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연과 눈이 마주친 순간, 하유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강아연은 단번에 알아챘다.역시나 회의가 끝나자마자 하유리가 강아연에게 다가왔다.“아연아, 이번 기회는 너한테 정말 중요한 거야.”하유리는 의미심장한 말투로 말했다.“걱정 마, 너한테 자리는 꼭...”“괜찮아요.”강아연이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거절하자 하유리는 순간 멈칫했다.강아연이 바로 거절할 줄은 몰랐던지 하유리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아직 강아연이 완전히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는데 자기가 조금 서두른 건 아닌지 싶기도 했다.“전 제 실력 하나만으로 하 대표님께 선택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강아연은 잔잔하게 웃었다.“그러니 공정하게 심사해 주세요. 그래야 제 동료들도 대표님을 더 믿을 수 있잖아요.”하유리는 멍하니 강아연의 웃는 얼굴을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피식 웃고 말았다.“알겠어, 그럼 아주 냉정하게 평가할게.”그날부터 다음날까지 강아연은 온 마음과 정력을 꽃꽂이 작품 제작에 쏟아부었다.창작에 집중하는 그 시간 동안, 강아연은 5년 전 꽃꽂이를 사랑하던 순수했던 자신으로 돌아간 듯했다.그러니 자연스럽게 이 작품에 그 시절의 열정과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겼다.그리고 마침내 완성된 작품을 내놓은 순간, 작업실은 동료들의 탄성으로 가득 찼다.동방 선의 전시 콘셉트에 맞춘 강아연의 작품 주제는 녹비홍수였다.그 작품은 만개한 해당화 한 송이를 중심으로 시선을 끌고 연분홍 꽃잎이 층층이 쌓여 아침 햇살 속 흔들리는 구름처럼 부드럽게 퍼져 있었다.그 주위엔 연초록 버들가지를 배치해 마치 고려 시대 도자기 꽃병 형태를 연출했고 전통 도자기 꽃병의 틀을 깬 독창적인 구성이었다.게다가 가는 버들잎이 바람에 흔들려 자연스러움을 한층 더 보탰다.작품의 바닥은 비정형의 원목 베이스를 사용했고 그 위에 얇은 이끼를 덮어 바닥 깔개를 자연스럽게 숨겨 전체적인 디자인에 군더더기 없는 완결성을 부여했다.“헐, 아연 언니의 작품 정도면 거의 대회 우승작 아닌가요?”“진짜 대박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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