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다시 태어난 구공주, 그녀의 당찬 인생: Chapter 521 - Chapter 530

545 Chapters

제521화

“왜 두려워해? 저 여자는 무공을 전혀 모른다고!” 영은이 감히 나서지 못하는 모습에, 이서영은 너무나도 화가 나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영은의 상대가 전혀 아니었다. 영은은 그녀를 흘깃 노려보고는, 주먹을 꽉 쥔 채 다시금 이경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여전히 붙을지 말지 망설이는 듯한 눈치였다. 게다가 이경의 장풍에 의해 생기게 된 상처는, 여태까지 완전히 회복되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영은은 내심 매우 불안했다. 이경은 그저 그들을 여유롭게 곁눈질하였다. 웃는 듯 마는 듯한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이서영은 화가 난 나머지 얼굴마저 새파래졌다. 영은은 주먹을 꽉 쥔 채, 이를 악물고는 겨우 분노를 가라앉혔다. “현주, 세자가 폐하의 요청대로 혼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면 얼른 돌아가서 준비를 하고 폐하께 그 사실을 알리는 얼른 알리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영은은 조용히 이경의 얼굴을 주시하였다. 그러나 이경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마치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이경의 한마디에 이서영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내 그녀는 애써 웃으며 말했다. “네 말대로 오라버니께서는 이미 받아들이셨어. 곧 너도 우리 결혼식 청첩장을 받게 될 거야. 그래서 난 더 이상 너랑 다투고 싶지 않아. 넌 나를 뭐라 할 자격이 없으니!” “그래? 그럼 왜 아직도 여기에 이렇게 우두커니 서 있는 거야? 당신 얼굴에 있는 그 흉터를 어떻게든 없애는 방법이라도 얼른 생각해 보지 그래?” 이경은 여유롭게 하품까지 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니면 온 왕족 중에서 가장 못난 신부로 불릴 텐데.” 그 말에 이서영은 제대로 화가 났다. 얼굴에 난 그 흉터, 이서영은 그동안 화장으로 감추려고 수도 없이 애를 썼지만, 얕은 흉터 자국은 도무지 감출 수가 없었다. “아, 내 기억대로라면 그 상처도 당신 오라버니가 그은 것 같은데.” 이경은 고개를 돌려 칠조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해줄까.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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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2화

한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깊은 상처를 받을 수 있을까? 한 사람의 존엄은 또 몇 번이나 짓밟힐 수 있을까? 평범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체면을 세우려 하는 게 당연한데, 하물며 자존심 강하기로 소문난 세자라면 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 삐친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어쨌든 그는 결국 이서영이라는 여자를 받아들이게 됐다. “가서 달래 봐!” 칠조는 이경을 따라 침실로 들어서며 문을 가볍게 닫았다. 그녀는 괜히 조바심이 났다. “분명히 삐친 거야. 당신이 세자한테 엄청 큰 상처를 줬잖아. 사람이 화가 난 상황에서는 당연히 후회할 만한 결정을 내리기 마련이야.” “나쁜 사람… 당신이 세자의 인생을 망쳐놓았어!” “나랑 무슨 상관이야? 내가 이서영이랑 결혼하라고 칼 들고 협박한 것도 아닌데.” 어느새 이경의 입가의 미소는 사라지게 됐다. 그녀는 다시금 단도를 허리춤에 집어넣었다. 허리춤의 칼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어두워졌다. 한때 윤세현이 선물해 준 칼인데, 이젠 돌려주려고 해도 돌려줄 수가 없어서 계속 몸에 지니고 다니며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는 영은이라는 그 궁녀한테 가까이 다가가지도 마. 넌 그 여자의 상대가 안 돼. 방금은 이 칼에 깃든 검기가 그 여자를 위협한 거야.” 단도 자체에 깊은 영기가 숨겨져 있지 않았다면, 방금 이경이 휘두른 단도에서 깊은 검기가 뿜어져 나올 수는 없었다. 게다가 영은은 전에 이경의 장풍을 맞은 기억이 있었기에, 저도 모르게 망설이게 되어 손을 멈춘 것이다. 만약 영은이 마음먹고 제대로 덤벼들었다면, 지금 이경의 실력으로는 도저히 상대가 안 됐을 것이다. 어쩌면 이 단도가 그녀의 목숨을 구하게 된 것이다. 칠조는 그 단도를 지그시 바라보고는 고개를 갸웃하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은 본인의 공력이 아니었어?” “당연히 그럴 리가 없지.” 이경의 연화심경은 꽤 수련이 잘 되어 있었지만, 쉽게 내공이 모아 지는 건 아니었다. 아직은 수련할 시간이 더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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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3화

