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다시 태어난 구공주, 그녀의 당찬 인생: Kabanata 451 - Kabanata 460

547 Kabanata

제451화

순식간에 이경은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끌려오게 됐다. 손을 내밀어도 앞이 보이지 않고 깜깜했다. 그녀를 이곳으로 끌고 온 사내는 얼핏 봐도 무공이 매우 깊어 보였고, 이경이 여태 만난 사람들 중에서는 아마 윤세현과 남양만이 그를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경은 퍽하는 소리와 함께 냅다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사내한테서는 마치 오랫동안 햇빛을 보지 못한 듯한 음산한 기운이 맴돌았고, 얼굴은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유난히 창백한 사내일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귀신처럼 말이다. 사내는 조용히 이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비록 깜깜한 어둠 속이라 서로의 이목구비는 분간할 수 없었지만, 오로지 감각으로 상대의 기운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바닥에 앉아 있느라 지친 이경은 비로소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국사?" 그녀가 묻자마자, 봉구경의 눈빛이 급격히 가라앉았다. 어둡지만 않았다면, 이경은 분명 놀란 그의 눈빛을 발견했을 것이다. "대충 짐작이 가긴 했습니다. 주변에 온통 백단향 냄새로 가득한 게, 이곳은 분명 흠안전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내 이경은 자신의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그나저나 국사가 그녀를 여기로 데려온 이유는 무엇일까? 이경은 남진의 국사와 안면은 전혀 없었다. 봉구경은 조용히 그녀의 모습을 주시했다. 방금 그녀를 이곳으로 데려올 때도 느꼈지만 이경은 매우 아름다운 어린 아가씨였다. 그동안 수많은 미인들을 보아왔고 이경보다도 더 아름다운 이도 봤었지만, 아무리 아름다워도 그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었다.하지만 지금, 위험을 마주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는 이경의 태도와 지혜에 그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았다. "두렵지 않은가?" "두렵습니다." 주변 상황을 살피고 있었던 이경은 이 상황이 두렵긴 했다. 그녀는 봉구경으로부터 살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희미하게 느껴지는 그 살기… 당장 죽일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죽일 마음은 있어 보였다. 이경 역시 봉구경의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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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2화

봉구경은 눈썹을 찌푸리고는, 전혀 당황하지 않은 듯 여유롭게 긴소매를 휘둘렀다. 이내 세 개의 은침이 멀지 않은 나무 기둥에 박히게 됐다. 봉구경은 자신의 옷 소매가 은침에 의해 구멍이 뚫리게 된 것을 보게 됐다. 이 계집애, 제법 실력이 있군.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이경은 어느새 몸을 감춘 뒤였다. 봉구경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제단 뒤쪽으로 걸어갔다. "여긴 내 땅이야. 네가 아무리 발악해도 절대 나갈 수 없으니 그냥 얌전히 나와서 죽음을 맞이하거라." 그는 매우 느리게 걸었지만, 순식간에 여러 곳으로 옮겨 다닐 수 있었다. 부드러운 그의 목소리에는 분명한 살기가 느껴졌기에, 이경은 이제 숨 쉬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졌다. 게다가 이곳은 진법으로 가득 차 있는 탓에, 앞을 제대로 볼 수조차 없었다. 봉구경으로서는 이 상황에도 태연 한 건 당연한 일이다, 그는 이경이 이곳에서 벗어나지 못할걸 알고는 데리고 온 것이니. 이경은 제대로 긴장했다, 봉구경은 확실히 그녀에게 살의를 품고 있었고, 이곳에서 나가지 못하면 오직 죽음뿐이었다. 그런데 왜 하필 이경을 죽이려고 하는 걸까? 이리저리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던 이경은, 앞쪽에 웬 어두운 통로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거긴 들어가지 못해!" 바로 그 순간, 뒤에서 살기 가득한 봉구경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벌써 이렇게나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니! 비록 이경은 깜짝 놀랐지만, 봉구경이 막을수록 오히려 더욱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이내 그녀는 봉구경이 방심한 사이에 순식간에 그 어두운 통로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재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봉구경은 그녀의 뒤를 쫓으며, 마찬가지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거의 잡힐 뻔한 순간, 이경은 손을 휘두르며 다시금 은침을 뒤쪽으로 쏘았다. 봉구경은 긴소매를 이용하여 은침을 막아냈지만, 어느새 이경은 멀리 도망친 뒤였다.그의 안색은 급격히 어두워지며, 입가에 걸쳐 있던 미소조차 사라져 버렸다. 한편 이경은 더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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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화

