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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나를 버린 그들에게: Chapter 231 - Chapter 240

260 Chapters

제231화

성규연은 자신이 언젠가 이런 충동을 느끼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예전에 성준서가 강아연에게 모진 말을 쏟아내며 완전히 상처를 줬을 때, 성규연은 옆에서 마치 남 일처럼 지켜보기만 했다.하지만 아무 감정도 없었던 건 아니었다. 오히려 비뚤어진 통쾌함이 있었다. 준서가 강아연의 마음을 완전히 다치게 했으니, 이제부터 강아연은 준서에게 쏟던 사랑을 거둬들일 테니까.무려 5년 동안 준서는 강아연의 마음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 성규연은 자신이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전부 자기기만이었다. 그는 신경 쓰고 있었고, 심지어 무척 질투하고 있었다. 단지 인정하지 않았을 뿐이었다.준서가 한 번 제대로 일을 벌여 강아연의 마음을 차갑게 식혀 버리면, 그 뒤로는 강아연의 마음을 오롯이 자신이 독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강아연은 자신만의 것이어야 했다. 누구도, 심지어 친아들조차 자신과 강아연을 두고 다투게 둘 수 없었다.그런 어두운 생각은 당시 성규연 자신도 놀랄 만큼 비뚤어져 있었다. 그런데도 마음 한편에서는 병적인 쾌감이 차올랐다.하지만 지금 강아연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준서에게는 이렇게 잘해 주고 있었다.‘자신에게 모진 말을 퍼부었던 준서에게도 마음이 약해질 수 있으면서, 왜 나에게만은 이렇게 냉정한 걸까?’특히 집사에게 강아연이 준서와 함께 잔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오히려 자신이 버림받은 불쌍한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였다.성규연의 얼굴은 어둡게 가라앉았다. 깊은 눈 안에서 거센 폭풍이라도 몰아칠 듯했다.그는 거의 미친 사람처럼 자기 아들을 질투하고 있었다.성규연은 손을 꽉 쥔 채 성준서의 방문을 열었다.하지만 눈앞의 광경을 보자 성규연의 발걸음이 그대로 멈췄다.희고 맑은 달빛이 얇은 커튼 사이로 스며들어 침대 위에 부서진 빛처럼 내려앉아 있었다.그 은은한 빛 속에서 강아연과 성준서는 나란히 누워 고른 숨을 내쉬고 있었다. 한 폭의 그림처럼 평화로운 모습이었다.자신과 많이 닮은 성준서의 얼굴 때문인지,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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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장미진도 방으로 들어왔다가 그 모습을 보고 흐뭇하게 웃었다.모든 게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아니, 전보다 더 따뜻해 보였다.“사모님, 아침 식사 준비됐습니다.”“네.”강아연은 씻고 난 뒤 준서와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식탁에는 정갈한 아침 식사가 차려져 있었지만 식기는 두 사람 몫뿐이었다.“대표님은 아침 일찍 나가셔서 식사는 안 하셨어요.”이연미가 설명했다.강아연은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애초에 물어볼 생각도 없었다.성준서는 금세 아침을 다 먹었다. 운전기사가 데리러 오자 아쉬운 표정으로 강아연의 손을 붙잡았다.“엄마가 학교까지 데려다주면 안 돼요?”강아연이 잠시 멈칫하며 준서를 바라봤다.예전에는 자기 엄마가 남들 앞에 내세울 만하지 못하다며 운전기사가 데려다주는 걸 더 좋아했던 아이였다.그런데 지금은 양손으로 강아연의 손을 꼭 붙잡고 흔들며 애교를 부렸다.“엄마랑 조금만 더 같이 있고 싶어요. 네? 엄마.”엄마와 너무 오랫동안 제대로 함께 있지 못했다. 어젯밤 내내 곁에 있어 줬는데도 아직 부족했다.강아연은 어린 얼굴에 가득한 간절함을 보고 끝내 거절하지 못했다.“그래.”“진짜요? 좋았어!”성준서는 환호하며 얼른 작은 책가방을 메고 얌전히 강아연의 곁에 붙었다.강아연은 직접 차를 몰아 준서를 학교까지 데려다줬다.