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신예린이 부른 이름은 이정현이었다.알고 보니 돌아온 건 신예린이 말을 건넨 건 이정현이지 이석훈이 아니었다.괜히 태양이 서쪽에서 떴다고 착각했던 이석훈의 반응이 이제야 이해되었다.이정현은 고개를 돌려 신예린을 보더니 미소 지었다.“신 선생님, 오랜만이네요.”신예린에게는 정말이지 오래 기다린 만남이었다.“정말 오랜만이에요. 어디 가는 길이에요?”“방금 복귀했으니 일단 과장님께 보고하러 갔다 올게요.”“네. 다녀오세요.”짧은 대화 후, 이정현은 바로 과장실로 향했다.잠시 뒤, 복도 끝에 있는 작은 발코니에서 석양을 찍고 있는 신예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금빛이 번지듯 신예린의 어깨와 얼굴을 감쌌고 그 순간, 미소 짓는 신예린의 곡선은 더욱 눈부시게 빛났다.그때 뜻밖의 장면이 이정현의 시선을 붙잡았다.사무실 안, 유리 너머에서 이석훈이 신예린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러다 이정현이 들어선 걸 눈치채자 이석훈은 황급히 시선을 거두고 다시 업무에 몰두하는 척했다.‘재밌네.’이정현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발코니 문을 열고 나갔다.바깥 공기는 약간 서늘했고 아래쪽 도로에서는 경적이 울려왔다.“사진 찍고 있었어요?”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신예린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아, 네.”신예린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면서 마침 찍은 사진은 곧장 주시우에게 전송했다.‘이런 건 꼭 같이 보고 싶어.’이정현은 두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난간에 기대어 석양을 바라보았다.“자, 이제 말해봐요. 저를 찾은 이유가 뭐죠?”“어떻게 알았어요?”“감이지 뭐겠어요. 그냥 반가운 정도라면 그렇게까지 들뜰 이유가 없잖아요.”“보고 싶어서 그런 걸 수도 있잖아요.”“어머, 신 선생님이 이렇게 말 잘하는 줄 몰랐는데요?”이정현은 웃으며 장난스럽게 어깨에 손을 얹었다.순간 가까이 다가온 이정현의 미모에 신예린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이래서 소지훈이 좋아했구나. 나라도 순간 흔들리겠는데... 안 돼, 나에게는 주시우가 있잖아.’신예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