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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나를 버린 그들에게: Chapter 101 - Chapter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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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화

“뭐라고요?”안색이 순식간에 변한 하유리는 바로 추궁에 나섰다.“심소연 씨, 우리 처음에 약속한 건 이렇지 않잖아요?”그들의 작업실에서 전시회 현장의 꽃장식을 제공하면 심소연 쪽에서 그들에게 꽃꽂이 작품 진열 자리 하나를 남겨주기로 했다. 서로 협력해서 윈윈하는 방향으로 협의를 마쳤는데 심소연이 강아연의 작품을 이용해 관심을 끌어모은 후에 가차 없이 버리려 했다.토사구팽이란 말이 바로 이런 경우를 뜻하는 거 아니겠는가?“하 대표님, 뭘 그리 흥분하고 그래요.”온화한 심소연의 말투는 조급해하는 하유리의 모습과 현명한 대조를 이루었다.“저희도 후속 전시에 대해 전반적인 평가를 거친 후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믿기지 않으시면 성 대표님께 물어보셔도 되고요.”그 말을 들은 하유리는 치밀어 오르던 분노를 억지로 삼켰다. 감히 성규연에게 화를 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성규연은 강아연의 남편이 아니던가?‘남편이니까 이렇게까지 못되게 굴지는 않겠지?’강아연더러 뭐라도 말해 보라는 신호를 보내며 몰래 강아연의 치맛자락을 잡아당겼다.강아연이 엄청난 정성을 쏟고 이틀 연속 밤을 새우며 만든 작품을 철수하려는데 설마 성규연이 냉혹하게 모른 척할까?강아연도 하유리의 제스처에 담긴 뜻을 알았다. 한숨을 들이쉬며 고개를 들어 성규연을 바라보며 물었다.“성 대표님, 제 작품에 부족한 점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왜 꼭 철수해야 하는 건가요?”“작품에 부족한 점은 없어.”성규연이 강아연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얇은 입술을 열었다.“그냥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할 뿐이야.”냉담한 말투에는 그 어떤 감정의 기복도 없었다.강아연은 저도 모르게 치맛자락을 꽉 움켜쥐었다.‘적합하지 않다고...’단 한 마디로 강아연의 모든 노력을 완전히 부정해 버렸다.심지어 강아연은 성규연이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 게 어쩌면 단지 그녀의 작품만을 두고 한 말이 아니라, 그녀라는 사람 자체가 성규연에게 본질적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뜻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다른 사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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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화가 잔뜩 난 하유리의 모습에 강아연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넌 뭐가 그렇게 웃겨? 화도 안 나?”남편이 애인을 감싸려고 아내를 희생양으로 삼는데 다른 사람 같았으면 진작 화가 나서 식탁을 뒤엎었을 것이다.그런데 강아연은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하유리는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다.“나도 화나요.”강아연의 얼굴에 어쩔 수 없다는 듯한 미소가 스쳤다.“하지만 아무리 화를 낸다고 한들 뭐가 달라지는데요?”성규연의 멱살을 잡고 어떻게 이런 결정을 할 수 있냐고 따질까? 아니면 심소연의 머리채를 잡고 제발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고 경고할까?강아연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그들 사이의 신분 차이가 눈앞에 그대로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성규연은 미래 그룹의 대표이사이며 성씨 가문의 후계자이다.