성준서가 성씨 가문에서 나와 이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뒤 강아연이 데려다준 건 처음이었다.성준서도 무척 기뻐하며 손을 흔들었다.“엄마, 다녀올게요!”강아연은 미소를 지으며 준서가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봤다. 그런데 시야 한쪽에 학교로 들어가는 익숙한 뒷모습이 스쳤다.귀엽고 힙한 스타일의 옷차림에 가방에는 캐릭터 장식이 달려 있었다. 정리아가 늘 좋아하던 스타일이었다.“리아?”강아연의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리아가 왜 여기 있지?’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다시 보니 이미 그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아마 잘못 본 모양이야.’정리아는 계속 연성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갑자기 경성으로 전학 올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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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직원들은 놀라면서도 강아연을 안쓰럽게 여기며 조심스럽게 표정을 살폈다.하지만 강아연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바닥에 떨어진 블루 로즈 한 송이를 주워 건네며 말했다.“장미 가시는 꼭 다듬고 포장해. 안 그러면 손 다칠 수 있어.”“네, 알겠어요. 고마워요, 아연 언니.”직원들은 꽃을 받아 들었다. 강아연이 돌아서자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난 아연 언니도 전혀 부족하지 않은데. 예쁘지, 착하지, 능력도 있지. 성 대표는 왜 저러는 거야?”“눈이 삐었나 보지.”다른 직원이 진지하게 추측했다.“집에 있는 꽃보다 밖에 핀 꽃이 더 향기롭다는 말도 있잖아. 아무리 성 대표라도 별수 있겠어...”강아연은 사무실에 앉아 휴대폰을 켰다. 오늘의 인기 뉴스가 또 눈앞에 떴다.[성 대표, 백억 원 왕관 낙찰... 공주님의 미소를 위해]기사 사진 속 심소연은 놀랍고 기쁜 듯 웃으며 성규연과 다정하게 시선을 마주치고 있었다.한 달여 전 오씨 가문의 파티에서는 성규연에게 가차 없이 버림받고 혼자 레드카펫에 어색하게 서 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한 달 만에 다시 모두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심소연으로 돌아왔다.강아연의 시선이 사진 속 성규연의 얼굴에 머물렀다. 평소 늘 무심한 표정인데도 심소연을 바라볼 때는 어딘가 부드러워 보였다.바로 어젯밤까지만 해도 왜 자기를 더는 좋아하지 않느냐며 분노하던 사람이었다.이제 그 답은 너무 뻔하지 않은가.강아연의 입가에 자조 어린 웃음이 스쳤다.어쩐지 아침 일찍 나갔다 했더니, 사랑하는 여자의 생일 선물을 준비하러 간 모양이었다.강아연은 화면을 끄고 더는 보지 않았다. 대신 다시 일에 집중했다.점심은 하유리와 직원들과 함께 먹었다.“아연아, 고기 좀 더 먹어. 너 왜 이렇게 살이 빠졌어?”하유리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계속 반찬을 집어 줬다.“아침 내내 쉬지도 않고 일하더라. 일이 많으면 천천히 해. 너무 무리하지 말고. 몸이 제일 중요한 거야.”강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힘들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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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어쩐지 성 대표도 심소연 씨한테 그렇게 잘하더라니. 둘이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구나. 사모님 지지도 받고 있고요. 그런데 성 대표는 왜 다른 여자와 결혼한 거예요?”“그건 저도 모르죠. 그래도 성 대표랑 지금 작은 사모님은 진작부터 사이가 틀어진 게 분명해요. 이혼은 시간문제일걸요? 보세요. 성 대표가 종일 심소연 씨 옆에만 있잖아요. 그 사모님은 그림자도 안 보이는데.”...사람들의 말을 듣던 서지원은 미간을 찌푸렸다. 멀지 않은 곳에서 심소연과 함께 앉아 있는 성규연을 바라보다 술 한 잔을 들고 다가갔다.