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다시 태어난 구공주, 그녀의 당찬 인생: Chapter 801 - Chapter 810

834 Chapters

제801화

남백훈은 심각한 부상을 입은 듯, 온몸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단 한 번의 공격만으로 그는 목숨을 잃을 뻔했다.그나저나 아무도 그가 왜 목숨까지 걸고 세자를 구하려 했는지 알지 못했다.아마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은 오직 그 자신뿐일 것이다.그는 그저 이경을 지키고 싶었다.그는 단지, 이경이 절망 속에서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세자 나리!"큰 충격을 받은 병사들은 더 이상 자신의 안위조차 돌볼 겨를이 없었다.모두가 일제히 돌진해 윤세현을 호위했다.윤세현의 시야는 온통 붉은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흐릿해진 의식 속에서 더 이상 살육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오직 형제들의 절박한 외침만이 귓가를 울렸다."나리, 일어나십시오!""나리, 이제 가셔야 합니다!""가십시오, 나리!"장암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켜 적을 막아 내며 그들에게 다가갔다.그녀는 이미 절망에 빠져 있었다.이 전투는 끝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자신들 모두가 북란관 밖에 묻히게 될 것만 같았다.하지만 그녀에게는 아직 단 하나의 희망이 남아 있었다.바로 윤세현이 살아서 이곳을 떠나는 것이었다."나리, 일어나십시오. 어서 돌아가셔야 합니다. 원래 계시던 곳으로!"장암의 목소리는 이미 쉬어 있었다.그녀는 가슴이 찢어질 듯한 심정으로 외쳤다."저희 남진과 저 장암은 평생 나리의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살아남아 초나라로 돌아가십시오. 제발요.""나리, 어서 가십시오! 어서!"그 순간 창랑 병사의 검이 한 병사의 가슴을 꿰뚫었다.병사는 쓰러지는 순간까지도 두 눈을 크게 뜬 채 눈을 감지 못했다.그는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 쉰 목소리로 외쳤다."나리... 가십시오... 가십시오...."윤세현은 이토록 지쳐 본 적이 없었다.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조차 힘겨울 정도였다.열여섯 살에 처음 전장에 나가 이름을 떨친 이후,그는 크고 작은 전투를 수도 없이 겪어 왔다.하지만 이처럼 기진맥진하고,이처럼 고통스럽고,이처럼 절망적이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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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2화

"난 가지 않을 거야!"이내 휘익하는 소리와 함께 윤세현은 손에 든 큰 칼을 힘껏 휘둘렀다.그러자 눈앞의 두 창랑 병사의 몸이 즉시 분리되었다.그는 큰 칼을 꽉 쥔 채 차가운 눈빛을 드러냈다."난 내 여자한테 분명 약속했어. 북란성을 목숨 걸고 지키겠다고! 난 절대 떠나지 않을 거야!"그는 벌떡 일어나 방금 하마터면 남백훈을 찌를 뻔했던 병사를 단칼에 베어 갈랐다.이내 병사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용감무쌍한 세자가 드디어 돌아왔다."죽여!""창랑 병사들 전부 죽여!""죽여버려!"병사들은 순간 마지막 희망을 되찾은 듯했다.세자가 떠나려 하지 않으니, 그들 역시 결코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마지막 병사 한 명이 남을 때까지 끝까지 싸워 결코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한편 머나먼 창랑 대오에서는 탁서의가 미세하게 떨리는 손끝으로 활을 꽉 쥐고 있었다.탁서우는 길게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그들은 윤세현이 다시 한번 일어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정말 같은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오직 신만이 이 정도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것 같았다."인간이든 신이든, 오늘 난 끝장을 볼 거야!"탁서의가 포효했다."화살을 가져와!"단 한 발의 화살로 죽일 수 없다면 다시 한 발 쏘면 된다.그의 화살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었고, 윤세현의 피는 이미 거의 바닥난 상황이었다.탁서의는 윤세현이 정말로 죽지 않는 존재라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형…"탁서우의 심장은 계속 떨리고 있었다.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다시 한번 윤세현이 일어서는 모습을 보자 그는 오히려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자신이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알 수 없었다.세자는 엄연한 적이었다.그것도 엄청나게 강한 적.그를 죽이는 것은 곧 북란관을 차지하는 것과 같았다.하지만 탁서우는 이렇게까지 강한 의지력을 지닌 전사를 본 적이 없었다.그렇기에 전장에서 윤세현은 누구에게나 존경받을 자격이 있었다.그래서 그의 목숨을 빼앗는 것이 다소 마음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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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3화