심소연은 성규연의 사랑과 성규연의 어머니, 서영란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으며 동시에 미래 그룹의 중요한 협력 파트너이기도 했다.하지만 강아연은 김연화가 불쌍해 챙겨주는 것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게다가 고려해야 할 게 너무 많았으며 약점 또한 적지 않게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절대 그들과 맞설 수 없었다.그래서 심소연과 성규연이 공개적으로 그녀를 곤란하게 해도 강아연은 그저 미소로 응답하며 담담하게 결과를 받아들여야만 했다.미소 짓는 강아연의 모습에 하유리는 마음이 아팠다. 강아연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너무 잘 알았다. 그리고 강아연이 얼마나 힘든지도 알고 있었다.팔을 벌려 강아연을 안으며 위로했다.“아연아, 괜찮아. 작품 철수한 게 뭐가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우리가 더 많은 명예를 얻어 높은 자리에 오르면 저 사람들이 반드시 오늘의 결정을 뼈저리게 후회하게 될 거야, 내가 꼭 그렇게 만들 거야!”“네...”강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반드시 그렇게 만들 거예요.”엄마 수술이 끝나면 국제 꽃꽂이 예술 대회에 참가하기로 결심했다. 온전히 일에 몰두하며 자신이 걸어온 길을 다시 걷기로 했다. 자기 스스로를 증명해 보고 싶었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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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말소리가 어찌나 큰지 화장실 안에서 메아리가 들릴 정도였다.자신의 말투가 조금 성급한 것을 깨달은 서지원은 어색한 듯 멈칫했다.“어... 그러니까 제 말은...”“그럼 제가 빨아서 돌려드릴게요.”강아연은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서지원은 그녀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그와 더 이야기할 생각이 없었던 강아연은 손수건을 가방에 넣고 인사했다.“그럼 먼저 가볼게요.”말을 마친 뒤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서지원은 그녀의 뒷모습이 멀어질 때까지 한참이나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강아연의 손에 들린, 서지원이 눌러 변형시킨 가방을 바라보자 눈빛에 의미심장한 빛이 스쳤다....강아연이 집에 돌아왔을 때 성준서가 거실에서 레고를 맞추고 있었다. 녀석은 강아연을 보자 깡충깡충 뛰며 달려왔다.“엄마!”강아연이 신발을 갈아 신으며 녀석에게 대답했다.“참, 엄마. 오늘 학교에서 내가 아주 잘했더니 선생님이 상으로 칭찬 스티커를 줬어요!”성준서가 종이로 만든 꽃 모양의 스티커를 강아연 앞에 내밀었다.“대단하네.”강아연이 칭찬했다.“엄마한테 줄게요!”성준서가 칭찬 스티커를 강아연 손에 건네며 물었다.“엄마, 마음에 들어요?”이 모습을 본 강아연은 성준서가 심소연에게 아흔아홉 마리의 종이학을 선물한 것이 떠올라 큰 표정 변화 없이 입꼬리만 살짝 끌어올렸다.“응, 마음에 들어.”“그럼 엄마, 간식 좀 만들어 줄 수 있어요?”성준서가 눈을 깜빡거리며 물었다.“엄마가 나한테 간식 만들어 준 지 오래됐잖아요, 먹고 싶어요.”아빠는 이 세상에 공짜가 없다고, 그 누구도 이유 없이 남을 위해 봉사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오늘은 자기가 엄마한테 선물을 줬으니 엄마도 자기 요구를 들어줄 거라고 생각했다.강아연은 사실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성준서가 길가의 불쌍한 강아지 같은 표정으로 애원하자 결국 녀석의 부탁을 받아들였다.“그래.”어차피 이것도 그녀가 성준서에게 마지막으로 간식을 만들어 주는 일이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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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고개를 들어 강아연을 바라본 장미진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잠시 망설였다.“사모님, 도련님이...”