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터닝포인트: Bab 301 - Bab 310

461 Bab

제301화

향기가 안 좋을 수가 없다. 어제 신예린은 일부러 주시우를 꼬시려고 샀었던 향수를 뿌렸는데 그 향은 지속력도 좋았다.하지만 신예린은 못 들은 척하고 주시우 품에서 고개만 살짝 들어 그를 올려다봤다.“그래요? 향 좋아요? 난 시우 씨가 산 샴푸를 썼어요.”검은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고 올려다보는 그녀의 모습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순진해 보였다.이때 주시우의 시선이 그녀의 입술에 닿았고 순간 어젯밤에 꿨던 꿈이 떠올랐다.꿈속에서 그는 잠든 상태였는데 신예린이 그에게 키스하고 있었다.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주시우는 깨고 싶었지만 눈꺼풀이 도무지 떠지지 않았다. 그 부드러운 감촉은 지금까지도 생생했고 마치 정말 있었던 일 같았다.주시우는 눈빛이 깊어지더니 돌연 몸을 숙였다. 갑자기 가까워진 그의 얼굴에 신예린의 마음속 경보음이 요란하게 울렸고 그녀는 다급히 두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렸다.그러자 주시우의 입술은 결국 신예린의 입술이 아닌 그녀의 손등에 닿았다.“...”두 사람은 눈이 딱 마주쳤다.신예린은 얼굴이 빨개졌고 손으로 입을 가린 채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었다. 그리고 우물우물 말했다.“안 돼요, 안 돼요. 나 아직 양치 안 했단 말이에요.”그러자 멍하니 있던 주시우가 피식 웃었다.“나도 안 했는데?”신예린은 그를 밀치고 거의 굴러떨어지다시피 침대에서 내려왔다.“안 돼요! 양치 안 했는데 어떻게 키스해요. 우리가 5년 만에 키스하는 건데 흠이 있으면 안 되죠!”그녀가 슬리퍼를 신고 달려 나가는 걸 멀뚱히 보던 주시우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다가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리고 웃음을 터뜨렸다. 신예린은 확실히 예전과 달라졌지만 더 귀여워졌다.신예린은 욕실에서 아주 열심히 이를 닦고 있었고 잠시 후 뒤에서 주시우가 나타나 칫솔을 꺼내고 치약을 짜 올렸다. 거울에 나란히 서 있는 두 사람이 비쳤다. 그들은 같은 속도로 칫솔질하고 있었고 입가에 거품이 묻은 모습도 닮았다.마치 5년 전으로 돌아간 듯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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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두 사람의 입술이 달라붙은 채 부드럽게 비벼지고 이리저리 각도를 바꾸며 입맞춤이 이어졌다. 이윽고 혀끝이 살짝 엉키며 더욱 깊고 뜨거운 키스로 번졌다.그들은 욕실에서 꽤 오랫동안 입맞춤을 나눴다. 마치 지난 몇 년의 공백을 한 번에 메우려는 듯이.그러다 멀리서 희미하게 알람 소리가 들려왔다.그제야 주시우는 신예린을 놓아주었고 신예린은 다리에 힘이 풀려 제대로 서지 못해 그에게 몸을 기대야 했다.“전화 왔어?”낮게 깔린 그의 목소리가 바로 귓가에서 울렸다.“아니요, 알람이에요.”신예린은 주시우의 품에 안긴 채 고개를 저었다.알람이라는 걸 확인하자 주시우는 그녀를 안고 있는 팔을 풀지 않았다. 둘의 몸은 여전히 뜨거웠고 서로 맞닿아 있어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졌다.“이러면 흠이 안 남겠지?”주시우가 갑자기 물었다.신예린은 멍하니 있다가 그 의미를 알아채고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아까 그녀가 ‘5년 만에 키스하는 건데 흠이 있으면 안 된다’고 했던 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방금 그 난리 같던 키스가 어쩐지 그녀를 ‘만족시켜 주려는’ 것 같더라니.신예린은 고분고분 고개를 저었지만 귀는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방 안에서는 여전히 알람이 울리고 있었다.“그런데 알람을 왜 이렇게 이른 시간에 맞춰놨어?”“출근해야죠.”주시우는 놀라서 그녀를 놓아주었다.