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 구공주, 그녀의 당찬 인생의 모든 챕터: 챕터 391 - 챕터 400

438 챕터

제391화

이경의 기억대로라면, 이곳은 유아가 쓰러진 곳임이 분명했다. 당시 그녀는 깊은 슬픔에 잠겨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당시 방 전체의 상황이 어느 정도 머리속에 남아 있었다. 유아는 이곳에 쓰러진 상황에서, 충분히 의자 아래 구석까지 손을 뻗을 수 있었다. 그럼 이 피로 물든 글자들이 설마 정말 유아가 쓴 거란 말인가? "구름은 하나가 아니다?" 이내 무연이 다가와 이경의 옆에 쪼그리고 함께 글씨를 보았다. 비뚤비뚤하게 써진 글씨체를 보면, 별로 힘 없이 써 내려간 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궁녀가 죽기 전에 쓴 글인 건가?" 그는 이경을 바라보고는 물었지만, 지금 이경은 그에게 긍정적인 답을 줄 수는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나저나 이게 대체 무슨 뜻인 거지?구름은 하나가 아니다? 이 뒤에 적힌 글씨는 또 뭐야? 그는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죽기 직전에 더 이상 힘이 없어 비뚤게 쓴 듯, 마지막 한 글자는 앞의 글자들과는 달리 한쪽에 멀리 떨어져 있었고, 다른 글자들보다 더욱 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글을 쓸 일은 없을 테지만, 당시 궁녀는 죽어가는 중이었다. 그러니 이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무연은 조용히 이경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저 눈살을 살짝 찌푸리고 있을 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바로 그때, 밖에서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온 것 같은데." 무연은 망설이다가는 곧바로 이경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정체 모를 사람들이 들이닥치기 직전, 그는 이경을 껴안고는 창문으로 나갔다. "누가 들어왔나?" 곧이어 들어선 두 하인은 방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서는 무려 두 명이 죽었다. 대낮의 시간이긴 하지만, 그들은 괜히 간담이 서늘 해 났다. "성, 성주께서 말씀하시길 현주는 이 방을 안 좋아해서 남겨서는 안 된다고 하던데... 차라리 지금 태워버릴까?” 낮에 태우든 밤에 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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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화

이경은 이미 한 번 죽음을 경험해 본 사람이었기에, 다시는 자신이 평생 그 어떤 감정에도 얽매일 일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아무리 냉정하게 굴려고 해도, 여전히 감정 앞에서는 마음이 약해졌다. "넌 항상 재잘거리기 좋아하고 말이 많긴 하지만, 정작 네가 없을 때 난 정말 외로움을 크게 느껴." 이경은 초아의 무덤 앞에 앉아 묘비를 바라보며 한탄했다. "나도 이제야 알았네. 곁에서 떠들기 좋아하는 네가 있는 것에... 이미 익숙해졌다는 것을. 요즘 매일 아침에 깨어나면 방 안이 너무나도 조용하더라고. 무서울 정도로 조용하더라." "그래도 지금 이렇게 된 게 너한테 있어서는 가장 좋은 선택일 거야. 알다시피 나한테는 적이 너무나도 많아. 항상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해치려고 하지. 그동안 그런 내 곁에 남아 있으면서 너도 억울했지?" "그나저나 왜 일찍이 시집 가려하지 않았어?" "난 옆에 친구를 두는 게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야. 평생 친구한테 폐만 끼치고." 멀지 않은 곳에서 지켜보고 있던 무연은 왠지 모르게 가슴이 아팠다. 얼마나 외롭고 안정감이 없는 사람이기에 친구도 필요 없다는 그런 절망적인 하는 걸까?사람이라면 이 세상에서 살면서 언제나 외로움을 두려워하는데, 대체 누가 친구 없이 살 수 있겠는가? 감히 그렇게 살지 못할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그는 순간 이경에게 자신도 그녀의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자신은 위험한 일에 연루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심지어 그녀를 보호해 줄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지금으로서는 그녀를 진성으로 호송하여 황궁에까지 안전하게 보내주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 그 임무만 완수하면 당연히 그는 사라져야 했다. 더군다나 그에게는 자신만의 사명감이 있었고, 지금으로서는 그의 목숨은 이서영의 것이라 볼 수 있었다.그러나 지금 이경이 절망에 빠진 모습을 보자, 그는 일면식도 없는 그 어린 전하에 대해 이미 혐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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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3화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윤세현은 이경이 보이지 않는 것을 알아차리게 됐다. 이경은 떠나기 전, 만일의 상황을 대비하여 연지한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얘기해 줬었다.그리하여 연지는 이경이 초아가 그리워 홀로 인사를 하러 갔다고 설명해 주었고, 다행히 윤세현은 그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딱히 의심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내 말에 올라타 직접 도망성으로 향하여 그녀를 찾기 시작했다. 밤이 되어서야 두 사람은 관도에서 만나게 됐다. 하지만 이경은 이미 움직일 힘도 없는 듯, 조용히 무연의 품 속에 주저앉아 있을 뿐이었다. “여태 몰래 저희를 도와줬던 그 사람입니다.” 청지는 바로 그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그나저나 공주와 무연의 거리는... 매우 가까워 보였다. 청지는 불안한 눈빛으로 윤세현의 얼굴을 힐긋 보았다. 연지 역시 그들을 따라 뒤이어 도착하였다. "공주 마마!" 그는 공주의 뒤에 선 가면을 쓴 사내를 발견하였다. 그를 향한 적의는 없었지만 괜히 마음이 복잡해졌다. 다른 누군가한테 안겨 있는 이경의 모습을 보면 누군가가 괴로워할 것이 뻔했다. 하지만 원래 윤세현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았던 연지였기에, 그가 괴로워하든 말든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 "마마, 몸이 편찮으신 것 같은데 얼른 돌아가서 쉽시다!" "그래." 이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윤세현이 말을 이끌고는 무연과 이경의 곁으로 다가가서 무덤덤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바닥을 내밀었다. "이리 와, 내가 너를 데려다줄게." 비록 그의 마음속에는 울분이 가득했지만, 지금 이경이 당장이라도 기절할 정도로 허약한 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경은 아무 대답도 없이, 그저 무연의 품에 더욱 편안하게 기댈 뿐이었다. 그러고는 눈을 감고 무기력하게 말했다. "난 지금 좀 자고 싶어... 그리고 이따가 내가 잠들고 나서 저녁 식사하라고 깨우지도 말아줬으면 해. 얼른 나를 안고 방으로 돌아가줘. 충분히 자고 나면 괜찮아질 것 같애." 자신을 안고 들어가라는 이경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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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화