“아무것도 아니야. 단지 내 몸을 지킬 약을 준비하고 싶을 뿐이야.” 칠조는 괜히 고개를 돌리며 감히 이경의 시선을 마주하지 못했다. 이내 그녀는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영은이라는 그 여자, 너무나도 강하잖아. 혹여 내가 죽게 될까 봐 무서워서 그러는 거야.” “그래도 몸에 약을 좀 지니고 있다가, 그 여자가 정말 나를 쫓아오는 상황이 오게 되면 독가루를 한 번 뿌리려는 거지!” 이경은 눈썹을 찌푸린 채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곧이어 결국 두 개의 약 병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빨간 병은 미약이야. 그런데 내공이 깊은 사람을 상대로는 지속 시간이 길지 않아. 그리고 초록색 병은 독약이야.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함부로 쓰지 마.”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독약으로 어쩌면 목숨을 구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알겠어, 챙겨갈게!” 칠조는 감격한 표정으로 얼른 약병을 품 안에 넣었다. 한편 이경은 어느새 지형도를 꺼내 연구하고 있었다. 칠조는 천천히 다가가 살펴보려 했지만, 전부 이상한 표시들 투성이라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 그녀는 눈썹을 찌푸리고는 물었다. “이걸 왜 봐? 어딜 가려는 거야?” “이서영이 곧 출정하게 될 곳이, 어떤 상황인지 보려는 거야.” 아무런 쓸모도 없는 사람을 출정시키다니, 이건 따라나가는 병사들을 그냥 죽음으로 몰아넣는 거 아니야? 이렇게나 급하게 이서영에게 군공을 세우게 하려 하다니, 남경이 꽤나 조급하긴 한가 보네. 어쩌면 그녀의 중풍 증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내 이경은 등받이에 기댄 채 지형도를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칠조는 한참 동안 그녀를 바라보다가는, 몸을 돌려 약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도중, 그녀의 소매가 의도치 않게 약가루 한 봉지를 건드려 하마터면 거의 다 쏟을 뻔했다. “왜 그렇게 덤벙대는 거야?” 은은하게 풍겨 오는 약향에, 이경은 눈썹을 찌푸리며 칠조를 흘겨보았다. “괜찮아, 조금 흘린 것뿐이야.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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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4화

