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안전이 불탄 이유는, 분명히 봉구경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오랫동안 아무 일 없었던 흠안전이, 이경이 남성 초상화로 가득한 밀실을 발견하자마자 하룻밤 사이에 잿더미로 변했을 리는 없었다.봉구경은 이경이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길 바랐다. 마치 어젯밤, 이경의 질문에 그가 아무 대답도 않은 것처럼. 그만큼 봉구경이 철저히 그녀를 피하고 있었는 상황에, 지금 다시 흠안전에 가더라도 무엇을 찾아낼 수 있겠는가? 그제서야 이경은 마음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됐어, 안 가련다." 이내 그녀는 몸을 돌려 방 안으로 들어갔다. "구공주 마마!" 바로 그때, 문정수가 동쪽 행각 아치문 쪽에서 나타났다. 그는 이경의 뒤에 선 칠조를 발견하자마자, 그녀를 향해 활짝 웃어 보였다. "초아야." "난 초아 아니라고!" 칠조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자신을 초아라고 부르는 게 너무나도 싫었다. 한편 문정수는 이내 이경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마마, 저희 세자 나리 한번 봐주십시오!" "볼 게 뭐가 있다고?" 이경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마음이 매우 복잡한 상황에 윤세현까지 돌봐야 한다니!그녀가 발걸음을 멈추자, 곧이어 연지가 다가와 말했다. "마마, 저 이만 나가서 장인 분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한 마디만을 남기고, 연지는 칠조와 문정수에게도 인사를 하고는 곧바로 떠났다. "무연은?" 이경이 물었다. 칠조가 대답했다. "아침 일찍부터 종적을 감춰서, 나도 잘 모르겠소." 이경은 자신의 옷매무새를 정리하고는, 침낭과 약상자를 챙긴 뒤 문정수를 따라나섰다. 한편 윤세현은 조용히 방 안에 있었고, 문정수는 방금 그로부터 내쫓기게 되어 더 이상 감히 가까이 있지 못했다. 잠시 후, 이경이 다가가 문을 두드리려는 순간, 갑자기 안에서 쨍그랑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이경은 곧바로 문을 열었다. 자세히 보니, 아마 윤세현이 방금 전 차를 따르려다 손이 미끄러져 찻주전자를 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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