윤세현은 긴소매로 입가에 묻은 붉은 피를 순식간에 지워내고는, 고삐를 잡아당겨 말을 이끌고는 재빨리 그들의 뒤를 쫓았다. 그 모습을 바라본 청지는, 마치 심장이 거대한 돌에 묵직하게 눌린 듯 답답해났다. 어쩌다 일이 이 지경이 된걸가? 왜 이 세상이 갑자기 이렇게 흐려진걸가? 조금이라도 햇빛을 더 내려줄 수는 없는 건가? …이경은 여인숙에 돌아오자마자 잠에 들었다. 무연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이경이 원한대로 그녀를 안고서 조심스럽게 말에서 내려 방으로 향했다. 연지는 먼저 방으로 들어가 침대보를 부드럽게 깔아 주었다. 잠시 후 이경을 가볍게 침대에 내려놓는 순간, 무연은 내심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몸도 마음도 무엇인가 공허해진 것 같은 기분. 그는 이경의 창백한 얼굴을 마지막으로 보고는, 빠른 걸음으로 문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는 바로 여인숙 뒤뜰로 향했다. 나무 아래에서 고개를 들면 얼마든지 이경이 위치한 2층의 방을 볼 수 있었다. 구공주가 방에서 자고 있는 상황에 밖에서 이렇게나마 그녀의 곁을 지키는 것이 선을 넘지도 않고 분수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그런데 시선을 돌리자마자, 그는 복도 끝에서 누군가의 가벼운 외침 소리를 듣게 됐다. "어? 누구야?" “현주님, 놀라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바로 제압하겠습니다.” "보아하니... 구공주의 곁을 지키는 시위인 것 같습니다. 방금 함께 돌아오는 것을 봤었습니다." "현주님, 즉시 세자 나리께 보고 드리겠습니다..." 곧이어 긴 복도 끝에서는 이서영의 낮은 외침과 함께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현주? 무연은 눈을 가늘게 뜨고는 그쪽으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오지 마!" 사실 방금 윤세현이 문을 나섰다는 소식을 접한 이서영은, 뒷마당으로 향하여 그의 말이 정말 사라졌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한편 영은은 심한 상처를 입게 되어 여전히 침대에 누워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아무도 이서영에게 윤세현을 찾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고 있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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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화

