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아윤은 다시 얼굴을 국그릇 속으로 파묻듯 숙였다.“태성 병원이라면 참 괜찮은 데지. 우리 가문의 회사랑도 같이 일한 적 있잖아.”김수희가 웃으며 주아윤에게 말을 건넸다.“아윤아, 네 엄마가 의사인 거 알아? 지난번에 네 친구 지후가 자기 엄마가 경찰이라고 자랑했잖아? 이제 너도 말할 수 있어. 네 엄마는 많은 환자들을 고쳐 주는 의사라고... 멋있지 않니?”하지만 주아윤은 말없이 면발만 후루룩 삼켰고 주시우가 가볍게 딸의 뒷머리를 쓰다듬었다.“할머니 말씀에 대답해야지.”“네.”주아윤의 작은 입술이 겨우 소리를 냈다.“알았어요. 할머니.”김수희는 생각난 듯 일어나 가방을 열었다.“이번에 아윤이 데리고 놀러 가서 사진이랑 동영상 많이 찍어 왔어. 너희도 좀 봐.”그러고는 휴대폰을 꺼내 신예린에게 건넸다.“비밀번호는 아윤이 생일로 해 뒀어. 아윤이가 어릴 때부터 쭉 찍어 온 거야. 누가 아윤이를 데리고 있든 이 휴대폰으로만 찍어서 다 저장했지. 네가 돌아오면 보라고 시우가 챙겨 둔 거야.”신예린은 휴대폰을 두 손으로 꼭 쥐었다. 작은 핸드폰이 묘하게 묵직했다. 고개를 들어 주시우를 바라보니 그 눈길에 담긴 세심함이 고스란히 전해졌다.아침 식사가 끝난 뒤, 김수희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정을 찾아가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시우와 신예린의 만류에도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집을 나섰다.남은 집 안은 한순간 고요해졌다. 신예린은 시선을 손에 든 휴대폰으로 내리고 주아윤의 생일을 눌러 화면을 열었다.첫 화면 가득 이번 여행에서 찍은 사진들이 눈에 들어왔다. 파란 하늘과 넓은 초원,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가득했다.사진 속 주아윤은 해맑게 웃고 있었다. 뽀얀 볼은 햇볕에 달아올라 발그레했고 눈은 초승달처럼 휘어지며 별빛 같은 반짝임을 품고 있었다.신예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손가락을 움직이며 사진을 넘기던 중, 주아윤이 가운데 앉아 있는 가족사진이 보였다. 그런데 그 작은 몸은 자신에게서 조금 떨어져 있었다.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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