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터닝포인트: Bab 351 - Bab 360

454 Bab

제351화

사람들은 간단히 먹고 힘을 보충한 뒤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조금 떨어져 걷게 되자 신예린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시우 씨, 이렇게 더운 날씨에 외투는 좀 그렇지 않아요? 벗어요.”그녀는 눈에 장난기가 가득한 채 말하더니 아예 주시우의 점퍼 지퍼를 슬쩍 잡아당겼다.‘얘가 점점 대담해지네.’주시우는 눈빛이 살짝 흔들렸지만 놀랍게도 그녀를 막지 않았다. 그의 옷깃에 손을 올린 신예린은 그가 제지하지 않자 살짝 당황했다.“그... 외투를 벗으라니까요?”주시우가 그녀를 바라봤다.“마침 잘됐네. 네 작품을 모두에게 보여줄 기회잖아.”“...”원래 그저 그를 살짝 놀려주고 싶었던 신예린은 힘껏 휘둘렀던 주먹이 솜에 박힌 것 같은 기분에 허탈해서 얼굴이 빨개졌다.“안 할래요. 재미없어요!”그녀는 그렇게 버럭 말하고는 그를 두고 잰걸음으로 먼저 가버렸다.주시우는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점심에 사람들은 드디어 산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압도적이었고 도시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듯했다.“빨리 와요! 같이 사진 찍어요!”신예린이 주시우의 팔을 잡아끌며 전망대로 데리고 갔다.주시우는 그녀가 켠 사진 찍는 앱을 보고 표정이 굳었다. 그건 예전에 그가 신고하려고까지 했던 그 앱이었다. 그런데 그 앱으로 사진을 찍자 화면 속 그의 얼굴이 눈에 띄게 작아졌다.“...”‘뭐, 예린이가 좋아하면 됐지.’신예린은 휴대폰을 들고 내려다보이는 도시를 배경으로 셀카를 몇 장 찍었다. 그러나 사진을 확인하다가 아쉬운 듯 말했다.“아... 배경이 다 안 나오네요.”그때 손호명이 옆에서 말했다.“예린 씨, 제가 찍어줄까요?”“좋아요!”신예린은 바로 그에게 폰을 건네고는 주시우의 팔에 자연스럽게 팔짱을 꼈다. 주시우도 그녀의 옆에 맞춰 섰고 셔터가 눌리는 순간 입가에 웃음이 번지고 고개를 그녀 쪽으로 살짝 기울였다.그 모습은 꼭 5년 전에 신예린이 지식 경시대회에서 상을 탔을 때 마지막으로 함께 찍었던 사진과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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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2화

손호명은 학생들 앞에서 억울하다는 듯 변명했다.“억지로 끌려 나온 불쌍한 남편은 무슨! 주 교수님은 원래 사진 찍으면 항상 이런 표정이야!”하지만 곧바로 주시우가 신예린과 같이 사진 찍을 때는 이런 표정이 아니었다는 게 생각나자 그는 괜히 속상해졌다.‘내 롤모델이 나를 싫어하다니. 흑흑...’사진을 다 찍고 난 뒤 신예린은 근처에 있는 돌의자에 앉았다. 주시우도 바로 옆에 앉더니 그녀가 들고 있는 부채를 가져다 직접 부쳐주었다.신예린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고 머리칼이 조금 젖어 이마에 붙어 있었다. 그리고 하얀 얼굴은 살짝 홍조가 올라 아주 사랑스러워 보였다.주시우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이마에 붙은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며 부채질을 계속했다.“그러고 보니 물어보지도 못했네. 머리는 왜 잘랐어?”신예린의 머리카락은 예전보다 조금 짧아졌고 머리를 묶으면 잔머리가 삐져나올 정도였다.“관리하기 귀찮아서 잘랐죠. 예전에는 더 짧았는데 지금 이 정도 길이는 묶기도 애매하고 풀면 목에 닿아서 좀 거슬려요.”그녀는 손으로 길이를 대보며 설명했다.“귀국하기 전에 예뻐 보이고 싶어서 그냥 기르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지금 딱 애매한 길이에요.”신예린이 왜 귀국 전에 머리를 안 잘랐는지, 그 이유를 주시우도 알고 있었다. 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머리핀 몇 개 사줄까? 아까 보니까 저쪽에서 팔던데.”“어디요?”주시우가 손가락으로 멀지 않은 곳을 가리켰다. 산 정상에 먹거리 외에도 동네 어르신들이 직접 가져온 소품을 파는 작은 좌판이 몇 개 있었고 그중에 머리핀과 장신구를 파는 곳도 있었다.“이건 어때요?”“이건요? 완전 블링블링한데.”신예린은 머리핀을 하나씩 집어 들며 주시우에게 의견을 물었다.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다가왔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아윤이 선물 사는 거예요?”임혜린이었다. 그녀는 분홍색 머리핀을 하나 집어 들고 주시우에게 말했다.“이거 예쁘네요. 아윤이가 분홍색을 엄청 좋아하잖아요. 지난번에 학교에 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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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3화

