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다시 태어난 구공주, 그녀의 당찬 인생: Chapter 921 - Chapter 930

940 Chapters

제921화

윤세현은 자기 자신조차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밖에서는 쿵쿵거리는 소리와 함께 이경이 여기저기 수색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이내 문정수는 홍매를 치료받게 하려고 데려다준 뒤, 청지와 함께 수색에 합류했다.세자가 수색을 허락했으니, 제대로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봉구경을 찾아내지 못하면 공주도 단념할 터였다.하지만 청지와 문정수는 세자와 공주의 갈등이 깊어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한편 윤세현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청력이 매우 뛰어난 그는 수색이 후원까지 이어진 뒤에도 사람들이 움직이는 소리를 희미하게 들을 수 있었다.그나저나 저 여자는 대체 무슨 근거로 봉구경이 자기 정원에 있다고 단정하는 걸까?하지만 이경의 눈동자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어쩐지 사람을 흔들어 놓는 눈빛이었다.마치 그녀가 확신하는 일은 반드시 옳기라도 한 것처럼.이경은 청지, 문정수와 함께 여전히 후원에서 수색하고 있었다.“세자 나리께서는 오늘 밤 침실을 떠나지 않으셨습니다.”문정수는 그들이 오해하지 않기를 바라며 말했다.“공주 마마, 이 일은……”“잠깐.”이경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재빨리 뒷문 쪽으로 향했다.얼마 뒤, 청지가 급히 달려와 윤세현의 방문을 두드렸다.“나리, 후원에서 누군가 머물렀던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마마께서는 그 흔적을 따라 뒷산으로 향하셨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세현은 벌떡 일어섰다.그는 자신이 무엇 때문에 초조해하는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누군가 적성산장의 호위들을 하나도 건드리지 않고 봉구경을 서북원에서 이곳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면,심지어 청지와 문정수조차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움직였다면,그자의 무공은 결코 만만치 않을 터였다.그런데 이경은 아무렇지도 않게 홀로 그자를 쫓아갔다.겁이 없는 건가, 아니면 위험이 뭔지도 모르는 건가?게다가 방금 상처까지 입었는데……이내 서둘러 뒤쫓아 나간 윤세현은 곧 후원에 도착했다.그는 후원을 지키고 있는 문정수를 발견하자 눈에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네가 그 여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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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2화

청도는 꾸중을 듣고 더 이상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이경이 이곳에 온 이후로 산장 전체의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았다.예전에는 공자가 가깝게 느껴졌었는데, 이제는 장주조차 공자는 이경과 함께 있어야 한다고 말할 뿐이었다.청도는 장주가 분명 미친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밖에서 굴러들어 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나쁜 사람들인데, 장주는 대체 왜 그들에게 눈이 멀었단 말인가?“어디로 갔어?”여화행은 빠른 걸음으로 청지에게 다가갔다.이내 문정수가 대답했다.“뒷산으로 들어가 숲을 지나 동북쪽으로 향하셨습니다.”곧이어 여화행은 몸을 날려 높은 담장을 넘어 직접 뒷산으로 향했다.청지와 문정수도 즉시 뒤따랐다.홀로 남겨진 청도는 화가 나 발을 동동 굴렀다.미친년, 공자님이 조금이라도 다치기만 해 봐. 그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한편 윤세현은 뒷산 깊은 숲속까지 쫓아왔다.두 갈래 길이 나오는 곳에서 마침내 이경을 따라잡았다.그녀의 걸음은 무척 빨랐다. 그 속도는 윤세현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그는 흔적을 찾는 동시에 그녀를 뒤쫓아야 했다. 이경이 도중에 멈추지 않았다면 아마 영영 따라잡지 못했을 것이다.“이 모든 게 어쩌면 널 산장에서 유인해 내려는 계략일 수도 있는데, 두렵지 않아?”그는 이경의 뒤에 서서 물었다.“나도 알아.”이경은 쪼그려 앉아 길에 남은 흔적을 자세히 살폈다.“알면서도 감히 혼자 여기까지 달려온 거야? 목숨이 아깝지도 않아?”어룡성의 전 성주는 무력이 대단했고, 결코 이경이 생각하는 것처럼 약하지도 않았다.그런 전 성주조차 암살당해 중상을 입었다. 그런데 설마 혼자서 배후 조직 전체와 맞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봉구경이 너한테 그렇게 중요해?”“당연히 중요하지.”이경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무심코 대답했다.봉구경은 연장자이기도 했지만, 어쩌면 이경의 마음속에서는 어머니의 아주아주 친한 친구이기도 했다.어머니와 생사를 함께한 사이였다.예전에 어머니가 깨어났을 때, 그녀의 눈가에는 조금의 원한도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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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3화

