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다시 태어난 구공주, 그녀의 당찬 인생: Chapter 911 - Chapter 920

940 Chapters

제911화

이경은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한옥상 위에 걸터앉았다.잠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아팠다. 마치 칼로 베이는 듯한 고통이었다.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어머니가 한옥상 위에서 주무시는 것이 더 좋았다.칼로 베는 듯한 한옥상의 한기를 막기 위해, 어머니는 잠든 상태에서도 항상 운공을 해야만 했다.그 덕분에 어머니는 기면증이 있음에도 오랜 시간 동안 몸이 허약해지지 않을 수 있었다."엄마… 엄마! 뭐 하는 거야?"순간 당황한 이경은 어머니를 밀어내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엄마, 이러지 마. 엄마 몸 엄청 약하잖아, 안 돼!"그녀는 어머니의 손을 떼어내려 했지만, 어머니는 끊임없이 자신의 공력을 이경의 몸속으로 흘려 보내고 있었다.두 사람의 손은 마치 붙어버린 것처럼 전혀 떼어낼 수가 없었다."엄마, 맥박이 너무 약해. 더 이상 공력을 쓰지 마. 이대로 몸을 상하게 하면 안 된다고! 엄마, 엄마 제발! 이러지 마요!"하지만 어머니는 끝내 손을 놓지 않았다.어머니는 어느새 눈을 감았고, 눈꺼풀이 너무 무거워 다시는 뜰 수 없었다.거의 혼수상태에 빠져든 셈이었다.하지만 어머니의 의지력은 무척 강인했다. 마음먹은 일이라면 반드시 해내야만 했다."걱정… 마…"어머니의 목소리는 매우 작았다.이경은 이 순간만큼은 입을 다물었다. 자신이 입을 열면 어머니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한옥상에 누워 있는 한… 엄마는 항상… 운공을… 해야 해. 설령… 공력을 네게 준다 하더라도, 엄마의… 공력은 곧… 다시… 올라올 거야. 걱정… 마, 경아… 네 몸을 잘… 지켜…"그 후, 어머니는 더 이상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모든 힘을 오직 이경에게 공력을 전하는 데 쏟았다.언마마와 여화행은 봉구경도 이경도 찾지 못한 채, 그제야 자신들이 속았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돌아왔다. 그때 어머니의 공력은 이미 바닥난 상태였고, 어머니는 힘없이 이경의 몸에서 미끄러져 내려왔다.이경은 어머니를 꼭 끌어안았다. 이내 고개를 들자, 마침 뛰어 들어오던 두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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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2화

여화행은 언마마를 한쪽에 눕힌 채, 이경을 노려보며 진기를 끌어올렸다."대체 무슨 수를 써서 주인님을 속여 공력을 네게 주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설령 내 무공이 너보다 못하다 하더라도 난 내 목숨을 걸고서 너를 죽일 거야!"그녀는 언제든 달려들 기세였다.그러나 이경은 매우 담담했다."아직도 그 여자를 구하고 싶은 거야?"그 말에 여화행은 순간 멈칫했고, 진기도 순식간에 가라앉았다.사실 그녀는 여전히 구공주가 황성으로 가서 그 사람을 데려오기를 바라고 있었다.그렇기에 지금으로서는 이경을 죽일 수도 없고, 그녀에게 죽임을 당할 수도 없었다.만약 구공주의 손에 죽게 된다면, 앞으로 누가 주인님을 보호하겠는가?이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내가 남성의 딸이라는 걸 믿지 않아도 상관없어. 하지만 자신이 모시는 주인님의 판단력까지 믿지 못하는 건 아니겠지?"그러자 여화행과 언마마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그들은 결코 주인님을 믿지 못하는 게 아니었다. 단지 이경이 사람을 너무 잘 속인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게다가 여화행은 자신이 수없이 그녀에게 속아 넘어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렇기에 주인님 역시 그녀에게 속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이경은 그런 그들의 의심이 정말 어이가 없었다.하지만 그들은 오랜 세월 어머니에게 충성을 다했고, 자신의 목숨을 걸고 어머니를 지켜왔다.그 충성심만큼은 인정했기에, 그들이 무슨 짓을 하든 이경은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았다.남에게 받은 은혜는 평생 기억해야 하는 법이었다. 그들은 어머니에게 진심으로 충성을 다해왔다."주인님께선 기면증에 걸린 것 같아. 몸에 고독을 심은 것 같지는 않은데, 예전에 독에 중독된 것 같아. 그 독소는 지금 혈액과 완전히 융합되어 있어서 해독하기 쉽지 않을 것 같고."이경의 분석에 여화행과 언마마는 물론, 마침 정신을 차리고 비틀거리며 들어온 금근영 역시 마음이 가라앉았다.모든 사람의 시선이 이경에게로 집중되었다.이경은 말을 이어갔다."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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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3화