“성씨 가문에서 여는 파티인데 왜 아내는 안 데려왔어?”서지원이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설마 이런 자리에 올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성규연은 대답하지 않고 와인 잔을 천천히 돌리다 한 모금 마셨다.“지원아, 그렇게 말하지 마.”심소연이 먼저 성규연을 감쌌다. 하지만 서지원이 계속 ‘네 아내’라고 부르는 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러 서운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아연 씨한테도 초대한다고 전해 달라고 했어. 그런데 답장이 없더라고. 아마 나를 별로 좋게 보지 않아서 이런 자리에는 오고 싶지 않은가 봐...”“올 거야.”성규연이 담담하게 말했다.“오는 길에 네 선물도 사 오라고 했어.”“정말?”심소연의 눈에 순간 빛이 번쩍였다.“그건 좀 미안한데? 규연이가 이미 이렇게 비싼 선물까지 줬는데.”“내 건 내 거고, 걔 건 걔 거야.”성규연은 빈 잔을 트레이에 올려놓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심소연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역시 성규연이 강아연에게 보이는 건 일시적인 소유욕일 뿐이라고, 마음속으로 진짜 신경 쓰는 사람은 여전히 자신이라고 생각했다.그렇지 않다면 백억이나 들여 이렇게 화려한 왕관을 선물하고, 강아연에게까지 직접 생일 선물을 가져오라고 시킬 리 없었다.서지원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심소연이 서영란과 그 주변 귀부인들에게 인사하러 간 틈을 타 성규연에게 바짝 다가가 목소리를 낮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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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강아연은 옷을 갈아입고 왔다. 새하얀 실크 소재의 무릎길이 원피스는 민소매 디자인이었고, 그 위에는 같은 색의 짧은 재킷을 걸쳤다. 손으로 수놓은 장식 사이사이 흰 진주가 박혀 있어 조명을 받을 때마다 은은하게 반짝였다. 머리는 낮게 올려 묶어 강렬한 분위기 속에서도 느긋하고 자연스러운 멋이 살아났다. 원래도 고운 얼굴에 옅은 화장까지 더해져 더욱 눈부셨다.강아연이 나타난 순간 수많은 손님의 시선이 한꺼번에 쏠렸다.“저분이 성씨 가문 사모님이에요?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예쁘네요!”“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 분위기도 정말 남다르네요.”“저 정도 미인이 눈앞에 있으면 성 대표가 결혼할 만도 하죠. 저라도 정신 못 차릴 것 같은데요.”“솔직히 심소연 씨보다 훨씬 예쁜 것 같아요...”“쉿, 여기가 어떤 자리인데 그런 소리를 해요. 잘못하면 큰일 나요.”“뭐 어때요? 전 그냥 사실을 말한 것뿐인데. 심소연 씨보다 예쁜 건 맞잖아요. 아니면 왜 성씨 가문 사모님 자리에 심소연 씨가 없겠어요?”...그 말을 듣던 심소연은 몰래 손가락에 힘을 줬다.강아연이 정말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것도 등장하자마자 주인공인 자기보다 더 주목을 받아 버렸다. 분명 일부러 그런 게 틀림없었다.강아연은 주변의 시선을 느꼈지만 이미 익숙했다. 자신을 당장이라도 찢어 죽일 듯 바라보는 심소연의 원망 어린 눈빛과 마주쳤을 때도 얼굴에는 옅은 미소만 걸려 있었다. 강아연은 천천히 심소연의 앞으로 걸어가 멈췄다.“심소연 씨, 미안해요. 규연 씨가 오늘이 생일이라고 조금만 더 일찍 말해 줬으면 이렇게 급하게 오지는 않았을 텐데.”강아연은 들고 온 선물 상자를 심소연에게 건넸다.심소연은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받았다.“이렇게까지 돈 쓰실 필요 없었어요. 강아연 씨.”마지막 네 글자에 유난히 힘을 줬다.사람들은 모두 강아연을 사모님이라고 부르는데, 심소연은 일부러 이름으로만 불렀다.“별로 안 들었어요.”강아연이 미소를 지었다.“규연 씨 블랙카드로 결제했거든요. 