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다시 태어난 구공주, 그녀의 당찬 인생: Chapter 411 - Chapter 420

438 Chapters

제411화

잔 속의 핏방울들은 이미 한데 융합되어 있었다. 남양의 입가에 띤 웃음기는 점점 사라지게 됐다. 뜻밖에도 정말 친손주일 줄이야. 그녀가 예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내 고개를 돌려 이서영을 바라보니, 그녀는 순식간에 와락하고는 큰 울음을 터뜨렸다. 남경과 한상궁은 난감한 표정으로 서로 눈을 마주쳤다. 한상궁은 옅은 한숨을 내쉬며 다가가 위로했다. "전하, 이건 단지..." "다들 저를 믿지 않는다는 거 잘 압니다." 얼굴을 가린 이서영의 손가락 사이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봉구경은 제단에 기댄 채 우는 그녀의 모습을 그저 조용히 쳐다보았다. 평소에는 잘 웃기만 하던 그 두 눈동자에는, 조금의 웃음기도 없었고 도리어 매우 차가워 보였다. 남경은 비록 이서영이 자주 우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됐다. "서영아..." "폐하, 달래주실 필요 없습니다. 아무도 저를 믿지 않는다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다들 제가 어머니의 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잖아요." 이서영은 고개를 돌리고는 눈물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눈물은 점점 더 흐르게 됐고, 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다시금 통곡하기 시작했다. "흑..." 봉구경은 그 모습을 보고도 그저 하품을 하고는 기지개를 킬뿐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무례한 행동도, 수려한 그의 외모 덕에 그렇게 미워 보이지는 않았다. "폐하, 시간이 늦었네요. 저 이젠 돌아가서 쉬도록 하겠습니다." 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정말 몸을 돌려 떠나버렸고, 더 이상 이 일에 관심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다들 그의 오만한 태도에 익숙해져 딱히 할 말이 없어 보였다. 반면 이서영은 의아한 표정으로 떠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슬쩍 보았다. 국사, 봉구경… 그녀는 이곳에 오기 전에 태후로부터 한 번도 국사에 대한 얘기를 들은 적이 없었다. 폐하의 곁에 이러한 사람이 있을 줄은 전혀 몰랐다. 심지어 폐하를 전혀 안중에 두지도 않다니.하지만 폐하는 그를 아
Read more

제412화

남경은 무거운 눈빛으로 남양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서로 마주하게 된 두 모녀의 시선은, 마치 물과 불처럼 대립 그 자체였다. 바로 그때, 남경이 갑자기 가쁜 호흡과 함께 거듭하여 기침을 하였다. 그러자 한상궁이 재빨리 다가가 그녀를 부축했다. "폐하, 무리하지 마십시오!" 자신의 어머니가 기침을 하는 모습에, 남양은 일단 화를 거두고는 나지막이 말했다. "폐하, 무리하지 마십시오." 그렇게 한참이나 기침을 한 남경은 겨우 한숨 돌리고는, 남양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넌, 남성의 공으로는 3만 명의 금군도 넘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남양은 아무 말도 없었다. 자고로 남진에서는, 오로지 실력으로만 평가할 수 있다. 만약 상대가 남성이었다면, 3만 금군은 말할 것도 없고 30만 대군을 그녀에게 준다 하더라도 남진 백성들도 감히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대는 그저 어린 폐물이다. 남양은 여전히 이서영을 하찮게 여기고 있었다. 결국 그녀는 대답 않고 남경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직 해결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어서,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이내 그녀는 분노를 겨우 억누르고는 몸을 돌려 떠났다. 이서영은 그런 그녀를 무시하고는 애써 웃으며 남경을 바라보았다. "폐하, 정말 3만 금군을 저한테 주시려는 겁니까?" "당연하지." 남경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 "자. 이제 병부를 전하한테 넘기거라." 한상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했다. "네!" 이내 그녀는 이서영의 앞으로 다가갔다. "전하, 제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그러시죠." 그제야 이서영은 환한 웃음을 보였다. "폐하, 그럼... 저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3만 금군의 부적이라, 이 정도 규모는 초나라에 있을 때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남양에게도 적지 않은 자녀들이 있긴 하지만, 그 누구도 이런 영광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곧이어 이서영은 한상궁을 따라갔다. 한편 남경은 두 조각상을 조용히 바라보고는, 느릿느릿 대전의 뒤쪽
Read more