이내 밀실의 문이 다시 닫혔다.이경이 금근영에게 침을 놓자, 금근영의 기운은 곧바로 한결 가라앉게 되었다.금근영은 처음으로 구공주의 정교하고 기묘한 의술을 직접 체험하게 되었다.그녀는 순간 이경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어쩌면 이경이 정말로 주인님을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믿음이었다.“주인님께서는 십여 년 전에 적군에게 중독당하셨어……”“상대가 누구인데?”이경은 순간 긴장했다.그녀가 아는 어머니는 성격이 매우 호쾌했다. 겉보기에는 건들건들하고 일에 전념하지 않는 것 같지만,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과거 전부에 있을 당시, 어머니는 최고 지휘관이 되지 못했다.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어머니와 나중에 거둔 어린 제자, 즉 천재 소녀 용천과 성격이 너무 비슷했기 때문이다.그들은 모두 지도자가 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분명 뛰어난 재능을 지녔으면서도 기꺼이 2인자에 머물고 싶어 했다.매번 임무를 완수한 후에는 직무에 얽매이기 싫어했고, 평소에는 하루 종일 먹고 마시고 놀며 즐기고 싶어 했다.어머니는 집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일하기보다는 놀기를 좋아하는 성격이었기에, 여제가 되는 것은 그다지 적합하지 않았다.직무를 맡게 되면 어머니는 답답해 죽을지도 몰랐다.이내 금근영이 말했다.“누가 독을 썼는지는 우리도 지금까지 알지 못해. 어쩌면 봉구경일 수도 있고, 어쩌면……”“봉구경은 아닐 거야.”봉구경이 어머니에게 품은 감정은 이경이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봉구경은 절대 어머니에게 독을 쓰지 않았을 거라고 믿었다.그러나 금근영과 여화행은 서로 눈을 마주 보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봉구경이 아닐 리가 없어.”여화행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날 주인님 곁에 있었던 사람은 단 세 명뿐이었어.”“세 명?”이경은 눈살을 찌푸렸다.“누구인데?”“하나는 봉구경, 다른 하나는 남경 폐하야.”남경은 꿍꿍이가 있긴 했지만, 어쨌든 남성이 자신의 황위를 계승하기를 바랐다.그렇기에 남경이 남성에게 독을 썼을 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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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4화

