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다시 태어난 구공주, 그녀의 당찬 인생: Chapter 511 - Chapter 520

545 Chapters

제511화

이서영의 말대로 성서 쪽 한 민가 대문 앞에는 두 그루의 팽나무가 서 있었는데, 그중 한 그루의 나무줄기에는 커다란 상처가 나 있었다. 한편 이언은 바람 속에서 장검이 휘둘리는 소리를 듣게 됐다. 하지만 그저 침가에 조용히 앉은 채, 밖에서 벌어지는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였다. 한 사람의 삶과 죽음은 그 운명에 달렸을 뿐, 그는 단지 자신이 당시 지켜야 할 사람을 지키지 못한 사실만이 한스러울 뿐이었다. 그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십여 년간 갇혀 있었던 탓에 무공은 진작에 약해져 버렸다. 지금 다시 폐하를 만난다고 한들, 더 이상 지킬 능력조차 없었다. 밖에서 들려오는 격전의 소리는 점점 가까워져 왔다. 얼핏 들어도 상대의 무공은 매우 강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언은 그저 창밖을 흘깃 바라볼 뿐, 이내 시선을 거두어 다시 자신의 손만을 바라보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단전에 진기를 모아보려 했지만, 진작에 봉인된 그의 혈도는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곧이어 쨍하는 소리와 함께 자객이 잠시 물러난 듯했지만 곧바로 다시 달려들었다. 미친 듯이 달려들며 덤비는 걸 보니, 현주의 권력이 생각보다 그리 강하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 현주 또한 이 모든 계획에 이용된 그저 작은 말에 불과했다. … 한편 문 밖 뜰에 있던 청지 역시, 이 자객의 무공에 다소 놀란 상태였다. 하지만 곧이어 이 자객이 부상을 입은 상태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차리게 됐다. 그렇게 그들이 팽팽한 싸움이 이어가던 도중, 검은 옷차림의 자객은 청지의 어깨 쪽 옷을 찔렀고 그대로 내려가 그녀의 심장까지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바로 그때, 뒤에서는 갑자기 웬 타는 냄새가 풍겨왔다. 잠시 멈칫한 사이, 검은 옷차림의 자객은 발걸음을 옮겨 재빨리 몸을 회전시켜 멀리 날아가 버렸다. 그 순간, 집 안에서 누군가로부터 한 방 크게 맞은 문주영은 힘없이 날아올라 퍽하는 소리와 함께 청지의 발 밑에 떨어지게 됐다.“장군님…” 문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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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2화

자객이 손을 놓자, 이언은 쾅하는 소리와 함께 땅에 내동댕이쳐졌다. 절벽 위에는 거센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아직 날이 밝지 않아 주위는 어둑 컴컴했지만, 거센 바람 속에 선 흰 옷차림의 자객의 얼굴만큼은 또렷이 볼 수 있었다. “봉구경!” 이언은 자신을 납치한 자가 정말 그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봉구경, 네 놈을 죽이고야 말겠어!” 그는 이내 이를 악물고는 봉구경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런 그를 바라보는 봉구경의 표정에는 조금의 변화도 없었다. 그리고 그가 곧이어 날린 장풍에, 이언은 다시금 땅에 쓰러진 채 피를 토해냈다. “죽이고야 말겠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언은 여전히 이를 갈며, 부상은 신경도 쓰지 않고 목숨을 걸고 봉구경을 향해 돌진하였다. 하지만 봉구경에게 있어서, 지금의 이언은 말 그대로 너무나도 약해 단 한 방에 얼마든지 쓰러뜨릴 수 있는 상대였다. 그렇기에 봉구경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는 다시금 손을 들어, 이언을 또 한 번 쓰러지게 했다. 더욱 많은 피를 토하게 된 이언은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여전히 봉구경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나… 널 죽여버릴 거야…!” “그 여자는 어디에 있어?” 봉구경은 그의 앞으로 다가와 이언의 가슴을 발로 짓밟았다. 반항할 힘조차 없었던 이언은 분노에 찬 눈빛으로 그를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 “내가 묻잖아. 어디 있냐고!” 봉구경의 눈빛은 매우 차가웠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깊은 눈동자에서 차가운 한기가 흘러나왔다. “말하지 않으면, 바로 죽여버릴 거야!” 그가 발에 힘을 세게 주자, 이언은 마치 천근만근 되는 돌에 짓눌리기라도 한 듯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게 됐다. “말할 거야, 말 거야?” 봉구경이 발에 힘을 더욱 가하자, 결국 이언은 다시금 피를 뿜어내고 말았다. 하지만 그도 여전히 이를 악문 채, 증오에 찬 눈빛으로 봉구경의 얼굴을 뚫어지게 주시할 뿐이었다. “정말 모르나보군.”봉구경은 마침내 발을 치우고는, 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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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3화