제413화

너무나도 한스러워하는 봉구경의 모습에, 남경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복잡했다. 그녀는 차마 이서영을 미워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친손녀이기 때문이다. 이서영은 남진의 전하로, 이후에는 심지어 남진의 여황이 될 수도 있는 아이이기에, 그녀는 미워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매우 무거웠다. “하지만 남성이랑 비슷한 계집애를 보긴 했어.” 그러자 봉구경은 멍하니 그녀를 돌아보았다. "초나라의 9 공주, 이번에 이서영이랑 같이 남진에 손님으로 온 아이야. 다음에 그 아이더러 너를 한번 만나러 오라고 할게." 그 얘기를 들은 봉구경은 이내 씁쓸한 웃음을 보였다. 이 세상에 남성을 닮은 사람은 없을 거라 확신해, 만나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한편 이서영은 환히 웃으며 돌아가게 됐다. 3만 금군이라면, 이 황성에서 무사히 지내기에는 충분한 병력이었다. 앞으로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정세를 바꿀 수도 있었다. 아무리 남양이라도 감히 그녀를 어떻게 할 수 없을 것이다, "정말 핏방울로 친자확인을 했다고?" 처음 얘기를 듣자마자 긴장한 영은은, 이내 이서영의 표정을 보고는 안심했다. 이서영은 돌아오자마자 방문을 꼭 닫았다. "3만 금군을 나한테 준다는 건, 당연히 이젠 친손주로 인정한다는 뜻이지.” 이서영은 감격에 겨운 웃음을 보였다. 그러나 영은은 아무 말 않았다. 역시나 태후는 귀신같이 일을 예측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과거 남성의 딸을 대신할 아기를 보낼 당시, 남성의 친딸과 피를 섞은 적이 있었다. 만약 남성의 친딸과 피를 섞지 않았다면, 이서영이 과연 이렇게 운 좋게 남성의 딸로 남을 수 있었을까? 당시 보내지게 된 그 아이는, 아마도 이미 죽었을 거라 예상했다. “너무 자만하지는 마." 영은이 나지막이 말했다. 그러자 이서영의 안색은 갑자기 가라앉게 됐다. "내 앞에서 그렇게 무례하게 굴지 마. 3만 금군은 널 죽이고도 남을 만큼 충분한 병력이야." 이서
Read more