그러나 봉구경은 이경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내가 알기로는 남양은 비록 성질이 더럽긴 하지만, 그래도 의리는 분명히 하는 편이던데.” 이경은 다시 왼쪽 뒤편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하지만 출구가 어디에 있는지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일단은 아주 조금씩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이내 그녀가 다시 말했다. “이서영 때문이지! 정말 쪼잔한 여자네. 좋아하는 남자를 빼앗겼다는 이유로 날 죽이기 위해 당신까지 동원하다니!” “모욕하지 말거라.” 하지만 놀랍게도 봉구경은 화를 내지 않았다. “그렇게 잘났으면 직접 날 찾아오라고 그래. 뒤에 숨어서 꿍꿍이 짓 하지 말고!” “전하는 나한테 그런 부탁한 적 없어.” 이서영은 국사를 두려워하고 있었기에 직접 찾아와 도움을 청할 리는 없었다. “그럼, 결국은 또 남성 때문이네.” “너…” 남성이라는 두 글자에, 봉구경은 주먹을 꽉 쥐었다. 이내 그의 몸에서 차가운 기운이 끊임없이 새어 나왔고, 이경은 그것을 생생하게 느끼게 됐다. 사실 남성은 봉구경에게 있어서 특별한 의미가 있는 존재였다. 또 남성 때문이었어, 이 모든 게 전부 다 남성 때문이었어! 이서영이 모든 사람들로부터 총애를 받는 것도 다 그 여자 때문이고. 참, 난 운이 지지리도 없네! 아니야, 이건 거대한 음모야! “이서영이 어쩌면 남성의 딸이 아닐 수도 있…” 그와 동시에 이경은 뒤쪽의 땅에 가볍게 발을 디뎠는데,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뒤쪽 바닥이 갑자기 움푹 꺼지더니 벽 한 면이 갑자기 열리게 됐다. “어디 감히!” 이내 이경은 바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봉구경은 재빨리 쫓아가지는 않고 천천히 걸어 뒤따를 뿐이었다. 살기 가득한 모습으로. 이경은 뛰어들고 나서야 곧바로 깨닫게 되었다. 오늘 밤, 어쩌면 자신은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녀가 뛰어든 곳은 또 다른 밀실이었고, 게다가 탈출구가 전혀 없었다. 유일한 출구는 바로 그녀가 들어온 입구뿐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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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화

이게 남성의 물건일 줄이야! 남성이 지니고 있던 총일 줄이야! 과거 남성이 총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어머니와도 똑 닮은 남성의 얼굴… 설마... 설마 남성이...!이경과 봉구경 두 사람의 눈에 이제는 충격으로 가득해졌다. "너 대체 성이랑 무슨 사이인 거야?" 흥분을 주체 못 한 봉구경이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거의 이성을 잃기 직전 같았다. 그러자 이경의 총구는 다시금 그의 심장을 겨누기 시작했다. "나 명중률 엄청 높아. 죽고 싶지 않으면 얼른 멀리 떨어지라고." 그러자 봉구경은 순간 멈칫했고, 심장이 조여드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과거에 남성도 그에게 똑같은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봉구경은 눈을 질끈 감고는 천천히 두 걸음 물러섰다. 어느새 그의 손은 벽을 짚고 있었고, 온몸의 힘이 풀리게 됐다. 벽에 기대지 않았다면, 그는 진작에 바닥에 쓰러졌을 것이다. "너... 정체가 대체 뭐야? 이게 총이라는 건... 대체 어떻게 알았고?" "나도 내 정체가 뭔지는 몰라. 아마 남성이랑 같은 곳에서 왔을 수도 있지." "그럴 수는 없어! 남성은 남진의 전하였다고!" 봉구경은 단호하게 반박했다. 그러자 이경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되물었다. "정말 그럴까?" 봉구경은 고개를 들어 깊은 눈빛으로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분명 다르게 생겼지만, 이 순간만큼은 그녀에게서 남성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성아... "나리, 나리!" 그런데 바로 그때, 통로 다른 끝에서 웬 하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봉구경을 정신 차리게 만들었다. 그제야 그의 눈빛의 살기는 사라지게 됐고, 그저 덤덤하게 이경을 흘깃 바라볼 뿐이었다. "널 죽이지 않을 테니,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고 있거라. 내가 돌아올 때까지는 일단 기다리고 있어야 해." 그는 말을 끝내자마자,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 하인들이 그 통로의 존재를 알고 있긴 했지만, 오랫동안 봉구경의 곁을 지켜오면서 아무도 이곳에 함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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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화

