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다시 태어난 구공주, 그녀의 당찬 인생: Chapter 531 - Chapter 540

545 Chapters

제531화

칠조와 이경의 이름을 듣자마자, 영은의 눈동자에는 순간 끝없는 증오심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그 증오심은 잠깐 스쳤다 이내 사라졌다. 그녀는 금세 침착함을 유지하였다. 심지어는 웃음까지 터뜨렸다. 그 모습에 이서영은 두피가 저릿해 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너무나도 무서운 마음에 도망칠 힘조차 나지 않았다. "내가 어떻게든 복수할 거야. 살아있는 게 지옥보다 더 괴롭다고 느끼게끔 만들 거야." 영은은 이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얼굴에는 조금의 분노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섬뜩할 정도로 평온해 보였다. 이서영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온기라고는 전혀 없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넌 반드시 나를 도와야 해. 그렇지 않으면 나도 칼을 들어서, 그 궁녀가 나한테 했던 것처럼 똑같이 네 얼굴을 망가뜨릴 거야!" …… 이서영이 곧 출정하게 되는 곳은, 북란관이다. 북란관 밖은 지금 창랑족이라는 부족이 점령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관 안팎의 분위기가 평화로워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반년 사이, 창랑족이 계속하여 북란성을 침략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그래서 남경이 갑자기 이서영더러 북란성으로 출정하라고 명령한 것이다. 이경의 추측으로는, 남양은 이미 오랫동안 북란성을 노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북란성이 함락되기 직전까지 기다렸다가 대규모 병력을 출동시켜 창랑족을 물리친 후, 북란성을 차지하려는 속셈 같았다. 그렇게 되면 남양은 북란성 하나를 더 얻게 되어 남경과 맞서는 데 필요한 자본이 더욱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남경이 그녀의 의도를 진작에 눈치채고는, 선제공격으로 명분을 만들어 자신의 사람을 북란성으로 보낸 것이다. 일단 창랑족을 물리치기만 하면, 이서영은 자연스럽게 북란성의 성주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면 이 위태로운 북란성은 당연히 다시 남경의 손으로 돌아오게 된다. 아마 지금 쯤이면, 남양은 열받아서 미칠 지경이겠지? 이경은 지형도를 철저히 외우고는 다시 거두어들였다. 이내 일어서서 몸을 쭉 펴며 기지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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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2화

“세자 나리!” 이경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는 돌아서 윤세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혹시 나리께서는 오늘 밤 칠조를 만나셨습니까?” 그러나 윤세현은 아랑곳하 않고 계속하여 앞으로 걸어갔다. 이경은 그를 뒤쫓아가며 다급하게 물었다. “나리, 솔직히 말씀해 주십시오. 오늘 밤 칠조를 보셨습니까? 그 아이, 어디로 간 겁니까?” 칠조는 평소에 특별한 임무가 없는 한, 웬만해서는 영화전을 떠나지 않았다. 비록 그녀는 평소에 구공주에 대한 험담을 자주 하긴 하지만, 일 처리는 매우 성실했다. 그런데 오늘 밤 갑자기 영화전에서 사라졌다니. 대체 어디로 간 걸까? 윤세현은 여전히 무시한 채 동쪽 복도로 걸어갔다. 이경은 재빨리 달려가 순식간에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러자 윤세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는 물었다. “뭐 하려는 거야?” 윤세현은 이경이 요즘 어떤 무공 심법을 수련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녀의 경공술이 분명 예전보다는 훨씬 더 나아진 걸 알 수 있었다. 사실 이경의 무공 실력은 줄곧 성장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 성장 속도는 그 누구보다, 심지어 윤세현이 무공을 처음 익히던 때보다도 빨랐다. 다만 지금 윤세현 그 자신과는 실력 차이가 너무나도 커, 그가 바로 알아채지 못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볼 때마다 놀랍긴 했다. 무공을 배운 지 석 달도 안 된 사람에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큰 성장이었기에. 말 그대로 기적이었다. “칠조가 어디 있는지 알면서 왜 나한테 얘기 안 해? 대체 그 아이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이경은 눈을 가늘게 뜨고는 무덤덤한 윤세현의 얼굴을 빤히 주시하였다. “내가 무슨 짓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데?” 이내 윤세현은 발걸음을 멈추었고, 짙은 눈동자는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 “당신 몸에서, 오늘 밤 칠조가 엎질렀던 약가루 냄새가 난다고!” 왜 날 속이려는 하는 거지? 왜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 거지? 대체 그 아이한테 무슨 짓을 한 거지? “그래서, 내가 그 아이한테 무슨 짓이라도 한 거라고 단정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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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3화