조금 전까지의 입맞춤 때문에 신예린의 입술은 더욱 빨개졌고 눈동자는 촉촉했다. 주시우는 침을 꿀꺽 삼키며 다시 키스하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았다.“너 취직했어?”“네. 귀국하기 전에 이력서 보냈었어요. 오늘 첫 출근이에요.”“어느 병원이야?”“당연히 태성 병원이죠.”신예린은 그의 가슴을 콕 찌르며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주 교수님, 당신의 아내가 이제는 정식으로 심장외과의 의사랍니다?”그러자 주시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신 선생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신예린은 그 말에 빵 터졌다.“그건 시우 씨 하기 나름이죠. 아, 너무 배고파요. 아침에 뭘 먹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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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아... 안녕하세요. 무슨 일로 찾아오셨어요?”한 간호사는 그 여자가 환자나 보호자인 줄 알고 물었다.“과장님 사무실이 어디인가요?”간호사는 무심코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켰다.“저쪽이에요.”여자는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감사합니다.”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과장 사무실 쪽으로 걸어갔고 그녀가 사라지자 아까 수군대던 간호사들이 서로 눈을 마주쳤다.“새로 왔다는 의사 선생님이 바로 저분일 거예요. 세상에, 진짜 젊어 보이네요.”“웃는 거 봤어요? 분위기가 너무 좋던데요? 그렇게 어려운 사람 같진 않아요.”“방금 우리가 한 말을 다 들은 건 아니겠죠?”한편, 신예린은 과장 사무실 앞에 도착해 노크했다.“들어오세요.”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녀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안에 머리칼 대부분이 희끗한, 60대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는 원래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신예린을 보자마자 표정이 확 밝아지며 얼굴에 주름까지 지어졌다.그는 벌떡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신 선생님이죠? 드디어 왔군요.”그는 가까이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저는 태성 병원 심장외과의 과장, 진해성입니다.”신예린은 그의 손을 잡으며 부드럽게 웃었다.“안녕하세요, 과장님. 저는 신예린입니다. 오늘 첫 출근이라 인사드리러 왔습니다.”“잘 알죠. 제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우리 심장외과에 와줘서 정말 반갑습니다. 다른 과에서 데려가려고 난리였는데 여길 선택해 줘서 고마워요.”“저야말로 영광입니다.”“이력서를 보니 아직 젊던데, 잘 왔어요. 정말 선택 잘한 거예요. 우리 심장외과는 현재 국가 임상 중점 전문과로 지정되어 있어 의사와 간호사 모두 최정예입니다. 신 선생님도 여기서 배울 것도, 해볼 것도 많을 거예요...”진해성은 심장외과의 역사부터 장점까지 줄줄 늘어놓으며 그녀에게 친절하게 설명했다.신예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사실 그녀는 이 모든 것을 알고 선택한 거였다. 태성 병원의 심장외과는 전국에서 손꼽혔고 업계의 최고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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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한쪽에 앉아 있는 신예린은 말없이 조용히 있었다. 신참인 그녀는 그저 지시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됐어. 다들 나가 봐. 나 곧 수술 들어가야 해. 신 선생님, 일하다가 문제 생기면 언제든 얘기해요.”“네, 과장님.”