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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나를 버린 그들에게: Chapter 211 - Chapter 220

260 Chapters

제211화

강아연은 그의 앞으로 끌려와 눈을 들었다.보석상에서 심소연과 다퉜다는 얘기를 벌써 들은 모양이라 생각하며 강아연은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을 오므렸다.“피곤해?”그런데 성규연이 뜻밖에도 부드럽게 물었다.강아연은 갑작스러운 관심이 낯설어 잠시 멈칫했다.“준서는 집사랑 의사가 돌보고 있어. 네가 그렇게까지 신경 쓰지 않아도 돼.”성규연은 손안에 잡힌 손목을 가볍게 만지작거렸다.손가락 끝의 얇은 굳은살이 손목을 스치자 간지러웠다.강아연은 반사적으로 손을 빼고 담담히 대꾸했다.“준서는 제 아들이에요. 아프면 곁에서 돌봐 주는 게 당연하죠.”“그럼 나는?”성규연이 불쑥 물었다.“난 네 남편 아니야? 난 안 챙겨?”목소리에는 은근한 질투가 묻어 있었다.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일을 일찍 끝냈다. 강아연이 이 집으로 돌아왔으니 빨리 와서 보고 싶었다.살면서 처음으로 이 집이 자기 집처럼 느껴졌다.그런데 방 앞에 도착하니 강아연은 성준서를 끌어안고 다정하게 달래며 죽까지 먹여 주고 있었다.정작 자신에게는 요즘 내내 무덤덤했다. 몸이 닿는 것조차 피할 정도였다.성규연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친아들을 질투하고 있었다.그 속마음을 모르는 강아연은 부드럽게 말했다.“왜 안 챙겨요? 주방에 저녁 차려 달라고 해 놨잖아요. 가서 드세요.”“너는?”성규연이 물었다.“저는 먹었어요.”강아연은 죽 한 그릇을 먹어 아직 배고프지 않았다.“먼저 드세요...”“같이 먹어.”성규연이 거절할 수 없는 말투로 강하게 말했다.뭔가 달라진 것 같으면서도 꼭 집어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거역할 수도 없었다. 강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성규연은 입꼬리를 올리고 다시 강아연의 손을 잡아 식당으로 향했다.이연미는 반찬 네 가지와 국 하나를 준비해 두었다. 모두 먹음직스러웠다. 강아연이 오자 바로 공손히 인사했다.전설처럼 소문만 듣던 성씨 가문 사모님을 처음 보는 날이었다.‘미진 언니의 말대로 선녀처럼 아름다운 분이시네!’이연미가 넋을 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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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그날 밤, 성규연은 바라던 화이트와인 홍합찜을 먹었다. 오래도록 그리워하던 바로 그 맛이었다. 기분이 좋아져 이연미에게 일찍 퇴근하라고 했다.이연미는 강아연에게 고마운 눈빛을 보냈다. 역시 사모님이 돌아오시니 모든 게 달라졌다.강아연은 옅게 웃어 주었다.하지만 이연미가 떠난 뒤 성규연을 바라볼 때는 미소가 차츰 사라졌다.“다 먹었으니 먼저 씻을게요.”성규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강아연이 일어나자 함께 일어서더니 긴 팔을 뻗어 식탁 곁에 가두듯 둘러쌌다.“규연 씨...”강아연의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 두 사람의 몸이 너무 가까웠다. 이런 거리가 낯설었다. 얇은 옷감 너머로 남자의 뜨거운 체온까지 느껴지자, 강아연의 눈에 경계심이 떠올랐다.성규연은 손수건을 꺼내 입가에 묻은 국물을 닦아 주었다. 그러고는 얼굴을 가까이하고 감정을 알 수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성씨 가문 사모님은 얼굴이 두 개였네. 남들 앞에선 다정하고 살뜰한데 둘만 있으면 냉정하기 짝이 없어.”강아연은 얼굴을 돌리고 사무적으로 대답했다.“이연미 씨나 장미진 씨도 출퇴근 시간이 있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예요.”성규연의 얼굴이 굳었다.강아연에게 아내 노릇은 그저 일이었다.그동안 보여 준 다정함과 배려는 남편이 아니라 자신을 고용한 사람을 향한 것이었다.처음부터 예상했던 일이었다. 신경 쓰이지 않을 줄 알았는데, 차가운 얼굴을 직접 보니 속이 뒤집혔다.