윤세현은 이경의 손에 든 장검을 주시하였다. 그것은 전에 그가 직접 이경에게 몸을 지키라고 준 무기였다. 하지만 그 무기는 지금, 자신의 심장을 향해 칼끝을 겨누고 있었다. 이 상황에 윤세현은 화가 난 나머지 어이없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그 애가 어디 있는지 알고 싶어? 나를 이기고 나서 다시 말해!" 그 순간, 이경이 손목을 돌리자 장검은 더욱 날카롭게 윤세현의 심장을 겨누었다. 이경은 지금 분노, 불안, 두려움의 감정이 겹쳐있었다. 이서영과 영은이 초아를 죽일 당시, 윤세현은 이서영을 감싸줬었다. 심지어 이서영을 지키기 위하여, 이경에게 중상까지 입혔었다. 이미 이토록 무정한 모습을 한번 보였는데, 안면도 없고 윤세현에게 있어서는 하찮고 보잘것없는 작은 궁녀한테 자비를 베풀 리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사실 이경이 가장 두려운 것은, 칠조가 혹여 이서영이나 영은을 찾아가 말썽을 부리지는 않을까였다. 칠조가 자신한테 약병 두 개를 요구했을 때, 그녀는 진작에 수상함을 눈치챘어야 했다. 만약 칠조가 정말 문제를 일으키기라도 했다면, 윤세현은 당연히 이서영을 위해 칠조를 해칠 수도 있었다. 심각한 경우 아예 죽여버리거나… 그 생각에, 이경은 더욱 흥분하고 긴장하였다. 이내 그녀는 장검을 내뻗었고, 그 검은 짙은 검기가 스며들어 있는 데다가 날카롭기 짝이 없었다. 그 순간, 이경은 뜻밖에도 피비린내를 맡게 됐다. 하지만 윤세현은 그에 맞서지 않았고, 심지어는 피하지도 않았다. 깜짝 놀란 이경은 손목을 재빠르게 돌려 칼끌을 그의 심장 옆으로 옮겼다. 쉭하는 소리와 함께 칼 끌은 그의 어깨를 파고들었고, 순간 검을 타고 피가 뚝뚝 떨어졌다. "당신…" 왜 피하지 않는 거지? 일부러 내가 상처를 입히도록 가만히 당하고만 있어! 이경은 순간 당황했다. 윤세현의 몸에서 흐르는 피를 보자마자, 그녀는 순간 냉정해졌다. 윤세현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어깨를 찌른 장검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준 무기로, 도리여 상처를 입게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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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4화

"네 마음속에서 난 남백훈만도 못하고, 이젠 심지어 궁녀만도 못한 거야?" 윤세현은 매우 어이없었다. 여태 자신이 무엇을 기대한 건지 허무한 기분도 들었다. 한 번, 또 한 번씩 반복하며 수없이 잔인한 현실을 눈앞에서 마주하면서, 자신이 이경에게 있어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점점 확인 사살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매번 스스로 자존심을 버리고 이런 수모를 겪으려고 한 건지? 이제 그는 더 이상 이경의 대답을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녀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그는 몸을 돌려 발걸음을 옮겼다. "윤세현…" 이경은 그의 뒤를 쫓으려 했다. 그러자 연지가 그녀를 붙잡고는 말했다. "공주 마마! 세자 나리께서는 부상을 입으셨니다. 지금 얼른 가서 상처를 치료해야 합니다!" "저 사람 몸에서 칠조의 약초 냄새가 났다고. 칠조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을 거라고." 그녀는 연지의 팔을 붙잡고는, 눈이 충혈될 정도로 조급해하며 물었다. "연지야, 칠조가 사라졌어!" 칠조가 사라졌다는 소식에 연지도 마음이 조급 해났다. 하지만 그는 최대한 침착하였다. "마마, 나리께서 칠조의 행방을 알더라도 저는 나리가 칠조를 해치지 않을 거라 믿습니다. 저를 믿으세요, 나리께서 그런 짓을 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는 한때 윤세현 일당을 몹시 증오한 적이 있었다. 이서영을 위해 윤세현이 공주에게 중상을 입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남자로서, 당시 세자가 얼마나 고통스럽고 괴로워했는지 그는 사실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다. "마마, 만약 칠조가 정말 위험에 처한 상황이 찾아온다면 나리께서는 해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칠조를 구해낼 거라 믿습니다." "대체 무슨 근거로 저 남자를 그렇게까지 믿는 거야?" 이경은 잔뜩 화가 난 채 물었다. 연지는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숙여, 이경과 눈빛을 마주하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마마, 오늘 밤은 좀 흥분하신 것 같은데 일단 진정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평소 이경은 이렇게까지 이성을 잃은 적은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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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5화