강아연은 힘든 몸을 이끌고 간신히 만든 쿠키가 성준서에 의해 뒤엎어진 것을 아무 말 없이 바라보았다. 입술을 깨물다가 한참 후에야 장미진에게 바닥을 깨끗이 치우라고 지시했다. 그러고는 남은 비스킷과 사탕을 계속 포장했다.장미진은 강아연이 참는 모습을 보자 마음이 씁쓸했다. 그래서 눈치껏 강아연의 옆에서 거들었다.밤 11시가 다 되어서야 모든 게 겨우 마무리되었다. 강아연은 만든 간식을 전부 상자에 담아 정리했다.“사모님...”잠시 망설이던 장미진은 성준서를 변호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하지만 강아연이 장미진의 말을 끊었다.“시간도 늦었는데 얼른 쉬세요.”입을 열었던 장미진은 결국 하려던 말을 삼키고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바로 그때 강아연의 핸드폰이 울렸다.핸드폰을 열자 심소연이 보낸 영상 하나가 도착했다.영상 속에는 서영란, 성규연, 그리고 성준서가 있었다.신난 얼굴로 피자와 감자튀김을 먹고 있는 성준서는 손에 큰 하겐다즈 아이스크림도 들고 있었다.“맛있어?”심소연이 웃으며 물었다.“맛있어요! 이모랑 할머니가 특별히 나 데리고 야식 먹으러 나와줘서 너무 좋아요!”성준서는 초승달 같은 눈웃음을 지었다.“그럼 이것들 준서가 좀 포장해서 가져갈래?”심소연이 다시 물었다.“아니요!”성준서는 바로 거절했다.“내가 이런 거 먹는 걸 알면 엄마는 분명 화낼 거예요. 그냥 나 혼자 몰래 다 먹을 거예요! 엄마한테 절대 말하지 않을 거예요!”“머리 하나는 정말 잘 돌아가네!”서영란이 성준서의 코를 살짝 긁으며 성규연을 향해 한마디 농담을 던졌다.“너를 똑 닮았구나.”성규연은 말없이 입꼬리만 살짝 올렸다.마침 그때 직원이 다가와 그들이 연간 행사를 하고 있으니 가족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다.“그럼 같이 한 장 찍자!”서영란은 성규연 옆에 앉은 뒤 심소연과 성준서 보고도 가까이 앉으라고 했다.“다들 여기 보세요!”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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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강아연도 결혼한 유부녀인 이상 이 사진이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당연히 알고 있었다.심소연이 이런 SNS를 올릴 수 있었다는 것은 성규연의 허락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보아하니 그들은 확실히 뜨거운 밤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댓글 창도 아주 활기가 넘쳤다. 다들 심소연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구일지 추측하고 있었다.심소연은 일괄로 답장했다.[여러분 너무 추측하지 마세요. 좋은 소식이 있으면 가장 먼저 여러분께 알려드릴게요!]누군가 농담 삼아 같이 있는 남자가 그쪽으로 실력이 좋은지 물었다.그러자 심소연이 부끄러운 듯한 이모티콘과 함께 대댓글을 달았다.[네, 아주 대단해요!]강아연은 휴대폰 화면을 꺼버렸다.고개를 들어 멍한 눈빛으로 심소연의 사진과 똑같은 창밖의 둥근 달을 바라봤다.심호흡을 하여 감정을 가라앉힌 뒤 이상한 생각들을 떨쳐버리며 불을 끄고 잠들었다.복잡한 마음에 잠들지 못할 줄 알았지만 몸이 꽤 피곤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깊이 잠들었다.꽤 좋은 꿈도 꾸었다.꿈속에서 엄마의 수술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엄마와 함께 이곳을 떠나, 성규연도 성준서도 다른 사람의 방해도 없는 조용한 곳에서 자기만의 삶을 살고 있었다.그런데 엄마와 같이 매우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 때 하늘에 갑자기 금이 가더니 이어서 번개와 천둥이 치고 폭풍우가 몰아쳤다.엄마도 그녀와 맞잡았던 손을 놓아버렸다.“엄마!”입을 벌려 크게 소리치려 했지만 아무 소리도 나지 않자 당황한 나머지 어찌할 바를 몰랐다.엄마를 쫓아가고 싶었지만 자신의 몸이 마치 가위에 눌린 듯 움직일 수 없었다.강아연은 무기력한 느낌에서 벗어나고자 흐릿한 의식 속에서 눈을 떴다. 자신의 몸 위에 커다란 몸집이 드리워져 있음을 깨달았다.‘설마... 내 방에 사람이 침입한 거야?’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은 강아연은 당황한 듯 몸부림치며 사람을 부르려 했다.