“좋아.”성규연이 비웃으며 손을 놓았다.“장미진 씨랑 똑같이 일하고 싶다 이거지? 그럼 내 옷도 전부 빨아. 아직 퇴근 시간 아니야!”손수건까지 식탁에 던졌다.“이것도 빨아!”그러고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2층 서재로 올라갔다. 계단을 쿵쿵 밟는 소리만 들어도 화가 난 걸 알 수 있었다.“사모님...”장미진이 옆에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께 왜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화나시면 사모님도 힘드시잖아요.”강아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표정은 담담했다.성규연이 화를 내지 않아도 딱히 편한 삶은 아니었다.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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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강아연은 화들짝 놀라 무의식중에 아랫배를 감싸고 한 걸음 물러났다.“왜 도망가?”성규연은 일어나 앞으로 다가왔다. 큰 체구가 주는 압박감이 순식간에 밀려왔다. 긴 팔로 허리를 감싸 단숨에 제 앞으로 끌어당겼다.뜨거운 남자의 체온이 강아연을 감쌌다.강아연은 두 손으로 가슴을 밀어냈다.“규연 씨, 안 돼요.”“뭐가 안 되는데?”성규연이 몸을 숙여 귓가에서 속삭였다. 뜨거운 숨이 귓바퀴에 닿아 간지러웠다.강아연이 입을 열자마자 성규연은 어깨를 움켜쥐고 고개를 숙이거니 얇은 목덜미에 입술을 붙이고 이로 살살 문질렀다.“읏...”강아연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몸이 저절로 미끄러지자 성규연이 붙잡아 화장대 앞에 앉혔다.강아연은 반사적으로 일어나려 했지만 성규연이 허리를 눌러 자기 무릎 위에 앉혔다. 양팔은 강아연을 위해 만든 감옥처럼 둘러싸고 있었다.성규연의 손가락이 몸을 더듬었다. 원래 예민한 강아연은 활처럼 뻣뻣하게 굳었고, 심장이 가슴 밖으로 튀어나올 듯 뛰었다.거울에 비친 자신이 성규연에게 휘둘리는 모습을 보자 강아연의 눈에 슬픔이 스쳤다.원하지 않았다. 뱃속 아이가 다칠까 무서웠다. 하지만 성규연의 강압적인 태도에 저항하기 어려웠다.두 사람 사이에는 남녀라는 차이 외에도 권력과 지위의 차이가 있었다.성규연은 강아연의 약점과 아픈 곳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듯 훤히 알고 있었다.가슴에 쓰라림이 번졌지만 강아연은 이를 악물고 참는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성규연의 손은 목 뒤로 넘어가 젖은 머리카락을 들어 올렸을 뿐이었다. 그는 화장대 위의 드라이어를 집어 들고 전원을 켰다.따뜻한 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렸다.강아연은 놀라 눈을 깜빡였다.성규연이 머리를 말려 주고 있었다.강아연은 또...성규연은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귓불을 만지작거리며 일부러 물었다.“아니면 무슨 생각을 했는데?”“아무것도 아니에요.”강아연은 고개를 숙였다. 얼굴이 은근히 달아올랐다.부끄러울 때면 얼굴뿐 아니라 귓불까지 붉어지는 편이었다.하얀 귓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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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그 순간 강아연의 마음에 거대한 파도가 밀려왔다. 그녀는 믿기지 않아 성규연을 바라봤다.성규연이 금지하는 바람에 6년 동안이나 강명우를 만나지 못했다.그런데 이제는 성규연이 먼저 허락했다.정말 꿈 같았다. 강아연은 확신이 서지 않아 다시 물었다.“정말... 가도 돼요?”“응.”성규연은 가볍게 답했다. 사실 관심은 다른 데 있었다. 양팔로 강아연의 허리를 감싸 품에 안고 어깨에 턱을 얹었다. 그는 나직하게 잠긴 목소리로 한숨처럼 말했다.“강아연, 나 정말 네가 그리웠어. 좀 도와줘.”강아연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성규연의 몸에서 느껴지는 반응 때문에...어느 말에서부터였을까. 마음이 조금 누그러진 것 같았다. 