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아는 이경을 멍하니 바라보고는, 감히 한 마디도 내뱉지 못했다. 반면 이경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세상이 불공평하긴 해. 좋은 사람이 되려 하면 남들이 가만있지 않고, 진심으로 누군가를 대해주려 하면 언젠가는 뒤통수를 맞게 되고.”그녀는 자신의 가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이젠 몸이 많이 회복되긴 했지만 그녀는 흉터를 볼 때마다 당시의 그 고통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공주마마...”그러나 초아는 공주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도통 알 리가 없었다. 다만 차가운 공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앞의 공주는 점점 자신에게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리 노력해도 쉽게 닿을 수 없을 만큼 멀게 느껴졌다. “난 이곳에서 단지 평범한 사람으로 지내고 싶었어. 그런데 이제 와보니 난 결국 괴롭힘을 당할 운명인 것 같아.”“공주마마, 그 누구도 공주님을 괴롭힐 일은 없을겁니다!”초아는 주먹을 불끈 쥐고는 말했다. “죄송합니다, 공주마마. 제가 약해져서는 안 되는 건데… 저희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요!”“그래, 우리는 죄지은 것도 없는데 왜 당황하는 건데?”이경은 웃는 얼굴로 창가에 기대어 그녀를 돌아보았다. “상아의 죽음은 그 애가 스스로 자초한 거야. 애초에 두 시녀가 누군가를 해치려는 마음을 품고 있었으니, 그러한 결말을 맞게 된 것도 자업자득이지.”“내가 이서영이 건넨 술을 마시고 있을 때, 하필 그 순간 세자가 들이닥쳐서 내가 다른 남자들과 뒤엉킨 장면을 보게 된다면… 너랑 나 과연 좋은 결말을 맞이할 수 있을까?”그녀는 공주의 신분을 가지고 있었기에, 윤세현이 얼마든지 그녀를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 윤세현은 큰 모욕을 당했고, 게다가 자신의 여자가 다른 남자와 함께 한 공간에서 구르고 있는 것을 보게 되면 분명히 언성이 높아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초아의 운명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누군가가 덫을 던진 상황에, 그녀들은 어떻게든 살기 위해서라도 그 덫을 내린 사람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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