”난 장공주의 요구를 따를 수 없소. 여봐라, 손님을 모시거라.” 봉구경은 이내 손을 저으며, 바로 자리를 뜨려 했다. 곧이어 하인이 난감한 기색으로 남양 앞으로 다가갔다. "장공주 마마, 제… 제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국사 어르신." 남양은 여전히 봉구경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고, 떠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녀의 말투는 매우 담담했다. "그때 어르신께서 남성한테 저지른 일, 제가 언젠가는 폐하께 얘기해야 되지 않을 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뭐라고?" 봉구경은 황급히 뒤돌고는 그녀를 노려보았다. "국사 어르신,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이 이야기를 꺼내고 싶으십니까?" 남양은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의 뜻밖의 태도에, 봉구경은 주먹을 꽉 쥐고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하인은 어쩔 바를 몰라했다. 상황만 봐서는, 지금 자신이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르신, 제가…" "따라오너라." 봉구경은 몸을 돌려 제단의 다른 출구로 향했다. 남양은 매우 흡족한 미소를 지은 채, 그의 뒤를 따랐다. 마침 이경은 제단 뒤쪽의 장막 안에 있었다. 그녀는 봉구경이 일부러 못 듣게 하기 위해 자리를 비킨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나저나 저 두 사람이 대체 남성한테 무슨 일을 저지른 거지? 설마 남성을 해친 건가? 호기심 가득한 이경은 주먹을 꽉 쥐었다.그리고 고개를 숙여 허리춤에 찬 무기를 바라보았는데, 더욱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복잡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봉구경도 없고 자신을 가두는 사람도 없는 지금, 도망치는 것이 맞긴 했다. 하지만 그녀는 떠나지 않고, 비밀 통로를 따라 방금 그 밀실로 향했다. 촛불을 밝히자 방은 완전히 환해졌다. 그제야 이경은 제대로 숨을 들이킬 수 있었다. 아까는 너무나도 급한 나머지 제대로 방 안을 보지도 못했다. 그저 밀실 안에 그림이 많다는 것만 알고 있었기에, 그 그림 속의 인물이 모두 남성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엄마…" 이경은 그중 한 점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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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화

“너 대체 남성한테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이경은 차가운 표정을 띤 채 봉구경의 뒤 쪽으로 다가갔다. “궁금해?” 봉구경은 그녀가 아직도 도망가지 않은 것이 다소 의외였다. “죽음이 두렵지 않아?” 이경은 재빨리 그의 앞으로 걸어가, 그의 손에 든 술병을 낚아채고는 냅다 땅에 던졌다. “남성한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고? 얼른 말해!” 봉구경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경이 술병을 내동댕이쳤음에도 그는 화내지 않았다. 다만 눈에는 술기운이 어려있었다. “네가 초나라의 구공주야?”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그녀가 지금 알고 싶은 것은 오직 남성의 일 뿐이었다. “초나라 구공주라면 성이의 딸도 아니고 남진 황족도 아닌데, 대체 무슨 자격으로 나를 추궁하는 거야?” 그 한마디에 이경은 숨이 막히기 시작하며, 가슴 한 편이 찔리는 듯 아려왔다. 그렇다, 그녀는… 남진 황족도, 남성의 딸도 아니다. 그러니 무슨 자격으로 추궁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남성이 정말 이 시대로 타임슬립한 그녀의 엄마라면… 그래도 이 일을 과연 누가 믿어주겠는가? 그녀 자신조차도 믿기지 않는데 말이다. “그 총,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정말 남성의 총이야?” 이경은 최대한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 사실 봉구경은 남성에게 적의가 없었다. 이경의 눈에 봉구경은 도리여 남성을 간절히 그리워하고 있는 듯했기에, 차마 봉구경을 몰아붙일 수는 없었다. “넌 남성을 해칠 사람이 아니야, 맞지?” 그녀가 나지막이 물었다. “그렇다고 하면, 믿어줄 건가?” “믿어!” 봉구경은 다시 고개를 들어 이경을 바라보았는데, 어느새 입가의 쓸쓸한 미소는 사라지고, 안색은 점점 어두워졌다. “믿어준다고?” 그의 목소리는 아주 낮고 가늘었다. 그 자신조차 거의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어쩌면 자신조차도 쉽게 믿지 못하는 상황에 다른 여자가 자신을 믿어준다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실 이경 또한 자신조차 지금 대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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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7화