정상에서 간단히 먹을 걸로 배를 채운 뒤 일행은 산에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올라올 때보다 훨씬 수월했기에 몇몇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내려갔고 분위기도 한결 좋아졌다.다만 임혜린은 묵묵히 맨 앞에서 걸으면서 끝까지 사람들의 대화 속에 섞이지 않았다.그러다 산 중턱쯤 내려왔을 때 그녀는 갑자기 비명을 지르더니 땅에 주저앉았다.“임 교수님, 괜찮으세요?”“무슨 일이에요?”모두가 깜짝 놀라 달려갔고 누군가는 손을 뻗어 그녀를 일으켜 세우려 했다.“잠... 잠깐만요.”임혜린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숨을 고르며 말했다.“아직 만지지 말아요. 발을... 못 딛겠어요.”그 말에 사람들은 표정이 굳었다.“제가 볼게요.”그때 신예린이 사람들 틈을 비집고 앞으로 나와 임혜린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그러고는 그녀의 신발을 벗기려 손을 뻗었다.임혜린은 순간 본능적으로 발을 빼려 했지만 그 순간 발목이 또 욱신거리자 입술이 더 하얘졌다.“움직이지 마세요.”신예린은 단호하게 말하고는 조심스럽게 임혜린의 신발을 벗겨냈다. 그러자 임혜린의 부어오른 발목이 드러났다.“조금만 참으세요.”신예린은 손가락으로 부은 부위를 눌러보고 발목을 살살 돌려보았다.그러자 임혜린은 얼굴을 찡그리며 신음했다.“아파요...”“관절은 문제없는 거 같고 인대나 근육 쪽만 삔 거 같아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보시는 게 좋아요.”신예린은 말을 마치자마자 주시우와 눈이 마주쳤고 주시우는 바로 이해하고 손호명을 불렀다.“손 교수님, 아까 정상에서 아이스 음료를 샀었죠?”“아! 맞아요.”손호명은 얼른 가방을 열어 음료수를 꺼냈고 신예린은 그것을 받으며 임혜린에게 말했다.“좀 차가울 거예요.”차가운 음료가 발목 부은 곳에 닿자 임혜린은 흠칫하며 숨을 들이켰다. 하지만 괜히 창피해서 꾹 참고 버텼다.“이 상태로는 못 걸으실 거예요. 그런데 구급차가 여기까지 못 올라오니까 누가 업고 내려가야겠네요.”신예린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결국 주시우에게 시선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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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4화