그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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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프리스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실제로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성규연은 올리비아가 프리스가 다른 여자와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자마자 달려와 제 남자라는 걸 분명히 하는 장면을 직접 봤다. 성규연은 그 모습을 보고 강아연에게도 같은 방법을 써 보기로 했다.강아연도 올리비아처럼 자신이 심소연을 챙기는 모습을 보고 화를 내길 바랐다. 적어도 지금처럼 모든 일에 무관심한 표정으로 차갑게 굴지는 않았으면 했다.하지만 성규연은 강아연이 아직 자신에게 마음이 남아 있으리라 지나치게 기대했다.강아연은 두 사람이 눈앞에서 다정하게 구는 모습을 보고도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심지어 두 사람이 춤추러 가려 하자 오히려 두 사람이 지나가도록 한 걸음 물러서서 길까지 비켜 주었다.성규연의 미간이 찌푸려졌다.“규연아, 우리 가자.”심소연이 웃으며 성규연의 팔짱을 꼈다.성규연은 강아연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아무렇지도 않은 강아연의 태도에 눈빛이 차가워졌다.강아연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두고 볼 작정이었다.“가자.”성규연이 심소연의 손등 위에 손을 얹었다.심소연은 더욱 환하게 웃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떠나기 직전 강아연을 흘끗 보더니, 승리했다는 듯 도발적인 미소까지 지었다.강아연은 시선을 내리깔고 두 사람과 스쳐 지나갔다.마침 조명이 성규연과 심소연을 비췄다. 두 사람은 오늘 무도회의 주인공처럼 눈부시게 빛났다. 반면 그들 뒤에 선 강아연은 두 사람의 그림자에 가려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그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 사이에서 안타까운 탄식이 흘러나왔다. 강아연을 향한 시선에는 처음의 존중 대신 동정이 담겼고, 그중에는 고소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하지만 강아연은 개의치 않았다. 오늘 맡은 역할은 이미 다했으니까.남편이 시킨 대로 심소연에게 선물을 건네며 성규연의 아내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했다. 심소연의 얼굴만 봐도 증오가 치밀어 올랐지만 말이다.그래도 개인적인 감정은 꾹 눌러 두었다. 지금 강아연은 강아연 개인이 아니라 성규연의 아내였으니까.성규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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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서지원은 꽤 근사한 제안이라고 생각했다. 오랜 연애 경험상 이렇게 갑자기 나타나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남자를 거절할 여자는 없었다.그러나 강아연은 그를 힐끗 보더니 웃으며 물었다.“서지원 씨도 버림받으셨어요?”“그럴 리가요!”서지원이 발끈했다.“그럼 왜 이러시는 건데요?”강아연의 눈에는 경계심이 서려 있었다. 서지원이 별다른 이유 없이 친절을 베풀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아마 지난번 일 때문일 것이다. 강아연에게 서지원의 인상은 줄곧 좋지 않았다.서지원도 경계하는 눈빛을 알아차리고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강아연 씨의 눈에는 제가 그렇게 못된 놈이에요?”강아연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인정한 셈이었다.서지원이 한숨을 내쉬고 포기하지 않고 물었다.“그럼 강아연 씨는 저를 어떤 사람으로 보는데요?”다른 여자들에게 서지원은 잘생기고 멋진 데다 돈도 아낌없이 쓰는 남자였다.그런데 어쩐지 강아연의 눈에는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 궁금해졌다.강아연이 담담하게 대답했다.“자기 마음대로 행동하고 남한테 피해가 가든 말든 신경 안 쓰는 사람이요.”“하...”서지원이 혀로 어금니 안쪽을 눌렀다. 