신예린은 이석훈을 따라 과장 사무실에서 나왔다. 그런데 몇 걸음 걷지도 않았는데 이석훈이 갑자기 멈춰서는 바람에 신예린은 그의 등에 부딪칠 뻔했다.“외국에서 공부했다고 잘난 척하지 마요. 우리 과에 석사, 박사 학위 가진 사람 차고 넘쳐요. 학벌은 다 허울이고 실력이 있어야 인정받을 수 있어요. 내 발목만 잡지 마요.”신예린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이 선생님, 저희 전에 만난 적 있나요?”뜻밖의 질문에 이석훈은 멈칫했다가 고개를 저었다.“없죠.”“그럼 서로 잘 모르는 사이잖아요. 처음 보는 사람한테 이렇게까지 선입견을 가지는 건... 성인다운 태도는 아닌 것 같네요.”한마디로 ‘유치하다’는 말이었다.이석훈은 신예린이 첫날부터 이런 식으로 받아칠 줄은 몰랐는지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하지만 진해성의 당부가 떠올라 억지로 화를 눌렀다.“그래요. 신예린 씨의 실력도 방금처럼 당차길 바라요.”그는 차가운 말만 남기고 뒤돌아 걸어갔다.신예린은 천천히 심호흡한 뒤 다시 그의 뒤를 따라갔다.점심에 주시우가 메시지를 보냈다.[밥 먹었어?]신예린은 한 시간 넘게 지나서야 답장했고 사진도 첨부했다.[방금 수술 끝나서 이제야 먹네요. 벌써 식어 버렸어요.][과에 전자레인지 없어?][있어요. 그런데 제가 도시락통이 없어서요. 일회용 용기는 전자레인지에 못 돌리잖아요.][앞으로 야근 많이 할 텐데 오늘 저녁에 마트 가서 도시락통 하나 사.][네, 그럴게요.]주시우는 원래 그녀에게 첫 출근은 어땠는지 묻고 싶었지만 문자로 하기 그래서 직접 만나서 묻기로 했다.[오늘 칼퇴야? 내가 데리러 갈까?][글쎄요... 장담은 못 해요. 끝나면 연락할게요.[알았어.]그날 저녁, 신예린은 거의 여덟 시가 되어서야 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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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오늘 과장님께서 저를 한 선생님께 붙여주셨거든요. 저더러 그분 따라다니면서 배우라고요. 그런데 그 선생님 텃세 장난 아니에요. 첫 만남부터 기선제압 하더라니까요.”“우리 과는 박사, 석사 학위 가진 사람이 널렸으니까 너무 잘난 척하지 말라면서, 하루 종일 저한테 심부름만 시키고 수술 들어갔을 땐 저한테 기회도 안 주고 그냥 옆에서 구경만 하래요.”“나중에 알았는데 그분이 학벌이 좀 낮은 편인데 수술 실력이 워낙 좋아서 병원에서 특채로 뽑았다더라고요. 그래서인지 고학력자들한테 선입견이 있대요.”주시우가 곁눈질로 신예린을 흘깃 보았다.“그건 또 어떻게 알았어?”“같이 근무하는 동료들이 소곤소곤 떠드는 걸 제가 몰래 들었죠.”주시우가 말했다.“태성 병원의 심장외과면 기준이 꽤 까다로울 텐데, 특채된 거면 실력은 인정할 만한 거야.”“실력 있는 건 저도 인정해요. 그런데 우리도 학벌이 그냥 뚝 떨어진 것도 아니고 다 노력해서 얻은 건데, 그분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를 깔보고 그래요?”신예린이 씩씩대며 말하자 주시우는 그녀가 기분이 많이 상한 걸 알아차렸다.“세상에는 별사람이 다 있어. 어차피 너도, 그 사람도 의사잖아. 자기 할 일만 잘하면 돼. 그리고 그 사람이 가진 장점이라고 해봤자 너보다 몇 년 먼저 일 시작한 거 말곤 없잖아. 혹시 나중에 부당한 일 당하면 참지 말고 그냥 바로 말해.”“저도 참을 생각 없어요. 그래서 오늘 한 소리 했어요.”“뭐? 너 오늘 첫 출근인데?”주시우가 깜짝 놀라 그녀를 쳐다봤다.신예린이 뿌듯한 표정을 짓자 주시우는 웃음을 터뜨렸다.“너 정말 예전이랑 많이 달라졌다.”“그래요?”신예린이 고개를 갸웃했다.“전에는 기분 상하면 내 앞에서 울기만 했잖아.”“저 그런 적 없거든요? 시우 씨가 착각한 거예요!”신예린은 펄쩍 뛰며 강력하게 부정했고 주시우는 그냥 웃기만 하고 대꾸하지 않았다.잠시 후, 신예린이 조심스레 그를 바라봤다.“시우 씨는... 지금의 제가 더 낫다고 생각해요?”“당연하지.”주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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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신예린은 사실 주시우 앞에서만 대담해졌다. 