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다시 태어난 구공주, 그녀의 당찬 인생: Chapter 561 - Chapter 570

656 Chapters

제561화

궁에서 황자와 황자가 죽었지만, 결국 이 모든 일은 그들의 계획의 디딤돌이 될 뿐이었다. 이것이 바로 소위 말하는 황실의 혈육이었다.남경은 전당 안에 널려 있는 두 시신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그녀에게 이 두 사람은 황족의 명예를 더럽혔기에, 황실 묘지에 들어갈 자격조차 없다고 생각했다.이경은 압송되었고, 윤세현은 어쩔 수 없이 전당에 남게 되었다.떠나가는 이경의 눈빛은 매우 흐릿했고, 얼핏 봐도 분명히 매우 심한 내상을 입은 상태였다.윤세현은 그녀가 제때 치료하지 않았다가 후유증이 남을까 걱정했다.한편, 남양은 넋을 잃은 듯 남박민의 시신 곁으로 천천히 걸어갔다.아무리 강하고 단단한 사람이라도, 20년 넘게 자신의 곁에 있던 자식의 시신 앞에서는 나약해지기 마련이다.그녀는 몸을 굽혀 남박민의 시신을 안아 일으켰고, 무거운 걸음으로 전당 밖으로 향했다. 비록 자신의 아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다며 이경을 증오하긴 했지만, 정작 그를 죽음의 끝까지 몰아간 건 사실 남양, 그녀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게다가 남명월이 임신한 사실도 전혀 몰라, 여전히 남박민이 자신을 떠날 거라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 그저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으로, 세 명이나 목숨을 잃게 되었으니…한편 남용도 남명월의 시신을 안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떠났다.폐하가 윤세현과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니, 그들은 떠날 수밖에 없었다.반면, 이서영은 여전히 남경의 곁에 서 있었다.폐하가 윤세현과 나누려는 이야기 화제가 어쩌면 자신과 관련 있을 거라 생각한 그녀는 당연히 떠나기 아쉬웠다.그러나 윤세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현주께서는 즉시 자리를 비켜주시죠!”그는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었다. 계속 끌다간 이경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이서영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원망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오라버니, 전 단지 걱정돼서…”“꺼져!”윤세현의 마음 속에는 오로지 이경의 부상만 있을 뿐, 지금 다른 그 어떤 역겨운 말도 들을 여유가 없었다.순간 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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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2화

지금의 윤세현은 인내심이 바닥 나 있었기에, 남경도 더 이상 군말 없이 바로 본론을 꺼냈다.“난 세자랑 서영이가 혼인하여, 앞으로도 계속 남진에 남아 있기를 바라네. 만약 혼인한다면, 자네한테 반드시 높은 지위와 권력을 줄 것을 약속하네…”“그거 말고, 다른 걸로 하시죠.”윤세현은 조건을 끝까지 들을 생각조차 없었다.이서영과의 혼인이라니, 절대 불가능했다.그의 단호한 태도에 남경과 한상궁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다.곧이어 한상궁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세자 나리, 만약 현주와 혼인하시고 훗날 현주가 즉위하게 되면, 세자께서는 이 모든 세상을 통제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경이 외에는, 이 생에 다른 어떤 여자도 아내로 맞이할 생각이 없습니다.”윤세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한상궁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그리고 만약 누군가 경이의 목숨을 해친다면, 전 제 생이 다하는 그날까지 지구 끝까지 달려가 그 자를 반드시 죽일 겁니다!”평생 쫓아가 죽여버린다고?그 한마디에 남경의 심장은 순간적으로 조여들었고, 다시금 기침을 할 뻔했다.한상궁 역시 얼굴빛이 어두워졌다.“세자, 저희는 구공주의 목숨을 노린 적이 없습니다. 방금 전 충분히 힘을 조절하고 장풍을 날린 것입니다!”그러나 윤세현은 덤덤한 표정으로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그렇다, 한상궁은 분명 힘을 조절하였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경은 중상을 입게 됐다.“세자, 서영이는 비록 지금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지만 그 아이는 엄연히 남진의 현주일세. 존귀한 신분인데, 정말 그 아이를 한 번도 눈여겨보지 않는 건가?”하지만 무표정인 윤세현의 모습에, 남경은 그가 정말로 마음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게다가 마음이 없을 뿐만 아니라, 몹시 싫어하는 것 같은 기색이었다.남경은 한참동안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가,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좋소. 사람마다 뜻이 다른 법이니 세자가 우리 남진에 남고 싶지 않다면, 나도 억지로 남아라고 하지는 않겠소.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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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3화

