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린은 그날 밤 사실상 한숨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뒤척이고 또 뒤척여도 잠에 들 수 없었다. 머릿속을 가득 채운 건 주시우의 부드러운 얼굴, 그리고 귀에 맴도는 그의 저음이었다.송지유가 했던 말 때문인지, 심지어 꿈에서는 사극에 나오는 기생처럼 어깨를 드러낸 채 주시우에게 매달려 도통 떨어지지 않는 장면까지 나왔다. 그런데 정작 주시우는 여전히 청산 도사처럼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낭자, 부디 자중하십시오.”그 말에 화들짝 깨서 벌떡 일어난 신예린은, 온몸이 후끈거려 도저히 다시 잠들 수가 없었다.이불을 걷고 일어나 난방을 꺼버리고 창가에 서서 한참 바람을 쐬고 나서야 달아오른 열기를 식힐 수 있었다.그렇게 뒤척이며 밤을 새우다시피 하니, 아침이 되자 두 눈 밑에 짙은 그림자가 내려앉아 있었다.찬물로 세수하고 양치를 마친 후 정신을 좀 추스르고 방을 나섰을 때, 주시우는 아침 식사를 차리고 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소고기뭇국을 끓여 그릇에 덜어내고 있었다.순간, 눈앞에 서 있는 그를 보는 순간 신예린의 얼굴이 발그레 달아올랐다.‘교수님 같은 보수적이고 절제된 사람 두고 내가 그런 꿈을 꾸다니... 나 진짜 음란 마귀한테 잠식당한 거야?’주시우는 그 사정을 알 리 없었다. 오히려 그녀의 눈가를 짚어내며 물었다.“어젯밤에 잠 설쳤어?”‘그걸 왜 물어봐요? 머릿속에 교수님 생각만 가득한데... 잠이 오겠냐고요. 지금 당장 뇌 CT 찍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저도 궁금하네요.’신예린은 멋쩍게 고개를 숙였다.“조금 설쳤어요. 잠이 안 와서요.”신예린이 의자에 앉아 주시우가 다시 물었다.“혹시 너무 추웠던 건 아니고? 난방 틀었어?”‘추운 게 아니라 너무 더웠거든요?’“네, 난방 틀고 누웠어요.”차마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던 신예린은 거짓말로 둘러댔다.“괜찮아요. 오늘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예요.”그녀가 식사에 집중하자, 주시우도 더 묻지 않고 함께 수저를 들었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어 말을 꺼냈다.“아, 맞다. 너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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