"아악!" 순간 이서영은 비명을 지르고는, 다리에 힘이 풀린 듯 그래도 땅에 주저앉고 말았다. 청지가 재빨리 그녀를 부축했지만, 자신이 이미 시위의 품에 기대게 된 것을 알아채게 됐다. 빌어먹을 청지가 글쎄 그녀를 부축하자마자 바로 다른 사람에게 떠넘긴 것이었다. 그의 이러한 행동은 미인인 이서영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치욕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자신의 심정을 얘기할 겨를이 없었다. 모든 신경은 무연의 얼굴로 향해 있었다. 그녀는 방금 크게 놀랐다. 당연히 무연은 미남일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이렇게나 추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니. 윤세현과 청지 역시 이 상황에 의아했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반쪽 얼굴이 안타깝기도 했다. 그러나 남자는 결코 얼굴로 먹고 사는 건 아니니, 비록 다소 아쉽긴 하지만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충격을 금치 못한 이서영은 겨우 한숨을 돌린 뒤, 방금 말에서 내린 윤세현의 뒤쪽으로 서둘러 몸을 숨겼다. 하지만 무시를 받게 된 무연은 화가 나거나 열등감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눈가에서 빛이 반짝였다. 이내 그가 다시금 가면을 막 쓰려던 순간, 이서영이 그 틈을 타 몰래 자신의 얼굴을 힐끗 살펴보는 것을 보게 됐다. 그 시선에 기분이 좋아진 무연은 가면을 내리고는 이서영을 향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제 이름은 무연입니다. 부디 현주님께서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독소로 인해 추하게 망가진 그 얼굴은 이서영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게 됐다. "너... 난 너 몰라. 너... 얼른 저리 가." 이서영은 급히 손을 흔들며 다시는 그를 보지 않으려 했다. 한 인간이 천사와 마귀의 얼굴을 다 지니고 있다니, 정말 무서웠다. 이경의 곁에는 대체 왜 이런 이상한 괴물들만 있는 거지? 무연은 그제야 가면을 쓰고는, 이서영을 향해 인사하고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는 여전히 조용히 나무 밑에 서 있었다. 2층에 있는 구공주의 방이 잘 보이는 그곳. 한편 청지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방금 무연은 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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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화

이경은 두 시간 넘게 자고 나서야 깨어났다. 그녀가 깨어났을 때, 연지는 방 밖을 지키고 있었다. 방 안에 혼자 있게 된 그녀는 순간 자신이 외딴섬이 된 기분이었다. 평소대로라면, 이경이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초아는 그녀를 도와 세면도구를 준비해 줬었다. 과거로 돌아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경은 누군가의 시중이 필요 없었다. 그러나 이젠 초아의 시중에 익숙해져, 초아의 부재가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게다가 지금은 몸도 허약한 상황에, 잠에서 깨어나도 아무도 자신을 살펴보지 않자 괜히 마음이 쓰라렸다. 이렇게 초아를 잃을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시중을 받아서는 안 됐었는데 말이다. 이내 이경은 침대에 기댄 채 눈을 감고는 쉬었다. 그때 밖에서 인기척을 들은 연지가 문을 두드렸다. "공주 마마, 깨어나셨습니까?" "그래. 따뜻한 물 좀 갖다 줘." 이경은 너무 긴 숙면을 취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았다. 게다가 자고 나니 이미 정신도 한결 좋아진 상황이었다. 이내 연지는 망설이다가는 입을 열었다. "세자께서 마마한테 궁녀 두 명을 보내셨습니다." 그는 방문을 열었지만, 감히 고개를 들어 이경을 바라보지는 못했다. 공주가 잠에서 막 깨어난 상황이었기에, 혹여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게 될까 봐 조심스러웠다. 두 명의 궁녀는 따뜻한 물 한 잔을 들고는 밖에 서있다가, 물을 들고 방 안으로 들어섰다. 한 명은 세면용 물을 들고 들어왔고 다른 한 명은 수건을 들고 있었다. 그러나 구공주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다. 양치를 하고 세수를 마친 그녀는, 갑자기 손을 들어 가까이 선 궁녀의 얼굴을 때렸다. "공, 공주 마마 살려주세요!" 구공주는 아직 몸이 다 낫지 않아, 그 따귀에는 큰 힘은 없어 얼굴이 아프지는 않았지만, 겁에 질리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두 궁녀는 재빨리 무릎을 꿇었다. "마마 살려주십시오!" 이때 연지가 들이닥쳤다. "마마 무슨 일이십니까? 이 아이들이 무례한 굴기라도 한 겁니까?" 그는 궁녀 두 명을 노려보며 장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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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화