성월국의 구황숙.곧 남원을 떠나게 된 이경의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웠다.다들 그녀가 구황숙을 데려오기를 원했지만, 구황숙은 무예가 뛰어난 데다 그의 곁에는 수많은 고수가 그를 보호하고 있었다.그렇기에 그를 데려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하지만 근마마는 일단 구황숙을 데려오기만 하면, 어쩌면 남성을 깨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그러나 그 이유에 대해서는 끝내 말하지 않았다.봉구경과 남경을 제외하고 나면, 설마 당시 어머니에게 독을 쓴 사람이 정말로 구황숙 이풍근이라는 건가?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구황숙을 데려오기만 하면 그에게 남성을 깨울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설령 남성을 깨우지 못하더라도, 당시 어떤 독을 어떻게 썼는지만 알아낸다면 어쩌면 해결 방법을 찾을 기회가 있을지도 몰랐다.지금으로서는 단순히 맥을 짚는 것만으로 어머니 몸속의 독소를 분석해 낼 수 없었다.게다가 지난 십여 년 동안 독소는 몸 안에서 오랜 진화와 변이를 거쳐 이미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만약 기계로 독 세포를 구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면…….이경은 회랑에 서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바로 그때, 뒤쪽에서 누군가의 그림자가 서서히 다가왔다.“설마 의술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구공주에게도 더는 방법이 없는 건가?”남백훈은 이경이 오늘 어디로 향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녀가 마마들을 상대로 장난을 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되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냥 내버려 두고 이경이 남성과 가까워지기를 바랐다.구공주는 그가 지금껏 만난 의사들 중 의술이 가장 뛰어난 사람이었다.어쩌면 그녀에게는 정말 해결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이경은 먼 하늘을 바라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구체적인 독 세포를 분석할 수 없으면, 병에 맞는 약을 쓰기 어려워.”그녀는 21세기 사람으로서, 현대에 있을 때는 각종 기기와 설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하지만 이곳에는 모든 것이 부족했다.“하지만 지금 나한테는 세포 분리기가 없어.”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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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5화

용천은 전당급 천재였다.나이는 어렸지만, 전부에서 가장 뛰어난 설계사이기도 했다.첨단 무기와 정밀 기기 등, 상상해 낼 수 있는 것이라면 그녀가 만들어 내지 못하는 건 없었다.그뿐만 아니라, 그녀는 한 번 본 것은 절대 잊지 않았고, 어떤 것이든 한 번 배우면 바로 익혔다.심지어는 비행기와 잠수함은 물론, 로켓과 충천포까지 설계할 수 있었다.총기 소지가 허용되지 않던 시대에, 그녀가 설계한 많은 무기는 탄약이 필요 없었지만 그 위력은 총이나 대포보다도 더 강력했다.이러한 재능 때문에 그녀는 한때 사람들에게 붙잡혀 강제로 두뇌를 연구당할 뻔했다.당시 이경이 사람들을 이끌고 들어가 그녀를 구해 내지 않았다면, 그녀는 진작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만큼 이경조차 감탄할 정도의 실력이었지만, 그녀의 나이는 이경과 비슷한 겨우 스무 살 남짓이었다.전부에 있을 당시, 이경은 매번 적군의 진지를 함락할 때마다 용천을 데리고 갔다.용천은 이경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였고, 그녀의 실력은 수십 명으로 구성된 전문 지원 부대를 능가할 정도였다.이를 보아도 용천이 매번 전투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와 역할을 맡았는지 알 수 있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경이 살해당하고 시간을 회귀한 뒤, 용천과는 수백 년이나 떨어지게 되어 다시 만날 기회가 없었다.“만약 충분한 시간만 준다면, 그 여자는 시간 여행 기계까지 연구해 낼지도 몰라. 내 말 믿겨?”이경은 가볍게 웃었다.시간 여행 기계 같은 건 물론 농담일 뿐,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았다.그녀는 그저 감회에 젖어 용천을 그리워하고 있을 뿐이었다.그나저나 용천 그 녀석은 지금 대체 뭘 하고 있을까?…그날 밤 자정 무렵, 무연이 급히 이경의 방문을 두드렸다.“봉구경이 사라졌다고?”이경은 졸린 눈을 겨우 비볐다.오늘 밤은 그녀가 가장 편안하게 잠든 밤이었다.어머니와 자신이 같은 산장에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마치 어머니의 품에 안겨 잠든 것 같았다.평소 같으면 이 시간에도 아직 잠들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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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6화

