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주시우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신예린은 용기를 낼 수 있었다.더 이상 침대에서 밀려날지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주시우도 역시 신예린을 좋아했고 함께 있고 싶어 했다.이 기쁨은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벅찼다. 심지어 꿈속에서조차 주시우를 끌어안고 입을 맞췄으니 마치 요괴가 마침내 삼장 법사를 손에 넣은 것처럼 있는 힘껏 주시우를 꿀꺽 삼켜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다음 날 아침, 신예린은 아직도 어젯밤의 꿈을 곱씹으며 천장을 바라보고 멍하니 웃고 있었다.옆자리는 이미 비어 있었고 늘 그렇듯 주시우가 더 일찍 일어나 있었다.신예린은 옆에 놓인 베개를 바라보다가 문득 장난기가 발동했다.살며시 들어 올려 코끝에 대니 은은하게 스며드는 주시우의 향기가 남아 있었다.그 달콤한 기운이 가슴속 깊이 차올라 신예린의 입꼬리는 하늘 끝까지 닿을 듯 솟구쳤다.그러던 순간, 방문이 열리고 주시우가 들어왔고 베개를 끌어안은 채 앉아 있던 신예린과 눈이 마주쳤다.순간, 하늘과 나란히 오르던 신예린의 입꼬리는 딱딱하게 굳었고 공기는 얼어붙은 듯 멈췄다.신예린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고 서둘러 베개를 내려놓으며 더듬거리듯 변명했다.“아, 아니에요. 그냥... 그게...”사실 신예린은 남의 베개를 끌어안고 냄새 맡는 변태 짓을 한 것뿐이었다.주시우는 피식 웃으며 오히려 다정하게 신예린의 체면을 살려 주었다.“혹시 내가 자는 동안 침 흘렸는지 확인해 주는 거야?”“...”‘교수님은 자기 이미지까지 깎아가면서까지 날 위해 변명을 만들어주다니...’그러자 신예린은 곧바로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 바로 그거예요.”순간 위기를 모면하는 재주만큼은 기가 막혔고 주시우는 빙긋이 웃으며 시계를 흘긋 보더니 말했다.“출발까지 30분도 안 남았어.”신예린은 눈을 크게 뜨며 시간을 확인하더니 조금 전까지의 달콤한 상상을 잊은 채 허둥지둥 일어나 슬리퍼를 끌고 화장실로 뛰어갔다.곧 닫힌 문 너머에서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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