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서로 다른 길에 오른 너와 나: Bab 221 - Bab 230

290 Bab

제221화 운이 좋았던 거야

“오랜만이라지만, 사실 네 소식은 다 알고 있었어.”그 말에 시아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그러나 시아는 자연스럽게 가방을 내려놓고 물을 따라 테이블 위에 올렸다.“앉으시죠, 하원하 씨.”비록 불청객이라 해도 손님은 손님이었다.“꽤 잘 지냈나 보네.”하원하는 당연하다는 듯 소파에 몸을 기댔다.“그럭저럭요. 하지만 하원하 씨에 비하면야 아무것도 아니죠. 지금은 권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으시잖아요.”시아의 말은 곧장 비꼼으로 이어졌다.하원하는 본래 다이빙 팀의 코치였다. 이후 줄줄이 승진해 정치권에 입성했고, 지금은 구영시를 좌지우지하는 거물이었다.출세길은 평탄했으나, 사람됨은 추잡했다. 여색에 탐하고 돈에 눈이 멀었다.겉으로는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인품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겉치레뿐인 위선자였다.시아가 하원하가 미아를 어떻게 짓밟았는지 알기 전까지는, 은근한 존경심마저 있었다. 아버지 같은 어른이라 느끼기도 했었다.하지만 진실을 알게 된 순간, 예전의 배려와 다정한 몸짓들이 전부 더러운 수작이었음을 깨달았다.어린 자신을 노리고 기회를 엿보던 추잡한 손길이었음을 떠올리자, 온몸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역겨움이 치밀었다.“시아야, 네가 이제 모든 걸 알았으니, 당연히 날 증오하겠지. 변명은 안 할게.”하원하는 의외로 태연했다.“그럼 온 이유를 말씀하시죠.”시아는 한순간 공기가 탁해진 것 같아 리모컨을 집어 들고 공기정화기를 켰다.“너도 짐작했을 거야.”하원하의 시선은 시아를 향했고, 여자 또한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만약 오늘 내가 그걸 내놓지 않으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지호 씨를 죽이실 건가요?”“허.”하원하는 짧게 웃었다.“여길 무슨 백 년 전으로 아나?”“지금이야말로 백 년 전보다 더 어두운 세상 아닌가요?”시아는 냉소를 던졌다.“넌 똑똑해. 난 내 앞길과 명성을 지키고 싶을 뿐이야. 그러니 네 손에 있는 걸 내놔. 그러면 과거의 일은 모두 없던 걸로 하고, 오히려 내가 하씨 가문을 한 단계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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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화 결심이 서면 전화해

‘미아가 날 증오한다니?’시아는 눈살을 좁히며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하원하 씨, 이건 뻔한 이간질 아닌가요?”하원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잠시 후, 주머니에서 두툼한 봉투 하나를 꺼내 시아 앞으로 밀어 두었다.그러나 시아의 첫 반응은 떨떠름했다.‘안에 돈이나 카드가 있겠지.’그런데 하원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열어 보지 그래?”그 말에 시아는 망설이다가 봉투를 집어 열었다. 그 순간 손끝이 굳어 버리고 얼굴빛이 하얗게 질렸다.안에 들어 있는 것을 확인한 뒤, 시아는 곧장 다시 봉투를 덮어버렸다.“하원하 씨, 여전히 똑같이 더럽군요.”봉투 안에는 믿기 싫지만 시아의 누드 사진이 들어 있었다.이에 하원하는 입가에 비열한 웃음을 걸었다.“제대로 봤어?”시아는 당장이라도 봉투를 하원하의 얼굴에 내던지고 싶었지만, 그게 해결책은 아님을 알았다. 하원하는 분명 이걸 미끼로 거래하려는 것이다.“이걸로 날 협박하겠다는 건가요?”“협박쯤으로 생각해도 돼.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지.”하원하는 압도적인 기세로 그녀를 짓눌렀다.“넌 지금 하씨 가문의 안주인이야. 이런 사진이 퍼져 나가면 어떤 결과가 올지 알잖아.”하원하는 노골적으로 위협했다.“너무 당황하지 말고, 나중에 차분히 다시 봐. 반드시 눈에 띄는 게 있을 거야.”하원하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시아야, 사람은 본능적으로 이기적이야. 그게 본질이지. 네가 지키려는 사람이 널 지켜주리란 보장은 없어. 심지어 네 등을 찌를 수도 있어. 절대 누구도 믿지 마. 너 자신 빼고는.”“하원하 씨.”시아는 이름을 또박또박 불렀다.“당신 따위가 날 가르칠 자격 있어요? 쓰레기 주제에.”남자는 개의치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난 쓰레기지. 다만, 너라고 깨끗하다고 할 수 있어?”하원하의 말은 날카로웠다.시아가 과거 구승준을 도와 각종 사업 계약을 따내던 일들, 그 과정에 깔린 술수와 계산을 떠올리게 했다.“이 사회는 흑 아니면 백이 아니야. 그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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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화 지금 답을 드리죠

