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양전에서 한바탕 소란이 나자, 이경은 감히 높은 담장 쪽으로 다가갈 수가 없었다. 그나저나 오늘 밤 욱양전의 분위기는 다소 이상했다. 그렇게 큰 소동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호위무사들이 자객을 체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체 누가 이런 지시를 내린 건지 가늠이 가지 않았다. 이경은 멀리서 한참 동안 욱양전 쪽을 바라보다가, 아무런 미동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다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번에도 역시 영은의 거처 근처에만 있을 뿐, 너무 가까이 가지는 않기로 했다. 냉전이 바로 그 지붕 위에 있기도 했고, 그가 비록 이서영을 보호하는 임무만을 수행하고 있긴 하지만, 영은은 엄연히 이서영의 사람이기에, 냉전에게 들키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었다. 냉전은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상대였다. 칠조가 이 높은 담장을 따라 떠난 거라면, 아마 영화전으로 돌아갔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이 궁궐 안에는, 어차피 이경이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만약 영화전으로 돌아가려 했다면, 칠조가 가야 할 길은 왼쪽에 있는 그 길 뿐이었다. 이경은 그 길을 따라 영화전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점점 약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냄새는 매우 약해서, 바람이 살짝만 불어도 금세 사라질 정도였다. 이경은 길 위에 오랫동안 머무르면서, 겨우 그 향기를 다시 찾아낼 수 있었다. 다소 은밀해 보이는 가산 뒤 쪽으로 향했는데, 뜻밖에도 칠조의 모습이 보였다. 이경이 이내 땅을 내려다보니, 격하게 싸운 흔적이 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조마조마해지며, 계속해서 불안감이 깊어져갔다. 칠조가 분명 이곳에서 누군가의 어떤 비밀을 목격했음이 틀림없었다. 달빛조차 닿지 않는 이런 곳에서 이야기를 나눴다는 건, 분명 남에게 알려져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칠조의 존재를 알아차린 것이었다. 이경은 애써 침착함을 유지한 채로, 계속해서 주변의 미세한 단서들을 찾아나섰다.격렬한 전투 흔적은 깊은 궁 쪽에서도 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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