그래도 이런 부탁은 당황스러웠다.“어떻게요?”방법을 몰랐다.긴장됐다.“내가 가르쳐 줄게.”성규연은 낮게 웃으며 손목을 잡고 입을 맞췄다....한 시간 뒤, 성규연은 강아연을 안고 가서 손을 씻게 했다.강아연의 작은 손은 성규연의 커다란 손바닥에 감싸진 채 하얀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아까도 이렇게 손을 잡고 하나하나 가르쳐 주었었다...그런데 강아연은 제대로 쥐지도 못했다.“그렇게 부끄러워?”성규연이 귓가에서 낮게 웃었다.“처음 만져 보는 것도 아니잖아.”“그거랑은 다르죠!”강아연이 얼굴을 붉히며 반박했다.“뭐가 다른데?”“그냥...”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강아연은 입을 다물고 비누를 짜서 손을 씻었다.머릿속에는 조금 전 장면이 자꾸 떠올랐다. 눈앞에서 들리던 성규연의 낮고 억눌린 숨소리가 묘하게 관능적이었다.강아연의 얼굴은 더욱 붉어졌다.성규연은 달아오른 얼굴을 바라보다 다른 손으로 아직 티가 나지 않는 배를 쓰다듬으며 입꼬리를 올렸다.“지금 11주쯤 됐지? 2주만 더 지나면 할 수 있겠네.”강아연은 손을 씻던 동작을 서서히 늦췄다.무슨 뜻인지 알았다.2주 뒤에는 자신과 잠자리를 가지려는 것이다.‘그래서 오늘 밤 이렇게 다정하고 세심하게 굴었구나. 달콤한 말로 굳게 닫힌 마음을 열어 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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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사모님은 7시에 일어나셨고, 7시 반이 되기 전에 외출하셨습니다.”‘7시라니... 강명우를 만나고 싶어서 그렇게 서둘러 나갔단 말인가?’성규연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어젯밤 품에서 깊이 잠들었던 강아연의 모습이 떠올랐다.얌전한 고양이처럼 편안하게 숨을 쉬고 있었다. 비단 같은 검은 긴 머리카락이 베개에 흩어져 있었고, 한 줌은 성규연의 손가락에 감겨 있었다.그런데 지금은 침대 시트의 주름마저 말끔히 펴져 흔적 하나 남지 않았다. 모래 위에 쓴 글씨가 아침 바람에 사라진 것만 같았다.성규연은 입술을 다물고 협탁 위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이제 겨우 8시였다. 그때 곁에 놓인 메모지가 눈에 들어왔다.단정하고 예쁜 강아연의 글씨였다.[정장은 집사님께 다려 달라고 했어요. 먼저 갈게요.]‘간다...’강아연은 그렇게 적었다.마치 하룻밤을 보내고 미련 없이 떠나는 사람이 늘 하는 말처럼.성규연은 사람의 속마음을 잘 읽었다. 강아연 정도야 속이려 해도 소용없었다.그 한마디만으로 알 수 있었다. 돌아왔어도 강아연은 이 집을, 자신을, 아무것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사실을!성규연이 눈꺼풀을 들자 주변 공기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잠이 덜 깬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은 평소보다 더 심했다.말없이 손끝에 힘을 주자 강아연이 남긴 메모지가 순식간에 갈기갈기 찢어졌다.말 없는 분노였다.집사가 긴장한 채 침을 삼켰다.“대표님, 아침 식사가 준비됐는데 드시겠습니까?”“안 먹어.”성규연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하지만 집사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사모님께서 직접 준비하셨습니다.”성규연이 잠깐 멈칫했다.한참이 지나도 아무 말이 없어 집사가 물러나려던 순간, 성규연이 담담하게 말했다.“먹을게.”목소리는 조금 전보다 덜 차가웠고 어딘가 기분이 좋아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다 스스로 흠칫했다.‘강아연이 아침을 차려 놨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쉽게 마음이 풀리다니?’마치 강아연에게 휘둘리는 것 같았다.그 사실을 깨닫자 미간이 찌푸려졌다.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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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강아연은 얼른 다가가 손을 잡았다. 