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그러나 이서영은 그에게 무언가를 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창랑대왕이 이미 자신들의 포로가 된 상황이었다.마치 도마 위의 물고기처럼, 그들은 그를 얼마든지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었다.더 이상 이야기를 나눌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창랑대왕을 돌려보내지 않는 한, 창랑 병사들은 감히 습격하지도 못할 것이다.그렇기에 이서영에게 있어서는, 창랑대왕을 진성까지 데려가 할마마마께 바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그렇게 되면 북란관의 전투도 일단락되는 셈이었다.장차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설령 창랑대왕을 죽여 창랑 대군이 계속 북란관을 쳐들어온다 해도 그건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일단 전공만 세우면, 앞으로 다시는 이곳에 찾아올 일이 없을 것 같았다.“우린...”“전하의 뜻은, 북란관과 연란관 밖의 그 평원 지대를 창랑성으로 만들고, 앞으로 대왕과 대왕의 백성들이 창랑성 안에 터를 잡았으면 한다는 것입니다.”창랑성.바로 탁서수가 그토록 원하던 북란관과 연란관 밖의, 그 평원 지대였다.그는 애써 침착한 표정을 유지했지만, 이경은 그 눈빛 속에 감추어진 감동을 바로 알아차렸다.이서영이 한마디 하려 하자, 이경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결국 이서영은 한마디도 꺼내지 못했다.다시는 방금 겪은 그 극심한 통증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나중에 일단 진성으로 돌아가면 가장 먼저 할마마마께 아뢰어, 이 모든 사실을 고발하리라 마음먹었다.비록 이경이 뜻을 전하긴 했지만, 탁서수의 시선은 여전히 이서영에게 머물러 있었다.그러자 이경이 물었다.“전하, 제 말 맞죠?”이서영은 그녀를 흘겨보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네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지 뭐. 어차피 여기선 네 말만 통하잖아.”그러자 창랑대왕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이경의 표정은 무덤덤했지만, 마음 같아서는 정말 이서영을 한 대 때려 주고 싶었다.이서영은 백성들의 안위라고는 정말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그제야 탁서수는 이경에게로 시선을 돌
이서영은 어안이 벙벙했다.아무리 그래도 장암은 엄연히 고수인데, 어떻게 이경의 장풍 한 번에 기절할 수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게다가 그녀는 땅에 쓰러진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한편 이경은 이서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고 있었다.이서영은 놀라서 뒤로 물러서고 싶었지만, 여전히 배가 너무 아팠다.“나한테 해독제 한 알이 있어. 먹고 나면 배가 아프지 않을 거야. 하지만…”마지막 말에, 해독제를 건네받은 이서영은 순간 멈칫하며 당황한 듯 이경을 바라보았다.그러나 그녀는 정말 너무나도 아팠다.궁중에서 몸을 사리며 호의호식하고 십여 년을 살아온 사람이라, 조금의 고통도 견뎌 낼 수 없었다.이 고통은 그녀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완전히 넘어섰다.비록 그녀는 이경이 좋은 의도로 해독제를 주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적어도 윤세현은 자신이 이경에게 독살당하는 것을 눈뜨고 가만히 보고 있지는 않을 거라 믿었다.자신은 남성의 딸이기도 했으니까.일단 지금은 고통을 덜어 내는 게 먼저였다.이경은 웃으며 말을 이어 갔다.“이 해독제는 그저 잠깐 고통만 덜어 줄 뿐이야. 열두 시간이 지나고 나서 다시 알약을 먹지 않으면, 더 심한 고통이 찾아올 거야.”이내 이서영은 바로 그 해독제를 삼켜 버렸다.일단은 배의 고통을 덜어 내는 게 먼저였으니.그나저나 이경이 건넨 약이 이렇게나 강력할 줄이야.해독제를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몸이 완전히 가뿐해졌다.배도 정상으로 돌아왔고, 더 이상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너...”이서영은 몹시 화가 났지만, 한편으로는 이경이 너무나도 두려웠다.그녀는 그제야 확실히 알게 되었다.윤세현은 자신을 지켜 주긴 하겠지만, 그저 죽지 않게끔 도와줄 뿐이라는 것을.그는 자신의 목숨만 보장해 줄 수 있을 뿐, 이경이 자신을 괴롭히는 것까지 막을 생각은 없어 보였다.윤세현은 이경을 만난 이후로 일을 점점 더 제멋대로 하기 시작했다.마치 자신의 어머니가 윤 씨 가문에 베푼 은혜는 이제 조금도
