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대체로 예민하다.아이들은 생각이 단순해서 세상의 많은 이치를 알지 못하고, 어른들의 복잡하고 얽힌 마음과 관계도 이해하지 못한다. 아이들이 가진 지식과 세상을 바라보는 이해 역시 아직은 좁고 얕다. 그러나 바로 그 단순함과 한계 때문에, 온갖 빛깔과 검고 희고 잿빛인 물감에 물들지 않은 아이들의 물줄기는 여전히 맑다. 모든 것을 그대로 비춰 낼 만큼 맑다.그렇기에 아이들은 아직 이 세상을 향한 가장 예리한 감각을 간직하고 있다. 어른들이 듣지 못하는 도시의 새소리를 들을 수 있고, 어른들이 보지 못하는 길가의 들꽃을 볼 수 있다.지금 이 순간처럼, 바로 이때처럼.희은은 욕실 문 앞에 굳어 선 채, 안쪽에서 약그릇을 천천히 내려놓는 유하와 멀찍이 마주했다.실은 마주 보았다고 할 수는 없었다.‘보이지 않는데... 보이지도 않는데, 왜 약을 버리는 걸까?’‘왜 약을 마시지 않는 걸까?’이런 장면을 들켰는데도 어둑한 욕실 안, 유하의 담담하고 빛이 사라진 두 눈은 조금의 동요도 없이 희은을 향해 있었다.두 사람은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표님께 말씀드려야 해...’희은의 머릿속에 본능처럼 그런 생각이 스쳤다. 바로 그때, 바깥에서 들려오는 외침과 발소리에 희은은 흠칫 놀랐다.윤해월이 계단을 올라오고 있으며, 위층으로 올라오며 무슨 일이냐고 큰소리로 물었다.희은은 고개를 돌렸다. 무심코 입을 열어 대답하려던 희은은 곁눈으로 욕실 안의 유하를 보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무 감정이 없어 보이던 유하의 얼굴에 거센 파문 같은 감정이 번졌다가, 아주 짧은 틈 사이에 가라앉았다. 그 짧은 감정의 노출은 마치 착각처럼 느껴질 정도였다.희은의 살짝 벌어진 입이 그대로 멈췄다.잠시 기다렸지만, 유하에게서는 어떤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유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윤해월에게 들키는 일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사람 같았다. 윤해월이 알게 되면, 승현도 반드시 알게 될 텐데...‘사모님... 겁먹으신 건가?’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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