“공주 마마, 이제 어떻게 하시렵니까?”연지와 무연 역시 아무 흔적도 찾아내지 못했다.그러자 이경은 아무 대답없이 갑자기 몸을 날려 가볍게 나무 위로 올라갔다.갑작스러운 행동에 칠조와 연지는 놀랐고, 무연은 혹여 그녀가 떨어질까 봐 재빨리 나무 아래로 다가가 방어 태세를 갖췄다.이경이 밟고 있는 곳은 나뭇가지 끝에 달린 잎사귀였다.나무줄기나 나뭇가지가 아닌, 바로 잎사귀였다.경공과 내력이 모두 절정에 이르지 않고서야 누가 감히 잎사귀 위에 설 수 있겠는가?칠조는 멍하니 입을 벌린 채, 마치 잎사귀 위에 떠 있는 듯한 이경을 바라보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연지는 자신은 도무지 해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마마, 내력이……”무연 또한 그녀를 바라보았다. 눈앞의 장면이 믿기지 않았지만, 물처럼 고요한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아무런 표정도 드러나지 않았다.구공주는 언제나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안겨 주었다.하지만 아무리 황당한 일이라도 그녀에게 일어나면 사람들은 더는 그리 신기하게 여기지 않았다.이경은 나무 위에서 한 바퀴 살핀 뒤에야 아래로 내려왔다.“나무 꼭대기에서 사라진 것 같아. 아래쪽 나뭇가지에는 밟힌 흔적이 전혀 없어.”모두 고개를 들어 나뭇가지 끝에 달린, 그다지 푸르지 않은 잎사귀를 바라보았다.겨울의 잎사귀는 대체로 시들어 있었다. 완전히 시들지 않은 잎사귀도 금방이라도 생기를 잃고 떨어질 것처럼 보였다.그렇기에 사람이 잎사귀 위를 걸었다 해도 발자국을 남기기는 어려웠을 것이다.그럼 대체 어떻게 단서를 찾아내야 할까?이경은 줄곧 땅을 내려다보았다.얼마 뒤, 그녀는 갑자기 몸을 날려 뒤쫓아 갔다.그리고는 나지막이 한마디를 남겼다.“돌아올 때까지 기다려.”무연은 곧바로 뒤쫓아 가려 했지만, 연지가 그를 붙잡았다.“당신의 무공은 마마보다 못하잖아.”그 말에 무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오늘 밤 그가 마주한 구공주는 그에게 너무나 많은 충격을 안겨 주었다.이경은 단 하루 만에 무공이 급격히 늘었고, 이제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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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7화

문정수와 청지는 구공주가 정말이지 지나치게 뻔뻔하다고 생각했다.이경은 높이 솟아올라 청지를 향해 몸을 부딪치려 했다.청지는 내심 한번 도박을 걸어 보기로 했다. 그녀가 그렇게 염치없이 자신에게 들이받지는 않을 거라고.하지만 이내 자신의 예감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구공주는 정말로 뻔뻔하기 짝이 없었다.다행히 마지막에, 청지가 재빨리 옆으로 비켜 피할 수 있었다.만약 그가 피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어쩌면 정말로 그를 들이받았을지도 몰랐다.세상에나, 그는 구공주만큼 이렇게 방탕한 아가씨는 본 적이 없었다.한편 방 안에서는 윤세현이 마침 옷을 벗고 있었다.갑자기 방문이 열리는 소리에 윤세현은 손을 휘둘러 병풍에 걸린 외투를 집어 들고 재빨리 걸쳤다.들이닥친 이경을 본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무슨 일로 온 거야?”문가에 선 청지와 문정수는 감히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이내 청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세자 나리,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막아 내지 못했습니다.”그러자 윤세현은 손을 저었다.청지와 문정수는 난감한 표정으로 물러섰다.그런데 방문은 닫아 줘야 하는 것 아닌가?세자의 옷차림은 다소 흐트러져 있었고, 금방 옷을 갈아입고 잠자리에 들려던 참인 듯했다.외투 아래에는 얇은 속옷 한 벌만 걸친 상태였다.문정수는 거듭 망설인 끝에 결국 두 사람을 위해 방문을 닫아 주었다.소란을 듣고 청도와 홍매가 달려왔을 때는 이미 청지와 문정수가 문을 닫고 회랑을 지키고 있었다.청도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물었다.“안에 이경이 있는 거지?”청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문정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어떻게 저 두 사람이…… 남녀가…… 한 방에……”청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곧바로 안으로 달려들려 했지만, 청지에게 가로막혔다.이경을 막지는 못했어도, 작은 시녀 하나쯤 가로막는 건 거뜬했다.청지에게 밀려난 청도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두 눈에는 맹렬한 분노가 이글거렸다.“역시, 당신들은 이경의 사람들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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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8화

