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다시 태어난 구공주, 그녀의 당찬 인생: Chapter 811 - Chapter 820

834 Chapters

제811화

의식을 잃은 남백훈은, 다음 날 날이 밝아올 무렵이 되어서야 깨어났다. 그는 방금 꿈속에서, 분명히 곁에 누군가가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가 누운 초라한 방은 텅 비어 있었지만, 이경의 몸에서 나던 은은한 약향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는 정말로 이곳에 찾아왔었던 것이다. 아마 침을 놓았을 수도 있고, 약을 먹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을 했든, 분명한 건 그녀가 큰 전투를 치르고 나서 여태까지 전혀 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백훈은 얼른 일어나 그녀를 보고 싶었지만, 너무나도 지쳐있어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 것도 힘들었다. 어느새 하늘은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 계집애는 대체 며칠 동안이나 바삐 보낸걸가? 잠시라도 쉰 적이 있긴 한걸가? 그때 창밖에 웬 그림자가 보였다. 그 검은 그림자는 곧 그의 침대 곁에 서 있었다. 남백훈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녀가 찾아올 거라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듯했다. 그러나 지금 그의 마음에는 더 이상 불안감은 없었다. "당신이 그 여자를 죽이면, 난 지옥으로 가서 영원히 그 여자한테 사죄할 거야." 그의 목소리는 매우 가벼웠다. 하지만 신모모는 어머니로서 자신의 아들의 성격을 똑똑히 알고 있었다. 남백훈은 말한 대로 반드시 실행을 하는 성격이었다. 그렇기에 만약 자신이 계속 고집을 부려 이경을 해친다면, 아들이 반드시 자신을 대신해 죽음으로 사죄할 거라 생각하였다. 남백훈은 자신의 어머니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가 화를 내고, 심지어 자신을 심하게 때리고 꾸짖을 거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신마마는 매우 평온한 표정을 보였고 그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심지어 약간의 온화함마저 느껴졌다. 수년 만에 보게 된 드문 온화함이었다. "그렇게 한 여자를 그리워하게 되면, 또 가슴이 아프지 않을까?" 그녀는 침대 옆에 앉아 그를 바라보았다. 차라리 이 말을 하지 않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남백훈은 바로 심장이 찢기는 듯한 고통을 느끼게 됐다. 너무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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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2화

신마마는 한마디도 않으며 그저 조용히 자신의 아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남백훈은 최대한 그 시선을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하였다. 그는 자신이 신경 쓸수록 신마마가 이경을 더욱 없애고 싶어 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필경 신마마의 아들이었기에, 자신의 속마음을 전부 속일 수는 없었다. 그의 마음은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고, 안 그래도 힘없던 몸은 더욱 허약해졌다. 어머니께서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거지? 만약 정말로 구공주를 해치려 한다면… 이내, 신마마는 그의 손을 덥석 잡고는 소매를 걷어 올렸다. "신마마…" "네가 나를 '어머니'라 안 부른 지도 얼마나 됐지?" 신마마는 담담하게 물었다. 그녀의 시선은 남백훈의 손목으로 향했다. 그의 손목에는 원래 희미한 푸른 핏줄 하나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남백훈은 이경 때문에 감정적으로 굴어, 푸른 핏줄이 특히 두드러지게 드러나 있었다.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네가 깊은 감정에 빠지게 돼서, 이 절정고가 네 원기를 공격하는 거야." 신마마는 그의 핏줄 위에 자신의 손가락을 올려놓더니 갑자기 손을 휘둘렸다. 그러자 그 핏줄은 순간 베어지게 됐고, 곧이어 많은 양의 피가 쏟아져 나왔다. "신마마…" 남백훈은 그녀가 대체 뭘 하려는 건지 알지 못했다. 갓 절정고에 걸렸을 당시, 그는 그저 어린아이였고 아무것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의 그 또한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어머니가 대체 뭘 하려는 건지? "네 절정고를 풀어주려는 거야, 이 바보야." 남백훈 크게 감동하였다. 그는 한편으론 어리둥절했다. 손목에서는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고, 고개를 숙여 보았을 때 웬 검은 덩어리가 천천히 밀려 나오는 것을 보게 됐고 그제야 비로소 정신을 차리게 됐다. 자신의 몸에 십여 년 동안 걸려 있던 고충이, 드디어… 풀리게 된 것이다. "신마마…" 하지만 그는 감히 기뻐할 수조차 없었다. 앞으로 또 더 무서운 것들이 자신에게 닥쳐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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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3화

