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유는 주시우가 돌아보는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야, 지금이야! 연습했던 자기소개 꺼내! 이름, 전공, 학번까지 다 외웠잖아! 교수님한테 제대로 얼굴 박아두자고!’하지만 막상 진짜 주시우가 눈앞에 서 있는 걸 보니, 그의‘교수 포스’에 눌린 송지유는 자기 이름 석 자조차 떠올리지 못했다.정말 수업 시간에 갑자기 지목당했을 때처럼, 방금까지 줄줄 외웠던 말들이 머릿속에서 싹 날아가 버렸다.그 모습을 본 신예린은 속으로 깊은 한숨을 삼켰다.‘쯧, 나보다 더 얼었네. 난 최소한 교수님 앞에서 말은 똑바로 할 수 있거든?’신예린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주시우 앞에만 서면 혀가 꼬이고 호흡까지 가빠졌던 것을 감쪽같이 잊은 듯, 여유롭게 송지유를 소개했다.“교수님, 제 룸메이트 송지유예요. 저희 결혼한 거... 말했어요.”“지유 학생, 반가워요. 주시우입니다. 짐 들어줘서 고마워요.”주시우는 딱딱하지도 가볍지도 않게 환한 미소로 인사했다.송지유는 기절 직전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아...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죠... 감사합니다, 아, 아니... 별말씀을...”그 우왕좌왕하는 모습에 신예린은 웃음을 참느라 입술을 꾹 다물었다.“그럼 이제 갈까?”주시우가 예린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물었다.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생각보다 가까웠기에 그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신예린의 귓가를 스치듯 흘렀다.그 말투는 마치 오래 함께한 사람 사이에서만 나올 법한 자연스러움이 묻어 있었다.신예린은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도 못한 채, 나지막이 대답했다.“네...”송지유는 그 장면을 멍하니 바라보다, 두 사람이 함께 차에 타는 모습까지 보니 진짜 영화 한 장면을 눈앞에서 본 것처럼 잠시 현실감을 잃었다.‘세상에, 예린이가 저렇게 완벽한 남자의 아내가 된 거야?’송지유는 속으로 절규했다.‘나도 그냥 그 술집에 하루 종일 죽치고 있으면 교수님 닮은 사람이라도 건질 수 있지 않을까?’...차에 탄 뒤, 신예린은 잔뜩 긴장한 채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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