제414화

"공주 마마, 무진전의 바깥 정원에서는 마음대로 다니셔도 됩니다. 하지만 뒷마당은 오랫동안 방치되어 안전하지 않았으니, 함부로 가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이경을 데리고 이곳으로 온 궁녀는 줄곧 그녀의 뒤를 따르며 말했다. 그러자 이경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전 단지 남성 전하가 전에 거주하셨던 곳을 확인하고 싶을 뿐입니다. 뒤뜰에는 가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그녀의 눈빛은 뒤뜰로 향하게 됐다. 그곳의 수비는 매우 삼엄해 보였다. 얼핏 봐도 방치된 곳이 아니라, 금지 구역임이 틀림없었다. 이경은 일단 시선을 거두고는 정원을 지나 성큼성큼 전방으로 향했다. 대전 내부의 장식은 다소 소박하지만 세련 돼보였다. 전형적인 군인 거처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곧이어 남성의 침실로 향하는 이경의 심장은 세차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내 궁녀가 방문을 열었고, 눈앞의 장면을 마주한 그녀는 가슴이 더더욱 떨려왔다. “어떻게 이럴 수가?" 그녀는 거의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충격에 빠진 채 재빨리 방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녀가 무엇을 보고 놀란 건지 의아해있던 궁녀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소문으로는 생전 전하의 습관은 일반 사람들과는 좀… 다르다고 하더군요." 온 나라 백성들이 남성 전하를 숭배하고 있었기에, 궁녀는 함부로 단언을 하지 못하였다. 곧이어 이경은 겨우 마음을 안정시켰다. 그녀는 손을 흔들어 궁녀를 내보내고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걸어 들어갔다. 사실 방 안의 장식은 별 거 없었다. 대전과 비슷한 소박한 분위기를 띠고 있긴 하지만, 그 와중에 분명히 다른 맛은 있었다. 단순하고 소박한 공업풍의 분위기였다. 흔히 여자들이 좋아하는 커튼도 없고, 여분의 장식품도 없고, 나무로 된 벽에는 그저 각양각색의 무기들만 걸려 있었다. 칼, 검, 장총, 그리고 창살 등. 자고로 남성은 무술 연마를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이경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무기가 걸려있는 벽으로 다가가
Read more

제415화

곧이어 영화전으로 돌아온 이경의 머릿속에는 걱정거리로 가득차 있었다. 그렇게 방심한 사이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누군가의 품에 안기게 됐다. 윤세현은 고개를 숙인 채, 굳어진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뭐 잘못 먹었어?" "뭐 잘못 먹긴!" 윤세현에게 부딪히게 되면서, 이경의 머릿속에 어지럽게 널려져 있던 기억 조각들은 산산조각 나게 됐다. 순식간에 기억이 흐릿해진 그녀는 기분이 더욱 나빠졌다. "눈은 뒀다가 뭐 해?" 이내 윤세현을 노려보고는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 예민한 그녀의 태도에, 윤세현은 무슨 말을 하려 했지만 일단은 꾹 참았다. 자고로 여자들은 고집이 센 편이기에, 구공주가 절대 자신의 잘못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거라 믿었다. "나리, 장공주 쪽에서 또 초대장을 보내왔는데 거절하실 겁니까?" "안 가!" 방금까지만 해도 외출할 의향이 있었던 윤세현이었지만, 이경과 부딪히게 된 후 괜히 마음이 불안해졌다. 결국 그는 떠나지 않기로 하고, 몸을 돌려 전방으로 향했다. "나리, 안 가실 겁니까?" 윤세현은 여러 번 반복하여 물으면서 확인하는 것을 싫어했다. 그는 아무 말 않고 바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의 방은 이경의 방과는 다소 거리가 있긴 하지만, 얼마든지 그곳의 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는 있었다. 이상하게도 혼비백산한 표정으로 돌아온 이경의 모습에, 그는 혹여 오늘 밤에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걱정됐다.이때 방 입구에 선 문정수가 그에게 말했다. "장공주께서는 여전히 나리와 함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합니다. 나리께서 오늘 거절하시더라도 아마 내일이면 또 찾아올 것입니다." “그래도 거절해." 윤세현은 단호한 한마디와 함께 방 안으로 들어갔다. "네." 문정수는 방문을 닫고는 돌아서서, 장공주의 사람에게 다시금 거절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장공주의 태도는 여전했고, 아마도 세자한테 마음을 품고 있는 듯했다. 정말 난감한 상황이었다. 너무 잘생겨도 때로는 피곤한 법이었다. ......
Read more

