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해부학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그러나 주시우는 지난 수업 때 미리 오늘은 강의실에서 수업하는 대신 해부학 실험실에서 직접 시신 기증자들의 신체를 관찰하며 인체의 각 기관과 조직을 보다 명확히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은 관찰만 하지만 이후에는 직접 실습으로 인체 구조를 더욱 깊이 파악해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학생들은 흰색 가운을 입고 실험동을 향해 걸어갔다.송지유는 신예린 옆에서 긴장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나 어젯밤에 제대로 못 잤어. 오늘 수업 생각만 하면 너무 무서워.”송지유는 평소에도 시체, 미라, 공포영화, 귀신 등을 극도로 무서워하는 성격이었다. 왜 의대를 선택했냐는 질문에 그녀는 첫사랑과 의대 진학을 약속했는데 정작 그 남자는 IT를 선택해 버렸고 홀로 남은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의대에 오게 되었다고 했다. 지금도 기숙사 벽에는 송지유가 분노를 담아 새겨 놓은 첫사랑의 이름이 남아 있었다.“기증자분들은 살아생전에 자신의 몸을 의학 연구를 위해 기증할 정도로 선량한 분들이잖아. 살아서도 착한 분들이었는데 돌아가셨다고 해서 해를 끼칠 리 없지.”신예린은 말하면서 송지유를 안심시키려 했다.“나도 그런 건 잘 알아.”송지유는 여전히 덜덜 떨며 말했다.“당연히 존경하지. 근데 그래도 무서운 걸 어떡해...”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실험실 입구에 도착하자 주시우가 이미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신예린은 흰색 가운을 입은 주시우를 처음 봤다. 그는 반듯한 자세로 서 있었고 흰 가운은 그의 깔끔하고 엄격한 성격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가벼운 바람에 이마를 스치는 머리카락은 그에게 부드러운 느낌까지 더해주었다.주변에서 감탄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네 남편은 진짜 잘생겼네.”송지유가 신예린 귀에 속삭였다.“저렇게 멋진 남자를 보고 어떻게 참아?”신예린도 사실 마음 같아선 달려들고 싶었지만 임신 초기라 조심해야 했다.“너 의대생 맞아? 임신 초기에는 석달 동안 잠자리를 가지면 안 되는 거 몰라?”“그래도 그렇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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