“물 마시겠어요? 필요하시면 제가 가져다드릴게요.”신예린이 먼저 말을 걸었다.임혜린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다른 말을 꺼냈다.“신예린 씨도 알죠? 제가 주 교수님을 좋아하는 거.”그 말에 잠깐 정적이 흘렀지만 이내 신예린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고 있어요.”“신경 안 쓰여요?”신예린은 슬쩍 웃었다.“아무래도 좀 신경 쓰이죠.”“신경 쓰이는데도 저를 도와준 거예요?”“그럼 어쩌겠어요. 저는 의사잖아요. 직업병 같은 거예요. 게다가 임 교수님은 주 교수님의 동료시잖아요.”임혜린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녀를 보았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맞는지 못 믿겠다는 듯한 표정이었다.신예린은 여전히 미소를 띠고 있었다.“솔직히 시우 씨가 결혼한 걸 뻔히 알면서도 시우 씨한테 마음을 갖는 건 좀 아니죠. 하지만 결혼한 상태의 남자가 다른 여자랑 엮이는 건 그 남자의 잘못이죠. 만약 시우 씨가 그랬다면 정말 실망했을 거예요.”그녀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제가 없었던 지난 5년 동안 시우 씨한테 마음을 둔 사람이 임 교수님 말고도 많았겠죠. 제가 이번에 임 교수님을 막아도 다른 사람이 또 나타나서 시우 씨한테 마음을 표현할 거예요. 그래서 결국 중요한 건 시우 씨의 마음이지, 임 교수님의 잘못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임혜린은 그 말을 듣고 말문이 막혔다.현실에서 일어난 대부분의 불륜 사건에서 아내와 불륜녀가 피 터지게 싸우고 정작 문제의 중심에 있는 남편은 은근슬쩍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눈앞의 여자는 그런 경우 남편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얘기하고 있다.신예린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저는 시우 씨를 믿어요.”임혜린은 코웃음을 쳤다.“그래서 몇 년씩 떠나 있을 수 있었군요. 믿는 구석이 있었네요.”신예린은 어깨를 으쓱했다.“당연하죠.”임혜린은 잠시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오늘 도와줘서 고마우니까 한 가지 알려줄게요.”“뭘요?”신예린은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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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5화

임혜린의 가족이 병원에 도착하자 신예린과 주시우는 손을 꼭 잡고 병원을 나섰다....심장외과 사무실 밖에서 소지훈이 고개를 빼꼼 내밀며 안을 살폈다. 그 모습을 본 같은 과 의사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이정현 선생님은 수술 들어가셨어요.”소지훈이 이정현을 좋아하는 건 병원 사람들이 다 아는 ‘비밀’이었다. 그래서 다들 그가 또 이정현을 보러 왔다고 생각했다.“아, 저 이정현 선생님을 보러 온 거 아니에요. 신 선생님은 어디 갔어요?”“신예린 선생님이요?”그 의사가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오늘 휴무예요. 무슨 일 있으세요?”“휴무라고요?”소지훈은 약간 실망한 듯 두 손을 펼쳐 보였다.“아, 별거 아니에요. 다음에 다시 올게요.”그가 심장외과를 떠나자 간호사 스테이션에서 고개들이 하나둘 튀어나왔다.“세상에, 소 선생님이 이정현 선생님을 보러 온 게 아니라 신 선생님을 찾으러 왔대요!”“그런데 표정을 보니까 일 때문인 거 같지도 않았어.”“저 들었어요. 어제인가 그저께 식당에서 둘이 엄청 재밌게 얘기하고 있었다던데요? 신 선생님은 이제 막 병원에 들어왔는데도 마치 소 선생님과 몇 년 알고 지낸 사람 같았어요.”간호사 한 명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설마... 소 선생님께서 목표를 바꾼 거 아니야? 이번에는 신 선생님으로 갈아타셨나?”“헐, 너무한 거 아니에요?”“너무한 건 아니지. 이정현 선생님을 그렇게 오래 좋아하셨는데 잘 안됐잖아. 한 사람한테만 매달릴 수도 없고.”“그래도 같은 과 사람은 좀... 그럼 이정현 선생님이랑 신 선생님이 얼마나 어색해지겠어요.”“맞아, 그건 나도 좀 별로다. 음... 정말 별로야.”“그런데 신 선생님이 받아주실까요?”“글쎄, 난 둘이 안 만났으면 좋겠어.”바로 그때,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한 사람이 그 대화를 전부 듣고 있었다.이석훈이었다. 그의 검은 눈동자가 천천히 굴러갔다....소지훈은 병원 식당에서 신예린을 발견했는데 그녀는 창가에 혼자 앉아 있었다.소지훈은 그녀를 보자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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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6화

