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현은 아예 노트북과 서류 뭉치를 안방으로 들고 들어왔다. 방 안에서 일을 볼 생각이었고, 움직임도 최대한 소리를 죽였다.안방은 조용했다.침대 위, 이불 아래 둥글게 솟은 자리가 느리게 오르내렸다.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쳤고, 오래 쌓인 긴장까지 한꺼번에 내려놓은 유하는 깊이 잠들어 있었다. 승현은 침대 곁에 앉아 서류를 넘기고,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다가도, 틈틈이 고개를 들어 유하를 바라봤다.고요하고도 평온한 기운이 감돌았다.하지만 그 평온은 오래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침실 문에서 아주 가벼운 소리가 났다.승현은 먼저 침대 쪽을 확인했다. 유하가 여전히 깊이 잠들어서, 소리가 났지만 깨지 않은 걸 확인하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에는 윤해월이 서 있었다.“대표님, 나 비서님 오셨어요. 아이 둘도 같이 데리고 오셨고요.”“그래.”승현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이모님은 여기서 사모님 곁 지켜 주세요. 소리 나지 않게.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불러요.”지금 유하는 앞을 보지 못했다. 그러니 곁에는 늘 누군가가 있어야 했다.“네, 대표님.”...승현은 곧장 서재로 향했다.문을 열고 들어가자, 태건 옆에 열한두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 둘이 서 있었다. 남자아이 하나, 여자아이 하나였다. 승현이 들어오자, 두 아이는 태건의 눈짓을 받고는 곧바로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대표님, 안녕하세요.”“그래.”승현은 책상 뒤에 앉았다. 그러자 유하 앞에서 보이던 부드러운 기색은 사라졌다. 목소리도, 표정도 차갑게 가라앉았다.“여기 왜 왔는지 알고 있나?”남자아이가 먼저 대답했다.“알고 있습니다!”여자아이가 뒤이어 입을 열었다.“삼촌께서 말씀해 주셨어요. 저희는 선택된 후보로서 준서 도련님과 함께 사모님 곁을 지키고 잘 돌봐야 한다고요.”“준서 도련님과 사모님 사이를 좀 더 부드럽게 만들고, 사모님이 마음 편하게 지내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오씨 가문 산하에는 여러 보육원이 있었다. 여러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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