만약 그녀 혼자 이걸 사러 왔으면 분명 모자에 마스크까지 풀세팅하고 주변의 눈치를 봤을 텐데, 주시우는 마트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너무나 태연했다.어떻게 그렇게 당당할 수가 있나 싶다. 그런데 주시우는 오히려 신예린에게 ‘왜 그래’라고 물었다.‘왜 그러냐니, 그걸 몰라서 물어?’신예린은 주시우를 주차장까지 끌고 와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거 살 거면 미리 말이라도 해 주지...”미리 알았더라면 그녀는 주시우에게서 멀찍이 떨어져 있었을 것이다.“오늘 그거 사려고 마트에 온 거야. 도시락통은 집 앞 가게에서 사도 되잖아.”신예린은 그제야 깨달았다. 도시락통은 핑계였고 애초에 주시우의 목적은 그거였던 것이다.얼굴이 후끈 달아오른 채 아무 말도 못 하는 신예린을 보며 주시우가 슬쩍 물었다.“혹시... 둘째 낳을 생각이 있어?”신예린은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지금은 그런 계획 없어요. 당분간은 아윤이한테 더 신경 쓰고 싶어요.”주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신예린은 장바구니를 흘끗 보고 말을 더듬었다.“이렇게 많이 사서 다 쓸 수 있겠어요?”주시우는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너는 어떻게 생각해?”신예린은 순간 아무 말도 못 하고 얼굴이 새빨개졌다.차에 타고 나서야 겨우 진정된 신예린은 조수석에서 주시우의 옆모습을 힐끗힐끗 훔쳐봤다.그러다가 문득 송지유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맞네. 그 말 틀린 거 하나도 없네. 시우 씨가 진짜 많이 참았구나.’그 생각에 신예린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와 손으로 입을 가렸다.오늘 밤에 뭔가 일어날 것만 같아서인지 차 안의 분위기가 괜히 묘했고 두 사람의 팔이 스칠 때마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공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아직 아무 일도 안 벌어졌는데 신예린의 몸은 벌써 달아오른 것 같았다.집에 돌아온 뒤, 씻고 나온 신예린은 침대에 누워 폰을 보고 있었지만 화면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귀를 쫑긋 세운 채 온 신경이 문밖의 소리에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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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주시우가 가까이 다가오자 그의 뜨거운 숨결이 느껴졌다. 그는 신예린의 입술 사이를 천천히, 그러나 거부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하게 파고들었다. 마치 그녀를 완전히 자기 세계로 끌어들이려는 듯.신예린은 본능적으로 두 손을 주시우의 가슴에 대고 밀어내려 했지만 뜨겁고 깊은 키스가 이어지는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방금 무슨 말을 하려던 건지 전부 잊어버렸다.주시우의 날카롭던 눈이 어느새 흐리멍덩해졌고 깊은 눈동자 속에 감춰져 있던 욕망이 고스란히 드러났다.조용한 방 안에 호르몬의 기운이 미친 듯이 짙어졌고 온몸의 피가 한순간에 머리끝까지 몰리는 것 같았다. 심지어 말초신경까지 광란의 춤을 추는 듯했다.그러다 갑자기 가슴께가 시원해져서 눈을 떠 보니 주시우는 키스만으로는 모자란 듯, 뜨거운 입술을 천천히 아래로 옮겼다. 턱, 목덜미, 쇄골... 그의 입술이 닿는 곳마다 오싹하게 전율이 흘렀다.신예린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눈이 그렁그렁한 채로 두 손으로 시트를 꼭 움켜쥐었다.‘너무 부끄러워...’그녀의 연약한 곳이 침범당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상대는 주시우다. 그렇기에 신예린은 도리어 더 두근거리고 짜릿했다. 가슴이 쿵쿵 울려서 귀 바로 옆에서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주시우의 뜨거운 손이 그녀의 바지까지 내려왔을 때, 신예린은 온몸이 얼어붙은 것처럼 긴장했다. 마치 찬물을 한 바가지 확 끼얹어진 기분이었다.