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다시 태어난 구공주, 그녀의 당찬 인생: Kabanata 461 - Kabanata 470

547 Kabanata

제461화

나를 기다려 줄 수 있겠느냐? 윤세현의 그 한마디는, 마치 바람처럼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 그는 이경에게 대답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아마도 그녀의 대답을 듣고 싶지 않은 듯했다. 아니면 어쩌면… 그녀의 대답이 예상이 가서, 자신의 가슴에 다시 한번 칼을 꽂고 싶지 않은 마음에 피한 것일 수도 있었다. 과연 기다려줄까? 아마 그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하여 윤세현은, 지금으로서는 이경의 대답을 듣지 않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합리화했다. 그 후 이틀 동안 그녀는 내내 영화전 동쪽에서 머무르면서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다행히 이경이 두 번 정도 남경의 영안전에 와서, 그녀에게 안마 치료를 해주며 봉구경의 소식을 전해주었다. 그날 국사는 영안전에서 하룻밤 묵고는 이튿날 바로 문을 나섰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하지만 그가 나가서 대체 무얼 하는지에 대해서는, 국가 기밀과 연관된 일이었기에 이경에게 자세히 알려줄 수 없었다. 어쨌든 그날 이후로, 그녀는 봉구경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녀는 그날 밤, 자신이 봉구경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비록 봉구경의 눈동자에 혼을 빼앗는 힘이 있긴 하지만, 이경이 당시 술을 마셔 의지력이 흐트러지지만 않았다면, 그렇게 쉽게 홀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확실한 예감이 들었다. 봉구경은 반드시 돌아올 것이고, 반드시 자신을 찾아올 것이라는 것을. 그녀는 일단 기다리기로 했다. 나흘째 되는 날, 연지가 돌아왔다. “공주 마마, 이 설계도는 문백훈 선생 외에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뿐더러, 직접 만들어낼 수 있는 장인은 더더욱 없는 것 같습니다.” 연지는 역시나 기기를 만들 수 있는 장인을 찾지 못한 듯, 결국 아무런 수확 없이 설계도만 품 속에 넣은 채 빈 손으로 돌아오게 됐다. 그 기기가 있으면, 이후 이경의 발전기와 연결되어 전자기 원리로 약물 처리가 된 혈액을 화학적 그리고 물리적으로 동시에 분리할 수 있었다.이경이 만들고 싶었던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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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2화

이경의 판단은 정확했다. 무연은 사실 두려웠던 것이다. 그날 밤, 단지 윤세현을 화나게 만들겠다는 이유로 인해 이경이 그를 살짝 껴안은 이후로, 무연은 이경을 마주할 때, 특히나 이렇게 단 둘이 남아있게 되는 상황에서는 자꾸만... 자꾸만 쓸데없는 망상이 들어 부끄러워지게 됐다. 그로 인해 방 문을 두드리는 것조차 망설여지게 된 것이었다. "뭐 하는 거야? 들어올 거야 말 거야?" 이경은 뒤로 물러서는 무연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남자 놈이 왜 이렇게 우물쭈물해?" 그 말에 무연의 얼굴은 더욱 확 붉어졌다. 정말 화가 나네, 이 계집애 말을 너무 심하게 하는 거 아니야! 내가 얼마나 무서운 남자인지 몰라서 이러는 거야? 그래도 이경의 그 한마디 덕분에, 방금까지 느끼게 된 어색함은 순식간에 사라지게 됐다. 그느 이내 성큼성큼 방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문 닫아!" 문을 닫으라고? 거 참 신기한 일이네. 평소에 무연은 이성과 가까이 있는 걸 매우 싫어하여, 단 둘이 방에 있고 싶지도 않아 했는데… 대체 무슨 중요한 일이라도 있는 건가 싶었다. 이경이 문을 닫고 돌아서자마자, 무연이 품에서 도면 한 장을 꺼내 들며 물었다. "지형도야?" 지형도를 받아 든 이경은, 보자마자 심정이 복잡해났다. 곧이어 그녀는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말했다. "이런 건 할 필요 없어!" 무연은 그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았고, 이경은 매우 착잡한 심정인 것 같아 보였다. 무연이 그녀에게 준 것은 다름 아닌, 무진전 뒤편의 지형도였고 그 핵심은 바로 연꽃 연못이었다. 알고 보니 연꽃 연못 옆에는 정말로 경비가 삼엄한 곳이 있었는데, 다름아닌 연못 위에 있는 작은 섬이었다. 지난번 이경이 갔을 때는, 연못에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뒤편에 숨어 있던 고수한테 발각되었었다. 그 후로도 다시 시도해보려고 했지만, 한 번도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만큼 무진전 후원의 경비는 매우 엄격했다. 그런데 지형도를 자세히 보니, 연못 한가운데에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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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3화