순식간에 광풍이 몰아쳤다.윤세현과 이경은 등을 맞댄 채 눈앞의 새까만 나무 한 그루를 응시했다.그 나무에서 기이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조심해!”그 순간 윤세현이 손을 휘둘렀다.동시에 이경은 자신을 향해 정면으로 날아오는 무언가를 발견했는데, 다름아닌 박쥐였다.검은 박쥐 한 마리!어둠 속에서 번개처럼 빠르게 날아드는 박쥐의 속도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웠다.이경은 쉭 하는 소리와 함께 허리춤에서 단도를 뽑아 들었다.윤세현이 이경을 도와 박쥐 한 마리를 쳐내는 동시에, 이경도 윤세현의 얼굴을 향해 날아드는 검은 박쥐 두 마리를 칼로 베어 냈다.“이 박쥐들에게는 독이 있어.”이경은 두 동강 난 박쥐와 땅에 떨어진 피를 내려다보았다.피는 짙은 암홍색이었고, 그 사이로 푸른빛마저 감돌았다.바로 맹독이었다.이내 그녀는 주머니에서 약 두 알을 꺼내 하나는 자신의 입에 넣고, 다른 하나는 윤세현에게 건넸다.평소라면 늘 귀찮다는 듯 굴던 윤세현이 뜻밖에도 망설임 없이 약을 받아 한입에 삼켰다.그 모습에 이경은 잠시 멍해졌다.평소의 윤세현은 확실히 그녀를 몹시 화나게 하는 사람이었지만,중요한 순간에는 적어도 믿음직한 동료였다.이경은 문득 지난 이틀 동안 자신이 그에게 너무 엄격했던 건 아닌지 생각했다.어찌 됐든 윤세현은 기억을 잃은 사람이었다. 자신이 그를 다치게 한 것은 다소 충동적인 행동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앞으로 함부로 내 심기를 건드리지 마. 그러면 나도 청도랑 홍매한테 더는 화풀이하지 않을게. 어때?”이경이 물었다.곧이어 그녀는 정면으로 날아드는 박쥐 두 마리를 칼로 슥슥 베어 냈다.이경의 말에 윤세현은 다소 어이가 없었다.내가 언제 네 심기를 건드렸다고 그래?하지만 눈앞에 강적이 있는 상황에서 그녀와 굳이 다툴 생각은 없었다.“네가 건방지게 굴지만 않으면, 나도 널 난처하게 만들지 않을 거야.”“흥! 네가 나보다 얼마나 더 잘났다고 그래?”이런 태도야말로 건방진 게 아닌가?두 사람은 티격태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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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4화