칠조는 오늘 밤, 분명히 욱양전에 다녀가긴 했다. 이경은 길에서 풍기는 그녀의 약 냄새를 천천히 따라갔지만, 그 냄새마저 점점 희미해져 이경조차도 이젠 거의 맡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간신히 하나하나 더듬어 가며 찾아간 끝에 욱양전 뒷마당의 높은 담장을 하나 겨우 발견하였다. 그곳에서 사는 이는 바로… 영은이었다. 계집애 정말 말 안 듣네, 영은만큼은 건드리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는데. 이내 이경이 손을 휘두르자, 그녀의 팔찌에서는 천잠사가 튀어나와 높은 담장에 단단히 걸리게 됐다. 안 그래도 나쁘지 않은 경공에, 천잠사까지 이용한 그녀는 높은 담장에서 지붕 위로 단번에 소리 없이 날아올랐다. 절정의 고수라 해도 이렇게까지 쉽게 뛰어오르긴 어려울 것이다. 적지 않게 부상을 입은 영은은, 이경이 지붕 위에 서 있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안전을 위해, 이경은 내려가기 전에 약가루를 살짝 뿌려 두었다. 전혀 눈치채지 못한 영은의 모습에, 분명 그녀가 내상을 크게 입은 거라 확신하였다. 그나저나 고작 칠조의 실력으로, 어떻게 내공이 깊은 영은을 이렇게까지 다치게 할 수가 있는 거지? 영은은 약가루의 영향을 받고는 완전히 기절해 버렸다. 그제야 이경은 가볍게 땅에 내려와 침대 옆으로 향하여 단숨에 이불을 확 젖혔다. 이불을 젖히자마자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영은의 얼굴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변하게 된 거지? 칼로 그어진 상처 위에 독약을 부은 게 틀림없는 모습이었다. 사람도 귀신도 아닌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경은 칠조에게 피부를 부식시키는 독약을 준 적은 없었다. 그 말은 즉, 칠조가 독약을 퍼부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얼굴에 난 이 상처들은, 칠조가 한 짓인 건가? 하지만 내가 준 마취약으로, 영은을 이렇게까지 기절시킬 수는 없을 텐데? 게다가 영은이 입게 된 내상은, 칠조의 내공으로는 절대 해낼 수 없는 것이었다. 대체 누가 또 영은이랑 다툰 거지?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칠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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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6화

