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린은 크게 숨을 들이켰다.‘괜찮아, 괜찮아. 아무리 큰 회사를 운영한다고 해도 결국 사람 사는 거 거기서 거기잖아. 겁먹을 필요 없어.’그녀는 주시우의 손을 꼭 잡고 차에서 내렸다. 멀찍이 떨어져 있음에도 온 시선이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게 느껴졌다.묵직하고 부담스러운 시선이었다.“교수님...”뭔가 말하려다 망설이는 신예린에게 주시우가 가볍게 눈썹을 모았다.“가족들 앞에서는 호칭을 좀 바꿔야 하지 않을까?”“네?”신예린은 멍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봤다. 그러자 주시우의 입가에 장난기가 어렸다.“시우 씨, 아니면... 여보?”심장이 쿵 내려앉았다.‘내가 어떻게 교수님 이름을 불러... 하지만 여보라는 호칭도...’그런 호칭은 생각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려서 도저히 입 밖으로 낼 수가 없었다.그때 저택 쪽에서 발소리가 다가왔고 신예린은 생각을 정리할 겨를도 없이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머리카락이 희끗했지만 기품이 살아 있는 노부인이 제일 먼저 앞으로 걸어 나왔다.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우아하고 당당한 모습에 아우라가 빛났다.그 뒤로는 오십 대 중반으로 보이는 부부가 나란히 서 있었는데, 남자는 온화하고 여유 있는 풍모, 여자는 단정하면서도 부드러운 인상이었다.세 사람 모두 예상했던 위압적인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조금 안도하려는 찰나, 맨 앞의 노부인이 팔을 뻗어 신예린의 손을 꼭 붙잡았다. 그리고 두 눈이 별처럼 빛났다.“아이고, 네가 내 귀한 손주며느리 예린이구나? 아이고, 드디어 만났네! 이놈의 자식이 결혼했으면 진작 말이라도 하지 그랬어! 우리는 그런 줄도 모르고 여행만 다니느라 이제야 얼굴을 보게 됐잖아. 예린아, 할머니 탓하지 말아라.”그녀는 신예린의 얼굴을 위아래로 살피더니 감탄을 쏟아냈다.“아이고, 사진보다 훨씬 예쁘다. 어쩜 이렇게 뽀얗고 곱냐. 보기만 해도 마음에 쏙 든다.”“어머니, 처음 뵙는 자리인데 너무 들뜨셨어요.”주혁재가 나서며 만류했고 곁에 있던 김수희도 미소 지으며 거들었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