연지의 예상대로 정확히 3일 후에 대오는 진성에 도착하게 됐다. 전하의 귀환 소식에, 온 진성의 백성들은 오후부터 거리 양쪽에서 나와 있었다. 이내 성문이 열리자마자 백성들은 땅에 무릎을 꿇고는, 전하를 보기도 전에 일제히 소리쳤다. "전하의 귀환을 환영합니다! 전하 천세 천세 천천세!" 정식으로 전하의 자리에 오르기 전부터, 이렇게나 큰 민심을 얻게 될 줄이야. 이 모든 것은 전부 남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남성은 남진에서, 여황 폐하를 제외한 사람들 중 가장 최고의 지위에 놓여 있었다. 심지어 지금의 장공주인 남양조차도 이런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이서영은,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된 후 다시 자신의 곁으로 돌아온 영은을 보며 감격과 기쁨을 금지 못했다. 백성들로부터 받은 뜨거운 환영은, 이서영으로 하여금 매우 들뜨게 만들었다. 한편,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영은은 아직 말을 하기에는 가슴이 다소 아팠다. 하지만 그녀는 최대한 침착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너무 들떠있지 마. 이제 금방 시작된 거야. 이경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대단한 여자야. 우린 절대 방심해서는 안돼." "됐어. 병든 주제에 이젠 무슨 나쁜 짓을 할 수 있겠어?" 이서영은 손을 흔들며 개의치 않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이경이 자신과 함께 윤세현을 빼앗으려 할까 봐 걱정했었는데, 뜻밖에도 웬 못난이가 그녀의 곁을 지킬 줄은 몰랐다. 때로는 한밤 중에 못난이더러 자신의 시중을 들라고 명령까지 한다는 얘기도 듣게 됐다. 정말 뻔뻔스럽네. 남자가 없으면 하루도 살지도 못하는 여자인가 보네! 그렇게나 못생긴 남자까지 받아들인다니. 오라버니가 그런 더러운 여자를 어떻게 받아줄 수가 있겠어? 게다가 이서영은 이미 궁녀더러 두 사람의 움직임을 지켜보도록 명령했었다. 궁녀의 얘기에 따르면, 근 3일 동안 윤세현과 이서영은 만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 말은 즉, 어쩌면 윤세현은 이경을 포기했다는 것인데 이제 두려울게 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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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화

전하께서 여사님께 절을 하다니! 이서영의 뜻밖의 행동에, 사람들은 서로 눈빛이 오고 갔다. 그 중 이 상황이 어이가 없었던 남용은 재빨리 이서영을 일깨워주었다. "전하의 지위는 여사보다 높습니다." 그 말에 이서영은 순간 멍해졌다. 그녀는 여황 폐하의 곁을 지키는 오른 팔이라면, 자신과 같은 사람은 비교조차 할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전에 그녀는 태후 앞에서도 감히 큰소리치지를 못했다. 그러니 태후의 오른 팔이라면, 누가 감히 불경스럽게 굴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서영은 자신의 지위가 이렇게나 높을 줄은 몰랐다. 여황의 오른팔조차 무시할 수 있는 지위라니. 이서영은 자신의 체면을 만회하기 위해 곧바로 가슴을 펴고는 단호한 표정을 보였다. "그만 일어나거라!" "..." 사람들은 저절로 침묵하게 되자, 이내 남신이가 가벼운 기침 소리와 함께 애써 웃는 표정으로 상황을 수습하였다. "전하께서는 어릴 때부터 초나라에서 살아오셨습니다. 초나라와 저희 남진의 풍속은 좀 차이가 있긴 합니다.” 그러자 여사가 한마디 얹었다. "그렇죠, 좀 다르긴 하죠." 곧이어 그녀는 이서영에게 손을 내밀었다. "황자와 공주 마마들이 다들 성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전하, 저를 따라 성 안으로 들어가시죠." 이서영은 이번만큼은 자신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여사는 어리둥절했지만, 어쩔 수 없이 열심히 시중을 들 수밖에 없었다. 여사는 이미 방금 윤세현과 인사를 하긴 했지만, 다시금 찾아가 그를 성 안으로 안내하고 싶었다. 이내 몸을 돌린 순간, 그녀는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그림자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흰색 치마를 입은 꽤나 아릿 다운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여사는 저도 모르게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정확히 누구를 닮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나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그 기질과 담담한 눈빛 그리고 무심한 표정은 여사를 놀라게 만들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갑자기 뒤 쪽에서 이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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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화