이경이 윤세현의 품에 안겨 감옥에서 나올 때, 그녀는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다행히 마침 영화전에는 윤세현을 따라온 군의관이 있어 맥을 짚어보자, 심맥이 손상되긴 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당분간 함부로 움직일 수는 없었다. 크게 움직였다가는 쉽게 중상을 입을 수 있고, 심각하면 심맥이 완전히 끊어져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지금 이경은 매우 쇠약해 보였다.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도 그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고민이 서려 있었다.그래도 그녀에게 가장 다행인 건 칠조가 무사하다는 것이었다.“내일 저희 정말 현주랑 함께 길을 떠나야 하는 겁니까?”비록 이서영은 이미 남진의 전하가 되었지만, 청지는 여전히 습관적으로 그녀를 현주라고 부르고 있었다.청지는 이미 창랑족에 대해 조사를 마쳤다. 그 이름처럼 창랑족 전사들은 하나같이 늑대처럼 사나운 이들이었다.너무 가난하게 살아서 그런 것인지, 그들은 가난을 극복하려는 경향이 강했으며, 흉악한 모습을 보이려는 의도가 선명했다.지난 몇 달 동안, 북관 밖의 유목민들은 창랑족의 눈에 띄기만 해도 모든 가축과 물건을 약탈당하고, 여자들도 능욕당했다.심지어 심할 경우 온 가족이 죽임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여자와 아이들까지 예외 없이 전부.그만큼 창랑족은 마치 큰 칼처럼, 발이 닿는 곳마다 모든 생명을 위협했다.만약 이런 사악한 세력이 초나라에 있었다면, 황제의 지시가 없더라도 세자는 스스로 나서서 토벌했을 것이다.하지만 이곳은 엄연히 남진이었다.게다가 세자와 현주는 결코 좋은 인연도 아니었고, 아무리 초나라의 전신이라 하더라도 함부로 나설 명분은 없었다.“나리, 이대로 내일 길을 떠나게 된다면, 세상 사람들은 분명 나리를 현주의 남편이라고 생각할 겁니다.”그렇지 않고서야, 왜 현주를 도우려 하겠는가?“내가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쓸 것 같아?”윤세현은 지금 온통 이경에게만 신경이 쓰였다.그때, 이경의 눈썹이 살짝 움찔하였고, 윤세현은 손을 들어 올렸다.그러자 그의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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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4화

윤세현이 말없이 조용히 자신을 바라보자, 이경은 순간 가슴이 시큰거렸지만…한편으로는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다. 당장이라도 주먹을 휘둘러 그를 때리고 싶을 정도였다. “그 정도 협박과 회유도 못 버티는 거야? 나 때문에 휘둘린 거야, 아니면 애초에 그 여자랑 함께할 마음이 있었던 거야?”이경은 그가 정말로 조건을 받아들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세자라는 사람이 그렇게 쉽게 협박을 당할 인물이었던 건가?“만약 정말 네 목숨을 이용해 나를 협박한 거라면, 내가 받아들이지 말았어야 하는 거야?”격한 감정의 이경과 달리, 윤세현의 표정은 덤덤했다.“네가 그런 상황에 처해 있으면, 만약 협박을 당하는 사람이 너라면, 너는 어떻게 했을 건데?”이경은 대답 대신 되물었다.“만약 지하 감옥에 갇힌 사람이 당신이라면, 당신은 내가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 건데?”윤세현은 잠시 멍하니 있었다.그는 당연히 이경이 혼자 도망쳐 살아남기를 바랄 뿐이다. 굳이 자신 때문에 다른 남자에게 몸을 넘기는 건 받아들일 수 없었다.만약 정말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는 그 남자뿐만 아니라 자신마저도 죽일 각오를 할 것이다.두 사람의 눈빛이 마주친 순간, 마음이 흔들리게 됐다.하지만 이경은 내심 괴롭기도 했다.괴로워하는 그녀의 모습에 윤세현은 결국 고백하였다.“농담이야. 내가 어떻게 그 여자랑 결혼해? 생각만 해도 짜증 나는데!”이경은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평소 진지하기만 한 윤세현의 입에서 짜증 난다는 말이 나올 줄이야?냉철한 그의 이미지와 성격과는 전혀 맞지 않는 발언이었다.“당신…”“난 정말 그 아이가 싫어. 날 계속 따라다니는 게, 끔찍한 파리 같아. 십 년 넘게 그 아이 때문에 괴롭긴 했지만, 벗어날 방법은 전혀 없어.”이내 윤세현은 침대 옆에 앉았다.함께 감옥 생활을 겪으면서 나란히 앉아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니, 두 사람은 훨씬 편해진 듯했다.“그 아이는 어릴 때부터 계속 내 곁을 따라다녔어. 그래서 난 피할 수 있는 상황이면 항상 최대한 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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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5화