욱양전에서 한바탕 소란이 나자, 이경은 감히 높은 담장 쪽으로 다가갈 수가 없었다. 그나저나 오늘 밤 욱양전의 분위기는 다소 이상했다. 그렇게 큰 소동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호위무사들이 자객을 체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체 누가 이런 지시를 내린 건지 가늠이 가지 않았다. 이경은 멀리서 한참 동안 욱양전 쪽을 바라보다가, 아무런 미동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다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번에도 역시 영은의 거처 근처에만 있을 뿐, 너무 가까이 가지는 않기로 했다. 냉전이 바로 그 지붕 위에 있기도 했고, 그가 비록 이서영을 보호하는 임무만을 수행하고 있긴 하지만, 영은은 엄연히 이서영의 사람이기에, 냉전에게 들키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었다. 냉전은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상대였다. 칠조가 이 높은 담장을 따라 떠난 거라면, 아마 영화전으로 돌아갔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이 궁궐 안에는, 어차피 이경이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만약 영화전으로 돌아가려 했다면, 칠조가 가야 할 길은 왼쪽에 있는 그 길 뿐이었다. 이경은 그 길을 따라 영화전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점점 약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냄새는 매우 약해서, 바람이 살짝만 불어도 금세 사라질 정도였다. 이경은 길 위에 오랫동안 머무르면서, 겨우 그 향기를 다시 찾아낼 수 있었다. 다소 은밀해 보이는 가산 뒤 쪽으로 향했는데, 뜻밖에도 칠조의 모습이 보였다. 이경이 이내 땅을 내려다보니, 격하게 싸운 흔적이 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조마조마해지며, 계속해서 불안감이 깊어져갔다. 칠조가 분명 이곳에서 누군가의 어떤 비밀을 목격했음이 틀림없었다. 달빛조차 닿지 않는 이런 곳에서 이야기를 나눴다는 건, 분명 남에게 알려져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칠조의 존재를 알아차린 것이었다. 이경은 애써 침착함을 유지한 채로, 계속해서 주변의 미세한 단서들을 찾아나섰다.격렬한 전투 흔적은 깊은 궁 쪽에서도 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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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7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한 궁녀였다. 그녀는 이경이 아닌 남명월을 향해 말한 것이었다. 남명월은 이미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로, 금방 어디에서 다녀온 듯했다.“아무것도 묻지 마. 이 일은 내가 직접 처리할 테니까.” 그녀는 다시금 어디로 나가려는 듯, 짧은 한마디만 남기고는 뒤뜰로 향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정문이 아닌, 뒷문으로 나가려 하는 것이었다. 이경은 눈썹을 찌푸린 채 지붕 위를 따라 천천히 그녀를 쫓아갔다. 그녀의 경공이 많이 강해진 건지, 아니면 남명월의 무공 수준이 너무 낮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경이 끝까지 따라갔음에도 불구하고 남명월은 계속 눈치채지 못했다. 남명월은 뒷문을 나서자마자 걸음을 재촉하였고, 곧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이경도 더 가까이 붙지는 못했다. 남진 제일의 재녀라고 불리는 남명월이, 뛰어난 실력이 아니었다면 그런 칭호는 결코 얻어낼 수 없었을 것이다. 그 말은 즉, 그녀는 뛰어난 무공을 지닌 실력자일 것이 분명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명월은 한 전각의 대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그러고는 호위무사에게 무언가 묻자, 호위무사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남명월이 계속 빌었지만, 호위무사가 또 알 수 없는 한마디를 내뱉었고, 그제야 그녀는 실망한 듯 몸을 돌려 떠났다. 그곳은 바로 박양전과 남박민의 처소였다. 남박민이 만나주지 않는 건지, 아니면 전각에 아예 없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이경은 계속하여 그녀를 조심스럽게 뒤따랐는데, 그녀는 박양전의 뒷문으로 돌아가더니 뜻밖에도 갑자기 전각의 담장을 넘었다. 남박민이 만나주지 않으려 해도 기어코 만나고야 말겠다는 기세였다. 이경은 그녀의 속내를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이게 칠조가 우연히 알게 된 그 비밀인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명월과 남박민, 두 사람 사이에 부적절한 감정이 있는 건가? 이경은 다른 높은 담장 쪽으로 돌아가서는, 망설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천잠사를 날렸다.천잠사의 힘은 평범한 사람으로서는 상상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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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8화

남박민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참으로 냉정한 그의 태도에 남명월은 결국 절망에 빠지고 말았다. “오라버니, 정말 저한테 이러실 겁니까? 이렇게 제 살 길을 막으신다면, 저도 더 이상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그녀는 뒤로 물러선 채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마지막으로 한마디 내뱉었다. “후회하지 마십시오!” 방 안에는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생각보다 너무 차가운 태도에, 이경이 남박민이 방 안에 없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래도 방 안에 있을 가능성은 높았다. 다만 그가 남명월을 신경 쓰고 싶지 않을 뿐. 그럼 남명월은 정말 남양을 찾아가서 사실을 털어놓으려는 건가? 곧이어 남명월은 정말로 자리를 떠났다. 이경은 다시금 남박민의 방을 바라보았는데, 방 안은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지만, 인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 역시 다시 남명월을 뒤쫓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산들산들한 바람이 남명월을 향해 불어 들었다. 그 때문인지 그녀는 유난히 초라해 보였다. 이경은 남명월과 조금 떨어진 나무 위에 서 있었는데, 뜻밖에도 그녀는 욱양전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저 욱양전 입구에 선 채 큰 문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 지나고 나서야 그녀는 결국 몸을 돌려 근처의 좁은 길로 들어섰다. 몇몇 호위무사들을 마주치긴 했지만 그저 조용히 지나칠 뿐이었다. 이경은 나무 뒤에 숨은 채 호위무사들을 피하며, 계속하여 적당한 거리를 둔 채로 남명월의 쫒아갔다. 잠시 후, 남명월은 가산석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이경을 발견한 듯 발걸음을 멈췄다. “구공주 마마, 나와서 잠시 이야기 좀 나누시지요.” 하지만 이경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사실 그녀는 남명월을 쫓고 있을 때부터 진작에 그녀가 자신의 존재를 알게 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남명월은 가산 옆에 선 그 그림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궁녀는 무사합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풀어줄 수는 없어요.”“어떻게 하려는겁니까?” 칠조가 무사하다는 얘기에 이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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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9화