순해 보이는 얼굴과 달리 말끝마다 가시가 돋쳐 있었다. 괜히 물었다 싶었다.그런데도 서지원은 떠나지 않고 강아연의 앞에 서 있었다.사실 자신도 왜 갑자기 강아연에게 춤을 청하고 싶어졌는지 알 수 없었다.텅 빈 휴게 공간에 홀로 앉은 강아연이 겉으로는 담담해 보여도 속으로는 외로울 것 같아서였을까.흔히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강아연은 마치 혼자서도 괜찮다는 듯 태연하게 굴고 있었다.오히려 그 모습이 서지원의 마음을 건드렸다. 어릴 적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남동생이 울며 어머니의 관심과 사랑을 요구할 때면 서지원은 옆에서 울지도 떼쓰지도 않았다. 돌아온 건 부모의 무관심뿐이었다.서지원 역시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간절했지만, 부모는 그저 한마디만 남겼다.“우리 지원이는 참 의젓해.”그래서 서지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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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마침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이 흘러나왔다. 강아연이 특히 좋아하는 곡이었다.강아연의 눈빛이 잠깐 흔들렸다.오래전 강아연은 이 곡에 맞춰 왈츠를 수없이 연습했다. 언젠가 성규연과 함께 춤추게 되면 우아하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 그러면 성규연도 자신의 매력을 알아보고 좋아해 주지 않을까 싶었다.처음에는 두 걸음만 옮겨도 선생님의 발을 밟던 형편없는 초보자였지만, 이제는 무도회장 한가운데서도 제법 우아하게 춤출 수 있었다. 그런데 정작 성규연과 춤출 기회는 한 번도 없었다.과거에도 성규연은 강아연과 춤추지 않았고, 지금도 자신의 아내와 춤출 생각은 없었다.강아연은 멀리서 함께 춤추고 있는 성규연과 심소연을 곁눈질하다가 시선을 내렸다.애써 배운 춤이 영영 쓸모없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서지원이 나타나 유치한 말로 춤을 청했다. 행동도 핑계도 허술하고 우스꽝스러웠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따뜻해졌다.“앗...”그 순간 서지원이 강아연의 발등을 밟았다.“미안, 미안해요.”서지원이 얼른 사과했다.“너무 오랜만에 춰서 발이 잘 안 맞네요.”“괜찮아요.”강아연이 걸음을 조절해 최대한 서지원에게 맞춰 주었다.서지원도 다시 발을 밟지 않으려고 잔뜩 긴장한 채 허리를 구부리고 조심조심 움직였다. 정작 그 모습이 꼭 도둑질하러 나온 족제비 같다는 건 자신만 몰랐다.강아연은 웃음이 터질까 봐 입술을 꾹 깨물었다.그런데 바로 다음 순간, 서지원이 어김없이 강아연의 발등을 다시 밟았다. 강아연도 실수로 그의 다른 발을 밟았다.두 사람은 제자리에 굳어 서로를 바라봤다.2초가 지난 뒤...“풋...”두 사람 모두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미안해요. 웃음을 못 참겠어서.”두 사람이 동시에 말하고는 민망해서 고개를 돌린 채 또 웃었다.뜻밖의 실수 덕분에 두 사람 사이의 어색함이 순식간에 사라졌다.“다른 스텝으로 바꿔요.”강아연이 제안했다.서지원도 고개를 끄덕였다.“그게 좋겠어요.”마침 곡도 바뀌었다. 우아하던 선율은 조금 더 경쾌한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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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성규연은 서지원의 품에 안긴 강아연을 노려봤다. 얼굴은 싸늘하게 굳었고, 꽉 움켜쥔 주먹에는 핏줄이 불거져 있었다.성규연은 심소연과 춤추는 내내 곁눈질로 강아연을 살피고 있었다.처음 강아연이 휴게 공간에 혼자 앉아 있는 걸 봤을 때는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춤을 멈추지 않았다.몇 분만 더 지나면 강아연도 무심한 척하는 가면을 벗어 던질 거라고 믿었다. 그때 강아연이 다가오면 적당히 화해할 구실을 만들어 주면 그만이었다.그래서 억지로 심소연과 춤을 맞추는 동안에도 온 신경은 강아연에게 쏠려 있었다. 그런데 기다린 끝에 강아연에게 서지원이 다가갔다.