“제대로 봤어?”시아의 귓가에서 아까 하원하가 던진 말이 다시 메아리쳤다.이제는 확실히 보았고 온몸이 떨려왔다.그 사진들은 7년 전의 시아였지 지금이 아니었다. 대부분이 탈의실 안에서 찍힌 사진들이었고,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은 극히 한정적이었다.정확히 말하면 단 한 사람 미아였다.“미아가 널 증오했어!”이 또한 하원하가 말한 바였다.시아는 믿고 싶지 않았지만 이 사진 앞에서, 반박할 말조차 떠오르지 않았다.미아가 이런 사진을 찍었을 거라고는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하원하의 손에 들어왔다는 사실은 더욱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이유나 사정이 무엇이든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단 한 번만이라도 의심했더라면, 단 한 번만이라도 경계했더라면 이런 사진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순간, 시아의 세계가 뒤집혔다.그리고 시아는 다시금 깨달았다. 지금은 하원하의 말 한마디조차 믿을 수 없다는걸. 지금은 하원하가 벼랑 끝에 몰려 어떤 거짓도 지어낼 수 있다는걸.하지만 사진이, 사진이라는 물증이 시아의 믿음을 흔들어놓았다.게다가 마지막에 본 CCTV 화면은 지호였다.지호는 상처 입은 채 감옥살이를 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흔들의자에 앉아 태연히 차를 마시며, 술을 기울이며 밤을 보내고 있었다.만약 사진은 원하의 수법이라 해도, 지호 같은 살아 있는 사람까지 조작할 수는 없었다.그리고 지호를 한눈에 알아보았다.시아는 사진을 봉투에 다시 집어넣고 자리에서 일어나 집 문을 닫았다.문을 나서며 잠시 시선을 문고리에 두었다. 현대식 잠금장치라 해도, 오고 싶은 자는 언제든 들이닥칠 수 있다는 사실이 뼈저리게 다가왔다.깊은 밤의 골목은 지나치게 고요했다.높은 굽의 구두 소리가 돌길 위에 박히며 마치 귀를 찌르는 송곳처럼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시아는 구두를 벗어 손에 들고, 맨발로 돌길을 내달았다.낮에는 그저 허술해 보였던 작은 휴대폰 가게였으나 나 밤이 되자 LED 불빛이 번쩍이며 묘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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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화 이혼하지 않을 거예요