이경은 어릴 적부터 줄곧 자신의 엄마 곁에서 자라왔었다. 그녀의 기억 속에는 아버지라는 존재는 전혀 없었기에, 자연스레 엄마의 성인 이 씨를 따르게 된 것이다. 그녀의 엄마의 이름은 바로, ‘이성’이었다. …그 얘기를 들은 봉구경은 순간 동공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이경은 끝까지 원하는 답을 얻지 못했다. 술기운을 머금은 봉구경의 눈동자는 점차 흐려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의식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남성이 바로 이성인 걸까?"엄마…!" 이경 또한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았다. 가쁘게 호흡을 몰아쉬었고, 가슴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에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새 자신의 침실인 영화전으로 돌아와 있었다.바로 그때, 마침 칠조가 세숫 대야를 들고 방에 들어왔다. "무슨 일인가?" 이경은 아직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였다. 분명 방금까지만 해도 봉구경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어떻게 갑자기 이곳으로 돌아오게 된 건지 의아했다. 칠조는 세숫 대야를 내려놓고는, 이경의 상태를 자세히 살폈다. 다친 흔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 나이에도 악몽을 꾸다니. 악몽은 그렇다 쳐도 비명까지 지를 줄이야! 무슨 위험한 일이라도 당한 줄 알았잖아, 괜히 사람 놀래키게." 이경은 손을 들어 자신의 이마를 훑었다. 이마는 온통 식은땀 투성이었다. 악몽? 이경은 아무리 생각해도 방금 꾼 꿈이 악몽 같지는 않았다. "내가 어떻게 이곳에 돌아온 거지?" 그녀는 한참 동안 정신을 가다듬은 뒤에야 침상에서 내려왔다. "당신이 직접 걸어서 돌아왔잖아." 칠조는 그녀를 힐끗 보고는 하찮게 대답했다. "내가? 언제?" 그러나 이경은 대체 어떻게 돌아온 것인지 정말 기억나지 않았다. 칠조는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혹시 뭔 병이라도 난 건 아니지?" 그녀는 손을 내밀어 이경의 이마를 살짝 짚어보았다. 다행히도 열은 정상이었다. 게다가 열로 인해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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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8화

흠안전이 불탄 이유는, 분명히 봉구경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오랫동안 아무 일 없었던 흠안전이, 이경이 남성 초상화로 가득한 밀실을 발견하자마자 하룻밤 사이에 잿더미로 변했을 리는 없었다.봉구경은 이경이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길 바랐다. 마치 어젯밤, 이경의 질문에 그가 아무 대답도 않은 것처럼. 그만큼 봉구경이 철저히 그녀를 피하고 있었는 상황에, 지금 다시 흠안전에 가더라도 무엇을 찾아낼 수 있겠는가? 그제서야 이경은 마음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됐어, 안 가련다." 이내 그녀는 몸을 돌려 방 안으로 들어갔다. "구공주 마마!" 바로 그때, 문정수가 동쪽 행각 아치문 쪽에서 나타났다. 그는 이경의 뒤에 선 칠조를 발견하자마자, 그녀를 향해 활짝 웃어 보였다. "초아야." "난 초아 아니라고!" 칠조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자신을 초아라고 부르는 게 너무나도 싫었다. 한편 문정수는 이내 이경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마마, 저희 세자 나리 한번 봐주십시오!" "볼 게 뭐가 있다고?" 이경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마음이 매우 복잡한 상황에 윤세현까지 돌봐야 한다니!그녀가 발걸음을 멈추자, 곧이어 연지가 다가와 말했다. "마마, 저 이만 나가서 장인 분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한 마디만을 남기고, 연지는 칠조와 문정수에게도 인사를 하고는 곧바로 떠났다. "무연은?" 이경이 물었다. 칠조가 대답했다. "아침 일찍부터 종적을 감춰서, 나도 잘 모르겠소." 이경은 자신의 옷매무새를 정리하고는, 침낭과 약상자를 챙긴 뒤 문정수를 따라나섰다. 한편 윤세현은 조용히 방 안에 있었고, 문정수는 방금 그로부터 내쫓기게 되어 더 이상 감히 가까이 있지 못했다. 잠시 후, 이경이 다가가 문을 두드리려는 순간, 갑자기 안에서 쨍그랑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이경은 곧바로 문을 열었다. 자세히 보니, 아마 윤세현이 방금 전 차를 따르려다 손이 미끄러져 찻주전자를 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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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9화