구공주는 순간 멈칫하였다. 이 상황에 왜 갑자기 나한테로 화제를 돌리는 거지? “공주 마마,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마마께서는 본인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그러자 이경은 눈썹을 찌푸린 채로 남명월을 바라보며, 계속 대답을 망설였다. “아마…”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전쟁터에서 싸우면서 나라를 지키는 삶을 원한 것 같은데.” 이는 그녀의 어머니가 어릴 적부터 심어준 가르침이었다. 평생을 살아도 나라를 지키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그녀의 대답에 남명월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나 구공주는 보통 사람들과는 생각이 달랐다. 남진 황족의 여인들의 모습은 꽤나 닮아있었다. 예를 들어 여황 폐하, 어머니, 그리고… 남성. 이런 여인을 사랑하는 남자라면, 아마 쉽게 행복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었다. 구공주에게 사랑과 정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려면, 차라리 전장에 내보내 한 판 싸우게 하는 것이 더 통쾌할 것이다. “저도 예전에는 그런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죠?” 이경은 여전히 그 남자가 대체 뭐가 좋은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만약 그 사람도 공주를 좋아하고 공주를 소중히 여기려 한다면, 공주께서도 모든 걸 포기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은 공주 얼굴을 한 번도 보려 하지 않았잖습니까.” 그 말에 남명월의 얼굴은 어두워지며, 눈빛에 그늘이 스쳤다. 너무나도 원망스러웠지만, 더 이상 방도는 없었다. “한 달 전쯤만 해도 저도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남명월은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손만 내려다볼 뿐, 감히 다른 곳에 시선을 주지 못했다. “지금은 안 돼요. 정말 안 돼요. 그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가 않아요.” 하지만 이경은 이 말을 도통 알아듣지 못했다. 남명월이 말하는 남자는 남박민인 건가? 그런데 그렇게 들리지도 않았다. “어쨌든, 먼저 칠조를 돌려주시죠!”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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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0화

이경의 시선은 남명월의 아랫배로 향했는데, 아주 노골적이며 숨길 기미도 전혀 없어 보였다. 그 눈빛에 놀란 남명월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재빨리 몸을 돌려 이경의 시선을 피했다. “걱정 마세요. 칠조만 무사하다면, 더는 남진 황실에 간섭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이경은 손을 모아 공손히 인사하고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사실 그녀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그’를 지키기 위해서는 남명월이 지금 반드시 떠나야만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남양은 ‘그’의 존재를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다. 다만 남박민이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칠조가 남명월의 손에 있는 이상, 지금쯤이면 반드시 궁 안에 있을 거였다. 그렇다면 틀림없이 남명월의 명월전에 있을 것이지만, 짧은 시간 안에 남 모르게 칠조를 빼돌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더군다나 중요한 비밀이 얽혀있는 상황이었기에, 남명월이 반드시 직접 처리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일단 칠조를 밖으로 내보내게 되면, 남명월은 더 이상 어찌할 바가 없게 되었다. 이경은 이내 암행복으로 갈아입고는 다시 명월전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멀리 있는 가산 뒤에서 갑자기 웬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바로 남명월의 목소리였다. 그 순간, 이경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불안한 마음에 일단 재빨리 달려갔는데, 희미한 달빛 아래, 가산 뒤 잔디밭에는 한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명월 공주!” 이경의 성격대로라면, 이런 상황에 절대 달려가서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은 누가 봐도 덫이었다. 남명월에게 있어서도, 이경 자신에게 있어서도. 하지만 지금 이경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남명월이 쓰러지게 되면, 칠조의 운명도 장담할 수 없으니. “공주!” 이경은 달려가 남명월의 손을 꽉 잡고는, 손끝으로 그녀의 손목 맥을 짚었다. 역시 그녀가 짐작한 그대로였다. 맙소사, 대체 누가 이렇게 잔혹하게 군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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