무연은 엄연히 남진 사람이었다. 그가 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더라면, 이경은 하마터면 그의 신분을 잊어버릴 뻔 했을 수도 있었다. "내가 뭘 할 거라고 생각한 건데?" "당신이 뭘 하려는지 내가 어떻게 알겠어?" 무연은 자신에게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 이경이 너무나도 답답했다. 그동안 줄곧 그녀를 보좌해 주고 그녀를… 친구로 여겨왔건만, 정작 그녀는 마음속의 수많은 일을 감춘 채 단 한 가지도 털어놓지 않으려 하니 말이다. 이경의 마음속에서, 그는 대체 어떤 존재일까?"내가 네 영토를 해치려 하는 간첩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를 여태 왜 도운 거야?" 이경은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손목을 붙잡고 있는 그의 손을 바라보았다. "이 지형도도, 네가 직접 나한테 그려 준 거 아니야?" "난…" 무연은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라, 한참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이경이 눈썹을 추켜올리며 되물었다. "게다가, 넌 이성이랑 가까이 지내지 않는다고 몇 번이나 얘기하지 않았어?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단 둘이 방 안에 남게 됐고. 게다가 내 손까지 붙잡고, 대체 뭘 하려는 거야?" "뭘 하려는 생각은 없어!" 그 말에 무연은 곧바로 자신의 손을 뗐다. 이내 이경이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 "그렇게 내 일에 신경 쓰면서, 내가 남진에 무슨 속셈이 있는 줄 뻔히 알면서도 나를 도와주려 한 거야?" “당신… 지금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무연은 다시금 한 걸음 물러서며 그녀와 거리를 두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정말 몰라서 물어?" 이경은 살짝 웃더니, 이내 그에게 또 한 걸음 다가갔다. "말해 봐, 네가 원하는 게 대체 뭔데? 설마, 내 몸은 아니겠지?" "그게 무슨!" 무연은 이경이 이런 얘기를 꺼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의 한마디는, 무연뿐만 아니라 그녀 자신까지 모욕하는 말이었다. 어떻게 이런 말을 뱉을 수 있는 거지? 그러나 이경은 여전히 그를 빤히 바라보며, 희미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뭐 그렇게까지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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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4화

문 앞에 다다른 무연은 걸음을 멈췄지만, 뒤돌아보지는 않았다. 이경은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단단히 화가 났다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신경도 쓰지 않고, 여전히 책상에 기댄 채 그를 바라보며 싱긋 웃어 보였다. “지금 돌아서도 괜찮아. 네가 원한다면 난 언제든지 해줄 수 있어. 원해?” 무연은 여전히 뒤를 돌아보지 않을 채, 우두둑하는 소리와 함께 주먹을 꽉 쥐었다. “꼭 그래야만 해?” “뭐가?” 이경은 그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하겠는 듯,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 “어차피 다 큰 성인들인데, 이게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이라고. 그냥 즐거우면 그만 아니야?” 하지만 무연은 결국 아주 단호하게 자리를 떠났다. 숨 돌릴 틈도 없이 영화전을 벗어나 궁 밖으로 나가서, 궁중 시위들조차 그를 막지 못했다. 그가 떠나자마자 이경의 입가에 맴돌던 미소는 서서히 사라졌다. 곧이어 손에 든 지형도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점점 무거워졌다. “왜 그렇게까지 괴롭히는 거야?” 이때, 어느새 문 앞까지 온 칠조가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내가 언제 괴롭혔다고 그래?” 이경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답했다. “내가 해주겠다 해도 안 받겠다 하는데, 저 놈이 나를 괴롭히는 거지.” “그건 당신 진심도 아니잖아!” 사실 칠조는 이경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겨우 며칠 따라다닌 것뿐이니 당연했다. 하지만 방금 우연히 이야기를 엿듣게 되면서, 드디어 구공주가 원하는 것을 알게 됐다. “왜 일부러 화나게 만들고 쫓아낸 거야? 설마 저 사람한테 안 좋은 영향이라도 가게 될까 봐 두려운 거야?” 그 한마디에, 이경은 비로소 고개를 들어 칠조를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을 거뒀다. “어린애가 뭘 안다고 그래?” “난 당신이랑 나이도 비슷해. 어쩌면 당신보다 나이가 더 많을지도 몰라.” 칠조는 잔뜩 억울한 말투로 말했다. “어쩌면?” 그러자 이경은 멈칫다가, 다시금 칠조를 바라보았다. “너, 내 생년월일을 알고 있었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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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5화