한편 이서영은 청지에게 끌려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청지는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그녀를 끌고 이리저리 움직였다.“이 손 안 놓으면 내가... 윽! 이거 뭐야? 윽! 큵... 나한테 대체 뭘 먹인 거야?”그녀는 언제 나타났는지도 모를 이경을 노려보며 소리 질렀다.“미친 사람, 네가...”“독이야.”이경은 팔짱을 끼고 아주 여유롭게 그녀를 바라보았다.“너! 너! 너...”깜짝 놀란 이서영은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하마터면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마침 그때 복도 끝에서 걸어오는 윤세현을 발견한 이서영은 청지를 확 뿌리치고 달려갔다.“오라버니, 저 여자가...”“왜?”윤세현은 눈을 가늘게 뜬 채 그녀를 노려보았다.그 모습에 이서영은 순간 움찔했고, 목소리도 저절로 낮아졌다.“그... 이경이... 저한테 독을 먹였어요! 오라버니, 저 좀 살려 주세요, 제발!”이제야 윤세현에게 이경의 진짜 모습을 제대로 보여 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공공연하게 독까지 먹이는 여자라고.“네가 독을 먹였어?”윤세현은 어두운 표정으로 이경에게 다가갔다.하지만 그가 불쾌한 것은 이경이 이서영에게 독을 먹인 일이 아니었다.그는 이경이 일을 처리할 때 나름의 분수를 지킨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가 불쾌한 것은, 이경이 어젯밤 돌아온 이후로 하루 종일 남백훈만 지키고 있었다는 점이었다.자신 역시 부상을 입었는데, 왜 자신에게는 조금의 관심도 보이지 않는 건지.왜 이토록 편애하는 건지!“날 그렇게 바라봐서 난 또 침대 위에서 있었던 그 일들을 떠올리는 줄 알았어.”“푸읍! 큵... 큭큭...”청지는 재빨리 뒤로 물러섰고, 하마터면 침을 잘못 삼켜 질식할 뻔했다.그는 여태 이렇게 당돌한 여자도 처음 보았고, 이렇게 당돌한 말도 처음 들어 봤다.그녀의 한마디에 이서영도 눈이 휘둥그레졌다.이... 이게 여자가 할 수 있는 말이야?남진의 처녀라 하더라도 절대로 이렇게 당돌한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이 여자, 진짜 파렴치하기 짝이 없네!“오라버니.
남백훈은 꽉 쥔 주먹을 천천히 내려놓았다.더 이상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힘껏 부여잡고 있던 심장도 완전히 놓아 버렸다.그래도 비밀이 들통 나니, 오히려 마음이 무척 편안해졌다.비밀을 숨기는 일이란 정말 힘들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괜히 사람의 마음만 지치게 만드는 일이었다.지금 이 순간, 남백훈은 마치 가슴을 짓누르고 있던 거대한 돌을 누군가가 순식간에 치워 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그만큼 편안하고 자유로워졌다.비록 앞날에는 깊은 심연이 펼쳐져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의 몸과 마음이 매우 편안했다.“그래서.”이경은 여전히 약을 갈고 있었다.남백훈은 약공이를 쥔 그녀의 손이 살짝 떨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그녀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담담하고 경쾌했다. 그래서 남백훈은 당연히 그녀가 지금 이 순간 매우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알아챌 수 없었다.“그래서, 남경 황제 앞에서 이서영의 친자 감정을 할 때, 네가 이서영과 남경 황제의 피를 바꿔치기해서 그런 감정 결과가 나오게 된 거야?”