“하지만 적어도, 눈앞의 위기는 먼저 넘겨야지!”윤세현은 이경을 바라본 상태로, 살짝 손을 잡았다.“이미 다 준비 마쳤어. 동이 트려면 아직 한 시간 정도 남았네. 이따가 난 영안전에 가서 잠시 소란을 피울 테니까, 넌 청지랑 같이 떠나.”“남경이 나를 붙잡아두고 당신을 위협할까 봐 두려운 거지?”“그래.”윤세현은 더 이상 숨기지 않았다.남경은 이경을 남진 황궁에서 쉽게 내보낼 리 없었다. 이경이야말로 윤세현을 붙잡아둘 수 있는 가장 좋은 인질이었으니까.그렇기에 지금 떠나야만 이경을 무사히 지킬 수 있었다.하지만 이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야. 나한텐 다른 길이 있어.”“무슨 길?”“남백훈을 만나야 해.”…그렇게 한 시간 후, 윤세현은 영화전 동쪽 뜰로 향했다. 먼 곳에서 그를 지키고 있던 청지는 세자의 외로운 뒷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구공주가 남백훈을 만나러 간 건, 분명 남녀 간의 사사로운 감정 때문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세자와 함께 의논하지 못하게 하는 일이라니… 그건 그의 마음을 너무 아프게 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갑자기 벌컥 문이 열렸다.뒤돌아보니, 남백훈이 이경을 부축하며 안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그는 재빨리 다가가 이경을 부축하는 것을 도와주었다.그러자 남백훈은 개의치 않다는 듯이 말했다. 그도 어짜피 지금 할 일이 많은 상태였다. “그럼 나도 이만 준비하러 갈게. 정말로 그렇게 하려거든, 그 어떤 후과도 각오해야 할 거야.”남백훈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어떻게든 성공할 거야. 다른 결과는 생각해 본 적도 없어.”이경은 자신의 추측을 백 퍼센트 확신하고 있었다.그녀를 바라보는 남백훈의 눈빛에는 깊은 뜻이 담겨 있었다.마지막으로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지금 당장 몇 사람들을 불러들일 거야. 널 도와 실험을 대신해 줄 거야.”“고마워.”이내 남백훈은 몸을 돌려 떠났다.윤세현은 창백해진 이경의 얼굴을 바라보았는데, 그녀는 중상을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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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6화

이서영이 남성의 딸이 아니라니!이건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었다.청지가 아는 이서영은, 태후가 분명 궁으로 데려와 어릴 적부터 길러낸 아이였다.심지어 당시 공관 부인과 장군 부인 역시 직접 궁에 들어와 후궁에서 한동안 이서영과 함께 시간을 보냈었다.그들이 직접 돌본 아이인데, 어떻게 신분이 다를 수가 있단 말인가?그들은 이서영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공주 마마, 혹시 오해하고 계신 건 아닙니까?"청지는 한참 동안 충격에 빠져 있었다.사실 그는 아직도 이경을 좀처럼 믿을 수 없었다.필경 전과가 있었으니.하지만 지금 구공주와 세자는 분명 같은 편에 서 있었다.즉, 구공주의 행동 하나하나가 세자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구공주가 함부로 움직이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마마, 정말 증거가 있는 겁니까?""초아가 왜 죽임을 당했는지 알아?"이경은 그의 말을 가볍게 끊으며 되물었다."그들의 목적은 애초에 유아이고, 초아는 그저 희생양일 뿐이야.""마마……""그 유아라는 아이가 이서영의 비밀을 알고 있어."이경은 고개를 들어 윤세현을 힐끗 바라보았다.그는 그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며, 이경이 계속 말을 이어가기를 기다리는 듯했다.충격에 빠진 청지와 달리, 윤세현은 내심 크게 놀라기는 했지만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그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경은 자신만의 확신이 없으면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확신이 없는 일은 더더욱 입에 올리지 않는다는 것을.하지만 청지는 몹시 조바심이 났다.이건 꽤나 심각한 일이었다. 만약 이경의 추측이 틀린 것으로 확인되면 황실 혈통을 모독한 중죄를 뒤집어쓸 수도 있었다."어차피 상황이 이 지경까지 왔는데, 떠날 거면 지금 떠나. 이후에는 떠날 수 있는 기회가 없을 거야."윤세현은 몹시 태연했다. 더 이상 결과가 나빠져 봤자 더 나빠질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무엇이 됐든 남경에게 얽매이게 되는 처지가 되었으니."세자 나리……"청지는 구공주가 완전히 미쳤다고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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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7화