제416화

"부탁하라고?" 기가 찬 이경은 바로 돌아섰고, 그 모습에 약이 오른 무연은 그녀의 머리를 비틀어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한마디 부탁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 목숨을 내놓으라는 것도 아닌데! 이내 연지가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 "이것이 바로 저희 공주 마마의 성질입니다. 그래도 방금 쫓아온 것만으로도 부탁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 겁니다. 그러니 남아주시죠." 비록 무연은 평소에 말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초아가 없는 지금 상황에 어쨌든 한 명이라도 있어야 집이 좀 시끌벅적할 수 있었다. 무연은 그저 콧방귀를 뀌고는 아무 말 않았다. 일단은 떠나지 않기로 했다. 한편 연지는 여전히 나무통을 든 채 난감한 표정을 하였다. "그래도 궁녀가 필요한 것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제가 마마가 목욕하고 탈의하는 것까지 시중들 수가 있겠어요?” "공주의 목욕까지 네가 시중 들 생각이야?" 무연은 여전히 그녀가 답답했다. "감히 그러기만 해 봐!" 곧이어 갑자기 바람이 쓱 불어왔고, 연지는 고개를 들어 보니, 방금까지 눈앞에 있던 무연은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숙여보니... 손에 들려있던 나무통이 사라지게 됐다. 값어치도 없는 나무통을 빼앗아 가서 뭐 하려는 거지? 금으로 만든 통도 아닌데? 산적 노릇에 중독되어 이젠 아무런 값어치 없는 물건까지도 빼앗는 거야? ......한편 이경은 방 안에서 바삐 맴돌고 있는 무연을 흘겨보며 물었다. “연지는 어디 갔어?” "잠자러 갔어." 무연은 여전히 이 상황이 답답했다. 다 큰 성인 남성이 공주의 목욕까지 시중 들려하다니, 미친 거 아니야? "내일 내가 궁녀를 데려올게." 아무리 그래도 이런 일을 어떻게 연지한테 시켜? "뭔 궁녀를 데려와? 하나 같이 나약하기만 한 게, 언젠가는 이서영한테 학대받고 죽게 될 거라고." 이경은 전혀 궁녀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 무연은 천천히 물을 붓다가, 고개를 돌려 병풍을 사이에 두고는 그녀를 힐긋 보았다. "그 여자... 정말 그
Read more

제417화

무진전 뒤뜰은 고요하긴 하나, 왠지 모르게 으스스한 기운을 띠고 있었다. 사실 적지 않은 고수들이 뒤뜰 구석구석에 숨어 있던 것이었다. 이내 이경은 수비를 가장 철저하게 하고 있는 곳이 바로 뒤뜰 연못가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됐다. 대체 저기에 뭘 숨긴 거지? 설마 사람이 숨어 있는 건가? 정말 사람이라면, 대체 얼마나 중요한 사람이기에 이렇게까지 숨기려 하는 거지? 혹시 남성? 그럴 리가... 이경은 곧바로 총총 달려갔다. 비록 남성을 마주하게 될 확률이 매우 희박하긴 하지만, 그녀는 일단 도전해보기로 했다. 이내 휙하는 소리와 함께, 튕겨나간 팔찌는 큰 나무의 나뭇가지 끝에 걸리게 됐다. 곧이어 이경은 자신의 경공을 이용해서 높은 벽에서 나뭇가지 끝까지 재빨리 움직였다. 얼굴에는 검은 두건을 두르고는, 머리까지 철저히 묶고 나서야 천잠사를 쏘아 연못가와 더욱 가까운 큰 나무로 다가가게 됐다. 연못가에 부는 바람은 매우 차가웠고 사방은 여전히 고요했다. 경각성이 충분히 높지 않다면, 주위에 잠복해 있는 고수들을 감지해 내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고수의 위치를 알아내지 못하고 무작정 앞으로 나아가면 자신의 행적이 쉽게 드러나게 된다. 바로 그때, 이경은 무언가를 발견하였다. 아래쪽에서는 웬 익숙한 그림자가 지나가고 있었다. 그녀는 실눈을 뜨고는 더욱 자세히 보았다. 저 사람은... 한상궁이잖아? 그러나 한상궁의 손에 든 물건의 정체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얼핏 봐서는 바구니 같아 보이기도 했다. 한상궁이 그 물건을 들고는 연못으로 향하고 있어, 연못가에 분명히 사람이 갇혀 있을 거라는 확실이 들었다. 그러나 연못가에는 건물이라고는 전혀 없는데 사람이 대체 어디에 갇혀있는 거지? 멀리 떠나가는 한상궁의 모습에 초조해난 이경은 냅다 천잠사를 휙 뻗으며 바로 쫓아가려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갑자기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이경이 움직이는 순간 나뭇가지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게 됐다. "거기 누구야?" 갑자기 나무 위에서
Read more