자신의 눈을 의심하게 된 영은은 고개를 흔들고는 다시금 눈을 떴다. 하지만 피투성이가 된 궁녀의 모습은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선명하게 보였다. 심지어 궁녀는 창문을 넘어 들어와서는 천천히 영은에게 다가갔다. “아무런 원한 관계도 아닌데, 왜 날 죽인 거야? 내 목숨 돌려놔! 어서 돌려놓으라고!” 그 순간, 피투성이의 얼굴은 매우 또렷하게 보였다. 그동안 수많은 경험을 해본 영은일지라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숨이 막혔다. 두려운 마음에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팔다리가 나른해져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영은은 본능적으로 탁자를 붙잡고는 겨우 몸을 가누었다. “너 누구야?” 영은은 다시금 힘껏 고개를 저으며, 환각 속에서 벗어나려 애썼다. “넌 초아가 아니잖아! 초아는 이미 죽었어!” 눈앞의 여자가 절대 초아일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난 초아가 아니야, 난… 네가 죽인 유아야!” 영은에게 천천히 다가오는 그림자의 모습은 점점 뚜렷해지더니, 과연 초아의 얼굴이 아닌 유아의 얼굴이었다. “다가오지 마!” 순간 심장이 움츠러든 초아는 팔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초아인지 유아인지 하는 이 망령을 쫓아내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온몸에 힘이 풀려 전혀 힘을 쓸 수 없었다. “다가오지 마. 한 발자국만 더 다가오면…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네가 나를 죽였잖아. 내 목숨 값은 줘야 하지 않겠어?” 이내 칠조는 품에서 조용히 비수 하나를 꺼내고는 영은에게 계속하여 다가갔다. “내 목숨 돌려놔. 안 그러면 널 지옥으로 떨어뜨려 영원히 다시는 태어나지 못하게 만들 거야.” 순간 영은은 눈앞이 흐릿해났다. 자신이 마주한 이 망령이, 초아인지 유아인지 더 이상 분간조차 되지 않았다.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불안해난 영은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다가오지 마…” “내 목숨 돌려줘.” 그러나 칠조는 한 걸음 더 다가가며, 조용히 비수를 꽉 쥐었다. 두 걸음만 더 나아가서는, 영은이 방심한 사이에 단 칼에 그녀의 힘줄을 끊어버릴 작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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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화

찬바람이 휘몰아치더니 흐릿했던 영은의 눈빛이 다시 또렷해졌다. 그녀는 알 수 없는 한기가 다가오는 것을 분명히 느끼게 됐다. 이내 본능적으로 몸을 피했다. 쓱하는 소리와 함께, 칠조의 칼날은 영은의 손목에 제대로 닿지는 못했지만 그녀의 팔에 핏자국을 남겼다. 살갗이 베이는 고통에 영은의 혼미했던 의식은 재빨리 되살아나게 됐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금 눈앞의 소녀를 보니, 방금 본 피투성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눈앞의 이는 바로 이경의 곁을 지키는 새로 온 궁녀였다. 젠장, 이경 이 미친년, 궁녀를 시켜 날 암살하려 해? 심지어 나한테 약까지 뿌려? 영은의 얼굴에는 서늘한 기운이 스쳤다. 그녀는 방금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히 무언가 심상치 않은 것을 발설한 것 같은 예감은 들었다. 순간 그녀의 눈빛에는 살기가 스며들었다. 바로 그때, 칠조의 단검이 다시 날아올랐고 영은은 재빨리 몸을 돌려 장풍을 날렸다. 칠조는 그녀의 회복 속도가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다. 역시, 이경이 전해준 가루약은 내공이 깊은 자에게 있어서는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않는 법이었다. 미처 피할 틈이 없었던 칠조는 정면으로 날아드는 장풍을 맞받아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면 승부를 한다면, 칠조가 어찌 영은의 상대가 될 수 있겠는가? 가히 헤아릴 수 없는 영은의 내공이 어마무시하게 휘몰아치자, 칠조는 가슴이 답답해나 더니 그대로 몸이 튕겨 나갔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창문을 뚫고 그대로 밖으로 내동댕이쳐져 땅에 쓰러지게 됐다. “풋내기 주제에, 감히 내 앞에서 건방지게 굴다니!” 영은은 천천히 걸어 나와 땅에 엎드려 몸부림치는 칠조를 내려다보았다. “이경이 너를 보내 나를 암살하게 했다는 건, 애초에 너를 죽음으로 몰아넣으려는 거나 다름없는 일이야. 넌 그런 주인을 굳이 그렇게 따라다니고 싶어?” 칠조의 곁으로 다가간 영은은 손바닥으로 서서히 진기를 모이기 시작했다. “누가 시킨 거 아냐. 단지 네가 꼴 보기 싫었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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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6화

