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다시 태어난 구공주, 그녀의 당찬 인생: Chapter 401 - Chapter 410

438 Chapters

제401화

남진 여제인 남경의 나이는 52세이다. 이 정도 나이는 21세기에서는 노년이라 볼 수도 없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나랏일 때문에 힘들었는지, 그녀는 현재 60대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카리스마가 가득했고, 그 엄청난 기세는 단번에 주위 사람들의 기선을 제압할 수 있었다. 역시나 여제다운 기질이었다. 비록 얼굴은 노화를 거치게 됐지만, 그녀의 기운은 현장에 있던 그 어떤 사람들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그만큼 여황 폐하가 이제 갓 귀국한 전하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평소대로라면 다들 폐하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지금은 다들 약 30분 넘게 이서영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곧이어 몇몇 젊은이들이 들어서는 것을 보자, 남경의 눈빛이 순간 밝아졌다. "서영아, 드디어 돌아왔구나!" 그녀는 의자에서 일어나 친히 성전 아래로 내려갔다.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던 한상궁은 곧바로 다가가 부축하고는 성전으로 향했다. 이서영은 눈시울을 붉히더니 이내 눈물을 흘렸다. 그녀 역시 손을 내밀고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뜻밖에도, 여황 폐하는 이서영의 곁을 지나 그녀의 뒤 쪽에 서 있는 다른 아가씨에게로 다가가, 두 팔 벌려 그녀를 껴안았다. 감격한 여황 폐하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서영아! 드디어 우리 서영이가 돌아왔구나! 역시... 역시 넌 그 여자랑 매우 닮았구나! 서영아!" 대전 전체는 여황 폐하의 울음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당황한 이경 역시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급히 해명하려 했다. 그런데 남경에게 안기는 순간, 이경의 눈가는 뜻밖에도 촉촉 해났다. 알 수 없는 따뜻한 기운이 왠지 그녀를 감동시켰다. 그 모습에 멍해진 이서영은 한바탕 억울함을 토로했다. "폐하, 제... 제가..." 이건 너무 이상한 거 아니야? 저 여자가 내 폐하를 빼앗으려 하는 것 같은 이 기분은 뭐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지켜보던 다른 사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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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화

이서영의 눈물은, 오히려 남경이 혐오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고의가 아닌, 자신도 모르게 단전에서 끌어 오르는 듯한 혐오감이었다. 그 이유는, 그녀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딸인 남성은 결코 이렇게 울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성은 눈물을 흘려도 그저 울먹이기만 할 뿐이었고, 운 좋게 그녀의 눈물을 볼 수 있었던 사람은 결코 많지 않았다. 통곡하는 모습은 더더욱 볼 수 없었다. 이내 남경은 고개를 돌려 다시 이경을 바라보았다. "너가... 정말 서영이가 아니라고?"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린 이경은, 비록 그녀를 밀어내지는 않았지만 괜히 서먹해진 듯한 기분이었다. "이경이라고 합니다. 여왕 폐하를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한 나라의 여황을 마주한 상황에서도, 평범한 공주일 뿐인 이경은 비굴하거나 거만하게 굴지도 않았고 심지어 눈빛에는 약간의 오기가 있어 보였다. 이것이야말로 남성의 기질이었다. "정말... 아니야?" 남경은 크게 실망한 모습이었다. 이경은 그저 입술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곧이어 한상궁이 여사인 장암과 함께 남경을 부축하였다. "폐하." 장암은 낮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분은 초나라 구공주인 이경입니다." 이경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지금 남경의 심정은 매우 복잡했다. 한눈에 마음에 든 이 계집애가 뜻밖에도 자신의 친손녀가 아니라니, 진짜 친손녀는 저 꼴 보기 싫은... 그러나 여황으로서 이렇게 여러 해 동안 권력을 잡을 수 있었던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결국 체념하고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내 이서영을 돌아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말했다. "드디어 돌아왔구나." "할마마마..." 이서영은 소매를 들어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곧이어 무슨 말을 하려던 순간, 남경이 한상궁의 부축을 받으며 의자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래, 무사히 돌아왔으면 된 거야.”그녀는 의자에 앉은 채 성전에 들어선 몇몇 젊은이들을 바라보았는데, 시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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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3화