청지는 간신히 장검을 빼내어 땅에 꽂았다. 하지만 마치 폭포처럼 사납게 휘몰아치는 장풍의 위력에, 결국 청지의 장검은 번개 더 이상 버텨내지 못하게 되었다. 결국 진기가 흐트러지게 되면서, 장검이 청지의 손에서 튕겨 나가게 됐지만, 그는 단념하지 않고 다시금 진기를 모아 달려들려고 했다. 봉구경의 손바닥에는 이미 거대한 힘이 응집되어 있었다. 만약 청지가 다시금 덤벼든다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저 놈 나를 죽이지는 않을 거야. 얼른 가!” 이언은 이를 악물고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누군가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까지 잃는 건 원치 않았다. 그나저나 십여 년 만에 만나게 된 봉구경의 무공 실력이 이렇게까지 크게 진보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예전에도 그의 실력을 쉽게 당해낼 수 없었는데, 십여 년의 생활을 방탕하게 보내게 되면서 그 차이가 더욱 커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이미 봉구경과 함께 죽을 각오를 한 상태였다. 이내 이언은 땅바닥에서 일어나 갑자기 봉구경을 향해 달려들었다. “십여 년을 갇혀 있었다더니, 이렇게 어리석게 변한 거야?” 봉구경은 고개를 돌려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이언을 바라보았다. 그에게 있어서, 남성이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은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봉구경이 가볍게 손을 휘둘렀는데, 이언은 이미 스스로의 퇴로를 막아놓은 상황이었다. 설령 봉구경을 절벽 아래로 밀어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가 떨어질 상황이었다. 게다가 봉구경의 장풍까지 더해진 상황이니 말이다. “이 장군님!” 깜짝 놀란 청지는 정신이 아찔해졌다. 이언이 봉구경의 장풍에 휩쓸려 힘없이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눈앞에서 지켜보면서도, 그는 아무런 힘을 쓸 수가 없었다. 봉구경의 내공은 정말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는 혼자서 두 사람을 상대하면서도 표정 한번 변하지 않았다. 이언이 곧 절벽에서 떨어지려는 아슬아슬한 그 순간, 갑자기 웬 웅장한 진기가 어둠을 뚫고 나타났다. 그 광대한 기운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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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4화

“세자 나리!” 이내 문주영과 문한구가 뒤쫓아왔다. 청지는 이언을 부축한 채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 끝이 보이지 않는 절벽을 바라보았다. 봉구경이 낭떠러지로 직접 가는 이유는, 당연히 죽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여유로운 사람이면, 절대 보통 사람은 아니라고 볼 수 있었다. 청지는 당연히 그 경지에 이르지 못했고, 세자 또한 내상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그들이 이길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저 사람이 바로 남진의 국사입니까?” 윤세현은 뒤돌아 이언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이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가에는 여전히 한이 남아 있었지만, 한편으론 절망도 가득했다. 이언은 절대로 봉구경의 상대가 될 수 없었고,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과거의 원수도 갚을 수 없게 된다. “저 사람이 왜 장군님을 끌고 온 겁니까? 그리고 방금 말한 모녀는, 대체 누구를 가리키는 겁니까?” 윤세현은 왠지 모르게, 방금 봉구경이 언급한 모녀라는 존재가 매우 중요한 단서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언은 정확한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장군님!” “나… 머리가 너무 아파!” 하지만 그는 지금 몸 구석구석이 다 아팠다. 안 그래도 몸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방금 봉구경의 공격으로 인해 상처까지 입게 됐었다. 그는 가슴을 움켜쥐며 거듭 기침을 하였는데, 기침을 할 때마다 피가 흘러나왔다. “나리, 장군님께서 상처를 입으셨습니다.” 청지는 즉시 윤세현에게 알렸다. 윤세현은 자신이 지금 왜 이토록 긴장되는 건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그는 일단 담담하게 사과를 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방금 그 질문은 묻고 싶었다. 그러나 이언은 대답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이젠…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 공주… 제발 구공주더러 내 맥 좀 봐달라고 해… 지금 구공주의 치료가 필요해!”…“엄마…”한편 그 시각, 이경은 아주 긴 꿈을 꾸고 있었다. 꿈 속에서 그녀의 어머니는, 고대 의상을 입은 채 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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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5화