바로 그때, 칠조의 등 뒤로 차가운 콧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칠조는 잠시 멈칫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뜻밖의 인물에 그녀는 순간 온몸이 굳어버렸다. “세, 세자 나리?” 세자가 언제부터 내 뒤에 서 있었던 거지? 그럼… 방금 내가 영은을 물리치던 그 순간, 영은을 피 토하게 만든 그 강한 힘은 내 힘이 아니었던 거야? 설마… 세자의 내공이 내 몸에 들어오게 된 거야? 차가운 세자의 눈빛에 칠조는 괜히 두피가 저릿해났다. “세, 세자 나리…… 하하. 이거 참 공교롭네요! 여, 여기는 어떻게 오게 되신 겁니까?” 그러나 윤세현은 그녀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는 몸을 돌려 그냥 떠나버렸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칠조는 그 와중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정말 너무 잘생겼잖아! 어쩐지 많은 여자들이 저 얼굴을 보고 넋을 잃더라니! 하지만 칠조는 여태 절세 미남에게는 감히 가까이 다가갈 용기가 없어 멀리서만 바라볼 뿐이었다. 만약 가까이 다가갔다가는 그 외모에 푹 빠지게 되지 않을까? 하마터면 한 남자를 두고 구공주랑 다투게 될 뻔했네. 그나마 다행이네. 어느새 세자가 어둠 속으로 사라진 것을 확인한 칠조는, 고개를 돌려 땅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단도를 곧바로 집어 들었다. 이내 그녀는 미소를 머금고는 영은에게 다가갔다. 저도 모르게 두려워 난 영은은 순간 숨이 가빠졌다. 방금 세자의 그 장법은 정말 너무나도 무서웠다. 그 엄청난 위력에 영은의 혈기는 아예 역류하여, 한동안은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나저나 이 미친년, 뭐 하려는 거지? “날 죽이려는 거야?” 어느새 윤세현의 모습은 그녀의 시야 속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조바심이 난 영은은 다급히 말했다. “세자 나리, 저… 저는 태후께서 현주를 보호하라고 파견한 암위입니다. 만약 제가 죽게 되거나… 무공이 망가지게 되면, 나리께서는 현주를 보호해 줄 다른 사람을 또 찾으셔야 할 겁니다!” 그 한마디에 윤세현의 발걸음은 잠시 멈칫하였지만, 그는 고개를 돌리지는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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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7화

처절한 비명 소리는 매우 소름 끼치게 울려 퍼졌다. 하지만 칠조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녀는 한이 풀릴 때까지 칼을 휘두르고 나서야, 단도를 거두었다. 이내 몸을 곧게 세우고는 피투성이가 된 영은의 얼굴을 주시하였다. 그리고는 미소를 띤 채 말했다. "만약 입장을 바꿔 내가 네 손에 넘어가게 됐다면, 난 분명 지금 네 꼴보다 더 처참하게 당하게 됐을 거야. 넌 나를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을 테니. 그래서 난 지금, 독하게 마음먹고 널 괴롭힐 수 있는 만큼 괴롭히려는 거야." 곧이어 그녀는 몸을 돌려 떠났다. "초아를 죽일 때, 네 스스로가 얼마나 독한 사람인지 생각해 본 적은 있긴 해? 난 지금 그 아이의 복수를 절반만 한 것뿐이야. 언젠가 반드시 너를 죽여 구공주와 초아의 복수를 해줄 거야." 칠조는 한마디의 협박을 남기고는 몸을 돌려 재빨리 윤세현을 뒤따랐다. 당장 이곳을 떠나야 할 것만 같았다. 만약 영은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게 되면, 그땐 더 이상 그녀의 상대가 되지 못할 수도 있으니. "세자 나리!" 그렇게 칠조는 윤세현의 뒤를 따랐지만 감히 가까이 가지는 못했다. 하지만 차가운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내 참지 못하고는 물었다. "정말 현주와 혼인하시려는 겁니까? 현주는…" 칠조는 순간 멈칫했다. 그녀는, 초아가 전에 현주의 험담을 했다가 매를 맞게 된 사실을 연지로부터 전해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도 자신의 목숨이 가장 중요했기에, 칠조는 바로 말을 바꾸었다. "나리, 저희 공주 마마도 엄청 좋은 사람입니다. 후회하시지 않을까요?" "내가 언제 현주랑 혼인하겠다고 했는데?" 윤세현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지만, 그의 표정은 매우 차가웠다. "역시나 제가 착각한 거였군요!" 칠조는 매우 기쁘고 흥분한 나머지 펄쩍펄쩍 뛸 기세였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독한 현주가… 아니, 제 말은 아무래도 현주님께서 착각하신 것 같습니다. 하하." "그리고 나리, 오늘 밤 저를 구해주신 은혜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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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화