누군가 아주 깊숙한 곳에 숨어 퉁소를 불고 있었다. 그 퉁소 소리는 보통 사람들은 전혀 들을 수 없는 것이었다.그렇기에 그는 자신이 발각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뒤늦게 몸을 숨기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선두에 선 이경은 칼로 찬 바람을 가르며 뒤쫓았다.다행히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꽤 멀어 검은 옷 사내는 몸을 피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이내 그는 나무 위로 뛰어올라 옆 나뭇가지 끝으로 내려앉으려 했다.그런데 바로 그 순간, 뜻밖에도 이경의 뒤를 따르던 윤세현이 장풍을 날려 검은 옷 사내가 내려앉으려던 나뭇가지 끝을 정확히 쳤다.검은 옷 사내는 이경의 칼바람은 피했지만, 윤세현의 장풍은 피하지 못했다.쿵 하는 소리와 함께 장풍이 검은 옷 사내의 가슴을 정확히 강타했고, 그는 멀리 튕겨 나가 땅에 거칠게 떨어졌다.결국 퉁소는 두 동강이 났고, 퉁소 소리가 사라지자 방금까지 조종당하던 수천수만 마리의 박쥐가 순식간에 흩어졌다.숲속 깊은 곳에서 사각사각 소리가 났다. 박쥐들이 떠나며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였다.그 소리는 차가운 겨울밤에 유독 기이하고 무섭게 들렸다.수천수만 마리의 박쥐를 조종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더욱 무서운 일이었다.처음부터 목적을 가지고 산등성이 깊은 곳에서 박쥐들을 끌어온 것이 아니라면,즉흥적으로 이렇게 많은 박쥐를 모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설마 누군가 일부러 깊은 산속에서 박쥐를 기르고 있는 건가?땅에 떨어진 검은 옷 사내가 이내 몸을 일으키려 하자, 윤세현과 이경이 앞뒤에서 그를 가로막았다.검은 옷 사내는 자신에게 더는 도망칠 가망이 없다는 걸 알아차리고 독약을 깨물려 했다.그 순간, 가슴과 어깨에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고, 이내 온몸이 굳어지더니 다시 쓰러졌다.이제는 말할 힘조차 없었다.입을 벌려야 독약을 깨물 수 있을 텐데 말이다.이내 이경은 그의 앞으로 다가가 쪼그려 앉아, 치아 사이에 낀 독약 환약을 꺼내려 했다.그러자 어두운 표정의 윤세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어리석네!”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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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5화

검은 옷 사내는 이경이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이미 죽음을 각오한 상태였다.이경이 어떻게 고문하든 결코 입을 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어차피 돌아가 봤자 죽음뿐이었으니.사실을 털어놓고 돌아가면 더 참혹하게 죽게 될 게 뻔했다.윤세현 역시 이경이 어떤 방식으로 고문하려는지 궁금했다. 그나저나 검은 옷 사내의 표정을 보아하니, 쉽게 입을 열게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그 순간, 이경은 갑자기 칼날을 아래로 누르기 시작했다.그 모습에 윤세현조차 얼굴이 새빨개졌다.미친 여자네!정말…… 악마보다도 무서운 여자야!분명 자신의 몸에 칼을 들이대는 건 아니었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머리카락이 쭈뼛 설 정도였다.그는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이경이 왠지 모르게 두려워졌다.그는 눈앞의 상황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검은 옷 사내는 핏발 선 눈을 크게 뜬 채 온몸을 떨었다.이 계집이 감히!“내가 정말 할 수 있는지 한번 지켜봐.”이경은 입꼬리를 올리며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었다.칼날은 천천히 아래로 눌렸다. 속도는 매우 느렸지만, 오장육부를 찢는 듯한 고통과 사람을 절망에 빠뜨려 차라리 죽고 싶게 만드는 고통이 서서히 뇌리로 밀려들었다.칼날은 여전히 꾹 눌린 채 아래로 향하고 있었다.사실 그 고통이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칼이 살갗을 찢는 고통에 비하면 그리 심한 편도 아니었다.하지만 심리적인 고통은 엄청났다.어느새 칼날은 살갗을 파고들었고, 여전히 더 깊숙이 파고들고 있었다.검은 옷 사내는 죽을힘을 다해 이를 악물었다. 너무 세게 이를 문 나머지, 차라리 자신의 혀를 깨물어 죽고 싶을 정도였다.하지만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죽을 수 없었다.죽을 수 없으니, 자신의 몸에서 가장 약한 곳을 파고드는 칼날의 고통을 고스란히 느낄 수밖에 없었다.칼날은 여전히 아래쪽으로 파고들고 있었다……“아악!”검은 옷 사내는 마침내 놀라 비명을 질렀고, 온몸을 떨었다.“그만! 말할게, 말할게!”……이내 그들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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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6화