연지는 절대 떠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경이 무슨 말을 해도 거부할 뿐이었다. "공주 마마, 저한테는 오직 마마뿐입니다!” 그녀가 인정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연지에게 있어서 공주는 이미 가족이었다." 그의 유일한 가족. "저는 마마와 운명을 함께할 것입니다!" 한편 옆에 앉은 칠조는 다리를 건들거리며, 조용히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마치 생이별이라도 하는 것 같은 모습을 바라보는 그녀의 마음도... 다소 불편하며 답답하기도 했다. 이경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뭔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앞으로도 난 여기에서 잘 지낼 건데, 왜 죽고 살고를 논하는 거냐고!" "마마께서 이미 무연을 쫓아내셨잖습니까!" 문정수는 방금 무연이 이곳을 떠날 때, 그의 몸에 서려 있던 한기와 절망을 똑똑히 보아냈다. "마마, 저는 떠나지 않겠습니다. 죽어도 떠나지 않을 겁니다! 마마께서 무슨 말씀을 하셔도 저는 떠나지 않을 겁니다. 때리든 꾸짖든 절대 소용없습니다!" 이경은 이마를 짚으며 어쩔 줄 몰라했다. 이 녀석, 평소에는 그저 평범해 보이고 온순한 줄 알았더니 소처럼 고집이 셀 줄이야. "쫓아내는 게 아니라고 했잖아. 너랑 칠조가 해줘야 할 중요한 일이 있어서 그러는 거야." "그러면 마마께서는 혼자 여기 남아 위험에 맞서시겠다는 거잖습니까?" 연지는 이미 다짐했다. 무조건 떠나지 않을 거라고. "마마께서 직접 저를 죽이시지 않는 이상, 절대 이곳을 떠나지 않을 것이란 말입니다." "…" 이경은 난감한 표정으로 칠조를 바라보았다. "돈을 줄게…" "아무런 공도 없이 거저 주는 돈은 받고 싶지 않아." 칠조는 차갑게 웃었다. 하루라도 주인으로 모셨다면 정확히 품삯을 요구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칠조지만, 그녀는 아무 이유 없이 돈만 받고 떠나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뜻밖의 태도에 이경은 하마터면 웃음이 터질 뻔했다. "네가 내 돈을 훔치지만 않았어도, 난 지금 네 말을 믿었을 거야." "당신!" 순간 벌컥 화가 난 칠조는 이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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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6화

"공주 마마, 함부로… 그런 말씀을 하시면 안 됩니다!" 연지가 급히 말렸다. 무진전 후원에 정말 남성이 감금되어 있다면, 그녀를 가둔 자는 아마 폐하가 아니겠는가? 모독죄가 얼마나 무거운 죄인데! 눈 깜짝할 사이에 목이 날아갈 수 있는 죄였다. "농담이야, 너희들 반응이나 보려고 한 말이지." 사실 그녀는 아무도 이 말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제야 칠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런 증거도 없는 일을 함부로 지껄이지 마. 괜한 사람이 죽어나갈 수 있다고. 알겠어?" "허." 하지만 그녀의 입가에는 미소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연지는 입을 꾹 다물었다. 칠조는 공주를 모신 지 얼마 되지 않아, 공주에 대해 잘 알지 못할 테지만, 연지는 공주가 사실 농담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됐고, 너희들한테 긴히 부탁할 일이 좀 있어." "마마! 제가 말씀드렸잖…" "그냥 나만을 위한 피신처 하나쯤은 마련해 두고 싶어서 그래!" 이내 이경은 서랍에서 상자 하나를 꺼냈다. "이건 전부 내 귀중품이야. 당장 현금으로 바꿀 방법을 알아봐 봐. 그리고 그 돈으로 고수들을 고용해." 그녀는 상자를 연지에게 건네고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칠조는 남진에 대해 잘 알고 있으니, 그동안 연지 곁에서 조언을 해 줘." 그러자 칠조와 연지는 서로 조용히 눈빛을 교환했다. 이렇게 되면 두 사람 모두 궁을 떠나야 하고, 구공주 혼자만 여기에 남게 된다. 그럼… 정말 괜찮을까? "걱정 마, 나를 지켜주는 궁녀들도 있으니까. 어쩔 수 없지만 당분간은 불편한 건 참고 지낼게. 일이 끝나는 대로 바로 돌아와." "알겠습니다!" 공주의 피신처를 마련하는 일이라면,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지금 당장 움직여야 했다. 그러나 칠조는 난감한 표정을 보였다. "지금 당장? 아직 저녁도 안 먹었는데." "가는 길에 먹으면 돼!" "그래. 내가 숨은 고수들을 찾을 수 있는 곳을 알고 있어." 수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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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7화