갑옷 차림에 먼지투성이가 된 그 모습은, 이제 금방 막 돌아온 듯했다. 그녀는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가 남경을 향해 몸을 숙였다. "폐하, 폐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진서란당을 일망타진했습니다!" 바로 장공주인 남양이었다. 이경과 이서영은 물론, 윤세현도 그녀를 처음 마주하게 됐다. 비록 윤세현은 전에 남진에 온 적이 있긴 했지만, 횟수가 제한적이었고 매번 왔다가 부리나케 돌아갈 뿐이었다. 게다가 남양은 알다시피 항상 밖에서 출정하고 있어, 자주 궁에 남아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리하여 남양도 초나라 전신 세자를 마주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남양은 남경과 인사를 마치고는 고개를 돌렸다. 이제 막 돌아온 남성의 딸한테 인사를 하려고 고개를 돌린 순간, 그녀는 훤칠한 체격에 뛰어난 외모를 자랑하는 한 남자한테 마음이 빼앗기게 됐다. 그녀는 여태 이렇게 잘생기고 패기 있는 남자를 본 적이 없다. 그동안 남양에게 있어서 남자란 항상 노리개 같은 존재였다. 자신의 일을 위하여 이용하거나 아니면 잠깐 데리고 놀거나. 그러나 눈앞의 이 남자는, 절대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 생각에 남양은 이 남자를 더욱 알아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내 그녀는 눈빛에 야망을 담은 채, 빠른 걸음으로 윤세현의 곁으로 다가갔다."이분은..." "어마마마, 이 분이 바로 초나라의 전신인 윤세현 세자입니다." 남박민은 즉시 대답했다. "당신이 정말 윤세현이라고?" 명성이 자자한 세자를 드디어 만나게 됐다니. 남양은 순간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참지 못하고 손을 내밀었고, 윤세현도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십니까!" 그는 남양이 자신에게 가까이하려는 것을 일부러 막아냈다. 오주 대륙 전체에서, 한 번이라도 전장에 나가 본 사람이라면 필연적으로 남진 장공주의 위세에 대해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윤세현은 전쟁터에 뛰어드는 용사들이라면, 남녀를 가리지 않고 줄곧 존경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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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화

남양이 이서영을 데려가려고 할 줄이야? 당황한 이서영은 바로 거절했다. "폐하, 저... 저를 위해 준비한 방이 따로 있지 않았습니까?" 이서영이 남진 여황으로 되기 위해 마주하게 될 가장 큰 적수가 남양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마찬가지로 남양에게 있어서도 그녀는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만약 남양에게 끌려가 단 둘이 한 공간에 놓이게 된다면, 남양은 어떻게든 이서영을 죽이려 할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남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장공주가 서영이를 잘 보살펴줘." "네?" 이서영은 폐하가 정말 남양에게 자신을 넘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는 남양의 눈가에 띤 사악한 웃음기를 보고는 깜짝 놀라 몸서리치며 뒤로 물러섰다. "폐하, 저... 저는 장공주와 함께 가고 싶지 않습니다." "설마... 고모인 나를 싫어하는 건 아니겠지?" 남양은 눈살을 찌푸리고는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 대놓고 거절하는 것은, 남양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 행동이었다. 자고로 군인에게 있어서는 체면이 가장 중요하다. "아니요, 그런 뜻이 아니라 전 단지... 단지..." 이서영은 그녀의 매서운 눈빛에 놀라 당장이라도 윤세현의 뒤에 숨고 싶었다. 이 상황에서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수 사람이 있겠는가? 이서영은 영리한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눈치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남양에게 해를 입는 게 두렵다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건, 곧 황족을 모독하는 행동이니 벌을 받을 수도 있게 된다. "나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면, 나랑 같이 돌아가자고. 내가 널 잘 보살펴 줄 거라니까." 그러나 이서영은, 보살펴 준다는 얘기가 마치 괴롭힌다는 얘기로 들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만큼 깜짝 놀라, 그녀도 지금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지금은 영은도 곁에 없는데, 어떻게 이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폐하..." 지금으로서는 그저, 여황 폐하가 남양의 본심을 알아차리고는 남양이 그녀를 데려가지 못하게 말리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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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화