봉구경은 약 한 시간 뒤 잠에서 깨어났다.눈을 뜨자마자 이경을 마주한 그는 버럭 화를 냈다.“네 이년, 얼른 해독해!”약을 먹여 힘 하나 제대로 쓰지 못하게 만들더니, 박쥐 떼 하나도 이기지 못하게 하다니.그는 평생 이런 굴욕을 당해 본 적이 없었다.“해독해 주면, 당신은 또 그 사람들이랑 싸우려 할 거잖아.”이경이 말한 ‘그 사람들’은 바로 근언신행 네 마마들이었다.봉구경은 줄곧 남성을 만나고 싶어 했다. 남성을 찾아내지 않는 한, 절대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그리고 그는 여전히 당시 네 마마가 남성에게 독을 쓴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고 믿고 있었다.그래서 그는 네 마마들이 어떻게든 목숨을 걸고서라도 자신이 남성을 만나지 못하게 막으려 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렇기에 일단 네 마마들과 마주치면 또 죽기 살기로 싸울 수밖에 없었다.봉구경은 너무나 화가 나 당장이라도 이경의 목을 졸라 죽이고 싶을 지경이었다.“화낼 게 뭐가 있어? 내가 당신을 구하러 왔잖아?”이경은 침 주머니를 정리하며 말했다.그러자 봉구경은 화를 내며 말했다.“네가 나한테 약을 먹이지만 않았어도 내가 굳이 네 도움이 필요했겠어?”“당신이 다시 진기를 움직이면 상처가 더욱 악화될 거야. 그러면 어차피 내가 다시 당신을 구해야 해.”이경은 봉구경을 흘겨보았다.설마 자신이 중상을 입었다는 사실도 모르는 건가?미리 그의 진기를 봉하지 않았다면, 그는 오늘 밤 진작에 손을 썼을 것이다.그나저나……“당신을 유인해 낸 게 박쥐 떼라고?”그렇다면 봉구경을 이끌고 나뭇잎 위를 걸어간 것은 그녀가 예상했던 절정의 고수가 아니었다.당시 봉구경은 마침 동남쪽의 성리각을 지나고 있었다. 키가 거의 2미터에 달하고 온몸이 근육으로 뒤덮인 그를 끌고 가기란 박쥐들에게도 분명 쉽지 않은 일이었다.그 때문에 끌고 가는 과정에서 봉구경의 몸이 나뭇잎에 닿아 잎이 떨어진 것이었다.어쩐지 이경은 발자국 하나 찾을 수 없었고, 그저 나뭇잎이 떨어진 방향을 보고 그가 끌려간 방향을 짐작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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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7화

세 사람의 그림자가 달빛 아래 드리워졌다.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이는 여화행이었다."봉구경? 아니…"그녀는 봉구경이 어쩌다 이곳에 있는 건지 묻고 싶었다.하지만 아직도 다소 힘들어 보이는 그의 모습에, 일단 말을 삼키기로 했다.이경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물었다."걱정되면 그냥 직접 물어보시죠. 뭘 그렇게 숨기고 감추려 하세요?""무슨 헛소리를 하는 겁니까? 전 단지 저 반역자를 제 손으로 죽이지 못할까 봐 두려울 뿐입니다. 제가 왜 저놈의 생사를 걱정하겠습니까?"여화행은 이경을 흘겨보았지만, 이내 시선은 봉구경에게 머물렀다.봉구경의 머리는 아래로 축 처진 채 윤세현의 어깨에 걸쳐 있었다. 얼핏 보기에도…… 편안한 모습은 아니었다.이내 청지와 문정수도 뒤따라 모습을 드러냈다.두 사람은 윤세현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세자 나리."윤세현은 담담하게 대답한 뒤, 손을 휘둘러 봉구경을 순식간에 내던졌다.눈치 빠른 청지와 문정수는 다행히 그를 안정적으로 받아 냈다. 그렇지 않았다면 봉구경은 땅에 처박혔을 것이다.세자는 그를 정말 매정하게 대했다.봉구경이 두 사람에게 부축받는 모습을 보자, 여화행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방금 저도 모르게 뻗었던 손도 이내 거두어들였다."세현, 방금 무슨 일이 있었어?""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독박쥐 떼를 조종해 저와 성주를 습격했습니다."물론, 상대가 오늘 밤 봉구경을 데려가려 한 이유는 초경을 유인하기 위해서였다.그렇다면 적성산장 안에도 놈들의 눈이 있다는 건가?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내부 배치까지 이렇게 잘 알고 있겠는가?여화행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돌아가면 산장 안의 호위와 하인들을 모두 철저히 조사해 봐야겠네."이내 그녀의 시선은 다시 봉구경의 얼굴로 향했다.그의 얼굴은 새하얗고 두 눈은 초점이 없었다. 중상을 입은 데다 중독까지 되어, 지금은 무척 허약한 상태였다.여화행은 겨우 시선을 거두고는 딴청을 부렸다."밖은 언제나 위험한 법이니, 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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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8화