“누구... 윽!”말을 다 하기도 전에 몸 위에 있는 사람이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아버렸다.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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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거친 성규연의 동작에 강아연의 눈빛이 잠시 초점을 잃었다.성규연이 고개를 숙여 강아연의 귓불을 깨물며 낮고 무거운 목소리로 주문을 외우듯 말했다.“강아연, 잘 기억해. 이건 네가 나에게 빚진 거야! 내가 너를 버리지 않는 한, 너는 거절할 자격이 없어.”말을 마친 뒤 마지막 남아 있던 속옷을 벗겨버렸다.조금 전까지 멍하니 있던 강아연은 순간 정신이 확 들었다. 갑자기 독기를 내뿜으며 성규연의 목을 확 깨물었다.“으...”성규연이 아파서 손을 놓자 강아연이 손을 뻗어 탁자 위의 램프를 밀어뜨렸다.와장창 소리와 함께 램프 뚜껑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눈에 욕망이 일렁이던 성규연도 정신을 차렸다. 저항하는 강아연의 모습과 혐오가 가득한 그녀의 표정을 보자 순간 분노가 치밀어 강아연의 목을 움켜쥐며 낮은 소리로 으르렁거렸다.“강아연, 이게 지금 무슨 짓이야! 미쳤어?”“나, 규연 씨에게 빚진 거 없어요!”강아연은 쉰 듯한 목소리로 울먹이며 소리쳤다.성규연에게 감정적으로 소리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톤이 어찌나 높은지 방 안에 메아리가 들릴 정도였다.어차피 곧 이혼할 것이라 최대한 그때까지는 참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성규연이 자신을 한 번도 아내로 대하지 않은 것도 참을 수 있었고 성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바라보는 경멸의 시선도 혼자 감내할 수 있었으며 성규연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다른 여자에게 다정하고 자신에게는 무관심한 것도 모른 척할 수 있었다. 심지어 성규연이 심소연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자신을 망신 주는 것까지도 참을 수 있었다.어차피 헤어질 것이라면 굳이 얼굴을 붉혀가며 싸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성규연과의 결혼에 사랑은 없지만 품위 있게 헤어지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결말이라고 여겼다.하지만 성규연은 정말 갈수록 심해졌다. 이 남자는 강아연의 자존심을 끊임없이 짓밟았다.강아연 또한 감정이 없는 물건이 아닌 이상 모든 것을 담담하게 넘길 수 없었다. 그동안 강아연이 반복해서 보여준 평온함 속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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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나가!”성규연이 문밖을 향해 싸늘한 목소리로 외쳤다.집사는 그제야 급히 문을 열려던 동작을 멈추고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문틈 사이로 시선이 침대 쪽을 스쳤다.넓은 침대 위에서 성규연이 강아연을 몸 아래에 누르고 있었다. 집사는 강아연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성규연의 넥타이가 풀어져 있고 옷깃이 흐트러져 있는 것은 볼 수 있었다. 마치 활시위에 화살이 걸린 것 같은 상태였다.그 모습에 놀라 급히 뒤로 물러났다.이제 보니 도련님과 사모님이 부부 관계를 하고 계신 모양이었다.다만 소리가 너무 큰 게 아닌가 싶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두 사람이 싸우는 줄 알았을 것이다. 집을 거의 부술 듯했으니...여기까지 생각한 집사는 걸음이 더 빨라졌다.방 문이 닫힌 후에도 강아연의 몸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자신의 몸 위에 있는 성규연을 바라보자 마음이 복잡하게 뒤엉켰다.방금 홧김에 상대방을 건드리는 말들을 한바탕 쏟아부었지만 지금은 서서히 진정되기 시작했다.자신이 너무 충동적이었고 감정 컨트롤을 제대로 하지 못했음을 강아연도 스스로 느꼈다.