“하원하 씨, 당신이 저지른 죄는 종이로 덮을 수 없어요. 내가 당신을 눈감아 준다 해도 다른 사람들은 절대 놓치지 않아요. 게다가 당신 같은 인간을 그냥 두면 내 양심이 편치 않을 테니 당신의 모든 죄행을 세상에 드러낼 거예요.”“지금 이렇게 당신에게 알리는 건, 당신이 나한테 보복할까 두려워서가 아니에요. 당신이 가지고 있는 내 사적인 사진들 얼마든지 퍼뜨려요.”“당신이 말했잖아요. 함께 망하자고. 그러면 어디 해보죠!”시아는 그 말만 남기고 답할 틈조차 주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이어 곧장 강국에게 전화를 걸었다.“기자들과 연결 좀 해줘. 내가 터뜨릴 큰 건이 있어.”그날 자정 무렵은 설날 전야보다 더 요란했는데 하원하의 모든 죄악이 인터넷에 폭로된 것이었다. 영상, 사진, 음성 녹음까지, 관련된 이들의 얼굴과 이름은 모자이크 처리됐지만,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누군지 짐작할 수 있었다.그뿐만 아니라 시아는 증거들을 경찰에도 넘겼다. 그날 밤, 하원하는 곧장 체포되었고 시아는 지호가 상처 입은 사진 또한 온라인에 퍼뜨렸다.지호는 ‘국민 남편’이라 불릴 만큼 대중의 관심을 받던 인물이었다. 사진이 공개되자마자 전 사회가 들끓었고 거센 여론은 이미 공권력을 향해 정면으로 비난을 쏟아냈다.그리고 시아는 속으로 비웃었다.‘네가 나와 장난처럼 다룬 그 상처, 지금은 세상 앞에 진짜 굴레가 될 거야. 어디 한번 두고 보지.’온라인이 들끓고 폭풍이 몰아치자 시아는 휴대폰을 끄고 곧장 잠자리에 들었다.다음 날 아침, 집 문을 두드리며 득달같이 달려든 이는 바로 은산이었다.“동서 지금 어떻게 그렇게 태평하게 자고 있어요? 세상이 뒤집힌 거 몰라요? 인터넷이 난리예요!”시아는 무심한 얼굴로 대꾸했다.“큰 난리는 크게 치우고, 작은 난리는 작게 치우면 되죠. 어차피 난리면 난리 난 대로 두는 거고요.”“도련님이 오늘 풀려날 예정인데 아직 안 나왔어요. 구치소 앞은 이미 인파로 발 디딜 틈도 없고요. 이번에 폭로한 사람, 정말 대단하네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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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화 우리 아내는 어딨지?

“내가 가는 게 소용 있나요?”시아의 목소리는 고요했고,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노수한은 순간 당황했고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여전히 애써서 달랬다.[사모님, 지금 미아 씨는 너무 의지할 데가 없어요. 오직 사모님만 믿고 있어요. 혹시라도 정서가 무너지면 곤란해지거든요.]“교수님은 의사시잖아요. 문제가 생기면 본인이 해결하셔야죠. 날 믿는다는 건... 그건 교수님이 직접 물어봤어요? 정말 날 믿는지?”시아의 날선 어조는 노수한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이었다. 잠시 말문이 막힌 노수한은, 조심스레 물었다.[사모님, 뭔가 이상하시네요. 혹시 다른 일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대표님 때문에 걱정이...]그건 선의의 걱정이었고 그 말은 시아 마음속에 쌓였던 분노를 잠시 식혔다.그리고 그제야 시아는 알았다. 지금 자신이 노수한에게 쏟아내는 날카로운 말들은, 남자에게 향한 게 아니라 사실은 이미아 때문이라는 것을.그리고 미아를 걱정해 주는 사람마저 자신이 공격하는 꼴인 것을 알면서도 통제할 수 없었다.시아는 눈을 감고 낮게 말했다.“아니예요. 그냥 다른 일이 있어서 지금은 못 가요.”전화를 끊은 뒤, 시아는 깊은숨을 내쉬었다. 몇 년간 감정을 철저히 통제해 왔는데, 이번엔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시아도 사람이었지, 신이 아니었기에 상처를 받았는데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할 수는 없었다.분노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음을 알기에, 시아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으려 했다.하지만 지금 당장 미아를 마주할 수는 없었다.무엇보다, 미아가 진짜 필요한 건 자신이 아니었다.잠시 후, 은산이 보낸 메시지가 도착했고 짧게 적힌 주소 하나일 뿐 다른 말은 없었다.은산은 화가 나 있었지만 결국은 시아를 도운 것이었다.이에 시아도 변명하지 않았다. 곧장 비행기를 예매했고, 승무원이 휴대폰 전원을 끄라고 알리던 그 순간, 시아는 인터넷 생방송 화면을 보았다.지호가 구치소에서 나오는 장면이었다.하얀 셔츠는 구겨진 채 피가 군데군데 묻어 있었고, 카메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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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화 절교