봉구경은 부축을 받아 침대에 누웠다.이내 무연은 따뜻한 물 한 대야를 가져와 그의 얼굴과 팔다리를 닦아 주었다.그러나 봉구경은 죽어도 옷을 벗으려 하지 않았다. 더럽긴 했지만, 일단은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어차피 지금은 허약해도 내일 아침이면 다시 기운을 차릴 것이었다.물론, 겨우 혼자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만 말이다.그는 내상에 독상까지 입었으니, 며칠 푹 쉬지 않고서는 완전히 회복할 수 없었다.이경은 옆에 앉아 봉구경에게 이것저것 물었지만, 그는 전혀 대답할 생각이 없었다.사실 그녀도 눈치채고 있었다. 봉구경은 오늘 밤의 일을 너무 창피하게 여겨 차라리 입을 다물고 있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듯했다.생각해 보면 그럴 만도 했다. 박쥐 떼에게 ‘업혀 간’ 약골 신세가 되었으니, 창피하지 않을 리 없었다."그 눈빛 뭐야?"화가 난 봉구경은 하마터면 침대에서 뛰어내릴 뻔했다.이경이 자신을 불쌍한 녀석이라도 보듯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는 큰 모욕을 느꼈다."겁먹지 마. 당신은 내가 먹인 약 때문에 내력이 봉인돼서 이렇게 허약해진 것뿐이야. 난 당신을 불쌍하게 생각한 적 없어.""알면 됐어!"봉구경은 도무지 인정할 수가 없었다.반평생을 살아오면서 이렇게까지 허약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남자들은 흔히 자신의 여자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전장에서 얼마든지 피를 흘리며 싸우려 한다.하지만 지금 이경은 자신을 어린 아가씨라도 되는 양 침대에 누워 시중까지 들려 하니, 그는 도무지 달갑지 않았다."알았어. 그냥 농담한 거야. 며칠 후에 해약제를 줄 테니까, 그때가 되면 다시 날개를 펼쳐. 알겠지?"이경은 어린아이를 달래듯 그를 어르고 달랬다.하지만 그녀의 말은 봉구경을 편안하게 해 주기는커녕, 오히려 피를 더 토하고 싶게 만들었다.이내 봉구경은 아예 고개를 돌려 큰 침대 안쪽을 바라보며 더는 그녀를 보려 하지 않았다."정말 화난 거야?"이경은 침대 옆으로 다가가 고개를 내밀고 그를 바라보았다."아니, 정말 그냥 농담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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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9화