신예린은 한숨만 내쉬고 한동안 입을 떼지 못했다. 그러다가 결국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지훈 씨, 진짜 여자를 좋아하는 거 맞아요?”‘왜 그런 걸 묻지?’순간 소지훈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백만 개는 뜬 것 같았다.“내가 여자를 안 좋아하면 설마 남자를 좋아한단 소리예요?”신예린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정말 남자를 좋아해요?”소지훈은 그 말에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터질 뻔했다가 이를 악물었다.“나 여자 좋아해요! 여자를 좋아한다고요!”그의 목소리가 꽤 커서 주변 사람들이 슬쩍 쳐다봤고 신예린은 민망해서 두 손을 내저으며 다급히 말했다.“알았어요, 알았어요.”소지훈이 이렇게까지 단호하게 말하는 걸 보니, 분명 이정현이 오해한 게 틀림없다고 신예린은 생각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소지훈에게 ‘이정현 선생님이 지훈 씨가 게이라고 생각하셨어요’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그건 너무 실례 아닌가.“요 며칠 이정현 선생님이랑 단둘이 얘기할 기회가 없었는데 다음에 꼭 물어볼게요.”신예린이 말했다.“제수씨...”소지훈은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봤다.“내 남은 인생의 행복은 이제 제수씨한테 달렸어요. 만약 내가 장가 못 가면 시우랑 제수씨네 집에 얹혀살면서 같이 늙어 죽을 거예요.”그 말에 신예린은 온몸에 소름이 돋아 바로 말했다.“무조건 소원을 이뤄 드릴게요.”밥을 다 먹고 신예린은 다시 과 사무실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이정현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니 이정현이 인근 도시로 파견 수술을 나가서 2, 3일 후에야 돌아온다고 했다.신예린이 막 자기 자리에 앉으려는데 이석훈이 다가와 무표정한 얼굴로 검사 보고서를 그녀의 책상 위에 탁 내려놨다.“11호 병실 환자의 검사 결과예요. 수술 계획 짜서 퇴근 전까지 나한테 제출해요.”“네.”신예린은 종이를 들고 차분히 읽어봤다.그때 이석훈의 시선은 검사 보고서에서 천천히 신예린에게로 옮겨졌다. 아까 구내식당에서 그녀가 소지훈과 즐겁게 얘기를 나누던 모습이 떠오르자 이석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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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화

이석훈이 문을 열고 나가는 소리가 꽤 커서 사무실에서 각자 일하던 동료들은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이석훈 선생님 무슨 일 있어요?”“글쎄요. 아마 내일 수술이 어려워서 그런 거 아닐까요? 내일 그 케이스가 꽤 까다롭잖아요.”“아무리 힘든 수술이 잡혀 있어도 저렇게까지는 안 하시던 분인데... 어휴, 신 선생님.”검사 보고서를 보고 있던 신예린은 이름이 불리자 고개를 들어 그 사람을 바라봤다.“네?”“내일 그 수술 성공 확률이 얼마나 돼요? 환자가 나이 많아서 더 위험한 거 아니에요?”신예린은 잠시 생각하다가 담담하게 말했다.“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야죠.”환자는 일흔이 훌쩍 넘은 나이고 대동맥 박리도 심각한 데다가 석회화까지 진행돼 있으며 기저질환도 여러 개 있었다. 환자의 가족에게 수술의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했지만 가족들은 여전히 수술을 원했고 환자는 병실에 입원하자마자 다음 날 첫 수술로 배정됐다.신예린은 조수로 들어가 다른 의사와 함께 이석훈을 보조하게 됐다.수술실 안에서 무영등이 환자의 몸 위로 빛을 드리우고 있었고 환자는 이미 전신마취 상태였다. 이번 수술은 심부 저체온 순환정지를 이용해 체온을 약 25도까지 낮춘 뒤 인공심폐기로 혈액을 돌리고 뇌에는 소량의 혈액만 공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관류용 수액을 주입해 주세요.”수술대 앞에 선 이석훈은 눈빛이 날카로웠고 피 묻은 장갑을 낀 손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좌측 관류 압력 올려요.”집중한 신예린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손을 정확하고 빠르게 움직이며 보조했다. 그녀는 재빨리 굵은 혈관과 인공심폐기를 연결해 체외순환을 돌리고 뇌와 전신으로 안정적으로 혈액을 공급했다.“냉각 시작하겠습니다. 호흡 멈춥니다.”환자의 혈관이 완전히 드러나자 이석훈의 표정이 더 굳어졌다.신예린도 혈관 벽을 보자 숨을 삼켰다. 심각한 죽종과 석회화가 도드라져 있었기 때문이다.“전기메스.”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신예린은 전기메스를 건넸다.그 순간 이석훈이 그녀를 슬쩍 보더니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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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8화