분노하던 마음이 가라앉자 얼음 속에 온몸이 담겨 있는 것처럼 등골이 오싹했다.만약 성규연의 심기를 건드렸다면 이 남자가 또다시 복수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앞섰다. 어차피 지난번에도 그랬으니까...강아연은 숨을 죽인 채 조용히 성규연을 바라봤다. 너무 긴장한 탓에 심장이 목구멍에서 튀어나올 것 같았다.성규연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음산한 눈빛으로 강아연을 빤히 응시했다. 온몸으로 압도적이고 위험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마치 당장이라도 입을 벌려 강아연의 목을 물어뜯을 맹수 같았다.무의식적으로 몸이 움츠러든 강아연은 매끄러운 피부가 서늘한 공기에 노출되어 소름이 돋았다.성규연은 다행히 시선을 돌렸다. 강아연을 보지 않은 채 말없이 몸을 일으킨 뒤 이불을 집어 그녀에게 던져줬다. 침대에서 내려와 문을 열고 나간 후 쾅 하고 문을 닫았다.강아연의 조마조마하던 마음은 문 닫히는 소리에 완전히 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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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강아연은 마지막 한 입까지 다 먹고 난 후 차를 몰고 작업실로 가서 일을 시작했다.비록 강아연의 작품이 후속 전시회에서 철수되기는 했지만 단 하루 만에 적지 않은 주목을 받았다.그래서 아주 대박이 터졌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전시회 이후로 미화수 꽃꽂이 예술 작업실이 사람들에게 이름이 알려지면서 큰 규모의 의뢰도 여러 개 받았으며 특히 강아연에게 맞춤형 꽃꽂이를 의뢰하는 사람들이 작업실 주변을 빙 둘러쌀 정도로 많아졌다.“아연아, 너 이제 연예인이 다 됐어!”하유리는 너무 좋아 입을 다물지 못했다.“성규연의 적합하지 않다는 둥 뭐라는 둥 하는 말은 듣지 마, 다 개소리니까! 나는 네가 분명 잘할 거라고 믿어!”강아연이 웃었다.“참,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너 혼자 감당하기 힘들 테니까 너는 협업하고 싶은 사람들만 골라. 하고 싶지 않은 건들은 내가 대신 거절해 줄게.”하유리가 세심한 어조로 강아연을 배려했다.강아연이 대회에 참가하기로 했기에 하유리는 그녀가 더 중요한 곳에 에너지를 쏟길 바랐다.“고마워요.”협업 제안서들을 훑어보던 강아연은 마지막에 자신의 스타일에 비교적 잘 맞는 하나를 골랐다.“이걸로 할게요, 오늘은 이 고객을 만나러 가볼게요.”“이거 괜찮은 것 같은데?”하유리가 한 번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게다가 대형 꽃꽂이 디자인도 아니어서 그렇게 힘들지도 않고 견적도 제일 높아.”강아연은 사실 견적을 잘 확인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이 고객이 제시한 가격이 정상가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보아하니 상대방은 완전히 문외한 같았다. 이 정도의 가격을 제시했다는 건 돈은 많지만 생각이 없는 호구나 다름없었다.도대체 어떤 호구일지 오히려 좀 궁금해졌다.그러나 약속 장소에 도착해 마주 앉은 사람을 본 순간 강아연은 자리를 박차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왜 그래요? 방금 앉았는데 벌써 가려고요?”서지원의 말투에 불쾌한 기색이 다분했다.“나랑 마주 앉기 싫어서 그래요?”‘그래도 손수건 하나 빌려준 적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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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이 가방을 본 순간 강아연은 ‘뜨거운 감자’가 손에 쥐어진 듯했다.“지원 씨, 제 가방은 그렇게 비싸지 않아요. 굳이 배상해 주실 필요 없어요.”가방을 상자에 다시 넣은 뒤 서지원 앞으로 밀었다.강씨 가문은 예전부터 부유한 편이었지만 사치를 즐기지 않았기에 강아연은 의식주에 있어서 비싼 명품보다 항상 실용적이고 편안한 것을 중시했다. 이런 명품 가방은 절대 사용하지 않았다.그런데 서지원이 갑자기 이런 명품을 내밀자 다소 당황스러웠다.“비싸고 안 비싸고는 내가 정하는 거예요.”서지원이 거절 따위 절대 허용하지 않을 듯한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아연 씨는 그냥 받기만 하면 돼요.”