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은 자신이 언제 잠이 들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정확히 말해, 기절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잠든 것이었다. 그만큼, 몸과 마음이 모두 한계에 다다랐다.죽을 고비를 넘기고 더 이상 위협이 느껴지지 않는 완벽한 안전 속에 몸을 맡긴 순간, 밀려오는 피곤함이 파도처럼 그녀를 삼켰고 희미한 기억 속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가만히 안아 말 위에 태우던 감각, 그리고 그 든든한 품이 내내 곁에 머물러 있었던 것도 어렴풋이 남아 있었다.이경은 그 품을 껴안고 마치 어릴 적 혼자였던 밤마다 꼭 끌어안던 곰 인형처럼 얼굴을 그 남자의 가슴에 묻은 채, 차갑고 단단한 갑옷 너머로 전해지는 힘찬 심장 소리를 들으며 마침내, 세상 근심 모두 내려놓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공주마마, 정신이 드시옵니까?”귀가에 익숙한 초아의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아, 이제야 깨어나셨사옵니다! 소인이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모르시지요. 혹 어딘가 불편하신 곳은 없으신지요? 상처가 혹여 아직도 아프진 않으십니까? 이리도 크게 다치셨으니 분명 고통스러우실 터, 부디 두려워 마시옵소서. 곧 낫게 될 것이옵니다. 허나, 혹여 흉터가 남는 건 아닌지... 공주마마께서 어찌하여 이런 고생을 하셔야 하는지, 참으로 가엽습니다. 전쟁이란 본디 사내의 일인데 세자 저하께서 너무하신 게 아닙니까...”이경은 겨우 손을 들어 휘저으며 기운이 없어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는 자신의 처지가 우스워 헛웃음을 지었다.그러다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더니 초아의 손목을 단단히 움켜잡았다.“연지... 연지는 어디 있느냐?”초아는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황급히 대답했다.“연지라 하시면... 지금은 방에서 쉬고 있사옵니다. 혹시 불러오라 하시면 소인이 곧장 전하겠나이다...”“아니, 굳이 부르지 말고 그냥 쉬게 해. 쉬고 있다면 살아 있다는 뜻이니까.”마음이 놓이자 이경은 그제야 한숨을 내쉬었다.초아는 이경을 조심스레 부축하며 다시 속삭였다.“공주마마께서 연지의 상처를 염려하시는 겁니까? 어찌 이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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