"무연, 대체 왜 그러는 거야?"봉구경의 방에서 나온 이경은 회랑 끝에서 무연과 마주쳤다.무연은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서긴 했지만,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는 못했다."무슨 분부라도 있으십니까?""너 대체 왜 그러는 거야?"이경은 고개를 갸웃하며 그를 바라보았다.돌아온 뒤로 무연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계속 일을 돕기는 했지만 누구와도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그저 자기 일만 했다.누가 봐도 사람을 밀어내는 태도였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화난 거야?""아닙니다. 괜한 생각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무연은 애써 웃어 보이려 했지만, 원래 웃음이 자연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그의 웃음은 무척이나 어색했다."화난 게 아니라고? 이렇게까지 사람을 멀리하는 걸 보면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거잖아."이경은 그를 따라가며 말했다."일단 가서 물동이부터 내려놔."무연은 아무 말 없이 주방으로 향했다.곧 주방 문 앞에 다다른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뒤돌아 이경을 바라보았다."칠조가 이미 목욕물을 준비해 두었으니, 일단 돌아가서 목욕하고 옷부터 갈아입으십시오.""이따가 내가 간식도 가져다줄게. 먹고 나서 일찍 쉬어.""날 쫓아내는 거야?"무연의 태도는 너무나도 이상했다.오랫동안 그와 알고 지낸 만큼, 이경은 그의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금세 알아챌 수 있었다.이내 이경은 그의 손에서 물동이를 빼앗아 들고 앞장서서 주방으로 향했다."정말 향기롭네!"문을 열자마자 맑은 국화 향기가 풍겨 왔다."국화주를 만들었구나. 그리고…… 대추 떡까지!"모두 그녀가 좋아하는 간식과 음료였다.이경은 물동이를 내려놓고 달려가 냄비 뚜껑을 열었다.역시나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대추 떡이 들어 있었다.손을 뻗어 집으려는 순간, 무연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그녀의 더러운 손을 덥석 잡아당겼다."먼저 손부터 씻어! 더러운 거 싫어하잖아?"이경은 그제야 자신의 손이 더럽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밖에서 박쥐도 때려잡고 사람도 죽였으니, 더럽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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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0화

분명 칭찬하는 말인데도 무연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그 와중에도 이경은 여전히 대추 떡을 먹느라 그의 표정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향긋하고 달콤한 국화주에 대추 떡까지 먹으니, 정말 더없이 행복했다.이경은 음식을 입에 가득 문 채 웅얼거렸다."대체 어떤 복 많은 아가씨가 너한테 시집오게 될지 궁금하네……"그러나 분위기는 순식간에 싸늘해졌다.영문을 모르는 이경은 그저 눈을 깜빡이며, 자기 앞을 우두커니 가로막고 서 있는 무연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왜 그래?"왜 저렇게 차가운 표정을 짓는 거지?이경은 놀란 나머지 저도 모르게 손을 떨었고, 젓가락에 들려 있던 대추 떡이 탁자 위로 떨어졌다."무…… 연, 왜…… 그래?""줄곧 날 쫓아내려 한 이유가 혹시, 오늘 밤 네가 위험에 처했을 때 내가 곁을 지키지 못할까 봐 그런 거야?"지금 이경의 무공은 확실히 무연보다 훨씬 뛰어났다.도적을 쫓아가던 당시에도 그녀는 눈 깜짝할 사이에 어두운 숲속으로 사라져 버렸다.무연은 자신이 구공주 앞에서 더는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그의 무공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구공주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오늘 밤 그녀가 적과 맞서 싸울 때도, 오직 세자만이 그녀와 함께 싸웠다.무연은 혹시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돌아오자마자 자신을 쫓아내고 다른 여자에게 보내려는 게 아닐까 하고."내가 왜 너를 쫓아내려 하겠어? 무연, 너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내가 방금 무슨 말을 했다고 그런 뜻으로 받아들이는 거지?난 그저 앞으로 무연에게 시집올 아가씨는 복이 많겠다고 말했을 뿐인데."무연, 난 절대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야.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인생이 있는 법이고, 누구나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어야 해. 평생 다른 사람을 지키는 데만 매달릴 필요는 없잖아……""난 정말 다른 뜻은 없었어. 단지 너도 네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걸 말해 주고 싶었을 뿐이야…… 무연, 진심이야. 너…… 대체 왜 그래?"무연의 얼굴은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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