이내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이경이 가장 먼저 장궁을 발사했다.화살은 허공을 가르며 푹 하는 소리와 함께 등롱 아래 매달린 단지를 맞혔다.미처 반응하지 못한 창랑 병사들은 그저 비가 내리는 줄로만 알았다."쏴!"이경이 다시 한번 명령을 내렸다.궁수들은 동시에 장궁을 당긴 뒤 화살을 쏘아 보냈다.백여 명의 궁수들이 쏜 수많은 화살 중 일부는 정확히 단지를 맞혔지만,일부는 활 솜씨가 부족해 등롱을 맞히고 말았다.화살을 맞은 등롱은 곧바로 아래로 떨어졌고, 등롱 아래 달린 단지는 창랑 병사들의 몸에 부딪혔다.등롱 단지는 병사들을 다치게 했을 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액체까지 사방으로 흘러넘치게 했다."석유다! 이건 석유야!"창랑 병사들 사이에서 누군가가 고함을 질렀다.그 순간 이경이 다시 큰 소리로 외쳤다."남진 병사들 전부 철수해!"그러자 아래에 있던 윤세현은 칼을 한 번 내리치고 큰 소리로 외쳤다."철수해!"남진 병사들은 잠시 멈칫했지만 곧바로 후방으로 물러났다."횃불 궁수들은 잘 듣거라!"이어진 이경의 명령에 두 번째 조의 궁수들은 재빨리 한 걸음 앞으로 나서 성벽 위에 섰다.이내 짙은 내공이 실린 이경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전장 전체에 퍼져 나갔다."쏴!"그렇게 불꽃이 붙은 화살들이 하나둘 발사되었고, 그들의 목표는 바로 창랑 부대였다.사실 그들은 정확히 조준할 필요도 없었고, 심지어 사람을 맞힐 필요도 없었다.그들의 목표는 단지 창랑 부대 진영에 불꽃을 떨어뜨리는 것이었다."아…"쾅 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검은 기름에 닿자, 순식간에 미친 듯한 불길이 치솟았다."아악!"창랑 대군 진영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의 몸이 거대한 화염에 휩싸이기 시작했다.석유에 직접 닿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서로 몸이 부딪히고 뒤엉키면서 옷에 불이 옮겨붙고 말았다."폐하! 폐하, 어서 철수하시지요!"부장군들이 다급히 고함을 질렀다.분노한 탁서의는 이를 갈았다.이 짧은 시간 안에 상황이 이렇게 뒤집힐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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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4화