이내 신마마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는 남들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 아무리 아들이라 해도, 여전히 익숙하지 않았다. 사실 모자의 관계는 항상 이랬다. 서로 너무 격을 차리다 보니, 차갑게 멀어져만 갔다. 남백훈은 수척해진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는 어머니가 이렇게까지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가끔 자신이 화나게 하여 분노하는 것 외에는, 어머니는 항상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조금의 따뜻함도 없이, 마치 빙산처럼 차가웠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지금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니, 그는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 그 또한… 익숙하지 않았다. "난 이만 갈게." 그녀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듯했다. 창가로 걸어가던 신마마는, 순간 멈칫하고는 뒤돌아 보기를 망설였다. 분명 모자 사이인데, 왜 스쳐 지나가는 사람만도 못한 관계가 된걸가? 이렇게 멀어지고 낯설게 됐다니, 정말… 마음이 아프네. 남백훈은 여전히 아무 말 없었고, 붙잡지도 않았다. 이내 신마마는 창호지를 열었다. 그녀가 나서려는 순간, 뒤켠에서는 남백훈의 가벼운 부름이 들려왔다. "… 어머니." 그 한마디에 신마마는 움찔하였고, 저도 모르게 창틀에 얹은 손가락을 조이게 됐다. 결국 그녀는 돌아서서는 그를 바라보았다. 지금 이 순간, 아마 그녀는 아들 앞에서 처음으로 가장 다정하게 웃음을 보였을 것이다. "네가 살고 싶은 대로 살아,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난 이제 더 이상 너를 간섭하지 않을 거야." 그렇게 그녀는 자리를 떠났다. 남백훈은 텅 빈 창밖을 바라보았다. 동쪽에서 새벽 해가 높이 떠오를 때까지. 아침 무렵 식사를 들고 나타난 칠조는, 그가 이렇게까지 오래 깨어 있을 줄은 몰랐다. "공주 마마께서 계속 바쁘게 움직이셔서 제가 미처 챙겨드리지 못했습니다. 삼황자님, 오래 기다리셨죠." 북란성을 지키는 용사들이라면, 하나같이 칠조를 존경하고 있었다. 칠조의 인성은 매우 훌륭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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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4화

문 밖의 햇살은 눈부시게 밝았다. 남백훈의 마음속에 십수 년 동안 짓눌렸던 먹구름이 드디어 완전히 걷힌 것 같았다. 그는 어머니가 왜 갑자기 마음을 바꾸어, 이제부터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도록 하게 하신 건지 그 이유는 알지 못했다. 어머니께선 이젠 포기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이유가 무엇이든, 남백훈은 이젠 완전히 새로운 생명을 얻은 듯했다. 다시 살아난 기분이었다. "공주는 지금 어디 있지?" "삼황자님, 지금… 몸이 좋지 않으신데, 몸조심하셔야 합니다!" 걷는 내내 허리를 굽히고, 가는 길마다 뭐라도 잡고 의지하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병사들은 매우 안타까워했다. "삼황자님, 공주 마마께서는 지금 후원에서 병사들을 치료하고 계십니다. 무슨 일로 이렇게 급히 찾으시는 거죠? 제가 마마를 모셔 오겠습니다." 비틀거리며 나아가는 남백훈의 모습은, 혹여 가다가 넘어지거나 다치지는 않을까 걱정되었다. 게다가 그의 얼굴색은 중상을 입은 병사들보다도 안 좋아 보였다. "괜찮아, 내가 직접 찾아갈게." 남백훈은 지금 자신의 상태가 정말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저 빨리 이경을 보고 싶었다. 반드시 그녀에게 무언가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그저 그녀의 곁에 가고 싶었다. 이내 남백훈은 마침내 후원에서 이경을 찾아냈다. 하지만 그녀는 마침 자고 있었다. 땅바닥에 앉아 큰 나무줄기에 기대어, 손에는 약을 쥐고 있었다. 잠들어 있는 그녀의 모습은, 전혀 위엄은 없었고 매우 아름다웠다. 주변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바쁘게 움직였지만, 모두들 지나갈 때마다 조심스럽게 살금살금 걸으며 공주를 깨우려 하지 않았다. "마마께서는 며칠 밤낮을 쉬지 않고 일하셨습니다." "맞아, 그러니까 너희들 눈치껏 행동해. 절대 공주의 휴식을 방해하지 마." "알겠습니다." "예." 무연은 이경의 곁에 가까이 앉아 약을 달고 있었다. 이경의 몸에는 무연의 외투가 덮여 있었다. 그 순간 바람이 불자, 두 사람의 머리카락이 살랑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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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5화

