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는 게 소용 있나요?”시아의 목소리는 고요했고,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노수한은 순간 당황했고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여전히 애써서 달랬다.[사모님, 지금 미아 씨는 너무 의지할 데가 없어요. 오직 사모님만 믿고 있어요. 혹시라도 정서가 무너지면 곤란해지거든요.]“교수님은 의사시잖아요. 문제가 생기면 본인이 해결하셔야죠. 날 믿는다는 건... 그건 교수님이 직접 물어봤어요? 정말 날 믿는지?”시아의 날선 어조는 노수한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이었다. 잠시 말문이 막힌 노수한은, 조심스레 물었다.[사모님, 뭔가 이상하시네요. 혹시 다른 일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대표님 때문에 걱정이...]그건 선의의 걱정이었고 그 말은 시아 마음속에 쌓였던 분노를 잠시 식혔다.그리고 그제야 시아는 알았다. 지금 자신이 노수한에게 쏟아내는 날카로운 말들은, 남자에게 향한 게 아니라 사실은 이미아 때문이라는 것을.그리고 미아를 걱정해 주는 사람마저 자신이 공격하는 꼴인 것을 알면서도 통제할 수 없었다.시아는 눈을 감고 낮게 말했다.“아니예요. 그냥 다른 일이 있어서 지금은 못 가요.”전화를 끊은 뒤, 시아는 깊은숨을 내쉬었다. 몇 년간 감정을 철저히 통제해 왔는데, 이번엔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시아도 사람이었지, 신이 아니었기에 상처를 받았는데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할 수는 없었다.분노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음을 알기에, 시아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으려 했다.하지만 지금 당장 미아를 마주할 수는 없었다.무엇보다, 미아가 진짜 필요한 건 자신이 아니었다.잠시 후, 은산이 보낸 메시지가 도착했고 짧게 적힌 주소 하나일 뿐 다른 말은 없었다.은산은 화가 나 있었지만 결국은 시아를 도운 것이었다.이에 시아도 변명하지 않았다. 곧장 비행기를 예매했고, 승무원이 휴대폰 전원을 끄라고 알리던 그 순간, 시아는 인터넷 생방송 화면을 보았다.지호가 구치소에서 나오는 장면이었다.하얀 셔츠는 구겨진 채 피가 군데군데 묻어 있었고, 카메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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