“잠, 잠깐만요!”그녀는 급히 주시우의 손목을 붙잡았다.주시우의 눈동자에서 신예린이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거친 욕망이 소용돌이쳤다. 그녀는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그의 시선을 피했다.“왜 그래?”갑자기 제지당하자 주시우는 욕망을 억누르며 쉰 목소리로 물었다.신예린은 머뭇거리다가 겨우 입을 뗐다.“나... 나 오늘 그날이에요.”“...”순간 방 안이 숨 막힐 만큼 조용해졌다.주시우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신예린은 살금살금 그의 표정을 살폈다.그의 얼굴에 수십 가지 표정이 스쳐 갔고 마치 입에 거의 다 들어온 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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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신예린의 속삭임은 주시우의 마지막 이성을 태워버렸다. 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신예린의 입술을 물었다.“읍...”누구의 신음인지도 모르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두 사람의 숨결이 얽히고 욕망이 좁은 공간을 가득 채웠다.신예린은 일부러 더 장난을 쳤다. 평소에 늘 점잖던 주시우가 자기 앞에서 이성을 잃고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좋아서.주시우는 그녀가 일부러 그러는 걸 당연히 알고 있었고 벌 주듯 그녀의 어깨를 살짝 물었다....다음 날 아침, 신예린은 거울 앞에서 어깨에 남은 치아 자국을 보며 괜히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주방에서 아침을 다 차린 주시우는 그녀가 나오지 않자 방으로 올라가 보았다. 마침 욕실의 문이 열려 있었고 신예린은 그를 보자마자 원망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왜 그래?”이유는 몰라도 괜히 마음이 찔린 주시우는 습관적으로 코를 문질렀다.신예린은 휙 하고 옷깃을 잡아당겨 어깨를 보여주었다.“봐봐요. 이거 당신 작품이거든요?”희고 매끄러운 어깨 위에 찍힌 옅은 치아 자국은 몹시도 아찔했다.주시우의 목젖이 살짝 움직이더니 그는 태연하게 자기 셔츠 깃을 내려 보여줬다.“나만 그랬나?”그의 목과 가슴에 그녀의 손톱자국이 가득한 것을 본 순간, 신예린은 화가 싹 가라앉았다.어제 둘이 얼마나 격하게 놀았는지, 두 사람의 온몸에 증거로 남아 있었다. 물론 신예린은 자신이 일부러 주시우를 괴롭히듯 더 세게 했던 것도, 생리 때문에 답답한 마음을 그에게 다 풀어버린 것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마지막 한 단계만 빼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서 둘 다 탈진할 지경이었다.주시우가 태연하게 말했다.“이걸로 부족하면 다리에도 있는데, 볼래?”그가 증거를 떡 하니 보여주자 신예린은 뜨끔해서 두 손을 저었다.“괜찮아요. 안 볼래요!”어제는 분위기에 취해서 그랬지만 오늘 다시 보기엔 진짜 너무 창피했다.주시우는 신예린의 귀까지 빨개진 걸 보고 눈가에 미묘한 웃음을 그렸다.그의 시선이 슬쩍 그녀의 흘러내린 옷깃으로 향했고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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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주 교수님 봤어? 오늘 나오셨어?”실험실에서 손호명은 보이는 학생마다 붙잡고 물었다.그러다가 한 학생이 슬쩍 안쪽 실험실을 가리키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손호명은 ‘오케이. 나한테 맡겨’ 하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안쪽 실험실로 걸어가 문을 두드렸고 그를 따라온 학생들은 그의 뒤에 꼭 달라붙었다.손호명은 손사래를 쳤다.“너희는 여기서 기다려. 따라오지 말고.”그는 학생들을 떼어놓고 실험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학생들은 고개를 쭉 빼고 안을 보려다가 손호명이 냅다 문을 닫아버리자 흠칫했다.