제418화

그렇게 검은 옷 사내는 이경을 안은 채로 앞으로 달려갔다. 어느새 뒤켠에는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고, 은사도 더 이상 쫓아오지 않았다. 한편 그들이 무진전을 떠나자마자, 시위들은 큰 소리로 외치며 그들을 쫓아갔다. "자객이야!" 그러자 이경의 마음속에 수많은 의문이 생기게 됐다. 무진전 뒤뜰에 어쩌면 정말 중요한 사람이 살고 있거나 혹은 갇혀 있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경은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은 듯, 무진전에서 일어난 일은 항상 무진전을 떠난 후에야 조사를 하곤 했다. "남양의 침전?" 이내 검은 옷 사내의 옷자락을 잡아당긴 이경은, 뭔가 익숙한 냄새를 맡게 됐다. 비록 남자가 검은 옷차림에 검은 두건까지 쓰고 있긴 했지만, 이경은 그가 누군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홀로 무진전에 온 건지, 아니면 자신을 구하기 위해 온 건지 영문을 알 수는 없었지만, 지금 그의 발걸음은 그다지 빠르지 않았다. 마치 시위에게 따라 잡히고 싶은 사람 마냥. 그리고 그가 지금 향하고 있는 방향은...! 아, 설마 남양에게 뒤집어 씌우려고? 두 사람은 남양이 거주하는 욱양전에 들어가 뒤뜰을 한 바퀴 누비 더고는 곧바로 높은 담을 넘어 나왔다. 뜻밖의 인기척에 욱양전의 시위들은 놀랐고, 마침 밖에서는 금군 통령이 이끄는 대오들이 들이닥치게 됐다. 이 상황에 남양은 단단히 화가 났다. "분명 어느 미친놈이 나한테 누명을 씌우려 한 거야. 얼른 꺼져! 다른 곳으로 가서 찾아!" 금군은 당연히 남양이 누명을 쓰게 된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방금 검은 옷 사내는 분명히 이 욱양전을 스쳐 지나갔다. 그는 난처한 표정을 보였다. "장공주 마마..." "내 거처에서 일어난 일은 내가 알아서 해결할 거야. 그러니 꺼져!" "네, 마마!" 결국 금군은 대오를 이끌고는 밖으로 나아가 수색을 이어갔다. ... 한편 그 시각, 바깥은 이미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윤세현과 이경이 지내고 있는 영안전에서는, 다들 웅성웅성거리고 있었다. 밖에
Read more