“모르겠다.”진오는 고개를 단번에 젓고는 곧이어 덧붙였다.“게다가 전원이 꺼져 있어.”폭로가 터져 나온 뒤부터 시아와는 일방적으로 연락이 끊겨 있었다.전화를 걸면 통화 중이거나 아예 받지 않았고 결국 차단까지 당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지호의 아내가 왜 데리러 오지 않느냐고 묻는 순간, 진오는 다시 시아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결과는 전원이 꺼졌다는 알람음이었다.이에 지호가 진오를 흘긋 보았다.“못 찾으면 나중에 얘기하자.”‘어라? 이거 겁주는 건가? 도대체 자기랑 무슨 상관인데?’지호의 굳어진 얼굴을 보고 진오는 목구멍까지 차올랐던 말을 삼키고는 물었다.“어디로 갈 건데?”“네가 생각해 봐. 내가 지금 어디로 가야겠는지?” 지호의 목소리는 싸늘했다.진오는 지호의 상처투성이 몸을 흘끗 보고는 속으로 ‘자업자득이지’라며 한숨을 내쉬고, 기사에게 지시했다.“병원으로 가세요.”“이 정도 상처로 내가 죽진 않아. 우리 아내부터 찾아.” 지호의 말에 진오는 입꼬리가 씰룩였다.“아까도 말했잖아. 전원이 꺼져 있다고.” 진오는 말하다 이를 악물었다.“내가 진 빚이 있지.”그러고는 곧 전화를 걸었다.“하지호 아내 어디 있는지 바로 확인해. 3분 안에 확인해. 늦으면...”진오는 옆에 앉은 지호를 곁눈질했다.“너 지호한테서 죽빵 맞고 피 터지게 생겼어.”저쪽에서 곧장 답이 왔다.[그럴 일 없어. 남 줘버려. 지호 아내 이미 비행기에 탔어. 내가 반 시간 전에 본 거야. 지금 막 이륙했어, 고도는...]전화 속 목소리가 차 안에 울리자 진오는 지호를 바라봤다. 그리고 지호의 찌푸린 미간은 마치 무거운 추도 매달아 끌 수 있을 만큼 단단했다.“고도가 중요한가? 중요한 건 목적지야. 3분이야, 딱 3분.” 진오는 상대방의 군말을 끊었다.“하지호, 네 아내가 혹시 네가 나오면 혼날까 봐 도망친 거 아냐?”진오는 이미 확인했고 모든 소문은 시아가 흘린 거였기에, 자신이 차단당한 거였다.아마 지호가 자신을 찾아오지 못하게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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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눈을 마주할 때가 됐죠

문이 반쯤 닫히려는 순간, 지호의 손이 옆으로 뻗어 와 가로막았다.진오는 비스듬히 지호를 흘겨보며 속으로 피식 웃었다. 역시나 그냥 보내줄 리가 없지.“응, 알았어.”통화가 끊기고, 진오는 지호를 흘깃 보더니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때 등 뒤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날아왔다.“내년 오늘 제삿밥 먹고 싶지 않으면 당장 기어들어 와.”이에 진오의 발걸음이 멈췄다.“지호야, 넌 나한테 한 번쯤은 부드럽게 굴 수 없어?”그 순간 기사가 슬쩍 기침하자 진오가 눈을 부릅떴다.“기침은 왜 해요? 참아요.”이에 기사도 못 이겨내고 중얼거렸다.“도련님, 남자가 부드럽다는 말은 쓰는 게 아니죠.”이에 진오는 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더니, 다시 지호를 보며 발걸음을 돌려 차에 오르고는 목적지를 뱉었다.이에 지호의 미간이 좁혀졌고 뭔가를 곱씹듯 중얼거렸다.“거기는 왜 간 거지?”이에 진오는 코웃음을 쳤다.“도망이지 뭐. 옛 남자친구 만나러 갔거나, 너랑 맞설 지원군 찾으러 갔거나, 아니면 그냥 여행일 수도 있고.”어쨌든 지호 앞에선 한마디로 얄미운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끝까지 얄밉게 나가야지.’“공항으로 가요!” 지호가 갑자기 행선지를 바꾸자 진오의 엉덩이가 들썩였다. “너는 왜 바람만 불면 소나기인 줄 알아? 여기 이렇게 난리인데 치울 생각은 안 하고 아내 쫓아가는 게 더 급해? 그리고...”진오는 지호를 가리켰다.“네 꼴 좀 봐. 반쯤 벗겨진 채로 공항 가면, 아는 사람은 다쳐서 그렇다 하겠지. 그런데 모르는 사람은 네가 비행기 타고 전 세계 돌아다니며 나체 시위라도 하는 줄 알겠어.”말이 끝나자 차 안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지호는 묵묵부답이었고, 운전기사도 숨소리조차 죽인 채 차를 출발시키지도 못했다.한쪽은 대표님, 다른 쪽은 대표도 건드리지 못하는 인물이라 자기는 감히 낄 자리가 아니었다.“출발하죠?” 진오가 불쑥 내뱉자 운전대 잡은 기사의 손이 덜컥 떨렸다.“도련님, 어디로 가라는 거예요?”“하늘 위로 가세요!” 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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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화 그 이유를 알아?