"흡!" 윤세현은 곧바로 고개를 돌리고는 가볍게 기침을 두 번 했다. 두 사람은 그야말로 호흡이 척척 맞았다. 문정수는 재빨리 다가가 그를 부축하며 물었다. "나리, 혹시... 가슴이 불편하십니까? 또 기절하실 것 같습니까?" 그러자 윤세현이 그를 노려보았다 ‘내가 그렇게 약하다고?! 감히 날 모함하다니, 죽고 싶어?’하지만 문정수는 개의치 않고 그에게 다시금 조용히 눈짓을 보냈다: ‘나리, 일단 진정하십시오. 이러다가 공주 마마께서 정말 다시 가실 것 같습니다!’이내 이경이 몸을 돌리자, 윤세현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거의 쓰러질 듯한 허약한 모습을 보였다. 문정수는 그를 부축한 상태로 고개를 돌려 이경을 바라보았다.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마마, 나리께서는 깨어나신 이후로 계속 어지러워하셨습니다. 언제라도 기절할 상태인 것 같습니다." 그러자 이경이 인상을 찌푸린 채로 다시 다가와 윤세현을 함께 부축하려고 했다. 그렇게 그녀가 막 부축하는 순간, 문정수가 재빨리 손을 놓았다. "마마, 그럼 전 일단 물건들을 좀 치우겠습니다. 나리는 마마께 잠시 맡기겠습니다." "아니..." 이경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졌다. 윤세현의 몸이 너무나도 무거워 그녀 혼자서 부축하기에는 무리였기 때문이다. "문정수..." "나리께서는 아직 아침 식사를 하시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바로 준비해 드릴 테니, 이따 바깥 정자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문정수는 이 한마디만 남기고는, 마지막 유리 조각을 주워 들고 황급히 달아났다. 이경은 여전히 어안이 벙벙했지만, 지금은 화낼 기운조차 없었다. "괜찮아…?" 간신히 윤세현을 부축해 의자에 앉히자, 그가 몸을 삐딱하게 기운 채 반쯤 이경의 몸에 기댄 채로 말했다. "아직도 어지러워?" 이경은 힘겹게 그의 상체를 떠받치며, 마침내 손가락을 그의 맥박 위에 얹었다. 그의 맥상은 확실히 허약했다. 그래도 오늘은 좀 정신이 맑아 보여서, 많이 나아진 줄 알았더니. 하지만 어젯밤보다는 확실히 훨씬 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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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0화

바깥 날씨는 매우 화창했기에, 두 사람은 오래만에 평온하게 함께 길을 걸었다.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람은 그들의 머리칼을 살랑살랑 흩날리게 했다. 윤세현은 자신의 맞은편에 있는 이경을 바라보며, 괜히 입술을 움찔거렸다. 뭔가 할 말이 있긴 한데, 어떻게 입을 떼야 할지 모르는 듯한 눈치였다. 두 사람은 항상 함께 움직이긴 했지만, 윤세현은 줄곧 이상하게도 거리감이 느껴졌다. 같은 행렬에 있다 하더라도, 반드시 매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니. 그동안 한 사람은 동쪽 별채에, 다른 한 사람은 서쪽 별채에 살고 지냈다. 비록 단지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긴 했지만, 마치 서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듯 멀게만 느껴졌었다. 그렇게 그들 사이에 언제나 넘을 수 없는 커다란 간극이 생기기 시작했다. 문정수는 차와 다과를 올리고는, 서둘러 물러나 두 사람이 이야기할 시간을 주었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여전히 침묵만 흘렀다. 그렇게 한참 뒤에 윤세현이 차를 몇 모금 마신 후에 먼저 입을 열었다. “남진 궁중에는 고수들이 떼구름처럼 많아. 남경 또한 네가 상상하는 것처럼 만만치는 않아.” 그가 생각하기에 남경은 평범한 노인이 아닌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몇 년 동안이나 강산의 왕좌 자리를 지킬 수 있었겠는가? 이경은 윤세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세자께서는 현주를 호위하여 남진 황궁까지 모셔다 드렸으니 이젠 해야 할 임무도 끝났는데, 어찌하여 계속 여기에 머물러 계시면서 객으로 지내시는 겁니까?” 그녀가 아는 윤세현은, 엄연히 초나라의 전신으로서 이렇게 한가롭게 지낼 여유가 절대 없었다. 혹시 다른 임무가 있는 걸까? 그녀의 질문에, 찻잔을 쥔 윤세현의 다섯 손가락이 살짝 떨리는 것이 보였다.“당장은 너한테 알려줄 수 없는 일들이야.” 그는 이경을 속이고 싶지 않았기에, 당장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요. 제 개인적인 일까지도 매번 빠짐없이 세자께 아뢰어야 할 의무는 없지 않습니까.” “너는 이 궁중이 얼마나 험악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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