이경은 이내 정신을 차렸지만,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윤세현의 빠른 걸음 때문에, 강한 바람은 마치 날카로운 칼처럼 그녀의 얼굴을 스쳐 지나가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결국 이경은, 자신의 얼굴을 윤세현의 품에 파묻고 말았다. 그러자 윤세현은 이내 발걸음을 멈추었다. “뭐 하는 거야?” 이경은 땅에 두 발이 닿자마자, 윤세현을 세게 밀치며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놈한테는 잘도 안기더니, 왜 나만 보면 밀치기만 해?” 그는 정말 화가 났다. 너무나도 화가 나 감정을 통제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내가 대체 그놈보다 뭐가 부족한 거야? 말해 봐!” 사실 이경은 한 번도 윤세현을 누군가와 비교한 적은 없었다. 윤세현의 감정적인 태도에, 이경 또한 화가 많이 났었다. “적어도 그 사람은 나를 강요하지 않아. 설령 강요한다 하더라도, 내가 강요할 뿐이지.” 그 말에 윤세현은 단단히 화가 났다. “너도 나한테 강요해도 돼!” 그는 한 걸음 다가가 이경의 손목을 덥석 붙잡았다. “네가 원하기만 한다면!” “싫어!” 미친놈! 여태 자신이 저지른 일들에 대해서는 정말 부끄러움이 없는 거야? 정말 조금의 죄책감도 없는 거냐고! “다시 그 순간이 온다고 하더라도, 난 똑같이 했을 거야!” 그에게는 죄책감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단지 당시, 끝을 보지 못한 게 후회될 뿐이었다. 거친 수단과 방법을 이용해서라도, 이경이 자신의 여자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이경은 더 이상 윤세현과 다투고 싶지 않았다. 전혀 말이 통하지 않았다. “이거 놔!” “내가 놓으면? 다른 남자한테 돌아가려는 거야?” 윤세현은 아침에 되어서야, 이경이 사라진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말은 즉, 이경이 남백훈과 함께 깊은 산속에서 밤을 보냈다는 거나 다름 없었다. 망할 여자 같으니라고, 일부러 나를 화나게 하려는건가?잔뜩 흥분한 윤세현과는 달리, 이경은 여전히 침착함을 유지했다.“이제 그만해.” 그녀는 더 이상 그와 다투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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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6화

이경을 안심시키고 평온함을 안겨줄 수 있는 사람이 적어도 윤세현은 아니었다. 그는 한 번도 그런 행동을 보인 적이 없었으니… “너 남백훈을 엄청 단순하게 보는 거 아니야? 그놈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신비로운 인물이라고. 네가 본 그대로가 다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이경은 매번 남백훈을 마주할 때마다, 항상 경계심을 품고 방어했었다. 한 번도 그에게 자신의 진심을 보여준 적은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도리여 상대의 진심을 바랄 수 있겠는가? “그가 어떤 사람이든 상관없어.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편안함만 느낄 수 있으면 돼.” 이경은 손을 세게 뿌리치며 윤세현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윤세현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매우 차가웠고, 눈빛에 온기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윤세현은 처음으로 이경이 낯설게만 느껴졌고, 이젠 그녀와 정말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놈이 쉽지 않은 상대라는 걸 알면서도, 무작정 달려들려고 하는 거야?” 왜 자신한테는 그러지 않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만약 이경이, 남백훈에게 주는 진심의 절반만이라도 자신에게 준다면 그는 이경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 생각이었다. 사실 남백훈은, 단지 윤세현과 확실한 이별을 하기 위해 내세운 핑계일 뿐이었다. 남백훈의 꿍꿍이가 어떠하든, 사실 그에게 관심 없는 그녀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래.” 이경은 담담한 눈빛으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한 마디만 내뱉었다. 윤세현은 아무런 감정도 없는 그녀의 얼굴을 그저 차갑게 주시하였다. 이경의 눈빛은 분노와 광기를 넘어서, 점점 차갑고 무심하게 변하더니 이젠 아무런 감정도 없어 보이게 되었다. 그러자 윤세현은 어쩌면 처음부터 끝까지, 이 모든 게 그저 자신의 일방적인 바람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도 자신은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인지 싶었다. 결국 그는 몸을 돌리고는, 정처 없는 눈동자로 허공을 바라보며 외쳤다. “나도 너 없이 못 사는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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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7화