더는 감정을 누르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아빠, 다시는 못 보는 줄 알았어요. 저 정말... 아빠가 너무 보고 싶었어요...”남들 앞에서는 강한 척, 태연한 척하던 강아연이 아버지 앞에서는 어린아이처럼 울었다.강명우는 딸이 이토록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어릴 때부터 손에 쥔 보물처럼 아끼고 공주처럼 키웠다. 딸이 겪은 가장 큰 고생이라고 해 봐야 아플 때 쓴 약을 먹는 정도였다.그런데 성규연과 결혼시킨 뒤로는 어린 시절 겪지 않았던 고생을 모조리 겪고 말았다.강명우는 가슴이 저렸다. 후회스러웠다. 그때의 결정을 뼈저리게 후회했다.그는 딸의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목멘 소리로 말했다.“아빠가 잘못했어. 다 아빠 잘못이야. 아연이 너를 이렇게 힘들게 했구나. 미안하다...”“아니에요...”강아연은 고개를 저으며 눈물 가득한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봤다.“아빠, 억울하게 누명 쓴 거죠? 그렇죠?”강명우의 눈에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대답하지 않았다.얼핏 보면 찔리는 게 있어 피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하지만 강아연은 순간적으로 스친 후회와 말 못 할 사정을 분명히 보았다.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아버지 마음을 알 수 있었다.강아연은 조금 안도했다. 아빠가 그렇게 끔찍한 악인일 리 없다고 언제나 믿어 왔다. 지금 모습은 그 믿음을 무너뜨리기는커녕 더욱 굳게 해 주었다.‘무슨 일이 있어도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고 말 거야! 지금 해야 할 일은 아버지의 병을 고쳐 건강하게 살아 계시도록 하는 것이다. 누명을 벗겨 집으로 모셔 오는 날까지!’“아빠, 걱정하지 말아요. 제가 꼭 낫게 해 줄게요.”강아연은 눈물을 닦고 단호하게 말했다.강명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옛날처럼 다정하게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하지만 눈에는 안쓰러움이 가득했다.6년이 지나면서 딸은 더는 모든 걸 아빠에게 의지하던 응석받이가 아니었다. 참는 법을 배우고 홀로 책임지는 법도 익혔다.성장했다. 하지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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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강아연은 하유리가 망설이는 이유를 이해했다.규모를 키우는 일은 간단하지 않았다. 자금을 더 투입해야 했고, 미화수 작업실은 아직 성장 중이라 당장 쓸 수 있는 운영 자금이 넉넉하지 않았다. 실패하면 적잖은 손실을 볼 수도 있었다.위험 부담이 있는 일이었다.그래서 하유리가 어떤 답을 내놓아도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뜻을 존중할 것이며 억지로 설득하지도 않을 터였다.그런데 다음 순간 하유리가 웃으며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당연히 좋지!”강아연이 놀라자 하유리는 어깨에 팔을 둘렀다.“끊임없이 새로운 걸 시도하는 게 내 목표잖아.”그렇지 않았다면 국내 전망이 그리 밝지 않던 시기에 이렇게 굳게 마음먹고 미화수 작업실을 차리지도 않았을 것이다.하유리는 자신이 사랑하는 동양 꽃꽂이를 널리 알리고 싶었다. 국제무대에서 프랑스식, 영국식, 미국식 꽃꽂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쟁하고, 나아가 그들을 뛰어넘어 세계 꽃꽂이의 역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기고 싶었다.원래부터 큰 꿈이 있었다. 다만 기회와 함께 걸어갈 동료가 필요했고, 혼자서는 이룰 수 없는 일이었다.강아연이 바로 하늘이 보내 준 그 동료였다.사실 하유리는 강아연이 작업실을 더 키우자고 제안했을 때 너무 들떠서 며칠 밤이나 잠을 설쳤다. 