아버지 부탁받고 저 설득하러 오신 건 아니죠?”“누가 네 사사로운 일까지 신경 쓰냐.”장진철 교수는 손을 내저었다.차에 타기 전, 그래도 한마디는 덧붙였다.“유하는 평소에 부드럽고 말 잘 듣는 아이 같아 보여도, 속은 꽤 고집 센 편이야. 자기가 정한 일은 웬만해선 안 바꿔... 너무 몰아붙이면 안 된다. 네 그 성질, 좀 누그러뜨려.”승현은 웃음을 조금 더 깊게 지었다.“알겠습니다, 할아버지.”차 문이 열렸다.차에 오르기 직전, 장진철 교수는 다시 창문을 내리고 밖에 선 승현을 보며 말했다.“승현아. 너희가 오래 함께했고, 아이까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정말 안 되면, 그때는 놓는 것도 방법이다.”“다 지나간다. 나이 더 먹어 보면 알게 돼. 시간 앞에서는 뭐든 모래 같아. 사람이 붙잡을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어.”승현은 눈빛을 깊게 가라앉힌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그저 지금 이 시간을 붙잡고 있을 뿐이었다....같은 시각, 다른 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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