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지가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순간 눈에 들어온 광경에, 얼굴빛이 새하얗게 굳어버렸다. 불과 얼마 전까지 자신들이 머물던 산등성이 위, 작은 불빛이 하나둘 피어오르더니 바람을 타고 금세 거센 불길로 번져갔다. 구공주가 윤세현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그녀는 대군 전체에 알리기 위해, 이 위험한 방법을 택한 것이 분명했다. 확실히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도이기는 했으나, 동시에 너무도 위험했다.역시나, 근처를 순찰하던 북진군 병사들이 불빛을 발견하자마자 산 위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잠깐 사이에 여러 부대가 몰려와 산등성이로 치고 올라갔다.“장군님, 이 일을 어찌해야 합니까?”문주영은 불을 지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차리는 순간, 얼굴이 굳었다.“장군님, 공주마마입니다! 아직 산에서 내려오지 않으셨습니다.”청지는 분을 참지 못해 이를 악물었다.“이런!”하지만 그 분노는 오롯이 자신을 향한 것이었다. 구공주가 일부러 자신들과 병사들을 멀리 떼어놓은 것을, 그는 미처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이경은 모든 위험을 홀로 감당할 각오로, 자신을 미끼 삼아 목숨을 걸었다.“어서 돌아간다! 공주마마를 구해야 한다!”그의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묻어났다. 잔혹하다던 구공주가, 이토록 대의를 위해 몸을 내던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청지는 평생 처음으로 진정 ‘공주’라는 이름에 걸맞은 사람을 보았다고 생각했다.“서둘러!”가슴이 타들어 가는 초조함에 그는 곧장 경공을 펼쳤다. 뒤따르던 문주영과 문한구는 따라잡지 못했다. 청지는 단숨에 산허리까지 올랐고 그곳에서 마주친 건 용기군 병사들이었다.“장군님!”병사 몇 명이 달려왔고 청지는 매서운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너희들에게 공주마마 곁을 지키라 하지 않았더냐? 지금 공주마마는 어디 계시느냐!”병사들은 당황해서 머뭇거리며 답했다.“공주마마께서 저희는 무공이 약해 짐이 될 뿐이라 하시며 내려가라 명하셨습니다. 그리하여 물러났는데 설마 직접 산에 불을 놓으실 줄은...”말이 끝나기도 전에, 청지의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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