다시 찾아와 자세히 의논하자고 말해 주길 기다리고 있었다.그래서 강아연의 손을 잡고 환하게 웃었다.“앞으로 잘 부탁해. 아연아.”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보니 강아연의 가슴에 따뜻한 기운이 퍼졌다.취업할 곳을 찾지 못했을 때도, 더 큰 도약을 꿈꿀 때도 언제나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 큰 힘이 되어 준 사람이 하유리였다.이런 친구가 있다는 게 정말 기쁘고 다행스러웠다.강아연도 두 손으로 하유리의 손을 꼭 잡았다. 눈에 생기가 반짝였다.“저도 잘 부탁드려요!”...하유리와 동업하기로 한 뒤 강아연은 모아 둔 돈을 투자금으로 내놓았다.사실 성규연에게 돈을 요구한 것도 사업 자금을 더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한 달에 20억이면 초기 자금으로 충분했다.성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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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화

자신이 할 일은 성씨 가문 사모님 역할을 잘하는 것뿐이었다. 나머지는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예전이었다면 마음이 아팠겠지만 지금은 평온했다.강아연은 휴대전화를 넣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그때 복도 모퉁이에서 낯익은 사람이 나타났다.강아연이 걸음을 멈췄다.“아연 누나?”마정현이 놀란 목소리로 불렀다.강아연도 놀랐다.“정현 씨? 여기엔 어쩐 일이에요?”이곳에서 마정현을 만날 줄은 몰랐다.마지막으로 만난 건 마정현이 고장 난 차를 처리해 주고 집까지 데려다줬을 때였다. 그런데 그때 불편한 일이 생겼다.그때를 떠올리자 강아연은 갑자기 어색해졌다.하지만 마정현은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인사했다.“요즘 꽃꽂이 강좌에 등록했거든요. 그래서 평일 오후마다 여기 와서 배워요.”‘그랬구나...’강아연은 마정현이 들고 있는 꽃꽂이 도구를 흘끗 보았다.“아연 누나, 이제 가려는 거예요?”마정현이 물었다.강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럼 같이 내려가요.”마정현이 먼저 말했다.“마침 차에 두고 온 물건이 있어서 가지러 가려고요.”강아연은 망설였다. 하지만 마정현은 이미 지난 일을 잊은 듯 자연스러웠다. 자신만 계속 신경 쓰면 오히려 더 어색할 것 같았다.그래서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마정현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한 달 넘게 못 봤는데 누나, 얼굴이 훨씬 좋아졌네요.”마정현이 눈을 살짝 휘며 웃었다.‘그런가?’강아연은 엘리베이터에 비친 자기 얼굴을 흘끗 보았다. 조금 그런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대꾸하지 않고 희미하게 웃기만 했다.엘리베이터가 천천히 내려가는 동안 잠시 침묵이 흘렀다.“그런데 누나, 차 수리는 다 끝났어요. 지금도 제 친구한테 맡겨 놨는데 시간 되면 찾아가세요.”마정현이 먼저 침묵을 깼다.강아연은 그제야 차를 오랫동안 맡겨 둔 채 찾아가는 걸 까맣게 잊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알려 줘서 고마워요. 내일 찾아갈게요.”강아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예의 바르지만 거리를 두는 말투로 답했다.다시 침묵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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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화