순식간에 불바다에 휩싸이게 되자, 창랑 대군은 혼란에 빠졌다.한편 청지는 병사들을 이끌고 원거리 공격을 퍼부었다.경노궁의 위력은 모두를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불바다에서 간신히 탈출한 창랑 병사들은 불길은 피했지만, 경노궁은 피하지 못했다.경노궁만으로도 단 천여 명의 남진 병사들이 만 명이 넘는 창랑 병사들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있었다.남진 병사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두가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다.그런데 뜻밖의 기적이 일어날 줄이야.게다가 그 기적은 성벽 위에 선 구공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그 무렵 이경은 손에 경노궁을 든 채 성벽 위에서 뛰어내렸다.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던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저렇게 높은 성벽을 이경이 저토록 손쉽게 내려올 줄은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짧은 시간 사이, 이경의 경공은 또 한 번 눈에 띄게 성장해 있었다.윤세현은 손을 들어 얼굴을 닦아냈다.닦여 나온 것이 땀인지 핏자국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그래도 이 세상에는 정말 기적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모양이었다.그는 이경의 존재 자체가 하나의 기적이라고 생각했다.한편 창랑 결사대는 탁서의와 탁서우 형제를 호위하며 계속 후퇴하고 있었다.경노궁을 든 이경은 다른 부대를 이끌고 불바다에서 탈출한 적들을 계속 추격했다.윤세현은 큰 칼로 겨우 몸을 지탱했다.비록 전세가 역전될 조짐이 보이기는 했지만,이경이 끝까지 싸우려 하는 이상 그 역시 멈출 생각이 없었다.그는 다시 큰 칼을 휘두르며 적들을 뒤쫓아갔다.남백훈 역시 숨을 헐떡였다.그러나 그는 깊게 숨을 들이쉰 뒤 장검을 휘두르며 마찬가지로 추격에 나섰다.전장은 아직 결코 안전하지 않았다.적군 병사 한 명이라도 남아 있는 한 위험은 여전히 존재했다.그 와중에도 이경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채 선두에 서서 최전선으로 돌진하며 적들을 베어 넘기고 있었다.그녀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윤세현은 혹여 그녀가 다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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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5화

그렇게 세자는 의식을 잃고 말았다.창랑 대군 속에 절정 고수가 숨어 있을 줄이야!이경은 한 손으로 의식을 잃은 윤세현을 보호하고, 다른 손으로는 단도를 쥔 채 뒤로 휘둘렀다.검은 옷의 여성은 잠시 멈칫하더니 몸을 살짝 틀어 단도를 가볍게 피했다.하지만 그녀가 다시 공격하려는 순간, 남백훈의 장검이 모습을 드러냈다.복면을 쓴 검은 옷의 여성은 차가운 눈빛으로 남백훈을 노려보았다.그 눈동자에는 짙은 분노가 어려 있었다.남백훈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이경과 윤세현의 앞을 지키며 장검을 꽉 쥐고 있었다."네가 나를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느냐?"검은 옷의 여성은 목소리가 쉰 듯했지만, 그 안에는 분노가 응집되어 있었다.남백훈은 아무 말 없이 장검을 비스듬히 세워 몸 앞에 들었다.그것만으로도 그의 의사는 충분히 분명했다.오늘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적이 이경을 해치는 일만은 막겠다는 뜻이었다."네가 감히!"검은 옷의 여성은 크게 분노했다.그녀는 자신의 아들이 정말 감히 자신을 해칠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그렇기에 남백훈의 공격을 전혀 경계하지 않았고, 눈앞을 가로막는 그를 무시한 채 재빨리 몸을 돌려 이경을 향해 장풍을 내질렀다.이미 의식을 잃은 윤세현은 더 이상 이경을 보호할 수 없었다.이경은 그의 손목을 짚어 맥을 살펴본 뒤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상처가 너무 깊었다.심맥은 전부 손상되었고 원기마저 크게 상해 즉시 응급처치가 필요한 상태였다.지금 이 순간 그녀는 모든 희망을 남백훈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그리하여 검은 옷의 여성이 날린 장풍을 피하지 않았다.이내 늘 몸에 지니고 다니던 침 주머니에서 은침을 꺼내 윤세현의 몸을 덮고 있던 너덜너덜한 갑옷을 벗겨냈다.그 순간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남백훈이 검은 옷 여성의 장풍을 받아냈다.그러자 검은 옷의 여성은 즉시 뒤로 물러섰고, 남백훈은 장풍의 충격에 밀려 땅에 깊은 자국을 남기며 뒤로 밀려났다.검은 옷의 여성은 눈을 가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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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6화