청도와 홍매는 정말 단단히 화가 난 상태였다. 청도는 이를 악문 채 밖으로 뛰쳐나가 장주를 찾으러 갔다.홍매는 그 자리에 남아 멍하니 서 있었다. 마치 영혼을 잃은 듯했다.그녀는 청도처럼 그리 순진하지는 않았다.이경은 장주가 직접 모셔 온 귀빈이었다. 자신들은 비록 오랫동안 공주의 시중을 들었지만, 어찌 됐든 그저 두 명의 시녀에 불과했다.청지를 바라보는 홍매의 눈동자에는 절망의 기색이 스며들었다.“너희가 이렇게까지 사람을 업신여기는 걸, 너희 공자님께서는 아셔?”한편 방 안에서는 윤세현과 이경 모두 밖에서 나누는 대화를 똑똑히 듣고 있었다.하지만 두 사람은 고작 사소한 다툼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윤세현은 여전히 이경을 차갑게 바라보았다.“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봉구경이 사라졌어.”이경은 그의 눈동자를 유심히 살폈지만, 그는 눈빛 하나 변하지 않았다.과거의 일에 대해서 조금의 미련도, 기억도 없는 듯했다.봉구경이라는 사람은 그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이경은 말을 이어 갔다.“내가 줄곧 흔적을 추적해 봤는데, 그 사람이 당신의 성리각에 잠복해 있었어.”“성리각에는 오늘 밤 외부인이 잠입한 적 없어.”윤세현은 소매를 털며 무심하게 말했다.“성주님, 이만 돌아가시죠.”“외부인이 잠입했든 아니든, 성리각을 한 번 수색할 수 있게 협조해 줘.”“내 공간을 수색하고 나면 뭐라도 나올 줄 알아?”그는 몹시 불쾌해했다.이 여자, 갈수록 더 건방지게 구는군!게다가 봉구경이라는 그 남자, 어젯밤 이 여자의 방에 머물렀잖아.그런데 이제 와서 내 공간에 찾아와 그 남자를 찾으려 하고, 한편으로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신이 한때 내 아내였다고 말하다니.이 정도로 뻔뻔하면 얼굴에 철판을 깐 거나 다름없었다.“내가 당신을 찾아온 건, 당신이 그 사람을 데려갔는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야.”그제야 이경은 확신할 수 있었다.윤세현의 눈빛에는 그 어떤 거짓도 없었다.이내 그는 차갑게 웃었다.“내가 네 남자를 데려갈 이유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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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9화