서지원은 강아연에게 말을 걸고 웃기더니 함께 춤까지 추자고 했다. 더욱 기가 막힌 건 강아연이 선뜻 받아들였다는 사실이었다.감히 성규연이 보는 앞에서 서지원의 손을 잡다니!게다가 서지원의 형편없는 춤 솜씨를 보고 웃기까지 했다.‘그렇게 쉽게 웃을 수 있는 여자였던가?’그 순간 성규연은 왈츠를 배운 이래 처음으로 정신이 팔려 파트너의 발을 밟았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었다.“읏...”심소연이 미간을 찌푸렸지만 불쾌한 티는 내지 않았다. 끝까지 성규연과 호흡을 맞춰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고 싶었다. 오늘 파티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람이 되어야 했으니까.하지만 춤을 아무리 잘 춰도 상대가 딴생각하면 소용없었다. 심소연은 고작 삼십 초 동안 발등을 다섯 번이나 밟혔다. 발이 쇠로 만들어졌어도 납작해졌을 지경이었다.“규연아...”또 발을 밟힌 심소연이 마침내 참지 못하고 낮게 불렀다.“무슨 일이야?”그러나 대답은 없었다.심소연이 고개를 들어 보니 성규연의 정신은 이미 딴 데 가 있었다. 시선이 강아연에게 딱 붙어 있었다.성규연뿐만 아니었다. 다른 손님들도 모두 강아연을 바라봤다. 처음에는 무시하거나 고소해하던 눈빛이 어느새 감탄으로 바뀌어 있었다.특히 춤이 끝나자 사람들은 강아연에게 힘찬 박수를 보냈다.이건 분명 심소연의 생일 파티였다.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아야 할 사람도 심소연이어야 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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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서지원도 그제야 강아연을 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당황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강아연의 손을 쥔 힘이 저절로 강해졌다. 놓아주고 싶지 않은 듯했다.“서지원 씨, 놓으세요.”강아연의 표정이 굳은 채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그런데 서지원은 무슨 생각인지 손을 놓기는커녕 허리에 두른 팔에 힘을 주어 강아연을 다시 끌어당겼다.강아연의 이마가 서지원의 가슴에 닿았다. 오렌지꽃 향에 휩싸인 강아연은 깜짝 놀랐다.서지원의 그 행동이 결국 사태에 불을 붙였다.성규연이 분노에 휩싸여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강아연의 다른 손목을 잡고 서지원의 품에서 잡아당겼다.서지원도 강아연의 손을 놓지 않았다.강아연은 순식간에 두 남자 사이에 붙잡혀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됐다.그녀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두 손을 빼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서지원, 지금 뭐 하는 짓이지?”성규연이 서지원의 손을 내려다보며 싸늘하게 물었다.“규연아, 내 말 좀 들어 봐...”서지원이 입을 열자마자 성규연이 잘라 말했다.“놓으라고!”서지원이 멈칫한 사이 성규연은 강아연의 손목을 더욱 세게 쥐었다. 강아연의 얼굴이 통증으로 하얗게 질렸다.“규연아, 이러지 마!”서지원이 보다 못해 외쳤다.“그럼 네가 놔!”성규연도 물러서지 않았다.서지원은 핏기가 사라지는 강아연의 얼굴을 보고 입술을 꾹 깨물었다. 결국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서지원이 손을 놓는 순간 성규연은 강아연을 확 끌어당겨 자기 품에 가뒀다.짙은 삼나무 향이 강아연의 코끝에 밀려들어 오렌지꽃 향을 지워 버렸다. 그 향에는 위협적인 기운마저 실려 있었다.강아연은 벗어나고 싶었지만 성규연의 커다란 손이 어깨를 단단히 붙잡고 있어 꼼짝할 수 없었다.서지원이 무언가 말하려는 찰나, 성규연이 차갑게 흘겨봤다. 눈썹 사이에 얼음이라도 내려앉은 듯했다.“이 일은 다음에 따로 계산하자.”서지원이 멈칫했다. 몸 옆으로 늘어뜨린 손을 움켜쥐고 다시 입을 열려는데 봉연우의 시선이 느껴졌다.봉연우가 소리 없이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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