그러나 이경은 이 질문에 당장 답할 수 없었다.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하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21세기의 이경은 분명 어머니의 친딸이었다.그러나 지금 이경의 영혼은 구공주의 몸에 깃들어 있었고,궁중의 공주인 구공주가 남성과 대체 어떤 관계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혹시 자신이 초나라 황족에 의해 바뀐 아이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다.하지만 여전히 납득이 가지 않았다.만약 황제나 태후가 남성의 딸을 대신할 가짜를 찾으려 했다면, 남성의 진짜 딸은 진작 죽여 입을 막는 것이 일반적이었다.진짜 딸을 무사히 지금까지 살려둘 이유가 있겠는가?하물며 남진으로 가 남경과 만날 기회까지 준다는 것은 더더욱 말이 되지 않았다.이 점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황제와 태후가 정말 멍청하지 않고서야… 이건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남성이 정말 이경의 어머니라 해도, 이 육체의 원래 주인인 이경은 정작 남성과 큰 관련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유일하게 관련이 있다면, 바로 구공주의 몸에 깃든 이경의 한 줄기 영혼뿐이라고 믿었다."날 믿어?"이경은 윤세현을 바라보며 물었다.윤세현은 말없이 그녀의 손을 다시 잡아주었다.“남백훈더러 누구를 찾으라고 한 거야?""이따 대전에 가면 알게 될 거야."그의 묵묵한 신뢰는 이경에게 이미 큰 용기를 주고 있었다.적어도 누군가 진심으로 자신과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이경은 깨달았다.오늘 밤은 분명 잠 못 이루는 밤이 될 것이라는 것을…어느새 시간은 동틀 무렵이 되었다.남경은 막 잠에 들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한상궁이 깨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서영이가 내 손녀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겠다고? 참으로 터무니없는 소리로구나!"마찬가지로 잠든 지 반 시진도 되지 않은 이서영은 아직도 멍한 상태였다.이 순간 이경이 너무나도 미웠다.자기가 안 잔다고 남들도 안 잘 거라 생각하는 건가?하지만 한상궁의 말을 듣자마자 이서영은 졸음이 확 달아났다.순식간에 정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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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8화

남백훈이 데려온 사람들은 남경과 한상궁, 그리고 남양에게도 매우 낯익은 이들인, 바로 남진의 대신들이었다. 어찌 된 일인지 그들 모두가 자신의 자녀와 손녀, 손자들까지 데리고 이곳에 와 있었다.“너희들이…… 구공주의 증인으로 나서겠다는 것이냐?”한상궁은 눈썹을 찌푸렸다.대체 언제부터 구공주와 알고 지낸 거지? 또 언제부터 전하와 접촉하기 시작한 거지?그런데 뜻밖에도 대신들은 서로 얼굴만 마주 보며 어쩔 줄 몰라했다.“폐하, 저희는…… 저희 역시 무슨 일로 부름을 받아 이곳에 온 것인지 잘 모릅니다.”그중 한 노신하가 두려움에 떨며 아뢰었다.이내 다른 이도 조심스럽게 덧붙였다.“그…… 삼황자께서 저희더러 이곳으로 오라 하셨는데, 그… 그게 아니었단 말입니까?”자고로 관계는 확실히 해두어야 했다. 그렇지 않았다가는 한순간 줄을 잘못 서서 엉뚱한 편에 설 수도 있었다.한편 전당에는 폐하뿐만 아니라 장공주까지 함께 있었다.두 모녀가 겉으로는 화목한 듯 지내지만, 실제로는 은근히 권력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어디 있겠는가.잘못된 편에 서면 자신은 물론 가문 전체의 앞날까지 크게 흔들릴 수 있었다.“이 신하들은 제가 불러 모은 사람들입니다. 많은 이들을 모으기 위해 최대한 황궁 가까이에 사는 이들을 불렀습니다.”남백훈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남경과 남양에게 각각 예를 올린 뒤 말을 이어갔다.“이후의 일은 구공주가 직접 진행할 겁니다.”사실 그 역시 절차를 알고 있었고 곁에서 충분히 도울 수 있었지만, 구체적인 과정은 구공주가 현장에서 지시해야만 했다.즉, 오늘 이 일은 이경이 주도하고 있는 셈이었다.“대체 뭘 하려는 거야?”어느새 이서영의 등에는 식은땀이 배어 나왔지만, 그녀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 했다.당황한 기색을 보여서는 안 됐다.이서영은 눈앞의 대신들과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그래서 이경이 분명 무슨 꾀를 부려 일부러 자신을 겁먹게 하려는 것이라 생각했다.이 상황에서 자신이 두려워할 것은 전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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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9화