남양에게는 총 7명의 자녀들이 있었는데, 모두 황자와 공주의 지위를 갖고 있었다. 이서영은 비록 아직 정식으로 직위를 부여받지는 않았지만, 확실한 건 그녀의 지위가 황자와 공주들보다도 높다는 것이었다. 곧이어 대열은, 순식간에 두 개의 대형으로 나뉘게 됐다. 가장 먼저 성 안으로 들어선 이들은 여사가 이끄는 대오였고, 남신이와 남용은 이내 황자와 공주들이 선 대오로 돌아와 함께 전하를 공손히 맞이하였다. 그러나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본 이서영은 기분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황자들은 하나같이 훤칠한 데다가, 공주들은 매우 아름다웠다. 준수한 아들 하나 입양했으면 그만이지, 이렇게나 아름다운 공주들을 몇 명이나 데려와서 대체 뭐 하려는 거지? 그중에서도 특히나, 자색 옷차림의 한 공주는 얼굴이나 기질이나 이서영과 비교해도 뒤치치 않을 정도였다. 가장 꼴 보기 싫은 존재였다. 그나저나... "황자가 총 네 명이라 하지 않았어? 왜 셋밖에 없는 거지?" 이서영은 눈앞에 선 이들을 보고는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달리 오만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녀는 모든 황자와 공주들에게 불쾌한 첫인상을 안겨다 주었다. 바로 그때, 첫째 황자인 남박민이 이서영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삼황자는 평소에 유람하는 것을 좋아하여 진성에 남아있는 시간이 적습니다." "넌 누구야?" 이내 이서영은 자색 옷차람의 그 여자를 바라보았고, 여성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는 6 공주, 남명월이라고 합니다." 이서영은 세 공주 중에서 가장 예쁜 그녀를 매우 싫어했다. 그녀의 외모는 매우 눈부신 나머지, 사람들로 하여금 눈을 뗄 수 없게 만들 정도였다. 이서영은 이런 여자가 자신의 앞에 나타난 게 언짢았다.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는 아무 말도 않았다. 남용은 바로 눈치채고는, 팔꿈치로 6 공주를 툭툭 건드리며 히죽히죽 웃었다. "누나가 자기보다 이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이네." 최대한 낮은 목소리로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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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화

그러나 이서영은 바로 무자비하게 밀려나게 됐다. 세자는 그저 덤덤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는데,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보니, 마치 완벽한 조각상 같기도 했다. 어떠한 감정도 없어 보이는 조각상. 비록 그가 눈앞의 수많은 사람들을 훑어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감정이라고는 전혀 보이지가 않았다. "다가가기 어려운 남자로 보이네." 남봉황은 씩 웃으며 속삭였다. "그런데도 난... 마음에 들어." 남명월 역시 입꼬리를 올리고는 얕게 웃었다. 그녀는 한 번도 이런 사랑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눈빛은 윤세현에게 꽂히게 됐다. 남용은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관심받는 것을 개의치 않아 했다. 게다가 남진에서는, 한 남자를 좋아한다고 큰소리치는 건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다. 좋아하는 감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용기가 없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연약한 사람이었다.이내 첫째 황자 남박민이 먼저 지나갔고, 뒤이어 2 황자 남신이가 따랐다. 3 황자는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고, 4 황자인 남철풍이 두 형들의 뒤를 따라 빠른 걸음으로 나아가 초나라의 귀빈들을 맞이했다. 공주들의 시선 속에는 오직 윤세현만 있는 반면, 황자들의 시선 속에는 또 다른 그림자가 하나 더 보였다. 여섯 공주들보다도 더욱 예쁜 한 사람. 자고로 여자들을 바라보는 남자들의 시선은 항상 단순하기 마련이다. 얼굴이 이쁘면 이쁠 뿐이지, 허튼수작을 부릴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나저나 그들의 눈앞에 보이는 흰 옷차림의 한 여성은, 맑고 우아한 자태에 얼굴에는 분도 바르지 않은 듯했지만, 이루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예뻐 보였다. 그녀는 바로 방탕하고 교만하기 그지없기로 소문난 초나라의 구공주였고, 의외로 이서영처럼 오만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침착하고 담담한 모습이었다. 가까이 다가가서야 느껴지는 허약한 그녀의 기운은 괜히 황자들을 가슴 아프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무심코 뿜어져 나오는 그녀의 존귀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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