“지원 씨의 호의는 감사하지만 정말 받을 수 없어요.”강아연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거절했다.전갈주 사건으로 서지원이란 사람을 겪어봤기에 왠지 모르게 경계심이 들었다.경계하는 강아연의 마음을 바로 알아챈 서지원은 전에 충동적으로 했던 어리석은 짓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정말 관자놀이가 지끈거릴 정도였다.손을 들어 이마를 문지르더니 아주 부자연스러운 어조로 말했다.“저번 일은 사과할게요. 나 때문에 아연 씨와 아연 씨 동료에게 영향을 끼쳤네요...”강아연은 서지원이 먼저 사과할 거라고 전혀 예상치 못했다.하지만 이렇게 진심을 보인 것도 그저 잠시뿐, 곧이어 강요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이 가방, 안 받으면 여기서 바로 가위로 잘라버릴 거예요. 어차피 나도 쓸데없고 집에 놔둬봤자 소용없으니까.”강아연은 엉뚱한 서지원의 말에 당혹스러워 눈썹을 찌푸렸다.하지만 진짜로 가위를 꺼내는 모습을 보자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이 사람 설마 진짜로 자르려는 거야?’“받을 거예요, 안 받을 거예요?”서지원이 물었지만 강아연은 입술을 깨물며 대답하지 않았다.“안 받을 거죠?”서지원이 강시원을 응시했다.“그래요, 그럼.”손의 가위는 어느새 가방 손잡이에 닿았다.“잠깐만요!”어릴 적부터 검소함을 배운 강아연은 결국 그의 행동을 막을 수밖에 없었다.저도 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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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강아연의 얼굴은 평소와 다름없었다.“그게 말이 돼?”하유리는 당연히 믿지 않았다.“아무 사이도 아닌데 한 번에 이렇게 큰 의뢰를 한다고? 아무리 호구라고 해도 돈을 이렇게 막 쓴다고?”강아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실 그녀도 서지원이 무슨 속셈인지 알 수 없었다.이렇게 큰 의뢰를 하고 게다가 그렇게 비싼 가방까지 선물하다니, 모든 행동이 심상치 않았다.하지만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성규연과 이혼하고 나면 그들과 다시 엮일 일도 없을 테니까.“아연아?”강아연이 멍하니 있는 것을 보고 하유리가 불렀다.“네?”강아연은 정신을 번쩍 차렸다.“왜요?”시간이 오후 4시 반인 것을 확인한 하유리는 바로 관심하는 어조로 강아연에게 말했다.“요즘 네가 꽤 피곤해 보여서,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쉬는 게 좋을 것 같아.”“하지만...”강아연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하유리가 그녀를 밖으로 밀어내며 말했다.“나머지는 내가 처리할 테니까 너는 얼른 가. 참, 이모한테도 안부 전해줘, 나도 시간 나면 바로 문병 갈게.”하유리의 호의를 잘 알고 있는 강아연은 진심 어린 미소를 띠며 말했다.“고마워요.”오늘 일이 일찍 끝난 덕에 강아연은 엄마를 만나러 갈 시간이 생겼다.2주 연속 약물 치료를 받은 주정애는 전보다 훨씬 건강해 보였다. 내일 수술도 더 잘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내일 수술, 8시간이니까 밖에서 계속 기다리지 않아도 돼.”주정애가 강아연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당부했다.“네 할 일이나 하렴.”“엄마, 그건 안 되지.”강아연이 바로 거절하며 주정애의 팔을 꼭 껴안았다.“엄마가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부터 무사히 나올 때까지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기다릴 거야.”강아연은 엄마를 잃을까 봐 정말 두려웠다. 너무너무 무서웠지만 괜히 엄마한테 걱정을 안기고 싶지 않아서 그 어떤 내색도 할 수 없었다.하지만 주정애도 딸이 뭘 걱정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강아연의 어깨를 가볍게 어루만지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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