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아는 놀란 나머지 그대로 바닥에 엎드려 울먹이며 소리쳤다.“죄, 죄송합니다, 공주마마! 모두 제 잘못입니다. 저분이 현주님일 리 없습니다. 제가 사람을 잘못 봤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연회장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고요해졌다. 장수들은 하나같이 굳은 채, 손에 든 술잔을 내려놓자니 눈치가 보이고 술을 마시자니 감히 입도 댈 수 없었다.분명 이경이 말했듯이 이서영은 황제께서 하사하신 현주일 뿐, 진짜 왕실의 혈통은 아니었다. 그렇다 해도 그동안 황제와 대비 모두 그녀를 공주처럼 대우해 온 것은 사실이다.그런데 지금 현주라는 이가 이렇게까지 드러내놓고 남자들을 즐겁게 하려 하다니...다시 이경을 바라보았다. 화려한 치장은 없지만 진중하고 고고한 기품이 흐르는 그 모습이야말로 진짜 왕실의 혈통이 갖춰야 할 위엄이었다.‘역시 가짜는 가짜일 뿐.’무슨 작위를 받았든, 진짜 황족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사람들 마음에 스쳤다.‘현주라는 신분도 저하와 대비마마의 환심을 사서 얻은 거 아니야?’그런 의심마저 퍼졌다.확연히 대비되는 두 사람, 이경은 한없이 고귀해 보였고 이서영은 아무리 아름다워도, 이 자리에서는 그저 한낱 무희처럼 느껴졌다.사방에서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졌고 이서영의 얼굴은 금세 하얗게 질렸다.이 순간만큼은 아무리 자신이 이길 거라 믿었어도 이경의 한마디, 한마디에 벼랑 끝까지 내몰린 기분이었다.‘이경, 정말 독하네...’“세현 오라버니...”그러나 가까이 있는 윤세현은 여전히 술잔만 들고 묵묵히 술을 마셨다.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아무렇지 않다는 듯 외면하고 있었다.이서영은 이를 악물고 조용히 그 곁으로 다가가 조심스레 술을 따라 올렸다.그 아래쪽에서는 몇몇 관원의 부인들과 여인들이 목소리를 낮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저게 무슨 짓이래요, 현주라는 사람이...”“맞아요, 저렇게 대놓고 세자 저하를 유혹하다니.”“그러니까요, 저런 옷차림에 춤에 술까지 권하다니. 공주마마께서 계신 자리에서 저런 추태라니 도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