구공주의 말 한마디에, 호위병들은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는 즉시 달려가 남백훈을 부축하였다. 남백훈은 얼굴이 까맣게 멍들고 코까지 부어오를 정도로 세게 넘어져, 부축되어 일어날 때도 다리에 힘이 풀려 있었다. "여기로 부축해 와." 이경은 일어나 남백훈에게 자리를 하나 마련해 주었다. 그 모습을 보는 무연은 마음이 아팠다. 겨우 한 시간도 제대로 못 자고, 또 깨어나서 일을 하다니. 이경의 두 눈은 깊게 충혈되어 있어, 보기에 매우 안타까울 지경이었다. 게다가 그 눈 밑에는 거무스름한 그늘까지 지게 됐다. 무연은 이 모든 게 남백훈 탓이라고 생각했다. 걸을 힘도 없으면 방에 조용히 있기나 하지, 나와서 왜 멋대로 돌아다니는 건데? 스스로 넘어진 건 그렇다 쳐도, 일어날 힘조차도 없으면서. 그저 창피하기 그지없었다. 남백훈은 이렇게 창피한 꼴을 당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정말로 일어나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이경이 그의 상태를 잘 알다시피, 그는 정말로 일어날 수가 없었다. 호위병들은 그를 부축하여 이경이 안내한 자리로 옮겨 앉히고는, 그녀가 방금 앉아있던 나무 기둥에 기대게 하였다. 이내 이경은 깨끗한 수건을 하나 집어 그의 얼굴을 닦아 주었다. 얼굴은 금세 깨끗해졌지만, 이마에는 큰 혹이 생겼고 코도 빨개졌다. "방에서 제대로 쉬지 않고 왜 여기까지 나온 건데." 남백훈은 이미 두 번이나 탈진하였다. 두 번의 탈진 앞뒤로는 간격도 며칠 되지 않고, 원기도 크게 손상되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며칠 밤낮을 침대에 누워 있어야 겨우 회복될 수 있다. 그런데 그는 도리여 제멋대로 나와 돌아다녔다. 목숨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아니야? "난… 그저 나가서 돕고 싶었을 뿐이야."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으니, 남백훈 역시 나서서 백성들과 부상자들을 위해 무언가 하고 싶었던 것이다. 물론 더욱 중요한 점은… 새 생명을 얻었다고 선언받은 그 순간, 이경을 특히나 만나고 싶었다. 이것 말고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저 만나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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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6화

삼황자의 기분은 말 그대로 최고였다. 주변 사람들도 들뜬 그의 모습을 똑똑히 보아낼 수 있었다. 약재와 식량을 가져다주는 지나가는 행인들조차도, 삼황자의 눈가와 번지는 미소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처음 그런 모습을 보게 된 장암은, 어안이 벙벙했다. 남백훈이 이경을 따라 치료를 도우러 나갈 때, "삼황자님, 상처가…" "괜찮아." 남백훈의 얼굴은 매우 창백하여, 그가 괜찮다 말은 하더라도 믿음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눈동자는 활짝 피어 있었고, 정신은 매우 맑아 보였다. 이경은 한참 약을 조제하고는 돌아서서 그를 흘깃 보았다. "내가 약을 발라줘야 하는데, 좀 비켜줄래?" 이 녀석, 오늘따라 이상하네. 그렇게 남백훈은 나무 아래에서 거의 한 시간을 앉아 있다가, 다시금 움직일 수 있게 되자 계속하여 그녀의 곁을 따라다녔다. 하루 종일 따라다녔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고, 모두들 식사를 하러 떠났다. 남백훈은 여전히 이경을 따라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비록 약간의 도움을 주긴 했지만, 이경은 걸음걸이도 비틀거리는 그가 자신을 따라다니며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문 밖에서 기다릴게." 이내 그는 탁자에 몸을 기대고는 다시 가볍게 문 쪽으로 움직였다. 그의 움직임은 왜 그렇게 가벼운걸가? 그 이유는, 그의 발걸음이 매우 불안정하여 언제라도 넘어질 것 같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공주 마마, 탁서의는 중상을 입었고 창랑 부대에는 사상자들이 셀 수 없이 있습니다. 지금 내부가 매우 혼란스러워, 쉽게 자객을 보내 마마를 암살하지는 못할 겁니다." 그러자 이경은 장암을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 "삼황자님더러 이만 돌아가 쉬시게 해도 된다는 겁니다. 더 이상 그분의 보호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삼황자의 모습을 보면, 그는 언제 쓰러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상태였다. 꽤나 허약한 몸을 이끌고 공주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게, 너무 불쌍해 보였다. "넌 그가 나를 따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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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7화