사실 이언이, 이경에게 누군가와 닮았다고 얘기를 한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게다가 이경은 그가 얘기하는 게 누군지도 눈치채고 있지만, 더욱 확실한 대답을 듣고 싶어했다. 하지만 이언은 바로 화제를 돌렸다. "공주, 그동안 어떻게 지냈느냐?" "그다지 편하게 지내지는 못했습니다." 이경은 다소 굳은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 "저를 신경 써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혼자 자라왔어서요…!" 그 말에 이언은 내심 죄책감을 느끼게 됐다. "미안하게 됐네…" "왜 저한테 사과하시는 거죠? 이 장군님, 대체 어떤 비밀을 알고 계신 겁니까? 저한테 숨기고 있는 게 있지요? 어서 말해보시지요!" 이경은 매우 흥분한 나머지, 탁자 위의 찻주전자에 부딪히고 말았다. 이내 쾅하는 소리와 함께 찻주전자는 땅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그러자 청지가 바로 들어왔다. "공주 마마, 장군님, 무슨 일이십니까?" 방금까지 차갑기만 하던 이경의 눈빛은 온 데 간 데 없고, 지금은 아예 통제력을 잃게 됐다. 그녀는 요즘 자주 충동적으로 굴었다. "괜찮아, 실수로 찻물을 엎지른 것 뿐이야." 그녀는 몸을 숙여 찻주전자 조각을 줍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언이 황급히 나섰다. "제가 줍겠습니다!" "제가라니요?" 이경은 고개를 들어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잠시 멈칫한 이언은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 그… 공주님, 저… 저는 그저… 평민일 뿐입니다. 저에게 있어서 공주님은… 높은 주인님이십니다." 그 말에 이경은 그가 무언가 숨기고 있는 비밀이 있다는 사실을 더욱 확신하게 됐다.하지만 점점 창백해지는 그의 얼굴빛을 바라보면서, 이경은 일단 호기심을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지금 이 자리에는 청지도 있으니. "괜찮습니다." 이경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전 타고난 공주도 아닌데요. 이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타고난 공주가 아니라니… 그 한마디에 이언은 뚫어져라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내 청지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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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8화

“공주, 사실 많은 것들은 보이는 그대로가 다가 아니야. 윤 씨 집안사람들은 공주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바로 그때,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이언은 재빨리 이경을 끌어당기고는, 목소리를 낮춘 채 조심스럽게 말을 덧붙였다. “공주, 당시 수많은 일들이 벌어지긴 했는데 언제 다시 공주한테 자세히 얘기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소.” “더 이상 과거의 일은 신경 쓰지 마시게. 하루라도 빨리 이곳에서 멀어지고, 이곳의 모든 사람들과 멀어져야만 공주의 안전이 보장될 거야.” 이경은 눈썹을 찌푸린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요. 저는 남성이 아직 살아 있다고 믿습니다. 반드시 그녀를 찾아낼 겁니다.” “너…” 남성을 찾을 거라고? 대체 왜… “공주, 대체… 무엇을 알고 있는 거야?” “단지 추측일 뿐이지만, 이서영은 남성의 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공주…” “하지만 어쩌면 이언 장군님께서는 저에게 답을 주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경은 진지한 표정으로 이언을 주시하였다. 밖에서 들려오던 발소리는 이내 멈추어졌다. 아마도 아랫 마당에 도착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들 중 한 명은, 얼핏 느끼기에 무공이 그리 강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발소리만큼은 그 누구보다 또렷했다. 이경은 놀라움으로 가득 찬 이언의 눈을 주시하며 말했다. “무모하긴 하지만, 제 추측을 한번 증명해 보겠습니다.” “공주… 설령…” 이언은 그들이 곧 들이닥칠 것 같은 느낌에, 마음이 매우 조급해졌다.다급해진 나머지 그는 이경의 손목을 확 잡아당겼다. 어쩌면 공주를 상대로 매우 무례한 행동이긴 하지만, 지금 모든 걸 털어놓지 못한다면, 아마 영영 전하지 못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음모요. 제발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얼른 이곳을 떠나시게. 만약… 만약 가족을 찾고 싶다면…” 어느새 몇몇 사람들이 계단을 올라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이언의 얼굴에는 조급함이 서려 있었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송 맺혀 있었다. “성월국으로 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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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화

