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시우는 신예린이 상자를 열어 보는 순간부터 줄곧 그녀의 표정을 지켜보고 있었다.예상대로 그녀의 얼굴에는 금세 밝은 미소가 피어났다.“감사합니다, 교수님. 정말 마음에 들어요.”그 말에 그의 입가에도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그럼 한번 차 봐, 어울리는지 보고 싶어.”신예린은 팔찌를 꺼내 손목에 걸려다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다 용기를 낸 듯 팔찌를 살짝 내밀며 조심스럽게 말했다.“교수님이... 대신 걸어 주실래요?”수줍음이 고스란히 담긴 눈빛에 주시우는 순간 멈칫했지만, 곧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가 해 줄게.”그의 섬세한 손끝이 그녀의 손목을 감싸는 순간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온기가 은근히 전해졌다. 팔찌의 은은한 빛깔은 그의 뚜렷한 손가락 선과 어우러져 더욱 눈길을 끌었다. 손바닥에는 거즈가 감겨 있었지만, 그마저도 그의 손길의 매끄러움을 가리지 못했다.그가 팔찌 끈을 단단히 조여 고정시키자 신예린의 숨결이 자기도 모르게 가늘어졌다.주시우는 그녀의 손목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낮게 속삭였다.“정말 잘 어울린다.”신예린은 시선을 떨군 채 손목 위의 팔찌를 매만졌다. 말없이 웃고만 있는 그녀를 보자 주시우가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니지?”“아니에요.”신예린은 급히 고개를 저으며 얼굴을 붉혔다.“너무 좋아요. 상을 받았다고 이런 축하 선물까지 받을 줄은 전혀 몰랐어요.”그녀는 어릴 적부터 수없이 많은 상장을 받아왔다. 상장을 꼭 움켜쥔 채 들뜬 마음으로 집에 들어서면, 돌아오는 건 늘 차가운 반응뿐이었다.신민호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어느 날, 신예린은 상장을 들고 활짝 웃으며 달려갔지만 임정희와 신경무의 시선은 오롯이 갓난아기 신민호에게 쏠려 있었다.상장은 힐끗 보고 말았고 돌아온 말은 ‘젖병 좀 가져와라’는 한마디뿐이었다.신민호가 조금 더 큰 뒤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어느 날 어렵게 받아온 상장을 안고 집에 돌아왔을 때, 신민호가 장난삼아 그 상장을 찢어버리자 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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