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마. 다 박경준 그 개자식 때문이야!”정도희가 짜증스럽게 욕설을 내뱉었다.“걔 엄마가 결혼하라잖아. 난 이참에 깨끗하게 끝내려고 했는데, 죽어도 싫대! 그것도 모자라 내 새 작품까지 엎어 버렸어. 진짜 개자식이라니까!”강아연은 잠시 멈칫했다.박경준은 전에 병원에 정도희와 함께 왔던 남자였다.그때 정도희를 감싸던 모습을 보고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결혼할 줄은 몰랐다.하지만 이상할 것도 없었다. 연성의 박씨 가문은 경성의 성씨 가문처럼 한창 세력이 강한 명문가였다. 집안끼리 급을 맞춰 혼인으로 기반을 다지는 건 흔한 일이었다.그래도 강아연이 신경 쓰이는 건 정도희의 마음뿐이었다.‘도희는 괜찮을까?’정도희도 강아연의 걱정을 느낀 듯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걱정하지 마. 아연아, 내가 누구야? 연예계 톱스타 정도희야. 얼굴 되지, 몸매 되지, 나 좋다는 남자는 여기서 프랑스까지 줄을 설걸? 나한테 남자는 그냥 책 한 권이야. 침대 머리맡 책장에 책이 한가득한데, 마음에 안 들면 버리면 그만이지. 굳이 자리 차지하게 둘 필요 없어.”시원시원하고 거침없는 말투였다. 강아연은 그런 정도희가 부러웠다.강아연에게는 없는 성격이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생각이 많고 내성적이었던 강아연은 정도희를 처음 본 순간부터 작은 태양처럼 밝은 성격에 끌렸다.강아연도 정도희처럼 미련 없이 놓을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6년 전 그 일 이후, 한 번 잘못 내디딘 발걸음이 계속 잘못된 길로 이어졌다.소중한 게 너무 많았고, 그만큼 약점도 많아졌다. 성규연은 그 약점들을 모조리 움켜쥐고 있었다. 그래서 강아연은 번번이 발목을 잡혀 빠져나갈 수 없었다.눈을 내리깐 강아연은 표정이 어두워졌다.정도희와 몇 마디 더 나눈 뒤, 정도희가 일이 있다며 먼저 전화를 끊었다.강아연은 화면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불을 끄고 잘 생각이었다.그런데 다음 순간, 방문이 열리더니 금테 안경을 쓴 성규연이 들어왔다. 이제 막 일을 끝낸 모양이었다.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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