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린이 웃으며 말했다.“헤헤, 나 지금...”그때 갑자기 전화기 너머로 다른 목소리가 끼어들었다.“예린아, 저 남자 모델 진짜 잘생겼어! 게다가 복근 만져도 된대! 우리 가서 한 번 만져보자!”그 말에 주시우의 관자놀이 핏줄이 심하게 뛰었다.그제야 송지유는 신예린이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는지, 신예린의 옆에 바싹 붙더니 휴대폰에 대고 소리쳤다.“주 교수님 맞으시죠? 오늘 밤에 예린이는 저랑 같이 잘 거니까 기다리지 마세요!”주시우는 한 글자도 놓치지 않고 다 들었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전화기 너머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예린아, 예린아!”그는 스피커에 대고 몇 번이나 불러 보며 발걸음을 더 크게 내디뎠다.“어?”신예린은 겨우 대답했는데 목소리에 술기운이 한껏 실려 있었다.“지금 어디야?”주시우가 낮고 깊은 목소리로 물었다.“남, 남자 모델 복근... 만지러 가고 있어요...”전화기 너머로 시끄러운 음악과 여자들의 환호 소리가 들려왔다.“내 차례야, 내 차례!”“나도 만질래!”주시우는 심호흡했지만 눈빛이 어두워졌다.“얼른 어느 술집인지 말해.”그는 잠깐 뜸을 들였다가 한 마디 덧붙였다.“내 복근을 만지게 해줄게.”...주시우는 술집에 거의 가본 적이 없다. 그는 원래 시끄러운 곳을 싫어했고 알록달록한 네온사인과 코를 찌르는 술 냄새에 판단력이 흐려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은 그럴 겨를도 없이 주시우는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사람들 사이를 훑었고 곧바로 신예린을 발견했다. 그녀가 테이블에 조용히 엎드려 있는 것을 보고 그제야 주시우는 숨이 좀 트였다.그런데 그때, 한 남자가 신예린 쪽으로 다가갔다. 주시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쪽으로 걸어갔다.신예린은 머리를 테이블에 기댄 채 무대 위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송지유가 춤추며 즐겁게 웃고 있는 걸 보니 괜히 부럽기도 했다. 사실 그녀도 같이 뛰어놀고 싶었지만 조금 전에 여기 앉아서 얌전히 기다리기로 주시우와 약속했다. 그리고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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