그 말에 마정현은 멈칫했고, 성규연의 표정도 미세하게 달라졌다. 성규연은 고개를 숙여 강아연을 바라봤다.강아연은 아무렇지 않게 성규연의 팔짱을 끼고 마정현을 향해 웃었다.“정현 씨, 남편이 데리러 왔네요. 여기까지만 바래다줘도 돼요. 우린 먼저 갈게요.”아무리 눈치 없는 사람이라도 그 뜻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강아연은 결혼한 사람이니 둘 사이에는 거리가 필요하다는 완곡한 거절이었다.마정현은 입술을 깨물다가 끝내 하려던 말을 삼키고 대답했다.“아, 네. 조심히 가요.”“네.”강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성규연은 강아연의 얼굴을 살폈다. 마정현을 대하는 태도가 유난히 쌀쌀맞았다.성규연의 입꼬리가 티 나지 않게 올라갔다. 마정현을 흘끗 보는 눈빛에는 승자의 여유와 도발이 담겨 있었다.마정현은 손에 힘을 주며 성규연과 시선을 맞췄다.두 사람의 기세가 맞부딪치는 듯 공기가 팽팽해졌다.결국 마정현이 위층으로 가는 버튼을 눌렀다.두 사람의 대치는 그렇게 끝났다.성규연은 입꼬리를 올렸다. 수백억짜리 사업을 따냈을 때보다 더 기분이 좋았다.하지만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강아연은 곧바로 팔짱을 풀고 평온하게 설명했다.“여기서 꽃꽂이를 배우고 있대요. 우연히 만난 거예요.”전에도 성규연의 오해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생생했다. 같은 실수를 두 번 할 생각은 없었다.성규연의 미소가 사라졌다. 그는 고개를 돌려 강아연을 깊이 바라봤다.설명이 빠른 데다 저녁 메뉴라도 이야기하듯 담담했다.그렇게 재빨리 오해를 차단하니 의심할 구석도 없었다.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건 그 태도였다.단 1초도 더 아내 연기를 하고 싶지 않다는 듯했다.성규연은 눈을 가늘게 뜨고 손을 들어 강아연의 얼굴을 만지며 의미심장하게 되물었다.“정말 우연히 만난 것뿐이야?”일부러 놀려 주려는 것이었다.낯을 가리는 강아연은 사람들 앞에서 이런 스킨십을 하면 하얀 얼굴이 발그레 달아올라 수줍어하곤 했다.그런데 예상과 달리 강아연은 손길을 피하지 않고 그저 무표정하게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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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그런데 강아연은 밀어내기는커녕 점점 입맞춤에 응하기까지 했다.서툴렀지만 성규연을 정신 못 차리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수없이 가늘고 질긴 거미줄이 온몸을 휘감아 바닥없는 구덩이로 끌어당기는 듯했다. 성규연은 강아연에게서 더 많은 것을 얻고 싶어졌다.성규연은 입을 맞추면서 차 문을 열고 강아연을 뒷좌석에 앉혔다.차 안의 열기가 점점 높아졌다. 성규연의 눈빛에도 욕망이 짙어졌다. 이곳에서 그대로...강아연은 속마음을 알아차리고 입꼬리를 올렸다. 예전처럼 거부하기는커녕 오히려 팔로 허리를 감쌌다.그 행동은 성규연을 더욱 부추겼다.그런데 입맞춤이 목덜미를 타고 점점 아래로 내려오려는 순간, 강아연이 귓가에 다가가 나지막하게 속삭였다.“규연 씨, 잊었어요? 2주 뒤에야 된다면서요.”그 한마디에 금방이라도 끓어오를 듯 뜨거웠던 분위기가 찬물을 끼얹은 듯 식었다.눈앞에 맛있는 음식이 차려져 있어 막 먹으려는데, 갑자기 아직 덜 익었다는 말을 들은 기분이었다.성규연은 미간을 찌푸리고 여유로운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강아연, 너 일부러 그랬지!”잠깐 떨어져 있는 동안 이렇게 약아질 줄이야! 먼저 유혹해 놓고 가차 없이 밀어내다니. 사냥꾼이 먹잇감을 가지고 노는 꼴이었다.그녀는 자신을 일부러 들었다 놨다 하고 있었다.“먼저 참지 못한 건 규연 씨잖아요. 전 아내로서 규연 씨한테 맞춰 드린 것뿐이에요.”강아연은 눈을 피하지 않았다.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은근한 비웃음이 묻어났다.“원하던 게 이거 아니었어요?”고분고분한 아내가 되어 모든 요구를 받아들이고 오직 자신에게만 충실하기를 바랐다. 정작 본인은 ‘충실함’ 따위 진작 내팽개쳐 놓고서. 참 우스운 일이었다!“말은 잘해!”성규연이 화난 얼굴로 턱을 움켜쥐었다.“칭찬 고마워요.”강아연은 입꼬리를 올리고 공손하게 물었다.“이제 일어나도 될까요?”성규연은 불쾌한 눈빛을 던진 뒤 몸을 빼고 앞 좌석 조수석으로 돌아갔다. 문이 ‘쾅’ 닫혔다.넓은 뒷좌석에는 강아연 혼자 남았다. 강아연은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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