“문백훈?” 이경은 순간 얼어 붙었다. 그녀는 문백훈이 바로 남진의 삼황자일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남양의 셋째 자녀였다니!문백훈은 그저 조용히 이경을 바라볼 뿐이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전… 남백훈이라고 합니다.” 한상궁은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 “삼황자님이랑 구공주 마마, 혹시… 아시는 사이십니까?” 그러자 남백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전에 초나라에 있을 때, 여러 번 뵌 적이 있습니다.” 이경은 여전히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했다. 여기는 엄연히 남진 황궁이기에, 그간 두 사람 사이에 그 어떤 교류가 있었다 하더라도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이 황궁에서는 쉽게 드러낼 수 없었다. “네, 여러 번 뵌 적 있습니다. 남백훈 선생께서 저를 도와 여러 번 도구를 만들어 주셨죠. 다만 당시에는 그 평범한 장인이, 남진의 삼황자이실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제가 눈치가 없었습니다.” 문백훈은 따로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옆에 한상궁이 있었던 탓에 그저 짧게 한 마디만 건넸다. “… 송구합니다.” 이경이 말없이 그저 미소로 답하자, 한상궁이 호탕하게 웃었다. “삼황자님과 구공주 마마께서 이런 인연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참으로 인연이 깊군요.” 곧이어 그녀는 두 사람을 안내했다. “두 분, 이젠 앉으시죠.” 이경은 남백훈의 맞은편에 앉게 됐다. 탁자는 그리 크지 않아, 여황 폐하를 위한 식사 규모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작은 원탁에 몇 가지 반찬만 있을 뿐이었다. “삼황자님, 구공주 마마, 전 일단 폐하를 모시러 가야 하오니 두 분 먼저 식사하시죠.” 한상궁은 밝은 미소를 띤 채 자리를 떠났다. 얼핏 봐도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뒤이어 궁녀와 시위들도 물러나고, 전각 안에는 이경과 남백훈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 남백훈… 이경은 자기도 모르게 시선을 거두며 눈을 내리깔았다. 잠시 후, 사람들이 다 없어지고 나서야 남백훈이 입을 열었다. “송구합니다. 일부러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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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화

그러자 남백훈이 눈썹을 추켜올리며 물었다. “같은 뜻이 아닌가요?” 이경은 이 상황이 어이가 없었다. 과연 같은 뜻일까? 적어도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덜 기분이 나쁠 것 같은데. “황실에서 자란 사람들은 다 이렇게 냉정 한 겁니까?” “마치 공주는 황실에서 자라지 않은 사람처럼 얘기하는군요.” 남백훈이 가볍게 맞받아치자 이경은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찔렸다. 그녀는 정말 황실에서 자란 사람이 아니었기에, 그저 우연히 황족이 된 사람이기에. 그러나 남백훈은 이경의 당황한 기색을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매화림을 지날 때쯤, 그는 갑자기 멈춰 서고는 이경을 바라보았다. 깊은 생각에 잠긴 채 걷고 있던 이경은 하마터면 그와 부딪힐 뻔했다. “왜 그러시죠?” 앞서 걸어가던 그가 갑자기 멈추는 바람에 이경 역시 급히 발걸음을 멈추게 됐다. “이경.” 남백훈은 부드러우면서도 진지한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이경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왜… 그러시죠?” “송구합니다.” “제가 말했잖습니까? 누구에게나…” “송구합니다.” 그는 얼굴에 조금의 웃음기도 보이지 않은 채 매우 진지했다. 이경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그는 여전히 문백훈이지 남백훈은 아니었다.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알게 된 사실이라, 그녀는 아직 적응조차 하지 못했다. 이내 이경도 웃음을 거두고는 진지하게 말했다. “그때 연지가 황성 전체를 뒤지면서도 당신을 찾지 못했을 때, 혹여 당신이 무슨 변이라도 당한 줄 알고 엄청 애가 타긴 했어.” 남백훈은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얘기를 들었다. “지금 다시 만난 상황에서… 그동안 당신이 신분을 숨겼다는 사실은 조금 충격적이긴 하지만, 화나지는 않아.” “나에게 있어서, 당신의 안전은 당신의 신분보다도 백 배는 더 중요해.” 그러자 남백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리고는 머나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어느새 완전히 어두워졌고, 달빛이 그의 얼굴에 내려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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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화

