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보니 신예린이 주시우에게 언제 오냐고 물었던 것은 그리워서가 아니라 도움이 필요해서였다. 그건 신예린식의 ‘구조 요청’이었고 티를 내지 않아 더 마음이 아팠다....임정희는 요 며칠 내내 신예린이 돈을 안 내놓는 것 때문에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그런데 신경무는 옆에서 이미 곯아떨어져서 코를 골며 아주 잘도 잤고 그 소리가 괜히 그녀의 신경을 긁었다.결국 임정희는 못 참고 벌떡 일어나 신경무의 옆구리를 퍽 치며 소리쳤다.“여보, 일어나 봐요. 예린이한테 도대체 돈이 있는 거예요, 없는 거예요?”신경무는 너무 깊게 잠들었던 터라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없긴 왜 없어. 장학금도 몇 년 탔고 이번 학기 등록금도 걔가 낸 거잖아. 그 정도면 돈 있는 거지. 아르바이트는 그만뒀다는 소리는 믿지 마. 돈이 없으면 걔가 그렇게 당당할 수 있어?”그 말을 듣자 임정희는 더욱 그럴듯하게 느껴졌고 점점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딸을 키워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더니. 그년이 벌써 저 모양인데 나중에 뭘 기대하겠어요.”신경무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내가 의대 보내지 말자고 했을 때 말 들었어야지. 예린이가 단식하니까 당신이 마음 약해져서 결국 의대 보내줬잖아. 지금 봐봐, 대학교 가고 나서 점점 정떨어지게 행동하고 있잖아.”“아니, 난 그래도 예린이가 성적은 좋으니까 그랬죠. 혹시 잘되면 나중에 민호 좀 도와주겠지 싶었다고요. 그런데 지금 완전히 딴 사람 된 거 봐요. 어휴, 진짜... 우리 옆 동 삼층집의 딸은 결혼하더니 처가 식구들 사는 집을 리모델링 해주고 친동생한테 차 두 대 뽑아줬대요.”임정희의 말투에서 부러움이 느껴졌고 신경무는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됐어, 우리 집은 원래 그런 복 없어. 기대하지 말고 그냥 마음 접어.”“난 그렇게 못 해요. 내가 예린이를 어떻게 키웠는데, 걔가 돈 안 준다고 하면 끝인 줄 알아요? 어떻게든 받아내고 말 거예요.”“알겠으니까, 이제 좀 자자.”신경무는 하품하고 이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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