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현이 화조차 내지 않자 이서영은 거의 절망에 빠질 지경이었다.예전에는 그가 이경을 얼마나 싫어했는지 혼인 첫날밤도 얼마나 혐오했는지, 그 모든 감정이 또렷이 기억났다.그런데 이제 더는 그 밤을 미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곧 이경에 대한 감정마저 바뀐 게 아닌가 싶어, 가슴이 바짝 타들어 갔다.이서영은 너무나 억울하고 분해서 속으로는 당장이라도 그 여자를 해치우고 싶었지만 정작 윤세현 앞에서는 감히 티 한 점 내지 못했다.그저 달려가 그의 옷자락을 붙들고 싶었으나, 윤세현은 몸을 살짝 비켜 그 손길마저 허락하지 않았다.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한없이 차분하고 냉담했다.“네가 이경을 모함한 일, 네 어머니를 생각해서 내가 더는 묻지 않겠다.”그 말에 이서영은 자신이 그런 어머니를 두었기에 이 자리에서 그나마 목숨을 보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만약 다른 집안이었다면 진작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잠시 윤세현의 눈빛에 스치듯 드리운 살기가, 이서영의 온몸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늘 자신을 감싸주던 윤세현이 오늘만큼은 무섭도록 낯설게 느껴졌다.‘설마, 오라버니가 정말로 이경을 사모하게 된 것인가...’이세영은 한껏 움츠러든 채,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오라버니... 그 여인에 대한 일을 전부 제가 지어낸 거란 말씀이십니까...”두려움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끝내 진실을 확인하려 애를 썼다.“세상에, 저만 구공주가 방탕하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옵니다. 온갖 소문이 자자한데 오라버니께서도 혹시...”그러자 윤세현이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혼례 그날 밤, 그녀가 내게 몸을 맡겼을 때, 분명히 처음이었다.”이 한마디만큼은 더없이 단호했다. 그제야 이서영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그들이 그날 밤 진짜로 부부가 되었음을 이제야 뼈아프게 깨달은 것이다. 그저 약을 먹이고 가까이 다가가려 했을 뿐, 윤세현이 마음을 허락하지 않았으리라 믿었는데 진실은 전혀 달랐다.그의 차가운 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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