곧이어 남양은 이서영을 데리고 떠났고, 다른 황자와 공주들도 잇달아 자리를 떠났다. 한편 윤세현은 이경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네 몸도 아직 회복이 안 됐는데 피곤하게 움직이지는 마." 그는 일부러 남경에게 들려주는 식으로 말했다. 구공주도 이미 상처를 입은 상황에, 어떻게 여왕 폐하를 치료할 수 있는가? 이경을 바라보는 윤세현의 눈빛에는 경고의 뜻이 담겨져 있었다. 사실 남경 폐하도 겉으로는 온화해 보이지만, 결코 그렇게 상냥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모르는 구공주는 처음 만나자마자 감히 폐하와 친해지려 하고 있다. 폐하가 이경한테 적의를 가지고 있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이 궁중의 모든 사람들은 이경한테 좋지 않은 마음을 품고 있는 건 확실했다. 방금 장공주인 남양 역시, 당당한 이경의 모습에 놀라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막 도착하자마자 수많은 적을 만들게 된 상황에 이런 당찬 모습을 보이는 건, 정말 폐하한테 진심인 건지 아니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말했지. 단지 작은 상처를 입었을 뿐이라고. 이젠 괜찮아졌어." 이경은 그저 가볍게 그의 경고를 대응하였다. 그녀는 윤세현을 무시하고는 남경에게로 다다 갔다. "폐하, 제가 내당에 들어가 자세히 맥을 짚어 볼 수 있을까요?" "그래, 네가 원하는 대로 하거라." 남경이 천천히 일어서자, 한상궁과 장암이 재빨리 다가가 그녀를 부축했다. 남경은 아직도 성전에 남아 있는 윤세현을 바라보았다. "세자 나리 안심하시죠. 공주는 저한테 있어서 귀한 손님입니다. 결코 다치게 하지 않을 겁니다. 당연히... 억울함도 당하지 않게 할 것입니다." 그녀의 마지막 한마디는, 윤세현의 심기를 건드리게 됐다. 이경에 대한 윤세현의 마음을 대놓고 건드릴 줄이야. 그는 그제야, 남경을 상대하려면 반드시 우선 이경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남경의 여황이 이렇게까지 영리한 사람인 걸 알았으면, 진작에 이경을 이번 일에 얽매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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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화

이경의 치료 수법은 남경도 전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이었다. 뜻밖에도 침술이나 마사지가 아닌, 훈향으로 발을 담그는, 생각지도 못한 수법에 한상궁은 처음에는 소란을 피우기도 했지만, 폐하는 여전히 이경을 마음에 들어 했다. 그리하여 어쩔 수 없이 이경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고 난 후, 폐하는 뜻밖에도 시원하게 용변을 보게 됐다. 사실 이 문제는 폐하를 지난 2년 동안 괴롭혀오고 있었다. 때로는 너무 괴로워 어의가 아예 설사약을 처방하기도 했다. 하지만 매번 설사가 끝날 때마다 폐하는 유난히 허약해지게 됐다. 그런데 초나라에서 온 구공주란 여자가, 평범한 약물을 탄 물에 폐하의 발을 담그게 하더니 뜻밖에도 바로 폐하의 고통을 해결하게 됐다. 게다가 그 치료 효과는 바로 눈에 띄게 보아낼 수도 있어 정말 믿기지가 않았다. "감사합니다, 공주 마마!" 한상궁은 폐하의 안색이 좋아진 것을 보고는 감격에 겨웠다. 그러자 이경이 남은 약 찌꺼기를 치우면서 말했다. "방금 처방전을 써놨습니다. 앞으로 매일 취침하기 전에 약을 탄 물에 발을 한 번씩 담그면 변비 문제는 해결될 겁니다." "변... 비?" 한상궁은 그 단어를 알아듣지 못했다. 의자에 누운 남경도 다소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 "바로... 폐하께서 지금 앓고 계신 병입니다." 이내 이경은 처방전을 한상궁에게 건네주었다. 한상궁은 처방전을 받고는 다시 물었다. "그럼, 폐하의 귓가에서 계속 나는 그 소리는..." "이명을 치료하는 건 변비보다도 더 복잡한 일입니다. 이명은 주로 신경 쇠약이 큰 원인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폐하께서 현재 중풍을 앓고 계셔서..." 그러나 이내 이경은, 자신의 이러한 해석이 이 시대 사람들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심오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하지만 다행히도 한상궁과 남경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초나라의 의술이 남진과는 확실히 다를 거라 생각해, 의술상의 용어도 아마 차이가 있을 거라고 여겼기 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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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7화

