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윤아, 승현 삼촌은 아무리 그래도 어른이야. 겉으로는 너 같은 애랑 똑같이 맞붙진 않겠지. 그렇다고 해서 준서를 말릴 사람도 아니야. 믿든 말든, 사흘도 안 걸려. 아니, 당장 내일이면 준서는 여기로 돌아올 거야.”“그리고 준서가 너한테 별 영향을 못 주게 되면, 그다음에는 승현 삼촌이 직접 나설 가능성이 커. 소유하 문제에서는 그 인간한테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게 남아 있다고 보진 않는다. 게다가 그때쯤이면, 그 인간도 널 더는 애 취급 안 할 거고.”설아가 그렇게 말하며 재윤의 어깨를 잡은 손에 조금 더 힘을 줬다. 손아귀 아래로 옷감이 깊게 구겨졌다. 재윤의 몸도 밀리듯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등이 살짝 뒤로 젖혔다. 발끝은 계단 끝자락에 걸쳐 있었다. 금방이라도 중심을 잃을 듯 위태로웠다.그리고 그때, 재윤의 귀에 설아의 목소리가 닿았다.드물게도 조용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였다.“그러니까, 아들, 이제 와서 네가 마음 바꿔서 나를 저버리고 싶다고 해도... 너 혼자서 뭘 할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유하의 제자라는 이름 하나로, 오씨 가문 그 부자 눈앞에서 며칠이나 버틸 수 있을 것 같아?”“너... 겨우 내가 마음에 들어 하는 모습으로 바뀌었잖아. 예전처럼 네 아빠를 빼닮은 멍청한 꼴도 아니고.”“그래, 네 아빠도 그랬지. 바람피우고 날 배신해 놓고도, 내가 절대 모를 거라고 믿던 그 멍청한 얼굴... 생각만 해도 역겨워.”“너도 기억하잖아. 그때 너 거기 있었어. 내가 그 사람 얼굴을 전부 망가뜨렸잖아. 그러면 더는 안 보이니까...”설아는 낮게 숨을 내쉬었다. 슬픔이 섞인 듯, 아주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였다. 거의 속삭이듯, 혼잣말처럼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아들. 엄마 실망하게 하지 마. 자, 엄마한테 말해 봐. 나랑 약속한 거, 잊지 않았다고.”재윤은 간신히 계단 끝에 발을 딛고 선 채, 고개를 옆으로 돌려 눈가가 붉어진 설아를 바라봤다. 창백한 얼굴에는 조금의 긴장도 없었고, 눈빛조차 잠잠했다.재윤은 이런 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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