이경은 자신의 뒤에 선 그 누군가의 공력이 자신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진작에 눈치챘다.하지만 그녀는 그 공격을 피할 수가 없었다.그녀의 몸 아래에 누워 있는 윤세현은 이미 심맥이 전부 손상되어 심하게 다친 상태였다.이 상황에서 만약 이경이 피하게 된다면, 장풍은 반드시 윤세현의 몸에 떨어질 것이고, 그러면 이경조차 그를 되살릴 수 없게 된다.그리하여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반격하기로 했다.미처 준비하지 못한 그녀는 손안의 진기를 아직 완전히 응집하지도 못했다. 그렇기에 지금 맞서 싸우는 것은 의심의 여지 없이 달걀로 바위를 치는 격이었다.신모모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띠었다.그는 자신의 아들을 유혹하고 그 마음을 흔드는 계집애 따위는 절대 살려두지 않기로 마음먹었다.어떻게든 이경을 죽일 생각이었다.이내 휙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는 손을 휘둘렀다.그러나 그 장풍이 이경에게 닿기 직전, 신모모의 얼굴색이 갑자기 확 변했다.그녀의 눈앞에는 웬 흰 그림자 하나가 바람처럼 다가와 이경 앞에 서 있었다.어떻게 이럴 수가.어떻게 저 여자가!신모모는 혼이 빠질 정도로 놀라 급히 손을 거두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쾅!굉음과 함께 흰옷 차림의 누군가는 새하얀 눈처럼 바람에 휘날렸다.신모모는 순간 멀리 튕겨 나갔고, 공중에서 몸을 한 번 굴린 뒤 간신히 땅에 내려앉았다.내려앉는 순간에도 그녀는 몇 걸음 뒤로 물러서며 겨우 몸을 가누었다.하지만 그녀는 내심 똑똑히 알고 있었다. 만약 상대가 전력을 다했다면 자신은 진작에 죽거나 크게 다쳤을 것이라는 사실을."당신이 어떻게…"대체 어떻게?어떻게 갑자기 깨어난 거지? 대체 어떻게 갑자기 이곳에 나타난 거지?신모모의 한 방은 비록 이경의 몸에 닿지는 않았지만, 이경은 두 사람이 맞부딪친 강력한 장력의 기운에 밀려 멀리 미끄러져 나갔다.이내 돌아보니 갑자기 나타난 웬 흰옷 차림의 여성이 의식불명의 윤세현을 부축하고 있었다.그 여성은 면사를 쓰고 있어 어둠 속에서는 얼굴이 또렷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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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7화

이경은 또다시 버림받게 됐다.다시 한번 어머니를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그녀는 손을 들어 촉촉이 젖은 눈가를 닦아냈다. 손등에 묻어난 것은 눈물이었다."공주 마마!"그때 청지가 인파를 헤치고 달려와 다급히 물었다."세자 나리는요?""괜찮아."이경은 자신이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그런 대답을 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사실 윤세현은 부상이 너무 심해, 깊은 내공을 지닌 사람이 내공을 전수해 치료해 주거나 뛰어난 의술을 가진 의사가 나타나지 않는 한 살아날 가능성이 희박해 보였다.하지만 이경의 어머니는 그를 데리고 떠났다.이경은 어머니가 반드시 그를 구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남백훈!"이내 뒤를 돌아보니 남백훈은 피바다 속에 쓰러져 있었고, 그 근처에서는 몇몇 창랑 병사들이 여전히 막다른 골목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청지야, 세자는 괜찮을 거야. 나를 믿어. 일단 먼저 적들을 물리치고, 그 후에 다시 얘기하자고!"그녀는 눈물을 닦아내고 재빨리 남백훈의 곁으로 다가가 그를 부축해 일으켰다.그리고 단도를 휘둘러 가까이 다가온 적을 향해 한 칼 내리쳤다……한편 흰옷 차림의 여성은 돌아온 뒤 윤세현을 한옥 침대 위에 눕히고, 그가 다리를 꼰 채 앉아 있도록 자세를 잡아 주었다.그녀는 그에게 내공을 전수해 치료해 주기로 했다.그렇게 한참 동안 전수를 이어갔고, 어느새 밤이 깊어졌다.결국 졸음을 견디지 못한 그녀는 진기를 거두고 한옥 침대 위에 비스듬히 누웠다."주인님!"바로 그때 근언신행 네 노인네가 빠르게 다가왔다. 근마마는 여전히 의식불명인 윤세현을 안아 옆의 긴 의자에 눕혔다."주인님, 주무시고 싶으신가요?"이내 언마마가 다급히 물었다.흰옷 차림의 여성은 눈을 깜빡이며 졸음을 이기지 못해 무기력한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애써 웃어 보였다."또… 나태해지는 것 같네."네 노인네는 순간 긴장했다.근마마는 윤세현에게 얇은 이불을 덮어준 뒤 곧바로 흰옷 차림의 여성의 곁으로 다가갔다."주인님…""저렇게 훌륭한 아이를 상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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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8화