“하 대표님 오셨어요.”지호가 들어서는 순간, 간호사가 조용히 미아에게 알려주자 그녀의 온몸이 순간적으로 떨렸다. 아직 자유롭지 못한 손가락이 본능처럼 이불을 꼭 움켜쥐었다. 사실 의식이 돌아온 그때부터 이날이 올까 두려워했다. 피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깨어난 뒤에도 며칠 동안은 일부러 잠든 척을 해왔다.그렇게 미아는 다른 사람들이 아는 것보다 훨씬 일찍 눈을 떴다.“미아 씨,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하 대표님은 당신을 많이 걱정하셨어요. 지난 7년 동안 저랑 노수한 교수님 말고는 가장 자주 찾아오신 분이에요. 게다가 재활치료도 대표님이 직접 비용을 대주셨고요.”간호사는 자신이 알고 있는 걸 또다시 말해주었는데 이는 미아의 불안을 조금이라도 달래주기 위해서였다.또한 이건 노수한의 당부이기도 했다. 노수한에게 미아는 단순한 환자이자 연구 대상이 아니라 이미 가족 같은 존재였다.남들은 이해 못 했지만, 간호사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미아는 긴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려움으로 가득 찬 눈동자는 너무도 맑아, 마치 해코지할 줄 모르는 어린 소녀처럼 보였다. 나이는 자라왔지만 7년의 공백은 미아를 그 시절에 멈추게 한 듯했고, 마음은 아직도 7년 전 그대로였다.똑똑!문 두드리는 소리가 울리자, 미아의 어깨가 또다시 움찔했다.문이 밀리며 곧게 뻗은 체구가 시야에 들어왔다. 먹빛 대나무처럼 날렵하고 단단한 실루엣, 7년 전보다 훨씬 뚜렷하고 높아진 이목구비.그 얼굴은 7년 전보다 더 숨을 막히게 했기에, 미아의 숨이 순간적으로 멎었다.심장이 격렬히 떨리며, 눈을 깜박일 틈조차 없이 다가오는 그 남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지호의 시선 역시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고는 미아의 앞에 멈춰서야 얇은 입술이 살짝 열렸다.“미아야, 축하해.”여섯 글자는 가볍게 흘러나왔으나 묵직하게 가슴을 눌렀다.미아의 몸은 자제할 수 없이 떨려오자 간호사는 다급히 여자의 어깨를 붙잡았다.“미아 씨, 대표님이 말씀하시잖아요.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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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그 말을 더럽히지 마