곧이어 남백훈은 남양과 남경의 피를 채취했다.투명한 그릇에 담긴 두 사람의 피는 이내 투명한 기구 속으로 부어졌다.그 안에는 약간의 물이 들어 있었는데, 두 방울의 피가 서로 섞이지 않은 채 선명하게 떠 있었다.이건 흔히 말하는 핏방울로 친자 확인을 하는 방법 같았다. 다들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그런데 바로 그때, 이경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로 탁자 위의 두 기구를 연결했다.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기구 안의 용기가 핏물과 약수와 함께 갑자기 회전하기 시작한 것이다.회전 속도가 너무 빨라 육안으로는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였다.그런데 아무도 용기를 건드리지 않았는데, 어떻게 저 용기가 저절로 돌 수 있는 거지?한상궁은 남경의 앞을 막아서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그때 남양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기구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회전하는 용기를 멍하니 바라보았다.사실 이경은 알고 있었다. 눈앞의 사람들이 ‘전기’가 무엇인지 알 리 없다는 것을.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설명할 때가 아니었다.그녀의 뒤에 선 윤세현 역시 기구 한가운데서 빠르게 회전하는 용기를 조용히 바라보고만 있었다.잠시 후, 이경이 정지 버튼을 누르자 용기는 회전을 멈추었다."구공주, 이게 대체 무엇이냐?"남양의 표정은 몹시 못마땅해 보였지만, 내심 궁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장공주 마마, 이 시험지를 한번 보시지요.""이게 무엇인데?"남양은 이경이 용기 속에서 꺼내 건넨 시험지를 받아들었다.남양은 제 자식을 죽인 그 못된 여자와는 말 한마디 섞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차오르는 호기심까지 외면할 수는 없었다."장공주 마마와 폐하께서는 분명한 모녀 사이이시니, 시험지의 색이 유독 짙게 나타난 것입니다."현재 기술로는 이 정도가 한계였다.이 시대에는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무엇보다 이 시대에는 컴퓨터 프로그램 같은 것도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조부모와 손녀 사이라면 색이 조금 옅게 나타납니다. 지금 바로 증명해 보이겠습니다."이내 이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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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0화

딸의 설득에도 양상서는 승낙하기는커녕 오히려 얼굴을 찌푸렸다."너와 나는 당연히 모녀 사이인데, 이걸 왜 굳이 시험해 봐야 한다는 거야? 이 여자는 초나라 첩자라니까. 아직도 모르겠어?"양상서의 딸은 고개를 숙인 채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사실 그녀는 시험 한 번 해보는 것쯤은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했다.남들이 다 하는 일을, 지극히 평범한 자신들만 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건 오히려 난처한 일이고, 괜히 거절했다가 미움을 살 수도 있었다.바로 그때, 이경이 양상서를 바라보며 문득 웃었다."설마 이 친구가 자신의 친딸이 아니라는 걸 알고 계셨던 건 아니겠지요?""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양상서는 몹시 흥분한 나머지 얼굴이 순식간에 자줏빛으로 물들었다."한 번만 더 헛소리를 했다가는 가만두지 않겠읍…!"쓸데없이 말이 길어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윤세현은, 보다 못해 손을 들어 그녀의 혈도를 막아버렸다."어머니!"딸은 벌벌 떨며 쿵 소리가 나도록 땅에 무릎을 꿇었다."폐하, 어머니께서는 그저 저를 지나치게 아끼실 뿐입니다. 절대 폐하께 다른 마음을 품으신 것은 아닙니다."남백훈도 더는 설득하지 않고 곧장 양상서의 손가락을 잡아 피 한 방울을 떨어뜨렸다.양상서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고, 눈가에는 희미하게 눈물까지 맺혀 있었다.그녀의 딸은 어머니의 속마음을 전혀 짐작하지 못한 채, 그저 손가락을 내밀었다.마침내 마지막 시험이 시작되었다.그런데 얼마 후, 마지막 시험지에는 아무런 색도 나타나지 않았다.뜻밖의 결과에 이서영은 손뼉까지 치며 몹시 기뻐했다."폐하, 보세요! 저것 좀 보세요! 모녀 사이라는데 시험지에 색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잖아요!""제가 뭐라고 했어요? 저 여자는 사기꾼이에요. 그저 잘난 척하기 좋아하는 여자라고요! 폐하, 보세요! 제 말이 틀리지 않았지요?"그러나 대전 안에서 흥분해 소리치는 사람은 오직 이서영뿐이었다.그 외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싸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이내 남경이 손을 흔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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