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정가을은 생각했다.‘도 선생님은 정말 대단하시네. 나도 훗날 도 선생님 같은 의사가 된다면 아픈 동생을 고쳐줄 수 있겠지...’그러나 그 순간, 등 뒤에서 불쑥 손길이 다가와 정가을의 어깨를 짚더니 서서히 아래로 미끄러졌다.정가을의 몸이 단단히 굳었고 긴장이 온몸을 옥죄었다.“도 선생님...”“가을아, 난 널 정말 좋아해.”순식간에 도준호의 두 팔이 정가을의 허리를 휘감았고 축축한 입술이 목덜미에 내려앉았다.정가을은 본능적으로 잘못됐음을 깨닫고 벌떡 일어나 외쳤다.“안 돼요. 도 선생님. 이러면 절대 안 돼요.”당황한 정가을은 문 쪽으로 향했지만 도준호가 뒤에서 와락 껴안고는 침대 쪽으로 끌어냈다.정가을이 몸부림치며 소리 지르려는 순간, 도준호의 거친 손이 그녀의 입을 막았다.“조용히 해. 지금 집안에 가족들 다 있는데 네가 소리치면 사람들이 문 열고 들어와 우리가 무슨 짓 하고 있는지 다 보게 될 거야.”정가을은 침대 위에서 부들부들 떨었으나 목구멍은 막힌 듯 소리를 낼 수 없었고 혹여 사람들이 몰려와 그 장면을 보게 될지 두려워 감히 울부짖지도 못했다. 그저 눈물만 터져 나오고 있었다.그 뜨겁고 답답한 여름 오후, 방 안의 그림자가 일렁이며 정가을의 삶은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추락했다.그 일이 있은 후, 같은 침대 위에서 도준호는 차례차례 정가을의 옷을 벗겨냈다.정가을이 자란 곳은 외딴 시골이었다. 세상과 단절된 듯한 그곳에서 정가을이 얻는 모든 지식은 오직 책뿐이었다. 책 속에도 배움 없는 부모의 입에서도 만약 다른 사람이 어린 정가을의 몸에 이런 짓을 할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는 단 한 줄도 쓰여 있지 않았고 그저 도준호의 입에서 반복되는 말뿐이었다.“난 네가 좋아서 그러는 거야.”한참 후, 책방에서 우연히 본 한 권의 소설 속 주인공이 자신과 비슷한 일을 겪고 경찰에 신고하는 대목을 보며 정가을은 그제야 알았다.‘아, 이건 잘못된 거였구나. 나도 신고해야 했어.’그러나 도준호의 단 한 마디가 정가을을 다시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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