이 상황에 남백훈과 함께 소고기를 먹으러 간다는 건 불가능했다. 대체 그럴 시간이 어디 있다고? 하지만 남백훈은 고집스럽게 소고기 외에는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다고 하였다. 이내 이경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의 맥을 짚어보았다. 전장에서 부상을 입은 그가 혹여 머리를 다친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그저 몸이 허약할 뿐,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다 큰 아들 하나 얻게 된 기분이 드는 거지? 그렇게 자신과 멀지 않은 곳에 앉은 채 두 손으로 구운 고기를 들고 천천히 먹고 있는 그 남자를 바라보며, 이경의 심정은 복잡했다. "공주, 오늘 삼황자가 왜…" 이때 칠조가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낮추고는 물었다. "왜 이렇게 공주를 따라다니는 거야? 마치 아들인 것처럼." "…" 칠조도 바로 알아차렸다. 남백훈의 행동은 확실히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방금 공주가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남백훈이 뒤늦게 알아차리고는 한동안 아이처럼 안달 났었어." 칠조의 목소리는 더욱 낮아졌다. "게다가… 화까지 냈었어." "…" 제멋대로 굴고, 토라지고, 화내고, 이젠 달라붙기까지 하다니. 내가 알던 남백훈이 맞아? 귀신이 들렸나… "공주…" "경아, 왜 저번에 네가 넣었던 그게 없어?" 멀지 않은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있던 남백훈은 갑자기 눈썹을 찌푸렸다. "또 뭘 찾는데?" 이경은 귀찮은 듯 대충 물었다. "그, 금빛 색의… 꿀?" 남백훈은 먹으면 먹을수록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 이경이 저번에 청지와 연지를 데리고 윤세현과 함께 '소고기'를 먹었을 때에는, 구운 고기 위에 금빛색의 무언가가 있었는데, 왜 자신한테는 주지 않는 건지? 그 또한 그 맛을 한번 느껴보고 싶었다. 그때 그들이 느낀 것과 똑같은 맛을. 그 맛을 한번 느껴보고 싶었다. 이경은 눈썹을 찌푸리고는, 하늘을 향해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이 난리통에, 어디 가서 너한테 꿀을 구해 오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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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8화

북란성은 평정을 되찾긴 했만, 여전히 곳곳은 초토화되어 있었다. 한편, 북란성에서 멀지 않은 동굴 아래에는 늠름하고 준수한 한 그림자가 서 있었다. "저 여자가 정말로 사람을 보내 형님을 찾으려 하지 않았단 말이야?" 수하의 보고를 들은 윤신무는 순간 주먹을 움켜쥐었다. 요녀 같은 년, 형님이 너를 위해 기꺼이 목숨까지 버렸건만. 형님이 간인한테 납치되어 사라졌는데, 너는 아랑곳하지도 않다니. 분노가 극에 달한 그는 갑자기 주먹으로 곁의 석벽을 내리쳤다. 안 그래도 폭발로 인해 이미 금이 간 석벽은, 분노 가득한 그의 주먹을 더 이상 견디지 못했다. 이내 쿵하는 소리와 함께 모래와 돌이 튀었다. 호위병은 주변의 석벽을 둘러보았다. 모두 큰 불에 탄 흔적이었다. 그는 내심 불안했다. "도련님, 이 주변 동굴도 이미 다 찾아보았지만, 사람을 숨긴 흔적은 전혀 없습니다. 차라리…"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 동굴에 오니 왠지 음산하고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소문에 따르면 이틀 전 그날 밤, 구공주는 바로 이 동굴을 폭발시켜 동남풍을 '소환'했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모두가 그 사실을 잘 납득하지 못했다. 동굴이 불바다가 됐는데 왜 동남풍이 일어나게 된 건지. 뭐가 됐든, 지금 윤신무의 눈에 이경은 요녀 그 자체였다. 요사스러운 데다가 아주 나쁘기까지 한 요녀. 그나저나 형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 거지? 윤신무는 이 모든 게 자신의 잘못이라 생각했다. 그는 길에서 낯선 여자를 구하다가 일정이 늦어지게 됐다. 그 일만 아니었다면, 그날 밤 북란관에 진작에 도착하여 형님의 오른팔이 될 수 있었을 텐데. "도련님, 저희… 일단 이곳을 떠나는 게 좋지 않을까요?" 호위병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곳은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다른 한 면을 따라 올라가면 평지가 나오긴 하지만 올라가는 그 길은 절벽 그 자체였다. 만약 또 갑자기 불이 나게 된다면, 그들은 이곳에서 탈출조차 어려울 것이다. 결국 윤신무는 충고를 받아들이고는 동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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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9화