“제 생각엔 우리가 하는 일은 환자만 치료하는 게 아니고 보호자의 마음까지 챙겨줘야 한다고 봐요.”신예린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하자 이석훈은 별로 인정 못 하겠다는 듯 무심히 대꾸했다.“아무리 달래줘도 문제 생기면 결국 들고 일어날 사람들은 들고 일어나요.”마치 인생을 다 살아본 사람처럼 툭 던지는 말투였다.신예린은 더 말할 필요가 없겠다 싶어 입을 닫고 환자의 수술 부위를 확인했다.이석훈은 그녀가 아무 반응도 안 하자 입을 뻐끔거리다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자리를 떴다.그가 나간 뒤 신예린은 옆에 있는 간호사에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석훈 선생님은 성격이 저렇게 까칠한데, 환자들한테서 컴플레인 같은 거 안 들어와요?”간호사는 피식 웃었다.“예전에 컴플레인 한 번 크게 들어와서 저렇게 되신 거예요. 그래서 더 무덤덤하게 말씀하시는 거죠.”‘아... 그래서 말투가 저렇구나.’하지만 신예린은 자신이 잘못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환자의 가족에게 충분히 설명해 안심시키는 건 당연한 일이고 그것이야말로 병원에서 환자와 의사의 분쟁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믿었다.수술한 환자의 상태가 불안정했기에 신예린은 밤 9시가 넘어서야 병원을 나설 수 있었다. 시간이 늦어 그녀는 주시우를 부르지 않고 택시 타고 가기로 했다.신예린은 주시우에게 문자를 보냈다.[당신의 사랑스러운 아내가 이제 퇴근합니다.]그러자 주시우는 바로 전화를 걸어왔다.“왜 미리 말 안 했어? 내가 데리러 갈 수 있는데.”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오자 병원 문을 나서던 신예린은 피식 웃었다.“저도 언제 끝날지 몰랐어요.”“배고프지? 내가 만둣국 끓여줄까?”“좋아요! 역시 내 마음을 알아주는 건 남편밖에 없다니까요.”신예린은 쏙 들어간 배를 쓰다듬으며 대답했다.주문해 둔 도시락은 이미 식어서 손도 대기 싫었고 집에 가면 따뜻한 걸 먹을 수 있으니 그녀는 지금까지 굶었다.“그럼 기다리고 있을게.”주시우의 나직한 목소리에 신예린은 마음이 따뜻해졌고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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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화

