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가 잠에서 깼을 때, 차는 이미 멈춰 있었고, 하늘은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지호는 차 안에 없었는데, 자기 몸에 남자의 외투가 덮여 있었고, 그 외투에서는 참 기분 좋은 은은하고 깔끔한 소나무 향이 났다.시아는 차창 밖을 바라보자, 지금 있는 곳이 시내가 아님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바깥은 너무 어두웠고, 드문드문 보이는 불빛도 꽤 멀리 떨어져 있었다.낯선 환경에 대한 경계심이 스며들어, 시아는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좁혔다.그리고 몸에 덮인 외투를 벗어내고 문을 열었다.밤바람 속 냉기가 스며들어와, 시아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이에 괜한 허세를 부리지 않고, 다시 지호의 외투를 집어 어깨에 걸쳤고, 그제야 이곳이 산 정상임을 확인했다.지호는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시아가 있는 자리에서 바라보면, 마치 절벽 끝에 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시아가 다가가자, 바람이 지호의 셔츠를 부풀게 하며 펄럭거리는 소리가 났는데, 그 소리만으로도 한층 서늘해졌다.“안 추워요?”“괜찮아.”지호의 시선은 멀리 고정돼 있었다.이 자리에서는 제국의 모든 불빛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반짝이는 도시, 그 속의 번화가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졌다.시아는 이곳이 어디인지 깨달았다.바로 파마산이었다.아침에 나눈 대화를 떠올리자, 지호가 왜 자신을 이곳으로 데려왔는지 대략 짐작이 갔다.그러나 굳이 말로 꺼내지 않고, 그저 조용히 말했다.“외투, 돌려줄게요.”“그러면 네가 춥잖아.”지호가 고개를 돌려 시아를 바라봤다.밤이 너무 어두워서인지, 혹은 지호가 오랫동안 어둠 속에 서 있었기 때문인지, 남자의 눈빛은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끝을 알 수 없을 만큼 깊은 시선이었고, 외투를 벗으려던 시아는 동작을 멈췄다.곧 시아는 지호의 말 속에 다른 뜻이 숨어 있음을 느꼈다.외투는 단 한 벌이었고, 시아가 지호에게 돌려준다면, 여자는 그 추위를 견뎌야 한다.이 파마산 또한, 모두가 원하지만 차지할 수 있는 건 오직 한 사람뿐이었다.지호가 자신을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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