호위병들은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도련님, 그 말씀은…" 윤신무 또한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왠지 모르게 심상치 않은 예감이 들었을 뿐이다. 어쩌면 윤세현이 아주 멀리 떨어져 있을 수도 있는 느낌. 이내 그의 시선은 남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매우 신비로운 나라가 있었다. 일반인들은 보통 쉽게 가까이하지 않으려 한다. 분명 아주 가까이에 있고, 강 하나만을 사이에 두고 있을 뿐인데, 마치 먼바다 끝자락에 있는 것 같았다. 어느 나라 사람들도 가까이하려 하지 않고, 어느 나라의 부대도 습격하려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소문에 따르면 그곳은 피비린내가 가득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폭력적인 통치와 사악한 세력, 끝없는 살기가 가득한 곳이었다. 호위병들은 윤신무의 시선을 따라, 따라서 남쪽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다들 움찔하였다. "도련님, 설마… 설마 세자 나리께서 저곳으로… 끌려갔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이 질문에 윤신무는 답할 수 없었다. 그저 내심 매우 강렬한 예감이 들었을 뿐이다. "당장 사람을 보내 길을 다시 탐색해 봐. 성 밖에서 남쪽으로 향하는 방향에, 마차가 떠난 흔적이 있는지 알아봐." 창랑과 남진의 전투는 수많은 구경꾼들을 놀라게 하였다. 이 틈을 타 주변 각국에서는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상인들은 감히 이 길을 다니지 못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불꽃 튀는 전투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이 상황에 정말로 누군가 이 길을 건너갔다면, 반드시 강한 목적을 가진 자라고 믿었다. "예!" 호위병은 명령을 받들고는 즉시 몸을 돌려 떠났다. 이내 윤신무는 산 아래로 내려갔다. 지난 이틀 동안 그는 동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버려진 몇 채의 작은 오두막에 머무르고 있었다. 큰 형에 대한 어떠한 소식도 없었기에, 그는 지금 당장 초나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큰 형을 찾지 못하면, 절대 돌아갈 수가 없다. 반드시 큰 형을 찾아 집으로 안전하게 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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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0화

침대에 누워 있던 여자는 바로, 며칠 전 장암으로부터 포위당했던 영은이었다. 그녀는 큰 고난을 겪고도 여전히 살아남아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구한 사람이 윤세현의 친동생인 윤신무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지난 이틀 동안 그녀는 줄곧 의식이 없었지만, 근처에서 숙덕대는 말들을 적지 않게 듣게 됐다. 그녀가 아는 지금 상황은, 흰옷 차림의 한 여성이 윤세현을 데리고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북란성에서는… 이경이 정말로 그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는 것. 역시 이경은 가볍게 볼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순간, 윤신무가 걸어 들어오는 모습에 영은은 내심 경계심이 들었다. 준수하고 완벽한 얼굴을 가진 사람일수록, 지금의 그녀는 더욱 증오하게 됐다. 그녀는 방금 자신에게 다가온 호위병의 눈에 드러난 혐오와 역겨움, 그리고 문 밖에서의 구토 소리를 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약을 들고 나타나 자신에게 먹여 주려는 이 윤 씨 가문 셋째 도련님은, 그 외모가 거의 윤세현에 버금갈 정도였다. 이렇게나 완벽하고 잘생긴 남자가, 자신의 눈앞에서 구토를 하게 되는 모습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영은은 그저 눈을 감았다. 다시 한번 모욕이 다가오길 기다렸다. 이내 윤세현은 약병을 침대 옆에 내려놓았다. 영은은 그 역시 도망쳐 나가 구토할 거라 생각했다. 방금 왔던 그 호위병처럼. 그런데 예상과는 다르게, 윤신무는 약병을 내려놓고는… 그녀의 어깨를 잡아 살짝 일으켜 세웠다. 당황은 영은은 바로 눈을 떴다. 자신의 시야에 가까이 있는 준수한 얼굴을 바라보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왜… "깨어났으니, 이젠 약 마셔야지." 윤신무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약병을 그녀의 입술에 가져다 댔다. 영은의 두 입술에는 고름이 가득 차, 그녀 스스로도 보기 싫을 정도로 매우 흉했다. 하지만 윤신무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고, 조금의 혐오감도 없었다. 놀란 영은은 미처 반응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윤신무는 다소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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