곧이어 욱양전 대전에서는, 남백훈은 전각 한가운데에 어느새 벌써 한 시간 넘게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남양이 불러서 왔건만, 정작 그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그를 꿇어앉혀 두고만 있었다. 남박민이 내당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을 때도, 그는 여전히 꿋꿋이 앉아 있었다. 모래시계를 확인해 보니, 적어도 반 시간은 더 꿇어앉은 듯했다. “내가… 어머니께 다시 한번 여쭤보마.” 그렇게 남박민은 벌써 세 번째로 내당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남양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머님.” 남백훈은 곧바로 그녀를 향해 고개를 숙여 큰절을 올렸다. 남양은 일 년 만에 더욱 훤칠한 모습으로 나타난 자신의 아들의 얼굴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녀에게 있어서 남백훈은 수많은 아들들 중에서 가장 아끼기는 했지만 동시에 가장 크게 실망스러운 아들이기도 했다. “돌아왔으면, 가장 먼저 나를 보러 왔어야지?” 설마 먼저 여황 폐하께 가서 보고를 한 건가? “아들이란 놈이, 나한테 충성심이 조금이라도 있긴 한 거냐?” “어머님, 폐하께서는 그래도 저의 할마마마십니다. 원칙적으로도 마땅히 먼저 폐하께 문안을 드려야 하는 게 맞습니다.” 남백훈의 말투는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았으며, 평소처럼 그저 덤덤할 뿐이었다. 남박민은, 거의 두 시진 동안이나 꿇어앉아 있었을 그의 다리가 안쓰러워 차마 쳐다볼 수가 없었다. “어머님, 폐하께서는 삼황자가 귀성한 소식을 들으시고는 진작에 한상궁을 보내어 이곳으로 안내하게 하셨습니다.” “한상궁이 직접 너를 영안전으로 보낸 거라고?” 남양은 눈을 가늘게 뜨고는 물었다. “어찌하여 대답하지 않는 것이냐?” 남백훈은 여전히 태연자약했다. “필경… 제가 가장 먼저 폐하께 갔으니, 어머님께 잘못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남양은 불평불만 없이 그저 덤덤한 그의 태도가 매우 밉살스러웠다. 남백훈의 성품은 어릴 적부터 변함없었다. 가끔은 단 몇 마디로 해명해도 벌을 면할 수 있는 상황이 있음에도, 그는 자신을 위해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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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0화

"어머니께서는 제 성격을 누구보다도 잘 아실 겁니다. 제 머릿속에는 권모술수 같은 건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왜, 제가 편을 들고 있다고 하시는 겁니까?" 남백훈은 담담하고도 진심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머니, 전 그저 기술과 의술을 연구하면서 열국을 다니며 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을 뿐입니다. 어머니와 폐하 사이의 일에는 절대 간섭하지 않을 겁니다." 맑고 투명한 그의 눈빛에, 남양은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약해졌다. 그녀는 남백훈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특히나 그를 가장 아꼈다. 그 이유는 특별히 잘생긴 것을 제외하고는, 그의 담담한 성격이 온갖 음모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남양에게 있어서는 한 줄기의 빛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오늘 이렇게까지 화가 난 이유는, 사실 남백훈이 정말로 폐하의 사람이 될까 봐 두려워서 그런 건 아니었다. 단지, 그의 마음이 다른 사람에게 기울까 봐 두려웠다. 그의 마음속에서, 자신보다 남경이 더욱 중요한 존재가 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어머니, 일 년 만에 뵙는데 얼굴에 주름이 또 늘으셨군요." "너!" 남양은 그를 노려보며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또 나를 달래려는 거냐?" "어머니, 제가 이번에 초나라에서 돌아오는 길에 좋은 약을 좀 가져왔습니다. 얼굴에 바르고 마사지하면 주름을 옅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어머니 어디 한번 써보시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남양은 어쩔 수 없이 또 한 번 지게 됐다. 남백훈은 역시나 권모술수에는 관심이 없었고, 그저 남양을 기쁘게 해 줄 수 있는 방법만 궁리하고 있었다. 그의 한마디에, 남양의 가슴속 화는 적어도 절반은 사그라들었다. "폐하한테도 줬으냐? 네가 직접 마사지까지 해준 건 아니겠지?" 그러나 남양의 마음속에는, 아직 약간의 답답함이 남아 있었다. "사실 전 이곳으로 돌아온 이후로, 아직 폐하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러자 남양은 다시금 그를 노려보았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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