미아의 떨림이 순식간에 멎었고, 두려움으로 가득 찬 눈동자가 다시 하지호를 향했다.말은 할 수 없지만, 눈빛만은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사실 미아는 눈을 뜬 순간부터 이 질문을 품고 있었다. ‘하지호는 왜 자신을 살려낸 걸까?’수많은 추측을 했지만, 정답은 지호만이 줄 수 있었다.그리고 지금, 지호가 답을 주려는 순간이 왔고, 이는 피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사실 너도 알고 있지 않나?”지호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뚜렷한 이목구비는 여전히 미아의 심장을 쥐어흔들었다.7년 전에도 잊을 수 없었던 그 얼굴, 지금도 여전히 살을 파고드는 듯했다.미아는 침을 삼키듯 목구멍을 움직였다. 아무리 두렵고 불안해도, 이 남자에게서 단 한 순간의 동정도, 연민도 기대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7년 전과 다르지 않았다.이에 미아는 고개를 저으며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지호는 부서져 가는 모습의 미아를 무심히 바라보며, 단 조금의 연민도 보이지 않았다.“미아야, 누구나 자기 행동에 대한 값을 치러야 해. 너도 마찬가지야. 알겠어?”그 말에 미아의 눈물이 더 거세게 흘러내렸다. 미아는 고개를 저으며 무언가를 해명하고 싶어 하는 듯 몸부림쳤다.“네가 지금은 말을 못 한다는 거 알아. 하지만 괜찮아, 난 7년을 기다려서 널 깨우기도 했으니까. 네 입에서 말이 나오길 기다릴 수도 있지.”지호의 눈빛은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지호의 앞에서 무엇을 하든, 남자는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7년 전에도, 지금도. 그러니 더 이상 연기할 필요도 없었다.미아는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고개를 숙인 채 눈길을 피했다.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삼십 초 가까운 침묵, 그 침묵 끝에 지호가 낮게 웃음을 흘렸다. 가슴 깊은 곳에서 새어 나온 웃음에 미아는 흠칫하며 고개를 들었다.곧 지호는 한 걸음 다가섰다. 큰 그림자가 드리워지며 미아를 완전히 삼켜버릴 듯했다.“다들 알고 있어. 내가 널 살려낸 게 사랑 때문이라고. 시아도 그렇게 생각하지.”미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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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화 알 게 뭐죠?

“공항.”지호의 대답은 조금도 의외가 아니었다.이에 진오는 곧바로 길게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아이고, 아들 장가보내니 꼬리 긴 산새처럼 어미는 잊었구만. 불쌍한 어머님, 아직도 둘째 아들만 기다리고 계실 텐데. 에구에구, 아이고!”진오의 장난은 지호의 발길질에 짧은 비명으로 끝났고 곧바로 조용해졌다.“아직 네 아내가 거기 가서 뭘 하는지는 알아내지 못했어. 결국 네가 직접 물어야 할 거야.”진오는 얻어맞은 다리를 주무르며 말했다.“그리고 말인데, 해도 되는 말인지 모르겠어.”이에 지호가 차갑게 잘라냈다.“그럼 하지 마.”“안 하면, 너 분명 또 날 걷어찰 거잖아.”진오는 정말로 ‘얄밉다’라는 한 글자로 요약되는 인간이었다.지호가 셔츠 깃을 끌어 내리자, 진오는 그가 단추를 풀기 전에 얼른 불어버렸다.“구승준 아내도 네 아내보다 먼저 갔어. 둘이 약속한 건지, 아니면 네 아내가 초대받아 간 건지...”말이 끝나자마자 진오는 목덜미에 싸늘한 기운이 스미는 걸 느꼈다. 그러고는 황급히 두 손을 내저으며 살길을 모색했다.“그렇게 보지 마! 나도 방금 알았다고. 게다가 뭐가 그리 대단해? 진은채가 네 아내랑 붙어서 이긴 적 있던가?”그 한마디가 공기 속 살기를 겨우 지워냈고 지호는 무심하게 흘렸다.“그걸 나한테 물어?”“그러면 누구한테 물어? 구승준한테?”진오는 목숨 걸고도 장난을 치고 있었다.그 말이 끝나자 지호가 묻듯이 말했다.“비행기는 몇 시지?”“두 시간 뒤. 지금 가도 구승준 찾거나, 집에 들렀다 오는 거 둘 다 가능하지.”진오는 친절히 덧붙였다.지호는 무릎 위에 올린 손가락을 움직이며 반지를 살짝 돌렸다. 그러고는 곧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시아가 H국에 왜 갔는지 알아?”[지금 어디야? 온 가족이 기다리고 있는데.]은산이 딴청을 피우자 지호의 눈빛은 점점 더 깊어졌다.“난 우리 아내를 물어봤어.”[동서? 집에 없어. 전화도 꺼져 있다니까. 어머니가 연락 끊기면 실종 신고라도 하겠다고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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