그녀의 한마디에 어떠한 감정의 동요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의 심장은 크게 떨리고 있었다.보름 넘게 그녀를 괴롭혀 오며, 마치 커다란 산처럼 그녀의 마음속을 짓누르고 있던 그 친자 감정.그녀는 남백훈이 이제 더 이상 자신을 속이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그리고 자신에게 증거가 있다고 그가 믿어 주기를 바랐다.하지만 사실 이경에게는 증거란 전혀 없었다.당시 이경은 그를 매우 믿었었다.그리하여 지금은 그에게 사실을 말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이서영은 자신의 엄마의 딸이 아니라고.그에게 말하고 싶었다.이서영은 절대 아니라고.한편 남백훈은 정말로 그녀의 감정 변화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정말로 이경이, 자신이 그녀를 속인 증거를 찾았다고 생각했다.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이미 잘 알고 있으면서, 왜 나한테 묻는 거야?”“네 입으로 직접 듣고 싶었을 뿐이야.”이경의 목소리가 떨렸다.남백
“콜럭!”이경은 가볍게 기침을 했다.비록 남백훈과 ‘한가로운 담소’를 나누고 있긴 했지만, 그녀의 두 손은 단 한순간도 멈춘 적이 없었다.그녀는 한편으로는 약재를 갈고 고르면서 말을 이어 갔다.“장암이 너한테 얘기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네. 내가 그 여자한테 무슨 말을 했는지.”“무슨... 말?”순간 남백훈은 가슴이 살짝 떨려 왔다.그는 직감적으로, 이경이 했던 말이 분명 자극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자신이 듣고 나면 어쩌면 화가 나 미쳐 버릴 수도 있는 그런 발언일지도 몰랐다.이경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난 그저 너를 시험해 본 것뿐이야. 너한테 아직 다 사라지지 않은 양심이 남아 있는지 궁금했거든.”“무슨 뜻이야?”남백훈이 쉰 목소리로 물었다.“내가 장암한테 건넨 말은 바로 이거야. 만약 네 생각이 나와 같다면 네 말을 따르고, 만약 다르다면 너를 묶어 두었다가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라고.”“……”남백훈은 순간 굳어 버렸다.충격을 받은 그는 하마터면 피를 토해낼 뻔했다.정말이지. 차라리 기절하고 싶은 기분이었다.“흥분하지 마. 네 몸에 든 절정고는 네 감정의 기복이 클수록 더 아프게 발작할 거야.”이 아이도 참, 어릴 때부터 이런 고독에 중독되어 모든 욕정을 끊고 살다니.대체 장차 무엇을 시키려는 건지, 혹시 황제라도 시키려는 건가?하지만 인간이 아무런 욕정도 없이 용상에 앉아 세상을 다스리는 황제가 된다면, 그게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자고로 높은 곳은 평생 외롭고 고단한 법이라, 고통만 가득할 뿐이다.남백훈은 다시금 자신의 심장을 움켜쥐었다.정말… 너무나도 아팠다.마침내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하고 나서, 그는 완전히 손을 내려놓았다.그는 무기력하게 침대에 누운 채 이경을 바라보았다.그에게 있어서 이경은 악마 같은 존재였다.“난 그저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야. 너도 내가 너를 속이길 바라진 않을 거잖아?”“또 얼마나 더 알고 있는데?”남백훈이 그녀에게 물었다. 그의 말투는 다소 평온했다.역시 절
“너...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야?”남백훈의 쉰 목소리가 간신히 목구멍에서 흘러나왔다.“내가 이렇게 하지 않으면, 네가 깨어나려 하지 않을 거잖아?”그제야 이경은 손을 놓았다.물론 그녀는 정말로 그의 바지를 벗기려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남백훈이 목숨보다 자존심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를 다시 기절시키고 싶지 않았다.“됐어, 이젠 완전히 열이 내렸네. 더 이상 흥분하지 마. 또 기절할 수도 있으니.”그녀는 하마터면 웃음이 터질 뻔했다.남백훈은 여전히 자신의 바지를 붙잡고 있었다. 혹여 정말 벗기기라도 할까 봐 두려웠다.그 모습은 어리석으면서도 귀여워, 이경의 눈에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보였다.