십여 년 전, 그녀는 하마터면 독살당할 뻔했다. 공력을 운용해 독을 없앤 덕분에 다행히 목숨까지 잃지는 않았지만, 대신 치료할 수 없는 후유증이 생겼다.그것이 바로 기면증이었다.그렇게 그녀는 지난 십여 년 동안 잠에 갇혀 살아왔다.물론 계속 잠들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가끔 깨어나기도 했지만, 매번 깨어 있는 시간은 매우 짧았다.때로는 사흘 닷새, 때로는 하루 반나절, 그리고 때로는 차 한 잔 마실 정도의 짧은 시간에 불과할 때도 있었다.그러나 이번에 그녀가 깨어 있는 시간은 예상보다 길었다."주인님께서는 열흘 전에 깨어나셨고, 깨어나자마자 곧바로 북란관으로 달려가셨어."근마마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왜 그러신 거지?"여태 밖에 나가 있었던 신마마와 행마마는 주인의 상황을 잘 알지 못했다.주인은 그동안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기에 외부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그런데 북란관이 아무리 위급하다 하더라도, 어떻게 그 소식을 알게 된 걸까? 대체 어떻게?근마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모르겠어. 주인님께서 깨어나실 때 누군가를 부르고 계셨어… '경아'라고."경아?나머지 세 사람 역시 그 두 글자의 의미를 알 수 없었다.항상 주인을 가장 가까이에서 시중들던 근마마조차 전혀 알지 못했다."어쨌든 주인님께서는 깨어나신 후 마치 누군가의 부름을 받은 것처럼 곧바로 움직이셨어.""그래서 나랑 언마마는 한옥상을 가지고 따라올 수밖에 없었어."원래 주인은 한옥상을 떠날 수 없었다.지난 십여 년 동안 그 신비로운 한옥상이 주인의 진기를 응집시켜 주지 않았다면, 주인은 진작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게다가 십여 년 동안 잠들어 있던 사람이 깨어날 때마다 정상인처럼 행동할 수 있었던 것 또한 한옥상 덕분이었다.그리하여 지난 세월 동안 주인이 깨어나 어디로 가든 근마마는 반드시 한옥상을 메고 따라야만 했다.주인은 자유분방한 성격이라 모든 일에 무심한 편이었다. 깨어날 때마다 가끔은 생사는 인간의 운명에 달린 것이니 더 이상 자신을 지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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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9화