거센 소리와 함께 이경의 장풍이 홍매의 머리 위로 떨어지려는 찰나, 누군가 재빨리 공격을 막아 냈다.간신히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난 홍매는 곧바로 윤세현의 뒤에 숨어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공자님……”윤세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차가운 눈빛으로 자신의 앞에 선 이경을 바라보았다.불과 사흘 전, 그는 이경과 링 위에서 겨루었다.당시 이경의 내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그에 비하면 여전히 한참 부족했다.하지만 오늘 그녀의 내력은 크게 향상되어 있었다.자신과 비교해도 조금도 뒤지지 않을 정도였다.이경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었다.“다른 여자를 위해 나와 싸우려 하다니,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윤세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그 차가운 시선만으로도 그의 태도는 명확히 드러났다.‘후회’라는 두 글자는 결코 없다는 듯이.이 상황에 청지와 문정수는 마음속에 불안감이 스쳤다.비록 그들 역시 구공주에게 불만이 있고, 그녀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경우도 많았지만, 세자가 후회할지 안 할지는 내심 알고 있었다.세자는 반드시 후회할 터였다.“공주 마마, 방금은…… 세자 나리를 도발하신 것 같습니다. 나리께서는…… 단지…… 사람을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러신 겁니다.”문정수는 자신의 세자를 위해 몇 마디 변호하려 했다.구공주가 무정하고 냉혹하게 굴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래도 세자는 과거 공주를 위해 수많은 고생을 해 왔다.그 때문에 문정수는 세자가 기억을 되찾은 뒤 이 일을 견디기 힘들어하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웠다.하지만 이경은 그저 차갑게 웃었다.“봉구경을 내놓지 않으면,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내가 보이는 대로 하나씩 전부 두들겨 팰 거야. 사람을 내놓을 때까지.”윤세현은 이토록 야만스럽고 무도한 여자를 한 편생 본 적이 없었다.그의 얼굴에 이내 어두운 기색이 스쳤다.다른 사람들은 하나같이 벌벌 떨었지만, 이경만큼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사실 그녀는 무공이 약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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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0화

미친 여자!정말 단단히 미친 게 분명했다.미쳐도 단단히 미쳐서 보는 사람들마저 두려워할 정도였으니 말이다.청지와 문정수는 이런 모습을 이미 여러 번 겪어 보았지만, 기억을 잃은 세자에게는 낯선 일이었다.이경의 걸음은 점점 빨라졌고, 눈 깜짝할 사이에 윤세현의 앞에 다다랐다.윤세현은 손에 진기를 가득 모았지만, 좀처럼 장풍을 날릴 수가 없었다.그녀가 자신을 도발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도저히 손을 쓸 수가 없었다.게다가 그녀의 입가에 묻은 핏자국이 유독 신경 쓰여 괜히 가슴이 아팠다.이경이 코앞까지 다가왔지만, 윤세현은 손을 써서 막기는커녕 오히려 뒤로 물러섰다.뜻밖에도 그가 피한 것이다.그 바람에 그의 뒤에 서 있던 홍매는 그대로 이경의 공격 범위에 노출되었다.“봤지? 공자도 너를 보호할 수 없어!”이경은 가볍게 웃었다. 핏빛이 밴 그녀의 얇은 입술에 차갑고 무서운 미소가 걸렸다.홍매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이경은 곧바로 장풍을 날렸다.홍매의 공력은 이경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이내 이경의 장풍이 홍매의 몸을 세차게 덮쳤다.조금도 자비를 베풀 생각이 없었던 이경은 장풍에 적지 않은 공력을 담았다.홍매를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지만, 중상을 입히기에는 충분했다.곧이어 팍 하는 소리와 함께 홍매는 멀리 날아가 돌기둥에 부딪혔다.돌기둥에는 쩍 하고 금이 갔고, 홍매는 피를 토하며 축 늘어진 채 바닥에 떨어졌다.그녀는 도저히 이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방금까지만 해도 공자가 바로 눈앞에 있었는데… 이경이 공격하려는데도 그저 내버려 둘 줄은 꿈에도 몰랐다. 공자님, 왜 저를 구하지 않으신 겁니까?윤세현 역시 믿기지 않았다. 이경이 정말로 이토록 독하게 손을 쓸 줄은 몰랐다.공력을 전부 끌어모았다면 홍매의 목숨은 진작에 끊어졌겠지만, 절반의 공력만으로도 홍매를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이경은 정말 독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이제 어떻게 할래? 내놓을 생각 있어?”이경은 돌아서서 윤세현과 시선을 마주했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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