남백훈은 그런 그녀를 그저 노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난 이따가 창랑대왕을 만나러 가야 해. 알아서 스스로 몸 잘 챙기고, 오늘 밤은...”“함께 있어 줘.”남백훈 자신조차도 왜 이런 말을 입 밖에 냈는지 알 수 없었다.병을 앓고 있는 탓에 요즘 정신이 혼미해져 그런 게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평소의 그였다면 절대 이렇게 방탕하게 굴지 않았을 것이다.그는 순간 다시금 가슴이 아리기 시작했다.이경은 찌푸려진 그의 인상을 바라보았다.“고독이 발작한 거야?”남백훈은 아무 말 없이 미간을 더욱 깊게 찌푸렸다.너무나도 아팠다.“절정 고는 모든 욕정을 끊어 버리는 독이야. 네게 이 독을 내린 사람은 너를 해치려는 게 아니라, 너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려고 그런 것 같아.”“그 사람이 혹시 군주인 건가?”이경은 살며시 웃음을 보였다.그녀는 남백훈의 얼굴을 쓱 한 번 닦아 주고는, 원래 자리로 돌아가 계속 약을 갈았다.“전에 강호에서 나를 대상으로 한 체포령이 내려졌었어. 북진 황족에서 발령한 것이라고 하더라고.”“내 생각엔, 내가 북진과 유일하게 충돌했던 일은 바로 북진에서 온 검은 옷 사내들 때문이란 말이지.”그 말에 남백훈은 주먹을 꽉 쥐었다. 순간 머릿속에는 당시 그 사건이 스쳐 지나갔고, 마치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문정수는 세자를 맞이하게 됐다. 곧바로 그는 마중을 나갔다. “나으리, 공주님께서... 쓰러지셨습니다.”그러나 윤세현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문정수는 아무 미동 없는 그의 태도가 의아했다. “방금 초아를 찾아가 직접 알아봤는데,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데다가 바람까지 맞게 되어 열도 난다고 하더군요...”“문정수 장군님, 밖에 웬 훤칠한 남자 한 명이 와있다고 하던데, 지금 공주마마의 마차 안에 타있다고 하더군요.”마침 그때, 유아가 이서영을 부축하고는 양막 아래에서 나왔다. 매우 창백한
이 세상은 정말 미쳐 돌아가는 것만 같았다.하찮은 궁녀가 감히 고귀한 공주를 해치려 들다니 이제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할 게 없었다.이경은 잠시도 동요하지 않고 차분한 얼굴로 바닥에 앉아 있었다.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았지만 겉으론 아무런 감정의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초아는 이경이 겁에 질려 아무 말도 못 하는 줄 알고 망설임도 없이 몸을 일으켜 앞으로 달려들려 했다.“누구 없어요? 공주마마를 해치려 합니다! 제발, 누가 좀 도와주세요!”초아가 아무리 소리쳐도 밖에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그 사이 궁녀의 발길질이 이경
이경은 한참 동안 넋을 잃었다.독소에 의해 침식된 윤세현의 손등에 난 그 상처는, 이경이 아무리 최고의 의술을 동원한다 하더라도 완전히 사라지게 할 수는 없는 흉터였다.이경은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마음이 좀 쓰리기도 했다.한 남자 때문에 이렇게까지 마음이 아파본건 처음이었다.그러나 이내 그 눈빛을 감추고는 다시 고개를 들어 윤세현을 쳐다보며, 어깨에 올린 두 손에 점점 세게 힘을 주었다.그리고는 그의 옷자락을 꽉 잡았다."나를 좋아해?" 그녀의 말투는 덤덤했지만, 마음 속으로는 수만가지 생각 중이었다.윤세현
초아는 그 말을 듣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우리 공주마마께서 친히 황명을 받들어 출정하신 몸이시거늘, 어찌 세자 저하와 나란히 입성하지 못한단 말입니까!”만일 지금처럼 입성할 때조차 공주마마를 세자 곁에 세우지 않는다면 앞으로 대군의 장졸은 물론 멀리 변방 백성들까지 모두 공주마마를 업신여기게 될 터였다.문정수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송구하오나, 소인은 세자 저하의 뜻을 전할 뿐이니 감히 거역할 수 없사옵니다. 그리고 공주마마, 이곳은 황명이라 하나, 군영 안에서는 세자 저하 말씀이 곧 법이니 소인이 전한 뜻을 받으시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