흰 가운을 입은 주시우는 실험기구 앞에 앉아 있었고 장갑까지 낀 채 실험에 완전히 몰두한 상태라 손호명이 들어왔는데도 별 반응이 없었다.손호명은 괜히 뒤에서 몇 바퀴 돌며 이것저것 하는 척했다. 그가 한참 그렇게 서성이니 주시우가 드디어 눈길을 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오셨어요.”그가 드디어 말을 걸어주자 손호명은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요즘 왜 실험실에 안 나오셨어요? 며칠째 안 보이시길래.”며칠 전에 주시우가 여학생과 함께 내려가는 걸 목격한 후로 손호명은 매일 실험실에 와서 그를 기다렸다.그런데 주시우는 이틀 동안이나 보이지 않았고 사무실에 찾아가면 회의 중이거나 이미 퇴근한 상태였다.평소에 딸이 없으면 늘 학교에 붙어 있던 사람인데 요 며칠 안 보이니 손호명은 주시우의 아내가 돌아왔을 거라고 확신했다.그래서 그는 어젯밤에 내기를 걸었다. 음료 값이라도 따려고.주시우는 계속해서 실험기구를 바라보며 짧게 대답했다.“바빴어요.”손호명은 주시우가 실험만 시작하면 완전히 몰입한다는 걸 잘 알았다. 진짜 별일 아니면 지금 같은 시간에 절대 그를 안 건드렸을 것이다.그래서 손호명은 망설이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그날 주 교수님이 여학생이랑 같이 계시는 거 다 봤어요. 그 학생이 주 교수님의 아내 맞죠?”주시우는 현미경을 조작하면서 무심하게 말했다.“아니요.”“네?”예상 밖의 대답에 손호명은 멍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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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주 교수님의 사모님께서 드디어 귀국하셨네! 교수님께서 이제 진짜 사모님이랑 자식과 알콩달콩하게 지내시려나 보네.”손호명은 의자에 멍하니 앉아 있었고 주변의 학생들은 여전히 한 마디씩 주거니 받거니 하며 신나게 토론하고 있었다.‘얘들은 진짜 믿고 싶은 대로 믿는구나.’그는 차마 학생들의 마음속 주시우의 이미지를 깨부수고 싶지 않았다. 실험실에서 주시우를 안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고 그 자신도 마찬가지였다.‘하지만 얘들아... 주 교수님께서 하지 말아야 할 짓을 저지르셨어. 흑흑...’토론에 열 올리던 학생들은 갑자기 손호명이 책상에 엎드린 채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그들은 주시우가 드디어 아내와 재회하여 손호명이 너무 기뻐하는 줄로 알았다....[저 곧 퇴근해요.]저녁 무렵, 주시우는 신예린에게서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고 답장을 보냈다.[알겠어. 금방 갈게.]그는 실험을 마무리하고 실험실 문을 열었다. 밖에서 바삐 움직이고 있던 학생들은 그를 보고 소리쳤다.“주 교수님, 이제 퇴근하세요?”“오늘은 일찍 가시네요!”“교수님, 이제 끝내신 거예요?”오늘따라 학생들이 이상하게 밝고 열정적이었다. 주시우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너희도 슬슬 정리하고 기숙사에 들어가.”그때 문득 시선을 옆으로 돌리자 손호명이 책상에 엎드려 있는 게 보였다. 그는 활기찬 학생들과 달리 기운이 없어 보였다.“손 교수님은 왜 저러셔?”주시우와 가장 가까이 있는 학생이 대답했다.“주 교수님 덕분에 기뻐서 저러시는 거예요.”‘아무리 봐도 기쁜 표정은 아닌데...’주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기뻐서 그렇다니 다행이네.”병원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 신예린에게서 또 메시지가 왔다.[갑자기 회진이 잡혀서 조금 늦어질 것 같아요.][알겠어. 천천히 나와.]주시우는 잠깐 고민하더니 차를 돌려 근처의 꽃집 앞으로 가서 멈췄다.한편, 소아과 병동에서 소지훈은 컴퓨터로 차트를 작성하고 있었다. 그때 사무실의 전화가 울렸고 그는 아무 생각 없이 받았다.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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