곧이어 이경이 자리를 떠난 후, 남경과 한상궁은 오랫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폐하가 아무런 말씀도 없으니, 한상궁도 감히 입을 떼지 못하였다. 한참이 지나서야, 남경은 고개를 들고는 외당 쪽을 바라보았다. "한상궁, 네 생각은 어때?" 한상궁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방금 제가 망언을 한 것에 대해서는... 부디 용서해 주시옵소서." "네 생각이나 말해봐. 나랑 수십 년의 정을 갖고 있으면서 아직도 이런 말이나 할 거야?" 한상궁은 웃지 못하고 그저 미간을 찌푸렸다. "사실 전하께서 돌아오시기 전에, 세 번을 거쳐 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조사 시점이나 조사를 진행한 사람이 전부 다르긴 하지만... 조사 결과는 모두 같았습니다." "전하는 확실히 이언 장군과 남성 전하의 슬하에서 태어난 따님이십니다. 비록 어릴 때 바로 궁으로 끌려가게 됐지만, 지금 궁에서는 여전히 그녀의 시중을 드는 궁녀와 내시들이 남아 있습니다." "만약 전하의 신분이 바뀌게 됐다면, 남아있는 그 궁녀들이나 내시들은 진작에 처리했을 겁니다. 하지만 다들 지금까지도 무사히 궁에 남아 있습니다. 그 말은 즉, 전하의 신분은 절대 의심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게다가 저희는 전에 술사를 파견하여 전하를 모셨던 궁녀를 만나 얘기를 나눠보기도 했는데, 궁녀들의 진술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한상궁은 머뭇거리는 표정으로 남경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전, 전하의 신분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신분이 가짜라면, 어찌 여태 이렇게 완벽하고 빈틈없이 살아올 수 있었겠는가? 남경은 눈을 치켜뜨고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네 촉은?" 하지만 그는 감히 자신의 촉을 함부로 얘기할 수는 없었다. 이는 곧 전하를 모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깐."네 죄를 용서마." 이내 남경이 나지막이 말했다. 한상궁은 그제야 한숨을 내쉬었다. "남성 전하의 기질은 조금도 보이지 않고, 오히려..." "말해!" 남경은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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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8화

곧이어 이서영은 한 대전으로 향했다. "흠안전?" 곧이어 눈앞의 웅장한 건축물을 마주한 그녀는 왠지 모를 불안감이 용솟음쳤다. 남진의 황궁은 매우 컸다. 이 흠안전은 바로 궁전 뒤쪽의 매우 외진 구석에 위치해 있었다. 궁중 마차를 타고 와도 반나절의 시간이 걸리는 거리였다. 그나저나 한상궁이 왜 한밤 중에 여기로 데려온 거지? "전하, 겁먹지 마십시오. 이곳은 국사가 사는 곳입니다." 한상궁이 웃으며 설명했다. "국사?" 이서영은 최대한 태연한 표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도무지 진정할 수가 없었다. 한상궁을 따라 걸어 들어가는 그녀의 발걸음은 매우 무거웠다. "폐하께서 저를 만나시려 한다면서, 왜 저를 이곳에 데리고 오신 거죠?" 국사가 대체 무엇이길래? 비록 초나라에는 국사가 없긴 하지만, 그녀는 전에 몇 번 들은 적은 있었다. 국사들은 다소 기이한 문술에 능통했다. 그들은 나라를 위해 기도할 뿐만 아니라, 일부는 비바람을 소환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었다. 심지어 어떤 나라에서는, 국사들의 지위가 매우 높았고 수만 명 중의 한 명이나 있을법한 정도였다. 그런데 이서영에게 갑자기 그런 거물을 소개하려 하니, 이서영은 매우 당황스러웠다. "폐하께서도 지금 흠안전 안에 계십니다." 한상궁이 대답했다. "폐하께서요?" 이서영은 더욱 당황했다. 대체 뭘 하려는 거지? "전하, 폐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한상궁은 다짜고짜 그녀를 데리고 온 것이 분명했다. 그 모습은 마치 이서영을 억지로 끌고 온 듯했다. 결국 이서영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는 흠안전 안으로 들어섰고, 고개를 들어 수많은 조각상들을 마주한 그녀는 순간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듯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칫하였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고 싶지도 않았다. "전하?" 한상궁은 눈썹을 찌푸리고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폐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전하,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마시죠." "저... 가기 싫습니다..."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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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9화