주시우는 인기척에 눈을 번쩍 뜨고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지만 문가에 서 있는 실루엣을 보고는 무의식적으로 말했다.“왔어?”툭 던지듯한 그 말투가 오히려 신예린을 마음 놓이게 했고 피곤하고 힘이 빠져 있던 게 조금은 풀리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소파 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기다리지 말랬잖아요. 나 당직실에서 잘 수도 있었는데.”“너 기다린 거 아니야.”주시우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소파에서 깜빡 잠든 거야.”그녀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이런 변명까지 하는 사람이었다.서 있는 신예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거실 불은 켜져 있었고 현관의 불빛이 그녀의 뒤에서 은은히 비추고 있었다. 신예린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주시우는 그녀에게서 풍기는 미세한 기운까지 감지해냈다.그는 저녁에 신예린이 보냈던 음성메시지를 떠올리며 손을 내밀었다.“그 환자는 어떻게 됐어?”신예린은 슬쩍 피하며 고개를 저었다.“나 지금 더러워요.”아무래도 그녀는 병원에서 일하다 보니 병균을 많이 묻혀왔고 집에 오면 가장 먼저 옷부터 갈아입는 게 습관이었다.하지만 주시우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괜찮아. 이따가 같이 씻으면 되지.”신예린은 얼굴이 달아올랐지만 결국 끌려가 그의 품에 안겼다.익숙한 향기가 그녀를 감쌌고 넓고 따뜻한 품에 안가자 그 순간 신예린은 갑자기 울컥해서 코끝이 시큰해졌다.“그 환자를 살리지 못했어요.”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주시우는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내는 게 의사의 일이고 무척 자랑스러워해야 맞지만 지금 신예린은 마치 비를 맞은 꽃처럼 축 처져 있었다.주시우는 그녀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리며 말했다.“의사가 신은 아니잖아. 죽음이랑 줄다리기하는 거처럼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지. 네가 최선을 다했으면 됐어.”“환자 가족이 중환자실 앞에서 울고 있는데... 갑자기 할머니 생각이 나더라고요.”그 말을 듣고 주시우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그 환자는 할머니랑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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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0화

신예린은 주시우가 해 주는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그때 지훈이가 그러더라. ‘시우야, 이 직업 진짜 개빡센 거 아니야?’”그 말에 신예린은 그 순간 소지훈의 마음이 어땠는지 생생히 느껴졌다.“그래서 지훈 씨는 어떻게 마음을 추슬렀대요?”“나중에는 마음이 좀 단단해지니까 많이 낫대.”신예린은 심장이 살짝 떨렸다.“그 말은 무정해지라는 게 아니라 환자한테 너무 휘둘리지 말고 의사로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되 선은 지키라는 뜻이야. 의사랑 환자 사이에 경계가 있어야 해. 그 선을 넘으면 안 되고.”주시우의 목소리가 그녀의 머리 위에서 또렷하게 울렸다.신예린은 자신이 5년 동안 충분히 성장했다고 생각했지만 주시우와 자신 사이에 여전히 간극이 있다는 것을 지금 깨달았다. 그 5년 동안 성장한 건 그녀뿐만 아니라 그도 마찬가지였다.주시우는 더 단단하고 현명해졌고 신예린은 여전히 그의 위로가 필요했다. 예전의 신예린이라면 그것 때문에 초조했을 것이다. 그와의 거리를 좁히고 싶어 안달 났을 테니까.하지만 지금은 그저 감사했다. 외롭고 공허했던 5년을 혼자 견뎌온 그녀에게, 이렇게 곁에 있어 주고 다독여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알기에.“나 노력할 거예요.”신예린이 입을 열었다.“진짜 마음이 단단한 의사가 되도록 말이에요.”“넌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어.”주시우가 자신을 위로하려고 하는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한마디에 신예린의 눈시울이 다시 뜨거워졌다.주시우는 언제나 그녀를 인정해 주고 계속해서 격려해 주며 죄책감과 자기의심의 덫에서 꺼내줬다. 그는 확실히 신예린에게 가장 좋은 치료 약이었다.신예린은 주시우의 품에서 고개를 비비며 조금 더 편안한 자세를 찾았다.“집에 오니까 진짜 좋네요.”투정이 살짝 섞인 말이었다.5년 전의 그녀도, 오늘 밤의 그녀도 마찬가지였다.이곳은 신예린의 마음이 쉬어가는 항구였고 피곤이 저절로 풀리는 곳이었다.신예린의 호흡이 점점 고르게 변해갔고 결국 지쳐 잠이 든 그녀를 주시우는 깨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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