함께 황궁을 떠나자고? 칠조는 무심코 누군가의 도피 계획을 엿듣게 되었다. 애써 무시하고는 바로 자리를 뜨려고 몸을 돌렸다. 그런데 그때, 뒤 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왠지 익숙하게 느껴졌다. “너랑 같이 갈 수 없어.” 이 남자의 목소리는… 호기심으로 가득 찬 칠조는 결국 참지 못하고 살금살금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다가갔다. “오라버니! 왜 나랑 같이 가기 싫다는 거야?” 희미한 달빛 아래, 가산 너머로는 가냘프고 한 사람의 실루엣이 보였다. 바로 여섯째 공주인 남명월이었다. 그럼, 오라버니라면? 순간 칠조의 표정은 굳어버렸다. 비록 ‘오라버니’의 모습은 가산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지만, 온 황궁 안에서 남명월이 오라버니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누가 있겠는가? 예상대로 이내 남박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명월아, 그날 밤은 우리 모두 취해 있었잖아. 그렇게 된 건… 명월아,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하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잖아. 아무 일 없었던 걸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남명월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고, 격앙된 기색은 없었다. 그러나 칠조는 그녀가 최대한 참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있었다. 만약 혹시라도 구공주가 이 일을 알게 된다면, 그녀는 반드시 황자가 책임을 회피한다고 욕했을 것이다. 하지만 남진에서는, 남녀 간에 벌어진 일에 대해 반드시 남자가 이득을 보는 거라 할 수는 없었다. 남녀 쌍방에게 끼치는 영향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았다. 무난한 기색의 남박민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명월아, 지금 어머니께서 강적과 맞서고 계신 건 너도 알잖니. 이런 상황에 내가 어떻게 어머니의 곁을 떠날 수 있겠어?” “오라버니, 정말 어머니의 곁을 떠나기 아쉬워서 그러는 거야, 아니면 황자의 신분을 잃는 게 두려워서 그러는 거야?” 남명월의 말투는 다소 날카로웠다. 그녀로서는 이미 궁지에 몰려 더 이상 방법이 없었다. 이내 그녀는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우리 일을 어머니께서 아시게 된다면, 절대 가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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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화