그들은 결국 승리를 거뒀다. 고작 1만여 명의 병사들로, 흉악하고 용맹하기로 유명한 5만 창랑 대군을 무너뜨린 것이다. 이처럼 기적적인 승리는 반드시 역사에 기록될 일이다. 이 전투를 통해 세자에게는 또 하나 전공이 추가되었지만, 이보다 사람들을 더욱 큰 충격에 빠뜨린 건 바로 초나라의 구공주인 이경이었다. 이제와 보니 공주가 전에 얘기했던 동남풍은, 바로 검은 기름이 폭발하면서 생긴 뜨거운 기류였던 것이다. 땅이 흔들리던 그 순간, 사람들은 하늘이 그들을 벌하고 있는 거라 생각했었다. 성 밖에서는 창랑 대군이 횡행하는 데다가, 심지어 자신들의 영역에서는 폭발까지 일어났으니. 그런데 뜻밖에도, 그 '폭발'로 인해 동굴 안에서는 거대한 '뜨거운 기류'가 솟아올랐다. 이 뜨거운 기류는 마치 바람처럼 그들 쪽으로 불어왔다. 소문에 따르면 창랑 대왕은 이미 중상을 입었고, 창랑 병사들은 2만 명도 채 남지 않은 데다가 대다수가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무시무시한 전장은 피비린내 나고 잔혹했지만, 적어도 눈앞의 전쟁은 잠시는 중단되었다. 남진 병사들은 북란관에서 수십 리 떨어진 곳으로 후퇴하여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정비하기 시작했다. 장암은 적군들이 다시 쳐들어오려면 적어도 1년 반은 걸릴 거라 추산하였다. 하지만 그 1년 반 동안 북란관은 충분히 신병들을 모집할 수 있을 테고, 때가 되면 창랑의 침입을 전혀 두려워할 일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마침내 북란성을 지키게 됐다. 그나저나 세자는… "세자 나리께선… 대체 어디로 가신 겁니까?" "나리는 지금 어떤 상태이신 겁니까? 중상을 입으신 것 같은데." "회복하실 수 있겠죠?" 다들 이경의 앞에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청지와 문정수는 그들보다 더욱 초조해하며 물었다. "공주 마마, 대체 누가 나리를 데려간 겁니까?" 한창 약을 고르고 있던 이경은, 질문 세례를 듣고도 그저 가만히 있을 뿐 시선은 약재에게로 향했다. "몰라." "마마께서 분명…" "응. 그 여자가 세자를 구해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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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0화

"공주 마마, 제가 잘못했습니다. 마마께 죄를 청하러 왔습니다!" 이경 앞에 무릎 꿇은 세 사람은 한 부인, 여섯 살쯤 된 아이 그리고 부상을 입은 후 이미 치료를 받은 한 병사였다. 그 부인의 얼굴에는 어제 이경이 칼로 그어 놓은 얕은 흉터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경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조금의 원한도 없었다. 오히려 감격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마, 제가 정말로 잘못했습니다. 저… 평생 다시는 제 남편을 볼 수 없는 줄 알았습니다." 그녀는 곁에서 함께 무릎 꿇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제 남편이 살아서 돌아오게 됐습니다. 모두 마마와 세자 나리께서 베푸신 큰 은혜입니다. 제 죄를 고합니다! 마마께서 부디 벌을 내려 주십시오!" 이내 병사도 눈물을 머금으며 말했다. "마마, 제가 무식하여 제 아내마저 마마께 무례를 범하고 큰 잘못을 저지르게 했습니다. 마마께서 부디 저의 죄를 다스려 주십시오." "마마,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마마. 저희를 용서해 주세요!" 방금 전까지 의심하고 심지어 저항하려 했던 소녀들은 하나둘 그녀 앞으로 걸어와 무릎을 꿇었다. "마마, 저희를 용서해 주세요!" 그들은 진심으로 잘못을 깨달았다. 어제 공주가 직접 나서서 그들을 제압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정말로 물건을 던져버리고 도망갔을 것이다. 만약 정말로 그랬다면, 그들은 이 전투에서 승리의 희망을 보지 못했을 것이고 전장에 있는 그들의 가족들 또한 다시는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마마, 저희를 용서해 주세요!" 이경은 그들을 쓱 훑어보고는, 이내 쪼그려 앉아 중상을 입은 병사의 뼈를 맞추는 치료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마마…" 모두가 그녀를 바라보며 불안해하고 초조해했다. 설마 우릴 용서하지 않으시려는 건가? "다들 모두 북란성의 공신들인데 무슨 죄가 있다는 거야?" 곧이어 이경이 입을 열었다. 그녀는 그저 담담하게 내뱉을 뿐, 어떠한 감정의 기복도 없었다. 조금의 불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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