제419화

연지의 뜻밖의 한마디는 금군을 놀라게 했다. 평범한 처녀의 방인데, 못 볼 게 뭐가 있어? 게다가 남진에서 처녀와 남자는 같은 지위에 놓여 있었다. 비록 처녀들의 금기가 확실히 좀 많긴 하지만, 제대로 옷만 입고 있으면 못 볼게 뭐가 있는지 싶었다. 금군의 표정은 더더욱 어두워졌다. "이렇게까지 거부하시는 건, 설마 공주의 침실에 드러나서는 안 되는 비밀이라도 있는 겁니까?" 무진전에서는 지난 몇 년 동안 간혹 작은 사고들이 발생하긴 했었다. 그러나 다들 무진전 뒤뜰이 금지 구역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고, 어떤 이들은 몇 차례 탐색 시도를 했지만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하고는 더 이상 다가가지를 않았다. 그런데 초나라에서 두 손님이 오자마자 무진전에서 사고가 나게 된 상황은 절대 우연이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이내 방준은 방문을 사이에 두고는 큰 소리로 외쳤다. "공주 마마, 얼른 나오시죠!" 여기서 더 시간을 지체했다가는 공주가 증거를 훼손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그는 곧바로 뛰어들어 수색할 준비를 마쳤다. 만약 공주가 오늘 밤에 나타난 그 자객이라면, 적어도 외출복 같은 증거는 찾아낼 수도 있으니. "장군님!" 바록 그때, 방준의 부하들이 돌아와 보고하였다. "세자께서는 방 안에 계시지 않습니다!" "뭐?" 순간 방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오늘 밤 이 일, 설마 정말 초나라 사람이 저지른 소행인 거야? 다른 한 사람의 생김새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은사의 증언으로부터 방준은 먼저 온 이가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연지와 무연을 바라보고는 얼굴이 굳어졌다. 곧바로 그는 장검을 뽑아 들었다. 그의 뒤에 선 수십 명의 시위들도 즉시 일제히 장검을 뽑아 들었다. 곧이어 방준이 소리쳤다. "지금 자객을 잡는 것이 무엇보다도 급한 일입니다. 만약 계속해서 이렇게 막고 계신다면, 저희도 더 이상 좋게 봐줄 생각이 없습니다!" "당신..." 연지가 다시금 앞을 가로막으려던 순간, 방준이 칼자
Read more

제420화

이경의 낮은 신음 소리를 듣게 된 무연은 진작에 눈치채게 됐다. 그리하여 그는 방준이 문을 밀고 쳐들어올 거라 예상했고, 일부러 막지도 않았다. 그저 막지 못한 척 연기할 뿐이었다. 방 안으로 뛰어든 방준은, 병풍을 사이에 두고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침대에 누워있는 것을 보게 됐다. 그가 들어선 순간 남자는 잽싸게 이불을 덮었고, 이불 위로 드러난 남자의 어깨와 팔을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 반면 여자는 이불 아래에 몸을 숨겨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신음 소리도 멈추어졌지만, 남자의 숨결은 여전히 거칠었다. 방준은 병풍을 사이에 두고도, 싸한 남자의 눈빛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건방진 놈!" 윤세현은 이불을 더욱 꽈악 껴안으며 여자의 몸을 감춰주었고, 병풍은 그의 장풍에 의해 쓰러지게 됐다. 방준은 결국 세자의 얼굴을 볼 겨를도 없이, 그의 강한 장풍에 의해 문밖으로 밀려나게 됐다. 비록 방준 역시 일류 고수이긴 하지만, 그의 장풍을 이겨내지는 못했다. 만약 그가 재빠른 순발력으로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면, 그는 진작에 부하들이 보는 앞에서 체면을 잃게 됐을 것이다...그러나 방준은 그 충격을 감당해내지 못하고는, 쿵쿵거리며 뒤로 몇 걸음 물러나서야 겨우 몸을 안정시켰다. "장군님!" 이내 부하들이 몰려들었다. 그러자 방준은 손을 흔들며 그들이 다가오는 것을 막았다. 가슴속에서는 피가 여전히 들끓고 있어, 그는 한참 동안 말을 하지도 못했다. 초나라의 세자는 전장의 모든 적들을 간담 서늘하게 만드는 사신이라더니, 그의 무공은 역시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깊었다. 방금 힐끗 보긴 했지만 방준은 이미 똑똑히 보게 됐다. 침대 위 두 사람이 바로 윤세현과 이경이라는 것을. 그렇게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방준은 자신의 기운을 겨우 가라앉힐 수 있었다. 이내 다시금 방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무연이 그를 막았다. "세자 나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준은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그러나 방 안에서는 윤
Read more
PREV
1
...
394041424344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