조각상 뒤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는 흰 옷차림의 남성은, 매우 나른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오랜 세월 실내에서 생활했는지, 그의 피부색은 일반 남자보다 훨씬 하얬다. 피부는 마치 눈처럼 희고 섬세한 데다가, 이목구비는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여 언뜻 봐도 일반 여자들보다 청아해 보였다. 웬만한 여자보다 더 아름다운 남자였다. 그나저나 아무리 봐도 그의 나이는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를 바라보던 이서영은 순간 멍해졌다. 느릿느릿 걸어오는 그 남자는, 처음 봤을 때에는 20대 초반처럼 보였는데 다시 자세히 보니 미간에는 꽤나 선명한 주름이 있었다. 흔한 중년 남자의 기질이 보였다. 그러나 가까이서 다시 확인해 보니, 20대 초반의 미남이었다. 이서영은 자신의 눈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닌가 의심하게 됐다. 그 와중에 남자는, 매우 경박한 말투로 남경에게 시비를 걸었다. 이서영은 그의 신분이 절대 낮지 않다는 것을 눈치채게 됐다. 그리하여 그녀는 감히 함부로 입을 열지 못했다. "이분이 바로 저희 남진의 국사입니다." 이내 한상궁이 소개했다. "국사님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서영이 고개를 숙이고 인사하자 봉구경의 눈빛이 그녀에게로 향했는데,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굳은 눈빛으로 한참을 바라보자, 이서영은 괜히 간담이 서늘 해 나는 듯했다. 비록 그녀는 미남을 좋아하긴 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는 오히려 그녀에게 압박만 주고 있었다. "성이 딸?" 그러자 봉구경의 눈가에 약간의 실망이 스쳐 지나갔다. "구경아, 네가 보기에는 어때?" 남경이 그를 향해 물었다. "전에 얘기했듯이, 명확하게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일단 한번 시도해 볼 수는 있어." 곧이어 봉구경은 몸을 돌려 제단의 큰 탁자로 다가가 작은 공구들을 꺼내 들었다. 백옥 잔 하나, 백옥 병 하나 그리고 작은 칼. 이서영은 저도 모르게 후퇴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한상궁이 그녀의 뒤에 서있어 그녀는 뒤로 물러설 수도 없었다.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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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0화

"꼬마야, 나 그래도 수법이 깔끔해. 널 아프게 하지 않을 거야." 눈 깜짝할 사이에 봉구경은 이서영의 앞에 멈춰 섰다. 그 와중에 그의 입가에 어린 웃음기와, 올라간 눈매는 매우 예뻤다. 고개를 든 이서영은 그와 눈을 마주쳤는데, 순간 그 눈빛에 빠지게 된 듯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름다워..." 이서영은 중얼중얼 속삭였다. "그래?" 그러자 봉구경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 웃음은 더더욱 이서영의 정신을 어지럽혔다. 이내 이서영이 한바탕 따끔한 통증에 의해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그제야 자신도 모르게 남자를 따라 제단 앞으로 향하여 자신의 손가락을 내민 것을 알아차리게 됐다. 손끝은 조금 따끔거렸고, 검붉은 핏방울이 그녀의 손가락을 스쳐 잔 안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당신..." 이서영은 곧바로 정신을 차리게 됐다. "당신... 당신들..." "전하, 이젠 쉬시죠." 곧이어 한상궁이 나타나 다짜고짜 이서영을 끌고 제단에서 내려갔다. 이내 남경이 천천히 내려갔고, 그녀는 이서영을 무시하고는 지나쳤다. 곧바로 남경이 봉구경에게 물었다. "대를 뛰어넘고도... 검증이 돼?" "되긴 돼. 하지만 내가 말했지, 완전히 정확하지는 않을 거야." 봉구경은 눈썹을 치켜세우고는 말했다. 그의 경박한 태도는, 눈앞의 이 일이 마치 그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듯한 태도였다. 곧이어 남경은 입술을 오므리고는 손가락을 내밀었고, 봉구경의 단도는 그녀의 손끝을 스쳤다. 그가 든 잔 안의 약즙은 사실 맑은 물이 아닌, 그가 직접 만든 약이었다. 피로 친자 확인을 하는 것은, 이미 오래전에 누군가가 그에게 말했듯이 딱히 정확한 방법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만든 이 약즙을 사용하면 정확성이 조금 높아지게 된다. 확실한 결과를 얻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일부 경우를 배제할 수는 있었다. 두 방울의 피가 서로 융합된다고 해서 반드시 혈연관계를 확정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만약 서로 융합되지 않는다면 혈연관계가 아예 없다는 것은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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