이경이 영화전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정오가 지난 시점이었고, 누군가가 이미 음식을 한상 가득 차리고는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돌아와서 밥 먹을 줄 알았어?” 안으로 들어선 이경은 마침 침실을 정리하고 있는 남백훈을 발견하였다. “만약, 내가 안 돌아왔으면 어쩌려고?” “그래도 음식을 만들어 놓았는데 나 혼자서라도 먹어야지. 버리진 않아.” 이내 남백훈은 무언가를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이경은 다소 놀랐다. “발전기!” “발전기라…” 남백훈은 나지막이 중얼거리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희한한 이름은 대체 어디서 나온 거야?” “그건… 신경 쓸 필요 없어!” 이경은 그제야 오전 내내 이어져온 언짢은 기분이 조금 풀리게 됐다. “분리기는 여전히 안 되는 거야?” “아직 조금 부족하긴 한데… 곧 완성될 거야.” 그의 말에 이경은 안심하였다. 그녀는 발전기를 손에 들고는 자세히 살펴보았다. “지난번 초나라 황성에서 줬던 거랑은 뭔가 좀 다른 것 같은데.” “선을 감는 방식을 좀 개량했어. 이번 물건은 고장률이 훨씬 줄어들 거야.” 남백훈은 이경을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는데, 예쁜 그 눈가에는 누가 봐도 선명한 피로감이 서려 있었다. 이내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피곤해?” “안 피곤해.” “여기… 말이야.” 남백훈은 갑자기 그녀의 손을 잡아 그녀의 가슴 쪽에 얹었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이경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듯했다. 그저 가만히 그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가 다물었다가 반복할 뿐이었다. “궁궐에서 자라온 사람으로서 항상 수많은 생각을 품고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사실 가끔은 그저 평범한 나날을 살고 싶긴 해.” 남백훈은 그녀의 손에 든 발전기를 조심스럽게 한쪽에 내려두었다. 다소 당황한 것 같은 그는 이경의 얼굴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 지치거나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으면 내가… 내가 얼마든지 널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게 해 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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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0화

한편 그 시각, 칠조는 이경이 요구한 약재들을 모두 가지고 돌아왔다. 게다가 이경이 찾고 있던 약재들 중 두 가지는 약방에서 도저히 구할 수 없어서, 그는 직접 산에 올라서 채취까지 하였다. 이젠 이경이 더 이상 자신을 ‘하루 종일 놀고먹기만’ 하는 사람이라고 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칠조는 약재가 든 봉지들을 들고는, 석양을 맞으며 가벼운 걸음으로 영화전으로 향하였다.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 공주한테 잘난 척을 할 계획이었는데, 영화전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웬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저 년이야! 귀신 들린 짓이나 하는 계집애 같으니라고!” 고개를 든 칠조는, 이서영이 몇몇 궁녀와 호위 무사들을 거느리고는 마침 정문 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것을 보게 됐다. 묻지 않아도 그들이 세자를 찾으러 온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눈치를 보아하니, 세자는 지금 영화전에 없는 듯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현주가 쉽게 떠나려 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바로 그때, 이서영은 칠조와 눈이 마주치게 됐다. “영은아, 저 계집애 죽여!” 이서영은 칠조를 보기만 하면 기분이 언짢았다. 왠지 모르게 초아의 혼이 들어있는 것만 같았다. 영은이 눈을 가늘게 뜬 채 저벅저벅 앞으로 나서자, 놀란 칠조는 서둘러 뒤로 물러섰다. 그녀는 절대 영은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영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그 서늘하고 막강한 기운만 보아도, 전혀 당해낼 수 없다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영은은 칠조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아무리 봐도 정말 초아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칠조가 무예를 연마할 수 있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면, 영은은 정말 초아의 영혼이 돌아온 것은 아닌가 헷갈렸을 수도 있었다. 영은은 다시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사실 그녀 역시, 눈앞의 이 여자가 초아든 아니든 마주치기만 하면 괜히 온몸이 불편 해났다. 마치 목숨을 빼앗길 듯한 불안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곳은 엄연히 남진이다. 설령 칠조를 죽인다 한들 이경이 감히 그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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