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했던 영은은, 욱양전 서쪽 뜰 가장 구석진 곳에서 지내고 있었다. 오늘 밤은 호위 무사도 없었고 궁녀도 없었다. 핏속에 쓰러진 그녀의 모습을, 오직 한 사람만이 똑똑히 보고 있었다. 아치문 뒤에 몸을 숨기고 있었던 이서영은, 칠조가 멀어져 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영은의 비명 소리도 듣게 됐다. 하지만 그녀는 감히 나가지를 못했다. 한 걸음도 나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너무나도 무서웠다. 방금 칠조라는 그 궁녀는, 칼로 영은의 얼굴을 마주 난도질하였다. 다행히 자신을 발견하지 못한 듯 하지만, 칠조는 급히 누군가를 뒤쫓아가는 모습을 보게 됐다. 이서영은 조금 늦게 도착한 상황이었고, 그녀가 도착했을 때 윤세현은 이미 대문 밖을 나간 뒤였다. 그리하여 그녀는 칠조가 난도질을 하기 전에, 윤세현이 먼저 영은에게 상처를 입혔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그렇게 한동안 아치문 뒤에 숨어 있었던 이서영은, 웬 호위무사가 갑자기 다가와 인사를 하려 하자 재빨리 손짓을 하며 물러나게 했다. 감히 한마디도 할 수 없었고, 한 글자도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다. 눈앞의 장면은 너무나도 무서웠다. 호위 무사들 역시 구석진 작은 뜰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를 듣게 됐지만, 전하가 나서지 말라고 하니 그저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영은의 비명 소리가 멎게 됐다. 영은은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았고, 손바닥과 손등에는 피가 낭자했다. 얼굴은 이젠 완전히 망가져 버리게 됐다. 더 이상 회복할 수도 없었다. 이내 그녀는 느릿느릿 일어나더니, 이서영이 숨어 있는 아치문 쪽을 바라보았다. “아악!” 깜짝 놀란 이서영은 다리가 풀려 쿵하는 소리와 함께 땅에 주저앉았다. 귀신이야! 그야말로 귀신 얼굴이야! 영은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이서영은 일어나 재빨리 도망가려 했지만, 팔다리에 힘이 풀려 일어설 수도 없었다. 더군다나 이 작은 뜰에서 벗어나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했다. 그나저나 영은은 대체 뭘 하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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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0화

지금 이 순간, 이서영은 영은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단지 얼굴이 망가진 것 때문만이 아니라, 얼굴이 망가진 상황에도 매우 침착한 모습을 보이는 모습이 무서웠다. 방으로 향하는 발걸음조차도 이렇게나 침착하고 차분하다니. 도무지 인간이라고는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이 상황에서 과연 누가 또 이렇게까지 침착할 수 있겠는가? 일반적으로는 절망에 빠져 통곡하거나, 어쩌면 죽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들 것이다. 그러나 영은은 울지도 않았고, 절망에 빠진 모습도 보이지 않았으며, 죽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방에 들어간 그녀는 일단 찬장 앞으로 향하여 약상자를 꺼냈다. 그리고는 거울 앞에서 얼굴에 난 상처들을 하나하나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이서영은 소름이 끼쳤다.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섬뜩하고 기괴한 광경이었다. “네… 네 얼굴… 너… 너 어떻게… 너…” 너무 무서운 나머지, 이서영은 한마디도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이서영 역시 얼굴에 흉터가 하나 있긴 하지만, 그 작은 흉터만으로도 그녀는 자신의 인생에 더 이상 희망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영은의 얼굴은, 그야말로 흉터투성이었다. 멀쩡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 영은은 말없이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미 살갗이 뒤집혀, 완전히 고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녀는 씁쓸하게 웃더니, 이내 병 하나를 들어 약물을 쏟아 자신의 얼굴에 바르기 시작했다. “아악…” 그러자 도리여 이서영이 비명을 질렀다. 심지어 다리에 힘이 풀린 그녀는 거의 바닥에 주저앉을 지경이었다. 책상을 잡아 간신히 몸을 지탱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진작에 땅바닥에 쓰러졌을 것이다. “전하!” 바로 그때, 밖에서 지키고 있던 호위무사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자 영은은 고개를 돌려 이서영을 노려보았다. 불안한 마음의 이서영은 어쩔 수 없이 무사들을 쫓아냈다. “아, 아냐. 물러가… 다들 저리 물러가라고!” 결국 호위무사들은 다시 물러섰다. 이서영은 겨우 심호흡을 했지만, 여전히 진정할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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